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제주에 2박3일로 배를 타고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 여행에 대해 잊어버리기 전에 간단히 이 여행을 기록해 둡니다. 제 개인의 기록이기도 하지만 혹시 참고가 되실 분이 있으면 또 좋겠습니다.
22년 5월초부터 진도에서 제주로 쾌속선 산타모니카가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할인하면 두 성인의 왕복표가 도합 15만원정도밖에 되지 않는데다가 제주까지 가는데 2시간이면 가기때문에 이것은 아마도 제주로 가는 가장 싸고 빠른 교통편일 것입니다. 지금은 할인기간이지만 그것이 끝나도 5만원정도면 갈 수 있습니다. 비행기표는 기름값때문에 이것보다 몇배는 비쌉니다. 산타모니카호는 실은 한시간 반이면 가는데 중간의 추자도에 들려서 가는 시간이 이정도 입니다. 배 시간도 아침배는 진주항을 8시에 출발하여 10시에 도착하고 저녁배는 제주항을 5시반에 출발해서 7시반에 돌아옵니다. 여행하기에 좋은 시간대인 셈입니다. 게다가 원하면 차를 가지고 갈 수도 있는데 만약 일주일 이상의 장기 여행을 생각하며 차량으로 여행을 하고 싶으시다면 이것은 좋은 선택입니다. 요즘은 렌트카도 비싸니까요.
물론 여기에는 단점도 있습니다. 출발이 육지에서 가장 외진 곳이라고 할 수 있는 진도항이라는 겁니다. 서울이나 부산에서라면 진도까지 참으로 멉니다. 제가 사는 전주에서는 그나마 훨씬 거리가 짧은 232km정도라서 이 길은 그다지 어려운 길이 아니었습니다. 이번 여행의 기본 아이디어는 차없이 대중교통으로 하며 배로 가는 제주여행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말씀드리면 이런 여행도 아주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부부는 아주 풍족하게 제주를 보았다고 생각하는데 첫째로는 차를 가지고 다녔던 이제까지의 여행과 다른 것이 좋았고 둘째로는 여행경비가 많이 절약되어 좋았습니다.
이것은 모든 것을 포함해서 70만원정도를 지출한 2박 3일의 제주여행이었습니다. 일단 저희는 전기차인 모델y를 타고 진도로 갔습니다. 진도로 가기 전에는 전주에서 약 100km쯤 떨어진 광주의 슈퍼차저에 들려서 95%까지 충전을 다시 했고 그 차를 진도항으로 가지고 가서 아침에 8시 배를 탔습니다. 그리고 이 차를 진도항에 2박 3일간 주차시켜두었는데 주차비는 따로 들지 않았습니다. 올 때는 진도항에서 바로 전주까지 충전없이 바로 돌아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톨비와 충전비를 생각하면 왕복 4만원정도를 지출했습니다. 전기충전비는 휘발류보다 훨씬 싼데다가 전기차는 톨비가 50% 할인이기 때문입니다. 야간의 장거리 운전도 어려울 수 있었지만 오토파일럿기능때문에 많은 도움을 받아서 무리가 가지 않았습니다.
2시간의 배타기는 그다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산타모니카호 안에는 파리바게트가 있어서 커피와 빵또는 샌드위치를 사먹을 수도 있습니다. 충전시설도 되어 있어서 핸드폰충전도 가능했으며 당연히 화장실도 쾌적했습니다. 다만 안전상 운행중에는 데크에 나갈 수는 없게 되어 있습니다.
