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글모음/젊고 지친 사람들에게59 욕망과 능력의 균형 23.1.21 행복하기란 참으로 쉽지 않고 여러가지 이유들이 그것을 막지만 행복이 힘든 것에는 아주 흔하고 중요한 한가지 이유가 있다. 그건 욕망과 능력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룰 때만 행복이 가능하며 그 균형이 깨지는 경우에는 어느 경우든 불행하게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이 순환에서 벗어나서 자기를 지키고 남과 비교하는 일도 없이 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럴 수가 없고 적어도 이 균형의 의미를 생각도 안해본 사람들은 그럴 수가 없다. 욕망이 큰데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 사람이 불행한 것은 이해하기 쉬워 보인다. 그런데 욕망이 작고 능력이 넘치는데 왜 불행한 걸까? 욕망이란 건 그냥 생기는 게 아니다. 그것은 대개 우리가 세상을 보는 시야의 넓이와 관계가 있고 우리가 스스로를 누구와 비교하는.. 2023. 1. 21. 보이지 않는 욕망 22.12.31 우리는 진짜로 민감하고 중요한 정보는 거론하기 싫어하고 피한다. 이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재산의 총액이나 투자상황 혹은 통장의 비밀번호를 사방에 떠들고 다니지는 않는다. 성에 대한 것도 그렇다. 당신의 섹스 판타지라던가 당신의 성경험이라던가 하는 것을 너무 자세히 이야기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껄끄러운 것이다. 돈이나 성은 자주 이야기 되지 않기에 오히려 잘 보이지도 않게 되는 욕망의 대표같은 것이다. 우리는 많은 경우 이런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꺼리는 것을 넘어서 이런 욕망이 우리를 지배한다는 것을 부정한다. 당신이 부자에게 굽신대고 가난뱅이에게 거만하게 구는 것이 모두 돈때문이라고 인정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당신이 어떤 아가씨나 총각에게 친절했던 것이 사실 그.. 2022. 12. 31. 봉건주의자와 평등주의자 22.11.14 살다보면 물건을 받거나 살 때가 있다. 혹은 물건이 아니더라도 어떤 도움을 받거나 노동을 부탁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럴 때는 자연히 그럴만한 것인지 그래서는 안되는 것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일에도 좀 깊게 생각해 볼만한 부분이 있다. 우리는 어떤 것을 주고 받아야 할까? 어떤 것이 소중한 것일까? 여기서 그 배후의 철학과 신념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가? 이 고민이 깊어지는 것은 물건의 가치란 사람마다 다르다는 사실에서 주로 기인한다. 사실 물물교환이 이뤄지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우리에게 덜 중요한 것을 주고 돈을 받거나 다른 물건을 받는다. 그런데 물건의 가치란 사람마다 다를 뿐 아니라 같은 사람에게도 다른 시기에는 다를 수 있다. 아플 때는 약이 .. 2022. 11. 14.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22.8.29 배가 고프면 밥의 소중함을 알고 추우면 옷의 소중함을 알며 잠잘 곳이 없으면 집의 소중함을 안다. 이것은 자명한 일 같지만 사실 사람은 이보다도 더 어리석을 때가 많다. 다시 말해 추워서 떨다가 옷을 걸치고 그 추위에서 벗어나도 옷의 가치를 배우지 못하는 것이다. 왜 이런가? 인간의 머리속에는 보잘 것없는 생각들이 가득 차 있어서 그렇다. 도박으로 가정파탄을 겪은 도박중독자는 다음 번 도박에서 이기면 모든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그는 그의 아픈 과거로부터 도박을 하면 아프고 소중한 것을 잃게 된다는 것을 배우지 못한 것이다. 그 도박중독자는 여전히 과거의 경험을 운이 없던 것뿐이라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도박 중독자의 일일 뿐이랴. 얼마전에 나는 인구가 점점 줄어들어.. 2022. 8. 29. 여러분의 삶이 힘들고 지루하다면 22.8.9 정도의 문제일 뿐 누구의 삶이나 힘들고 지루하다. 하지만 때로는 더 그럴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우리는 무엇부터 확인해야 할까? 이야기고 역사고 의미다. 우리는 놀랍도록 힘든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다. 단 그것은 우리가 스스로 우리의 삶이 의미가 있고 우리의 현재가 어떤 이야기의 한조각으로 명확히 파악된다고 생각할 때 그렇다. 의미나 목적이 있는 삶이란 그런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삶이 힘들 때 종종 어떤 객관적이거나 물질적인 조건때문에 우리가 힘들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건 대개 그렇지 않다. 세상에는 권태속에서 죽을 것처럼 고통스런 사람도 많은데다가 사실 우리보다 훨씬 그런 물질적 조건이 나쁜 상황에서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사랑의 이름으로 노예처럼 살면서 행복해 하는 사람을 여.. 2022. 8. 9. 피할 수 없는 삶의 조건 22.7.26 남과 대화하다보면 분위기가 어색해질 때가 있다. 그 이유가 하나는 아니겠지만 자주 등장하는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나는 그것이 선택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상대방이 그것을 선택사항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거나 그 반대인 경우다. 그러니까 내가 동쪽이나 서쪽으로 갈 수 있는 선택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에게 이렇게 묻는 것이다. '동쪽은 왜가는데?', '꼭 동쪽으로 가야해?'