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5
인공지능이 화제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가능하지만 한가지 중요한 주장이 점점 더 흔해지고 있는 듯하다. 그것은 단순 육체노동자들은 인공지능의 영향을 덜 받지만 오히려 사무직 노동자, 정보 집중형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인공지능에 의해서 더 많이 대체될 수 있으며 그래서 기업의 많은 사무직 일자리가 인공지능에 의해서 대체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주장이 옳고 그른 것을 떠나 이 주장이 옳다고 한다면 우리는 뭘 해야 할까? 이걸 보면 단순 육체 노동에 종사하고 후진국에 사는 사람들은 인공지능 걱정을 별로 할 것이 없는 것같다. 그리고 선진국일 수록 그리고 화이트 컬러 노동자일 수록 미래를 걱정해야 할 것같으며 기업가들은 좋아해야 할 것같다. 월급을 주지 않고도 일을 시킬 수 있는 인공지능 로봇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마도 아이들에게 손기술로 물건을 만드는 직업을 찾아보라고 해야 할 것같다.
그런데 이것은 현실을 180도 거꾸로 이해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터넷과 컴퓨터의 발달에 대해서도 우리는 비슷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인터넷의 발달로 누가 더 영향을 받았을까? 그게 후진국에서 곡괭이로 농사짓던 사람들이었을까 아니면 선진국의 도시에서 사무직을 하던 사람들이었을까? 당연히 후자다. 그럼 지금 인터넷의 등장이후 선진국들은 곤란해 졌고 인터넷같은 걸 모르던 후진국이나 시골에서 농사짓던 사람들, 단순 노동하던 사람들은 경쟁력이 생겨서 더 잘살고있나?
세상 변화의 핵심은 세상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정보처리가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발달은 상당 부분 이런 현실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즉 정보가 폭발적으로 느는 시대에 그 정보를 처리할 기술이 필요하고, 정보가 그렇게 많으니까 인공지능도 발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시대에 정보의 흐름과 무관한 분야에 있는 사람들은 전보다 더욱 빨리 뒤쳐지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의 발달은 인터넷의 등장과 마찬가지로 세상의 복잡함을 더욱 더 끌어올리게 되고 단순 노동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사무직의 생산성이 더 빨리 그리고 더 크게 증가한다는 뜻이다.
노동자를 인공지능이 대체하니까 노동자의 적이 인공지능이고 인공지능은 기업가의 친구같은가? 물론 경우마다 상황은 좀 다를 것이고 과도기라는 것도 있을 것이지만 상황은 완전히 그 반대에 가깝다. 기업의 최고 경영자는 도대체 뭘 하는 사람일까? 그 사람은 그 기업의 어떤 화이트 컬러 노동자보다도 더 많이 정보를 다루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어떤 정보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은 높은 자리에서 편안하게 일을 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은 바쁘게 몸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의 시대가 본격화된다는 것은 창업이 점점 더 쉬워지는 걸 의미한다. 노동자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이상으로 경쟁회사가 더 많이 생기는 시대다. 이것역시 시간을 거꾸로 돌리면 알 수 있다. 백년 이백년전에는 똑똑하거나 열심히 일해서 부자가 되고 권력을 가지는게 아니었다. 귀족집안에서 태어났는가, 군사력을 가졌는가 같은 것이 부와 명예를 결정했다. 세상이 정보화되면 될 수록, 시장이 효율적이 되면 될 수록 세상에는 자수성가형 부자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인공지능에 대한 기사들을 보면서 혹시라도 인공지능에 의해서 대체되지 않는 직장이 뭔지, 나도 그런 기술이나 배워야 겠다거나 아이들에게 그런 걸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생각을 다시 해야 한다. 그건 마치 농사의 시대가 가고 상업과 공장의 시대가 왔는데 될 수있으면 상업이나 공장따위는 멀리하고 농사로만 먹고 살 수 있는 미래를 준비하라고 하는 것과 같다. 농사만 지어서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이야 말로 미래에도 계속 문제없이 살거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냥 제자리에 서있으면 가장 빨리 생산성이 증가하는 분야가 앞으로 뛰쳐나간다. 그렇게 되면 나는 뒤로 간 적이 없는데 세상에서 뒤쳐지게 된다.
지금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은 창업하는 방법이다. 치킨집하고 커피숍하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의 새로운 기회안에서 창업을 할 기회를 찾거나 투자를 할 기회를 찾아낼 방법을 고민하고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열심히 공부해서 대기업에 입사하면 미래가 열린다는 생각을 유지하면 앞으로는 대개 희망이 없을 것이다. 일단 지금도 그렇지만 그게 공짜가 아니다. 초중고 대학까지 합하면 16년의 교육인데 학교만 다니면 안되고 사교육비를 많이 들여야 한다. 그런데 그걸로는 대개 어림도 없고 앞으로는 이게 점점 더 부족해서 더 많은 투자와 노동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어렵게 고시패스하듯 대기업에 들어가도 그런 식으로는 바로 인공지능에게 대체되는 것이다.
왜냐면 지금의 학교교육이란 것은 본래 정해진 지식의 체계를 무작위로 집어넣는 시스템이고 시험을 통과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이건 조선시대의 과거시험과 비슷해져가고 있다. 유학시험이 도대체 뭐에 도움이 되냐고 말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16년 20년 동안 공부하고 시험보았던 것이 정말로 얼마나 현실에 도움이 되는지를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그냥 양만 많이 했을 뿐, 시험을 위한 시험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런 공부를 바쁘게 하는 가운데 적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히려 자기 생각이 없어진다. 12년, 16년을 그저 교과서에 있는 걸 외워서 바르게 답하면 상을 받는 시스템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이 창업을 할 수 있을까? 지금의 시스템은 얼마지나지 않아 조선시대의 과거시험보는 공부보다 더 어리석은 것처럼 보이게 될 것이다. 왜냐면 과거시험은 사교육비를 지금처럼 엄청나게 들이지 않고 공부도 이렇게 오래하지 않기 때문이다. 심하면 30이 가까워 질때까지 시험공부만 하는 사람은 자기 생각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완벽한 바보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의사나 법조인은 지금 가장 인기있는 엘리트들이지만 그들은 동시에 가장 바보에 가깝다. 아마 얼마지나지 않아 인공지능에게 가장 초토화되는 직종중의 하나 일 것이다. 인공지능이 의학지식이나 법률지식을 외우기 시작해서 인간을 능가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리고 그 분야들은 정보가 누적되고 빨리 바뀌지 않는 대표적인 분야들이다. 인간의 몸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법률도 대부분 천천히 바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판례를 모두 데이터로 만들어 인공지능이 학습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대부분의 법조인보다 인공지능 법조인이 재판을 더 잘 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미래에 의사나 법조인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그 분야에 남아 인간적인 판단들을 해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결합한 시스템에서 필요한 사람의 수는 훨씬 적을 것이다.
세상에는 인공지능이 화제가 될 때마다 많은 기사들이 쏟아진다. 그 기사들이 꼭 틀린 말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그 기사들은 시야가 좁은 팩트만을 쏟아낸다. 인공지능이 위험하다. 인공지능은 육체노동은 대체하기 어렵지만 사무노동을 쉽게 대체한다. 이런 말들은 다 옳다. 하지만 이런 말들을 해석할 좀 더 시야가 넓은 문맥이 빠지면 결론이 거꾸로 가기 쉬운데 아쉽게도 세상에는 그런 논평은 매우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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