이번 여행은 본래 버스로만 다니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제주의 버스요금은 1150원밖에 하지 않습니다. 환승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애월 한담해변에서 서귀포까지 가는데에 1시간 반정도를 가는 버스길인데 이것도 1150원밖에 하지 않는 겁니다. 저희 부부는 애월에서 서귀포까지 그리고 서귀포에서 제주시까지 총 두번 버스를 탔을 뿐으로 따라서 버스요금은 총 4천6백원밖에 들지 않았고 이게 제주에서 지불한 교통비의 전부입니다. 저는 버스를 아주 오랜만에 탔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발달된 길찾기 프로그램덕분에 타는 곳을 찾기도 쉽고 내리는 곳을 찾기도 쉽더군요. 물론 덜컹거리며 속력을 내는 버스는 그리 쾌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자주 타는 것을 권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주로 해변을 따라 달리는 버스를 타는 것도 분명 제주를 구경하는 한가지 방법이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제주항에 도착하자마자 바닷속고등어쌈밥이라는 식당으로 이동해서 이른 점심을 먹었습니다. 굉장히 맛있는 고등어찜이었습니다. 사실 첫날에는 약간 반칙이 있었습니다. 계획단계에서는 몰랐지만 제주에 살던 아내의 지인이 도움을 주었기에 제주항에서 고등어쌈밥집까지 그리고 거기에서 다시 한담해변앞의 토비스콘도까지 가는 것은 그 지인의 차로 이동한 것입니다.
지금은 숙박대전이라는 숙박료 할인이 있는 시기였기 때문에 우리는 토비스 콘도와 더본호텔에서 각각 1박씩을 하면서 5만원정도 할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두 숙소는 그 질에 있어서 크게 차이가 나는 곳이었지만 어느 쪽이든 다 즐겁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값이 싼 토비스 콘도는 가성비로 생각해서 지냈고 애월의 해변과 거리를 실컷 산책하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반면에 4성호텔인 더본호텔은 호캉스를 하는 듯한 체험을 주었습니다. 일단 맛집이 워낙 호텔주변에 많고 백종원이 운영하는집답게 더본호텔의 조식도 아주 좋았습니다. 게다가 할인권을 아주 풍족하게 주셔서 그걸 다 쓰지도 못할정도였습니다. 예를 들어 백스베이커리는 커피와 웰컴빵을 주었고 탐라는 파스타에서는 나초와 생맥주 두잔을 주었습니다. 여건상 가보지 못했던 다른 식당들도 다 가보고 싶게 만드는 좋은 곳이었습니다. 제주돼지고기를 먹고 싶어서 들린 다다익고는 전반적으로는 좋았지만 고기는 할인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할인권혜택을 그리 많이 본 곳은 아니었습니다.
다시 첫날의 일정으로 돌아오면 우리는 점심을 먹고 토비스 콘도에서 한담해변을 따라 곽지 해수욕장까지 걸었습니다. 요즘의 제주 해변을 다 가보지 못해서 비교는 되지 않지만 애월의 해변길은 매우 훌룡했습니다. 경치야 당연한 것이고 산책길이 아주 쾌적하게 포장되어 있더군요. 우리는 곽지해변 근처에 있는 멜팟이라는 커피숍에서 아이스커피와 블루베리샤베트를 마셨습니다. 그리고는 돌아와서 지인을 보내고 콘도앞에서 산 한라봉 몇개를 들고 콘도에 체크인을 했습니다.
잠깐 휴식을 취한 후 우리는 다시 애월탐험을 하기로 했습니다. 본래 애월의 뚜버기 여행은 바닷가보다는 현지인들이 사는 시내쪽을 걷는 것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이번에는 애월초등학교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현지인들이 갈 것같은 삼겹살집이 나오자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배가 고프지 않은 관계로 지나갔습니다. 지인의 말에 따르면 현지인들은 굳이 흑돼지 같은 걸 먹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돼지의 맛은 확실히 각별한 데가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애월초등학교에 도달하기 전에 애월튀김간이라는 곳에 도착해서 모듬튀김과 맥주를 시켰습니다. 배는 고프지 않았는데 그렇게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곳이었는데 고로케와 튀김 모두 맛이 좋았습니다. 물론 여기서 먹은 4천원짜리 고로케보다 더본호텔앞의 연돈에서 파는 3천원짜리 고로케가 훨씬 크고 맛있기는 했습니다.
