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8.23
요즘은 가족들이 한국에 있어서 집을 혼자 지키고 있다. 자전거를 타거나 오랜동안 걷는 일을 하고 싶어서 궁리를 하던 끝에 미즈모토 공원에 자전거를 싣고 가기로 했다. 미즈모토 공원은 내가 아주 좋아 하는 공원으로 강을 주변으로 해서 미사토 공원과 결합하여 큰 공원단지를 이루고 있다. 행정구역을 이루는 주체가 달라서 하나처럼 보이는 공원인데 강의 이쪽은 미즈모토공원 저쪽은 미사토공원이다.
공원을 걸어서 크게 한바퀴 돌았다. 미즈모토 공원을 걷고 미사토 공원을 따라서 걸어서 다시 다리를 건너 미즈모토 공원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코스라고는 했지만 일반적으로 그렇게 걸으라고 길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도를 보고 걸었을 뿐으로 중간에는 인도도 없는 도로를 따라 걸어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주차장에서 강을 따라 걷기 시작하면 근사한 갈대밭이 나오고 다리를 건너 풀밭과 숲을 지나게 된다. 그리고 나면 한동안은 주택가를 걷게 된다. 시골의 주택가 뒤골목을 따라 걷는 것도 재미있었다. 미즈모토 공원에는 여러번 가봤지만 항상 가족과 같이 갔기 때문에 그런 모험을 해볼 수가 없었다. 아이들은 그만큼 걸을 수 없고 그쪽으로 가면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채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는 어렵다.
오늘은 나 혼자고 하루 종일 걷는다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외에는 그다지 일정으로 잡은 것이 없었으므로 발길 닫는대로 걸었다. 그러다보니 남의 집 뒷마당도 걷게 되었는데 그것이 매우 즐거웠다. 나만의 경험을 한다는 것, 모험을 해서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는 즐거움이 거기에는 있다. 그 뒷마당이 무슨 절경을 이루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공원을 한바퀴 돌고 아이스크림과 물을 사먹은 다음 자전거를 꺼내서 다시 자전거로 한바퀴 돌았다. 걸어서는 1시간 반은 걸린 거리인것 같은데 자전거로 도니까 30분이 안 걸린다. 본래의 생각은 여기까지 하고 어디 경치좋고 그늘이 있는 곳을 찾아서 가져온 책을 읽기로 했는데 날씨가 너무 무더워서 에어콘이 있는 곳으로 철수 하기로 했다.
여름이라 무더워서인지 공원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그 점이 오히려 한적해서 좋았다. 낙시를 하러 온사람, 자전거를 타거나 그저 그늘에서 쉬려고 온 할아버지들 (할머니는 그러고보면 별로 없었다. 왜일까?) 가족끼리 와서 배드민턴을 치고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이 가끔 있었을 뿐이다.
공원을 걸으면서 한국 생각을 했다. 한국에는 이렇게 좋은 공원이 있다 없다를 떠나 뭔가 삶의 방식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사람들은 한적하게 여유롭게 사는 것을 비하하고 싫어한다는 느낌이다. 일하지 않을 때도 쉰다기 보다는 즐기는 것을 선호하는 느낌이다. 즉 산이나 들로 나가도 아무 것도 특이할 것이 없는 아름다운 벌판과 바다에서 그저 조용히 있다가 오질 못한다. 멋진 까페나 음식점이라도 들러야 하고 특이한 경치라도 봐야 한다. 사람이 없는 곳으로 휴가를 떠나기 보다는 사람이 버글대는 곳으로 휴가를 떠난다. 휴가를 뭔가로 채우려는 느낌이다. 휴가를 쉬고 비우는 시간으로 만들지 않는다.
심지어 휴가를 쉬고 비우는 시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기사를 읽어봐도 대부분의 경우 무슨 구도 여행을 떠난것처럼 진지하다. 걷는다고 하면 목표를 가지고 더 많이 걸으려고 하고 생각을 하면 더 많은 결과를 찾으려고 하는 것같다. 이는 어쩌면 기사를 쓰는 기자의 정신세계때문에 그렇게 기사가 씌여지는 지도 모르겠다.
오는 길에 에어컨이 잘나오는 쇼핑몰의 커피숍에 가서 시원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다가 집으로 돌아왓다. 이쯤되니 하루를 아주 잘보냈다는 느낌이 든다. 한국에 있는 아내에게 전화를 하고 싶었다. 한국에서 이리저리 사람만나고 아이들 상대하느라 지친 아내는 분명 이런 휴가를 원할 것이다. 다음번에는 아내와 함께 그 길을 걷고 싶다고 말해주자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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