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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인공지능에 대한 글

인공지능과 경제난

by 격암(강국진) 2023. 6. 25.

23.6.25

요즘 역사상 유례가 없다고 할 정도로 수출이 안된다던가, 부동산 가격하락으로 은행도 위험하다던가 하는 경제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이는 IMF때 보다도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기업도 가계도 모두 상태가 좋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뭘 해야 할까? 이에 대해서 각종 매체에서는 경제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이 금리 문제나 부동산 정책 문제, 외교따위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게 떠오른 생각은 이게 다 전부 그냥 응급처방이라는 것이었다. 당장 코앞의 문제에 반응할 뿐이며 한국이 앞으로도 더 잘 나가려면 기초체력이 달라져야 하는데 그것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었다. 

 

그래서 기초체력을 키운다는게 뭘까? 이것도 아주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어떤 분들은 연구개발을 말할지 모르고 어떤 분들은 교육개혁을 말하지도 모르며 어떤 분들은 기업에 대한 규제를 말할지도 모른다. 심각한 출산률저하의 해결을 말하거나 이민제도를 거론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들도 다 일리가 있는 이야기들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거론하고 싶은 것은 강력한 인공지능 촉진이다. 지금의 언론들에서는 인공지능에 대해서 말할 때 그 발전은 당연한 것이고 그걸 어떻게 규제해야 하는가가 중요하다는 식의 태도를 자주 볼 수 있다. 내가 생각하기엔 그런 태도는 아주 배부른 것이다. 즉 인공지능 기술을 없어도 그만인 사치정도로 생각하는 것이다. 과거를 돌아보라. 김대중 정권이후 한국의 인터넷 인프라는 세계에서 압도적 1등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없었다면 지금의 한국은 없었을 것이다. 한류도 없었을 것이다. K팝은 유튜브와 SNS에 의존하고 지금의 드라마는 종종 웹튠원작인데 웹튠은 인터넷의 결과물이라는 점만 생각해 봐도 그렇다. 한때 고속도로가 경제발전의 가장 중요한 도구로 여겨졌듯이 지금 우리가 구축해야 하는 것은 강력한 인공지능 인프라다. 한국은 작은 나라라서 혁신이 없으면 잘 살수가 없다. 동남아시아나 중국에게 대체되어 버릴 것이다. 아니 지금 그게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오직 인공지능 기술의 큰 발전이 있을 때만이 한국은 번영을 이어나갈 수 있을거라고 나는 믿는다. 

 

여기서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길게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고 오해도 많기 때문에 나는 약간 다른 이름들을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정보처리 인프라다. 최근 인공지능이라고 하면 워낙 무슨 로보트나 자율주행 자동차나 그림을 자동으로 그려주는 프로그램따위에 시선이 많이가 있다. 그런 관점은 인공지능이 앞으로 뭘 할 것인지에 대해서 선입견을 가지게 한다. 예를 들어 정보를 처리한 결과인 인공지능의 기능에 관심을 둘 뿐, 데이터를 발굴하고 수집하며 다시 퍼뜨리는 일은 무시하기 쉬운 것이다. 기계학습 기술만 중요한게 아니라 그런 데이터의 수집과 처리가 핵심인데 말이다. 

 

지난 코로나 시기가 잘 보여준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하나의 사회가 합리적으로 행동하기 위해서는 빠른 정보수집과 분석 그리고 그것의 빠른 공유가 아주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백신을 어디서 맞을 수 있는지, 어디에 병동이 있는지, 환자가 얼마나 발생하고 있는지, 누가 어떤 물품이 필요한가에 대해서 빠르게 정보가 처리될 때 사람들은 협동해서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누군가가 누굴 돕고 싶어도 도울 수가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하지만 수많은 데이터를 중앙에서 수집할 수 있다고 해도 그걸 빠르게 처리해서 판단하지 못하면 데이터는 소용이 없다. 여기서 인공지능 기술의 중요성이 등장한다. 

 

인공지능이란 본래 다량의 데이터를 자동으로 분석하고 처리하며 그 안에 있는 규칙을 찾아내는 프로그램이며 최근 거대언어모델이 보여주듯이 이전에 없는 유연성을 가지고 서비스와 서비스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줄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기술이다. 자동화기술의 고전적이고 좋은 예는 전화교환기이다. 전화가 나왔던 초기에는 인간교환수가 사람과 사람을 이어줬어야 했다. 그런데 자동교환기가 나오자 전화가 훨씬 빠르고 편하게 이어지게 된 것이다. 지금의 세상에서도 수없이 많은 일들을 인간을 부속품으로 하면서 인간을 통해 처리하고 있다. 요리를 하고, 차를 운전하며, 창고를 관리하고, 농사를 지으며, 시장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등 많은 일들을 인간이 한다. 그런데 인간은 본래 시스템의 부속품이 되어서도 안되고 시스템의 부속품이 되기에 적합하지 않은 약점도 많다. 그래서 그것이 사회적 생산성을 낮추는 이유가 된다. 인공지능 기술이란 사람이 하는 일들 중에서 자주 반복되어 규칙을 찾기 쉬운 일들을 기계가 대신해 주는 것을 말한다. 원리적으로는 모든 일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먼 미래고 아직은 운전도 제대로 못한다. 