참고로 말하면 유명한 돈까스집인 연돈은 스마트폰 앱인 테이블링으로 전날8시에 다음날 예약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두번 시도해 본 결과 예약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예약이 끝나는데 1초도 안걸리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연돈은 따로 부스를 열어서 하나에 3천원이라는 훌룡한 가격으로 고로케를 팝니다. 이 고로케 몇개 사서 맥주와 함께 마시면 연돈에서 돈카츠를 먹지 못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습니다.
애월초등학교근처에서 바다쪽으로 방향을 틀은 우리는 스시애월을 지나 애월환해장성쪽으로 걸었습니다. 이쪽은 아마도 문화재 보호탓인지 약간 덜 개발된 곳이지만 덕분에 조금은 한적합니다. 그래도 걷는 길은 있어서 계속 바다를 따라 걸으면 사진찍기 좋은 카페 레이지 펌프가 나옵니다. 그리고도 더 조금만 걸으면 이제 다시 한담해변의 커피거리가 되는 것이죠. 이곳에는 맨도롱또돗이나 몽상드애월 그리고 하이앤드 제주같은 곳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저녁이 다되어 걸었던 길이었기 때문에 카페마다 특히 하이앤드제주에 불이 예쁘게 켜져있었습니다.
차가 없으니 결국 숙소 주변을 산책하고 맛있는 것을 먹는 여행이 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저녘에 뭘 먹을까를 고민했는데 배가 고프지는 않았으며 점심때도 고등어찜을 먹었기에 많이 주저가 되었지만 결국 모슬포항 부두식당에서 고등어회를 먹었습니다. 저는 고등어회는 이번에 처음 먹어봤는데 참 맛있더군요. 껴주는 생선튀김도 묵은지도 매운탕도 모두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덕분에 소주도 몇병했거니와 낮에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이 걸었고 아침배를 타느라 전날 잠을 설쳐던 저는 콘도로 돌아가 금방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새벽 3시에 잠이 깼죠. 잠이 깬김에 가져온 책을 들고 로비로 나갔습니다.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 가서 아이스커피를 사왔고 책을 읽으면서 새벽까지 로비에 있었습니다.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는데 가져간 책이 재미있었을 뿐만 아니라 제주의 밤은 신비로웠고 게다가 손흥민이 새벽에 축구를 해서 1골을 넣고 아스널을 이겼기때문입니다. 커피를 한모금하고, 책을 몇장 읽다가 트위터를 켜서 시합의 진행상황을 문자로 확인하는 시간은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아침이 되어 약간 피곤해지자 저는 다시 방으로 가서 한시간정도 눈을 부쳤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콘도에서 주는 밥을 먹은 우리는 체크아웃을 했습니다. 싸고 충분히 넓은 방을 제공하는 콘도였지만 사실 밥맛은 형편없었습니다. 위치가 좋고 싸다는 것만이 장점인 숙소였습니다. 우리는 앞에 말한대로 앱을 켜서 두번째 날의 목적지인 서귀포의 더본호텔로 가는 버스길을 검색했습니다. 갈아타면 조금 더 빨리 갈 수 있지만 그냥 편하게 한번에 가는 버스를 타기로 했습니다. 오랜만에 타는 버스는 마치 날뛰는 말처럼 거칠게 도로를 달렸지만 오랜만에 타기에 싸기도 하고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기는 해도 그걸 1시간 반을 타자 좀 멍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그래서 더본호텔에 도착한 우리는 즉각 오늘은 호캉스를 하는 날로 정했습니다. 맛집도 멋진 로비와 방을 가진 호텔도 여기에 있으니 그냥 충분히 그걸 즐기자는 거였죠. 아직 체크인할 시간은 되지 않았지만 안내데스크에 가서 부탁하니 할인권들은 미리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걸로 백스베이커리에서 아이스커피를 받아서 호텔로비에 앉아 우리 부부는 한동안 쉬었습니다. 싸구려 호텔과 버스 다음에 도착한 더본호텔 로비는 아주 훌륭한 카페더군요.
