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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인공지능에 대한 글

인공지능과 관점의 중요성

by 격암(강국진) 2023. 6. 26.

23.6.26

%이 글은 제가 쓰고 있는 인공지능에 대한 책의 서문으로 쓸까하고 써 본 글입니다. 책이 실제로 출간될지는 알 수 없으나 그렇게 된다면 이 글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인공지능에 관한 생각을 소개한다. 그런데 무엇을 논의하든 우리는 그것의 과거와 현재에 기초해서 한가지 질문을 던지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그것은 바로 그것이 무엇인가라는 정의나 본질에 대한 질문이다. 예를 들어 이 책은 인공지능에 대한 책이므로 우리는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질문이 피할 수 없는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가장 중요하고 가장 핵심적인 질문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출발점에 불과하다. 특히 인공지능처럼 그 역사가 길지않고 빠르게 변하는 기술에 대해서는 더 그렇다. 

 

예를 들어 인터넷 기술의 역사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인터넷 기술의 시작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고 1980년대에 월드와이드웹 기술이 개발되었으며 오늘날에는 안쓰이는 곳이 없다시피 할 정도로 널리 쓰이고 있다. 인터넷 없이는 검색회사인 구글도 없었을 것이며 넷플릭스같은 OTT회사나 아마존같은 온라인 상거래 회사도 없었을 것이고 페이스북이나 유튜브같은 서비스도 없었을 것이다. 내가 거론한 서비스나 회사들은 현재 세계의 경제에서 정상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것은 인터넷기술이 세상을 얼마나 혁신적으로 바꿨는가를 보여준다. 

 

그런데 인터넷 기술이 발달하기 시작한 초기에, 예를 들어 1980년대의 중반쯤에 우리가 산다고 해보자. 이 시기에 인터넷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때까지 나온 응용사례나 기술적 세부사항에 집중하는 것이 제일 중요할끼? 인터넷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은 그저 기술적이고 과학적인 것이라서 이미 어딘가에는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을까? 그랬다면 그 사람은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것을 열심히 공부했을 것이며 더 나쁜 것은 인터넷이 뭔가에 대한 당대의 관점에 더 깊게 빠져들었을 것이다. 인터넷이 앞으로 다른 것들과 어떻게 연결될까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인터넷의 예가 잘 보여주듯이 어떤 기술의 미래는 단순히 공학적이고 과학적인 것에 관련된 것이 아니고 인문학적이고 생활문화적인 면에도 크게 관련되어져 있다. 인공지능이나 인터넷 같은 것이 기술적인 것이기 때문에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 인터넷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이 이미 존재하고 그것이 앞으로 변하지 않을거라는 것은 착각이다.

 

인터넷이 무엇인지를 1980년대에 철학자에게 묻는 것은 나름의 위험도가 있을 수 있다. 그들중의 다수는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에 관심이 없어서 그게 뭔지를 전혀 모를 수 있다. 하지만 그 질문을 가장 잘 답할 사람이 컴퓨터 공학과나 전자공학과 교수일거라는 생각도 틀린 것이다. 과학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사람은 그 기술이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떻게 세계와 연결될지에 대해 무지한 경우가 많다. 사실 기술의 미래는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 인터넷이 무엇인지는 객관적으로 답해지는 것 이상으로 우리 인간들에 의해서 선택되어진 것이다. 

 

이것은 인터넷이 처음 발명된 곳이 미국이지만 그것을 초기에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은 한국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에서도 들어난다. 서양인들이 천년내에 가장 훌룡한 발면으로 꼽는다는 금속활자인쇄술은 한국인들의 조상이 훨씬 먼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종교혁명, 과학혁명을 만들어 내지는 않았다는 것은 단순히 하나의 기술이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또다른 예다. 

 

인터넷이나 인공지능같이 빨리 발전하는 기술에 있어서 아직 그 기술이 성숙한 단계에 들어가지 못했을 때 현재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건 미래다. 우리는 이제까지 그것이 무엇이었는가가 아니라 그것이 앞으로 뭐가 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딥러닝 기술과 거대 언어 모델이 주목받기 시작한 이래 인공지능에 대한 뉴스들은 매일 같이 쏟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미 도서관과 서점은 인공지능의 응용과 역사에 대한 다수의 책들을 가지고 있다. 사실 책을 보지 않아도 인터넷 검색을 하면 우리는 인공지능기술의 최신동향에 대한 뉴스들을 많이 들을 수 있다. 당연히 그 뉴스들이 더 최신 정보를 가진다. 

 

문제는 우리가 이런 정보들을 보는 관점, 그런 뉴스들 아래에 깔려 있는 인공지능을 보는 관점이다. 이런 소식들을 자신의 관점없이 들을 때 우리는 흔히 두가지 상황에 빠진다. 하나는 인간을 지배하는 로봇이 등장했다는 소식에 놀라는 식으로 그 뉴스들을 과대 평가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반대로 처음에는 이런 저런 신기한 사례들에 흥미를 느꼈지만 점차로 놀라운 소식들에 익숙해지고 그것들이 따분해 지는 것이다. 그래서 인공지능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는 인공지능 기술은 과대평가받는 동시에 과소평가 받고 있다고 믿는다. 이것은 물론 관점의 차이때문이다. 내가 보기엔 사람들은 진정으로 놀라울 수 있는 부분을 보는게 아니라 엉뚱한 곳을 보고 있고 진짜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별로 고민하지 않는 것같다. 따라서 인공지능 기술의 가능성에 대해서 즉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이과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 다른 전망을 가지는 것이다. 

 

우리는 인공지능의 본질에 빠져들지 말고 우리에게 우리의 목적에 대해서 물어야 한다. 인공지능이 우리를 위해 뭘 해줄 수 있으며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무언가는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고 그것은 상당부분 어떤 문제를 우리가 풀려고 하는가에 달려 있다. 우리가 아무 문제가 없어서 지금 이대로 살아도 좋고 인공지능 기술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인공지능은 인간에 대한 불필요한 위협으로 보일 것이다. 인공지능을 돈을 버는 수단으로 여긴다면 인공지능은 그렇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이라는 것이 어떤 새로운 사회와 미래를 가능하게 만들고 우리가 그런 미래로 가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인공지능은 그런 미래로 가는 수단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다른 무엇보다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것이다. 인공지능이 무엇인지는 결정되어 있고 미래는 자동적으로 우리에게 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관점이 그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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