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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전주 생활

전주도 변해야 한다.

by 격암(강국진) 2021. 9. 18.

오늘로 내가 전주에 살게 된 것도 6년 반이 넘었다. 전주에 산다지만 그저 조용히 내 삶을 사는 소시민인 나는 6년 반이란 세월동안 전주의 발전을 위해 애쓴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다. 그래서 전주에 대해서는 그다지 쓴 소리를 쓴 적이 없다. 하지만 지난 6년반을 돌아보고 그 간의 전주의 변화를 생각해 보면 나는 뭔가 앞뒤가 안맞는다는 생각을 자주하게 된다. 그래서 오늘은 그 생각을 정리해 볼까 한다. 

 

지난 6년반동안 전주가 변한 것중에 제일 눈에 띄는 것은 여기저기에 아파트 단지들이 많이 들어선 일이다. 그 아파트들의 가격이 너무 올라서 전주가 투기감시지역이 되기도 했다고 들었다. 그리고 또하나 눈에 띄는 것은 전주한옥마을의 쇠락이다. 물론 이는 전국적으로 가볼만한 곳이 많이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고, 특히 코로나때문에 여행하는 사람들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그래도 전주한옥마을은 6-7년전에 비하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곳이 되었다. 

 

한옥마을의 쇠락은 전주에게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 왜냐면 단순히 돈을 버는가 아닌가를 넘어서 전주의 색깔을 보여주는 곳이 한옥마을이었기 때문이다. 전주는 전통을 보여주고 맛있는 음식이 있고 문화가 있는 곳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그 한옥마을이 점점 더 상업화되더니 어느새 별거아닌 놀이공원 비슷한 곳이 되었다. 말하자면 너무 얄팍하다. 역사가 느껴지지 않고 문화로 느껴지는 부분이 서양의 것을 너무 많이 가져온 느낌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괜히 물가만 비싸다. 

 

여러 설명을 할 것이 없다. 한옥마을은 전주 사람들은 잘 안가는 곳이다. 이건 4-5년전부터도 그랬다. 지금 전주에서 가장 번화한 곳은 객사길주변으로 전주 사람들이 쇼핑이나 산책, 음식을 먹으러 가는 곳중에 이곳이 가장 인기가 있다. 이미 지역민이 안가는 곳이라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긴장해야 했다. 그 말은 가성비가 떨어지는 장소가 되었다는 것이고 그것이 길어지면 지금처럼 인기가 없는 곳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알아야 했다. 관광객 신경쓰기 전에 정말 나부터 가보고 싶은 곳으로 만들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민들이 잘 안가는 곳을 이야기하니 또 떠오르는 것이 두 가지 있다. 비빔밥과 막걸리다. 전주 비빔밥이 유명하고, 전주의 막걸리 골목이 유명하지만 사실 지역민들은 비빔밥 잘 안먹고 요즘에 전주 막걸리 골목에 가보면 관광객만 있다. 전주 사람들이 막걸리를 안먹는다는 뜻은 아니다. 위에서 말한 객사길을 포함해서 여기저기에 막걸리집이 있고 다양한 막걸리를 판다. 다만 막걸리 골목은 더 이상 지역민에게 사랑받는 곳이 되지 못하고 관광객이나 가는 가성비떨어지는 곳이 되었다. 

 

문제는 물론 한옥마을에만 있지 않다. 전주는 슬로시티를 몇년전부터 강조하면서 국제적 워크숍까지 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말해 전주는 슬로시티가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해 고민이 부족했던 것같다. 이에 대해서는 발달된 기술은 보이지 않는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즉 슬로시티는 기술적으로 뒤진 곳이 아니라 오히려 첨단과 화려함을 추구한 끝에 존재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개발을 안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보다 첨단으로 개발한 끝에 그 개발이 안보이는 것이 전주가 지향할 슬로시티다. 