호텔더본 근처에는 가볼만한 식당이 아주 많습니다. 그 유명한 연돈이 있고 돼지고기집인 숙성도와 다다익고가 있으며 우수미회센터, 탐라는 파스타, 국수바다가 있습니다. 더본호텔의 1층에도 맛있어 보이는 곳이 많은데 백스베이커리의 빵도 아주 좋아보였습니다. 저는 배가 불러서 공짜커피와 공짜 웰컴빵밖에 먹어보지 못했지만 괜찮은 맛이었습니다. 덕분에 20% 빵값 할인 쿠폰을 쓰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받은 할인 티켓은 우수미회센터의 회 40% 할인티켓도 있었고 본가 프리미엄의 20% 할인티켓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다 아주 훌룡한 할인티켓인데 쓰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더본호텔의 1층에 있는 곳은 조식부페를 하는 타모라도 있고, 중식당 도두반점도 있습니다. 도두반점도 훌룡해 보였는데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하지만 제가 먹을 수 있는 양이 워낙 미미하더군요.
결국 우리가 보낸 오후는 이랬습니다. 다다익고에 가서 제주도 돼지고기를 먹고 더본호텔의 뒷쪽길을 걸었습니다. 이곳도 관광지가 아니라서 인지 오히려 좋더군요. 돌아오는 길에는 연돈에 들려 고로케를 샀습니다. 이제는 전국적 유명인이 된 연돈의 사장님이 고로케를 직접 팔고 계셨는데 그다지 행복한 얼굴이 아니라서 우리는 나중에 이것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어렵게 성공하셨으니 부자도 되시고 행복도 하면 좋을텐데요.
이후에 3시가 되자 우리는 체크인을 하고 방에서 쉬다가 물을 받아서 목욕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6시쯤에 더본호텔을 다시 나와서 중문관광단지쪽으로 걸었습니다. 이 길은 부분적으로 다음날 체크아웃을 하고 다시 걸었는데 이때 걸었던 것이 저는 훨씬 좋았습니다. 두번째 날은 비도 약간 뿌리고 안개가 많은 날이었는데 그런 날씨에 해가 질 무렵에 숲의 옆길을 걸으니 참으로 근사한 제주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냄새도 좋았고 반짝이는 잎들도 신비해 보였습니다. 우리는 더 플래닛을 지나고 여미지 식물원옆길을 지나 테디베어 뮤지엄을 약간 넘은 곳까지 천천히 사진도 찍어가면서 걸어 갔습니다. 그곳은 제주롯데호텔근처인데 제가 보기엔 더본호텔 근처의 식당들에 사람이 훨씬 많아 보였습니다.
밤산책을 마치고 도저히 배가불러서 제대로 식사를 할 수 없겠다고 판단한 우리는 그냥 공짜 생맥주 2잔과 나초를 준다는 탐라는 파스타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이곳도 우리 집앞에 있으면 참 좋았겠다 싶은 가게더군요. 맥주도 싸고 맛있으며 음식들이 다 좋았습니다. 안주하기 적당한 크기의 작은 피자지만 피자가 8천원인가 했고 문어샐러드도 만원이었는데 다 맛있어서 가성비 호프집이라 할만합니다. 공짜술이 맛있어서 우리는 다시 배가 부르다는 사실을 잊고 먹고 마시고 추가 주문을 했습니다. 그리고도 호텔방에는 연돈에서 파는 고로케가 남아있었으니 이정도면 행복한 저녁이었죠.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날의 아침이 되었습니다. 전날 밤의 독서시간이 좋았던 저는 다시 일찍 새벽에 일어나서 욕조에 타올을 깔고 책을 읽었습니다. 침대쪽에서는 아내가 자고 있었고 오늘은 로비로 나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침무렵에는 다시 멋진 욕조에 물을 받아서 목욕도 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칭찬하던 더본호텔의 조식부페에 갔습니다. 호텔숙박자는 1인당 만원에 갈 수 있는 이 조식부페는 굉장히 훌룡했습니다. 소고기류는 보지 못했지만 제주 돼지고기로 만든 요리가 다양하게 있었는데 다 훌룡했습니다. 수제햄이나 수제소시지만 해도 훌룡했죠. 거기에 연어에 쌀국수, 마파두부에 디저트 빵같은 것들이 있었는데 백종원의 입김이 서렸는지 다 괜찮다고 여겨졌습니다. 이게 만원이면 당연히 아무 불평을 할 수가 없죠. 거기있는 것들 하나하나가 다 만원짜리로 보였습니다.