 

인공지능의 진정한 잠재력은 연결에 있다. 그리고 챗GPT같은 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이 잠재력이 발화하기 시작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이런 저런 일 하나를 하는 것을 신기해 하고 있지만 진정한 생성형 모델의 힘은 그것이 여러가지 것들을 연결해 줄 수 있다는 것에 있는 것이다. 

 

챗GPT같은 언어모델은 도구를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그 자체는 체스를 잘 두지 못하지만 체스 프로그램과 연결해서 그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체스를 둘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집도 지을 수 있다. 왜냐면 그것은 인간에게 전화를 걸고 집을 지어달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통의 능력이 있는 인간에게 이런 챗GPT의 능력은 초보적이고 시시해 보일 것이다. 그걸 누가 못하냐고 할 것이다. 하지만 본래 인간에게 쉬운 것이 컴퓨터에게는 어렵다. 천자리 수의 제곱을 계산하는 것이 인간에게는 어렵지만 컴퓨터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연결하고 소통하는 다시 말해서 도구를 쓴다는 인간 지능의 중요한 부분이 인공지능에 의해서 실현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는 도구를 쓰고 상식을 가진다는 것없이는 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집안에 있는데 베란다로 나가야 한다. 그런데 중간에 문이 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문을 열고 나가야 한다. 인간이라면 이런 상식을 안다. 문이 잠겨있으면 열쇠로 열어야 할 것이다. 이것도 상식이고 도구의 사용이다. 인간에게 체스 프로그램이 있으면 그걸 써서 체스를 잘 둘 수 있다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에 그걸 쓰는게 아주 당연해 보이지만 인공지능에게 체스를 두자고 했을 때 '스스로' 적당한 도구를 고르고 그걸 해내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미리 프로그램 되어 있지 않은데 체스 프로그램을 보고 쓰는 법을 스스로 익혀서 그걸 쓸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이런게 가능해 지는 미래의 끝에서 인공지능에게 시골의 농부가 내 수박좀 팔아줘라는 명령을 내리거나, 내 이력서를 줄테니 5일간 일할 일자리좀 구해줘라는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미래가 올 것이다. 하나의 프로그램이 수박을 파는데 필요한 모든 기능을 미리 갖추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고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나를 위해서 만들기에는 매우 개발하기 비싼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그런데 여러가지 도구들이 이미 존재하여 그것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이 그걸 알아서 조합할 수 있다면 농부의 수박을 파는 일을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사람이 프로그램을 짜는 일 없이 말이다. 실제로 챗GPT는 플러그인 기능으로 많은 외부프로그램들을 쓸 수 있고 오토GPT라는 프로그램이 챗GPT를 반복적으로 사용해서 복잡한 일을 해내는 계획을 스스로 세울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그 프로그램 자체가 발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프로그램의 외부를 형성하는 사회가 그게 가능하도록 재구성되는 일이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정말로 자율주행을 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가 그에 맞게 규칙을 설정하고 환경을 조성하며 사람들이 규칙을 지켜야 가능하다는 점만 생각해도 알 수 있다. 인공지능 인프라, 정보처리 인프라를 갖춘다는 것은 그 사회 전체가 스마트해지고 지능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미 자동화된 많은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은 인공지능처럼 보이지 않지만 어느 정도 자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시스템이다. 그게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사람들의 협조와 관련 인프라의 확충이다. 환승 시스템이 있다던가, 지하철 시스템을 질서있게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동으로 피자를 배달하는 로보트가 있다고 해보자. 사람들은 그런 로보트가 있으면 누군가가 피자를 훔쳐가려고 할 것이고 그렇다면 그 로보트에게 도난방지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 말은 맞다. 하지만 어떤 도난 시도에도 도난을 당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하다보면 경제성이 없어서 피자배달을 로보트가 하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는 자동 배달 시스템에는 인공지능을 가진 로보트뿐만 아니라 감시 시스템같은 사회적 인프라 그리고 사람들이 협조도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은 개혁을 하기에 적당한 사이즈의 나라이며 전세계 어느 나라 보다도 개혁적인 시민들을 가지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한국보다 훨씬 작은 나라는 규모가 작아서 뭘 실험하기 어렵다. 반대로 한국보다 훨씬 큰 나라는 개혁이 느리다. 게다가 한국 사회에는 교육수준이 높은 시민들이 있다. 그들은 어느 다른 선진국 사람들과 비교해도 더 개혁적이며 새로운 시스템에 기꺼이 적응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사실 선진국 국민들은 보수적이라 인공지능이든 스마트폰이든 잘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이런 걸 고려했을 때 한국의 미래는 다시한번 인터넷이 출범할 초기처럼 다른 나라 이상의 스마트한 나라가 되는 것에 달려 있다고 나는 믿는다. 여기에는 거대 언어 모델의 구축에 대한 지원같은 것도 있어야 하겠지만 사회적 홍보과 개혁도 필요하다. 이런 노력 없이 그냥 당면한 문제에만 반응하고 있어서는 한국은 결국 점점 더 위험해 지기만 할 것이다. 한국과 다른 나라의 차별성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인류에게 미래를 보여주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거기에 한국의 강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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