. 그런데 선택지가 동쪽밖에 없다고, 어쩔 수가 없어서 동쪽으로 간다고 생각하는 나는 그런 질문의 의도가 의심스럽고 그런 질문은 나를 비판하는 것으로 들리기 쉽다. 극명한 예로 누군가가 우리에게 '너는 왜 공부못하는데, 공부 못하는 사람이 되는게 좋아?' 이렇게 묻는다면 우리는 대개 화가 나고 짜증이 날 것이다. 누가 공.. 2022. 7. 26. 존재의 불안과 살고 싶은 삶 2022.3.2. 젊었을 때의 나를 돌아보면 나는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 나의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에 매달렸다. 그래서 나는 종종 스스로에게 나는 아직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말을 하고는 했다. 나는 가치 있는 사람, 존재감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했던 것이다. 이것은 좋게 평가하면 야망이며 또 한편으로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하지만 이는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결핍된 생각이며 내가 앞으로 뭔가를 이뤄내지 못하면 나는 가치가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다. 이래서는 초초감에 시달리고 항상 자기를 부정하는 생각을 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아이들은 빨리 크고 싶어하게 된다. 즉 빨리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이 되어 취직을 하거나 박사학위를 따서 뭔가를 증명하고 싶어하게 된다. 비극인 것은 많은 어른.. 2022. 3. 2. 젊은이의 생각, 부모세대의 생각 2022.2.10 우리는 언제나 자기 위주로 세상을 보거나 기껏해야 객관적으로 세상을 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자기 위주라는 말은 물론이거니와 객관적이라는 말도 언제나 의미가 큰 것은 아닙니다. 저는 언젠가 캐나다로 가족들을 보낸 기러기 아빠의 사연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의 핵심은 이랬습니다. 아버지는 자식이 좋은 곳에서 교육받기를 원해서 캐나다로 가족을 보내고 그 학비를 버느라 외롭게 죽도록 일했는데 자식의 생각은 완전히 반대였다는 겁니다. 그 자식은 아버지덕에 자기가 좋은 곳에서 공부하고 호강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버지를 원망했다고 합니다. 왜냐면 캐나다에서 공부하는 그 자식의 입장에서는 비교대상이 캐나다 학생들이니까요. 아버지 입장에서는 당시의 한국 학생들보다는 자식이 호사.. 2022. 2. 10.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있는가. 21.8.11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적어도 수십년은 세상에서 반복된 것이고 아마도 실제로는 수천년간 계속 반복된 질문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오늘은 이 질문을 시발점으로 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볼까 한다. 이 질문에 대해 우리가 즉각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이 질문의 답은 있다와 없다 중의 하나이어야 할 것같은데도 사실은 둘 다 답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단언하는 사람은 오만한 것이고 그럴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인간을 순전히 짐승으로 보는 것이다. 이 질문은 경상도 남자는 착한가라는 질문과 같은 오류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여기서 부터 생각을 시작해 보자. 인간은 유한하다. 그래서 어떤 남녀관계에도 성적인 순간이 있을 수 있다.. 2021. 8. 11. 꿈의 무모함, 꿈없음의 무모함 21.7.23 꿈은 이래저래 괴로운 단어다. 어른들은 청년에게 자꾸 꿈을 물어보면서 대답이 없으면 종종 너는 꿈도 없냐는 말을 한다. 마치 자기는 좀 더 어렸을 때 확고한 꿈을 가지고 살았던 것처럼 말이다. 내 경험에 따르면 예나 지금이나 그런 사람은 드물다. 그러니 꿈따위 아직 발견하지 못했어도 된다. 꿈이 아직 없는 청춘이 정상이다. 그런데 꿈이 괴로운 단어가 되는 이유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누군가 정작 어떤 꿈이 있다고 말하면 어른들은 그 꿈을 비웃거나 현실적이 되라고 말하면서 그런 꿈을 포기하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어떤 어른들은 꿈을 캐묻고 어떤 어른들은 꿈을 비판한다. 때로는 같은 사람이 둘 다를 하기도 한다. 비판적인 어른들에게 그럼 어떤 꿈이 현실적이냐고 물으면 흔한 대답들은.. 2021. 7. 23. 기성세대의 좁은 시야가 청년들을 힘들게 한다. 21.4.22 최근 아내와 이야기를 하다가 재미있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나는 3형제중의 막내이며 대학원에 진학하여 박사를 받고 연구직에서 일했었다. 위의 두 형님은 대기업에 입사해서 일했었고 그 중 둘째 형님은 컴퓨터 공학과를 졸업하고 프로그램 개발일을 하셨다. 그런데 어쩌다 내 큰 딸과 다른 조카들의 진로를 살피다 보니 아이들의 진로에는 부모의 그것과 놀라운 유사성이 있었다. 우리 딸은 아직 진로를 확정짓지 않았으나 슬금슬금 연구직으로 가고 싶어하는 것같다. 둘째 형님네 아이는 마찬가지로 컴퓨터 공학과에 들어가서 개발일을 하려고 한다. 앱같은 걸 개발하거나 오락을 만드는 일을 이미 하고 있다. 큰 집 아이들은 애초에 대학원 생각은 없었고 일찍 취직해서 회사원이 되었다. 자식은 부모를 따라 산다고 할.. 2021. 4. 22. 청년을 생각하다. 20.9.19 오늘은 1회 청년의 날이다. 