우리는 가방을 호텔에 맡기고 다시 어제갔던 길을 따라 제주 롯데호텔로 갔습니다. 거기서 풍차라운지를 지나고 카페 바라바라를 지나면 중문색달해변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이 날은 날씨가 아주 좋았습니다. 그래서 어제밤에 느꼈던 그 신비한 분위기는 없었지만 풍차라운지 근처에서 내려다본 색달해변은 물론 아름다웠고 나중에 해변에 가서 물속에 발을 잠깐 담궜던 것도 좋았습니다. 아직 휴가철이 아니라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꽤 사람이 있더군요. 외국인들도 꽤 보였습니다.
색달해변에서 시간을 쓴 우리는 다시 더본호텔까지 돌아와서 맡겨둔 가방을 찾고 버스를 탔습니다. 드디어 최종목적지인 제주시의 동문재래시장으로 가게 된 겁니다. 지난번 여행에서는 제주시의 재래시장방문이 아주 좋았기에 우리는 또 재래시장을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부모님 생일선물로 생선도 사서 택배로 부치기로 했고 말이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번의 재래시장방문은 전에만큼은 좋지 못했습니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말입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시간 때문인 것같습니다. 시장은 오후가 아니라 저녁에 가는 것이 더 흥겨운 것같습니다. 또한 사람도 전에 갔을 때 보다 적더군요. 그래도 사기로한 생선도 사고 구경도 하고 시장근처에 있는 제주관덕정분식이라는 곳에서 점심도 먹고 커피도 마셨습니다. 관덕정분식은 분식집이지만 세련된 집입니다. 서비스도 친절하고 가게가 예쁩니다. 분식집이라서인지 커피도 쌉니다. 동문재래시장에 또 간다면 다시 방문하고 싶은 집이었습니다.
쓰다보니 이것저것 많이 썼습니다. 이게 제주 여행의 거의 전부입니다. 동문시장에서 제주항은 2킬로미터가 채 안돼서 쉽게 걸어갈 수 있습니다. 제주항에서 다시 산타모니카호를 타고 진도항으로 돌아온 우리는 그간 우리를 잘 기다려준 우리 자동차를 기쁘게 탔습니다. 진도항근처에는 슈퍼차저가 없습니다. 가장 가까운 곳이 광주와 순천인데 둘다 150km정도는 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광주에서 95%를 충전하고 진도로 왔기 때문에 다시 진도에서 전주까지는 충전없이 바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저는 디씨콤보충전아답터가 없습니다. 그래서 완속충전기로 충전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보기도 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실패했습니다. 충전이 애초에 필요없기는 했지만 충전이 필요했다면 곤란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자동차를 가지면 좋은게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에 얽매이게 되죠. 그래서 할 수 있는 것, 볼 수 있는 것을 하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주여행치고는 무계획적으로 다녀온 편이지만 모든 일이 다 순조롭게 풀렸습니다. 제주는 아직도 좋은 곳입니다. 또 가고 싶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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