 

예를 들어 도시농부라고 하면 베란다나 지붕에서 작게 채소나 꽃을 키우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건 1차산업이니까 전통으로 돌아가는 거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종자에서 흙과 비료 그리고 농사를 지을 도구에 이르기까지 오히려 최첨단의 기술이 동원되니까 편하게 농사를 집에서 지을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세상에는 스마트폰이 흔하다. 그런데 그 스마트폰은 터치 스크린을 가지고 있고 진짜 스위치가 거의 없다. 예전의 핸드폰처럼 스위치가 주렁주렁달린게 아니라 매끈하게 마치 하나의 덩어리같다. 그리고 물론 우리는 안다. 매끈하고 그냥 판대기하나 같은 스마트폰이 하이테크다. 표면적으로는 노인들도 쓸 수 있게 단순해졌지만 내부적으로는 하이테크가 적용되어 그렇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전주가 전통도시로 거듭나고 슬로우 시티가 되고 누가 봐도 편안하고 느긋하게 사는 도시처럼 되는 것도 사실은 그 안에는 최첨단이 바탕이 되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없이 그냥 과거로만 돌아가자고 하면 조선시대로 가자는 것밖에 안된다. 그게 되겠는가? 오히려 더욱 첨단인 어떤 것이 있으니까 그와 동시에 전통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인데 어떤 새로운 첨단이 대안으로 내놓아졌는가. 

 

예를 들어 전주에서는 차없는 거리를 종종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그게 어떤 결과로 나오고 있는 것같지 않다. 전주 전체가 차없는 도시가 되는 정도의 변화는 있어야 사람들이 체감도 하고 전주가 차별성을 가지는 도시가 될텐데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로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전기 자전거나 전기 버스셔틀같은 대안시설을 많이 충당하고 차를 가지고 오는 사람들에게는 주차단속같은 것을 통해서 댓가를 치루게 해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정도의 진취성없이 무슨 특이한 슬로시티 운운할까. 그냥 때려치는게 좋지 않을까? 차없는 거리를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전주에서 대중 교통 시설과 자동차 체증 그리고 불법주차문제는 서로 연결되어 아주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왜 아무 변화가 없을까? 카카오 자전거나 타고다니라는 것이 전주의 미래인가?

 

비전에 특이함이 없는데다가 이런 저런 선입견에 제약에만 빠져있으니 있는 돈도 어디로 쓰는지 알 수 없이 다 나가는 것같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랄까. 내가 말했듯이 지난 몇년간 전주의 변화에서 가장 큰 것이 아파트 단지들이 여기저기 많이 들어선 것이다. 이에 대한 호불호를 넘어서 이런 개발과정에서 분명 전주는 어느 정도 공공재 개발을 위한 자원을 획득할 수 있었어야 한다. 그 자원이 전주에 투자되었다면 그 투자는 다 어디로 갔는가?

 

결과적으로 지난 6년 반동안 내가 시에 생긴 것중에서 이건 참 좋네라고 피부로 느낀 것은 시립도서관 하나였다. 특히 꽃심도서관이 그랬다. 그걸 제외하면 여기저기 뭔가를 바꾸고 투자를 하는 것은 같은데 피부로 느껴지는게 없다. 길게 보고 투자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고, 일개 개인인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으나 세상이 정말 빨리 변하는 요즘 6년 반동안 기억할만한 변화가 이거 하나 밖에 없다면 문제가 아닐까? 

 

전주는 특이하다. KTX는 주로 전주 옆의 익산으로 가고, 대형마트도 입점이 안되서 이마트 트레이더스도 없고 가장 가까운 코스트코가 차로 한시간 거리인 대전에 있다. 군산에도 논산에도있는 테슬라 슈퍼차저가 전주에는 없다. 전주는 전북의 교육중심으로서 젊은 사람들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가지고 있는 도시인데도 그런 장점들이 어딘가에서 다 낭비되고 있다. 대형마트가 소상공인을 죽인다면 전주에 즐비한 스타벅스는 왜 허용하는가. 그렇게 이것 저것 다 죽이고 나면 그 에너지는 언젠가 전주 근교의 어딘가로 빠져 나갈 것이다. KTX가 익산으로 가듯이 말이다. 

 

한마디로 전주가 적어도 전북을 대표하는 중심도시라는 지명도를 전주는 살리지 못하고 있다. 모든 개발은 시에서 공공자금으로만 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아파트 단지들도 만들어 지고 있는거 아닌가? 그런데 그렇게 하면서 왜 전주는 자꾸 불편하고 진취적이지도 않은 그저 아파트만 있는 도시가 되어 가는가. 이게 전통도시인가 아니면 첨단도시인가. 이도 저도 아닌 것이 좋은 것의 조합이 아니라 오히려 나쁜 것들만의 조합이 되어가고 있는 것같다. 첨단이면서 전통을 지키는 도시가 아니라 구태의연하면서 전통도 망가진 도시가 되어가는거 아닌가. 

 

이제 반성하고 다시 새 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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