기념식 중계를 보니 BTS의 자기 소개가 나오고 문재인 대통령이 공정을 강조하는 기념사를 하고 있었다. 청년이란 대개 20대의 젊은 남녀를 뜻하는 말이지만 나는 청년을 이렇게 생각할 때 청년이란 거의 의미가 없는 말이 된다고 생각한다. 전세계의 20대들은 다들 매우 다른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가 청년이란 말을 특별한 것으로 생각한다면 청년의 의미는 단순히 생물학적 나이가 20대인 사람 이상의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김연아나 BTS는 나이로 보면 분명 청년이며 어떤 측면에서는 또한 분명히 청년이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그들은 기성세대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김연아쯤 되면 피겨스케이트계의 지도자이고 BTS도 이제 단순히 일개 가수라고 부르기 .. 2020. 9. 19. 현실론의 조건들 2019.12.27 아이를 가진 부모로서는 피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나이든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에게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한다. 나부터가 그렇다. 하지만 현실론이란 단어는 실상 내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 중의 하나이며 세상에서 아주 남용되는 단어다. 현실론이란게 뭘까? 왜 현실론은 남용되는 단어일까? 왜냐면 현실론이란 말은 대부분의 경우 그저 나의 믿음을 타인에게 강요하기 위해 쓰이기 때문이다. 현실론이란 그 내용이 어떠한 것이든 현실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한다. 설사 현실론이란 이름아래에서 두 사람이 서로 다른 것을 말하는 경우에도 현실론을 외치는 두 사람은 모두 이 세상에는 객관적 세상이라는 것이 오직 하나 존재하며 우리는 그것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문제는 단지 우리가 정.. 2019. 12. 27. 장래 희망과 장래 욕망 2018.12.17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꿈이 뭐냐고 곧잘 묻는다. 대부분의 어른들이 특별한 악의가 없으며 그저 관심의 표현이라고 믿는 이 질문은 그러나 사실 아이들에게 부당한 압력을 가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장래 희망을 욕망이라는 단어로 바꿔서 생각해 보면 느껴진다. 다른 사람들이 누군가에게 당신의 꿈이 뭐냐고 물을 때는 대개 그렇지 않은 것같지만 질문을 받는 사람의 꿈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즉 공익적이며 윤리적으로 바람직해야 한다는 암시를 품고 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아들에게 너는 장래에 꿈이 뭐냐고 말했다고 해보자. 아들은 그 말을 듣고 저는 그저 방에서 빈둥거리며 게임이나 하면서 사는게 꿈입니다라던가 여자친구를 많이 구해서 섹스가 많이 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면 아버지가 아 그렇구나라고 대.. 2018. 12. 17. 세심한 선택의 모순 2018.2.22 심리학 실험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여러 포스터 중의 하나를 고르게 한다. 그리고 또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는 여러 포스터 중의 하나를 그냥 준다. 이렇게 하고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사람들에게 자신이 받은 포스터를 얼마나 좋아하는가를 물어 보았다. 누가 더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있을까? 언뜻 생각하면 시간을 들여서 자기가 좋아하는 포스터를 고른 사람들이 자기 포스터에 더 만족할 것같지만 실험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 오랜 시간동안 고민해서 포스터를 고른 사람들이 오히려 자기 포스터에 만족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러한 실험결과는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선택의 관습에 대해 의문을 품게 만든다. 선택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을 상상해 보자. 그는 .. 2018. 2. 22. 결혼할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2017.7.20 요즘은 결혼을 늦게 하거나 아예 해야 할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그러면 그럴 수록 기성세대 중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꼭 결혼하라고 권유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기혼자로서의 경험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그냥 나 개인으로서의 생각에서 말하자면 결혼할지 말지 고민된다면 그냥 결혼하지 않는게 옳다고 본다. 결혼에는 확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혼은 강력한 결합이고 그 결혼의 유지와 운영은 비록 그 결혼이 이혼까지 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나는 이 결혼을 했었어야 했다는 강력한 확신에 크게 의지하게 된다. 결혼에 대한 확신이 객관적 상황이상으로 결혼에 대한 만족도를 결정한다. 확신이 없다면 행복하기 어렵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즉각 물을 것이다. 사람에게 어떻게 확신이 있냐.. 2017. 7. 20.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