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마을 구석구석에서 뜨거운 연기가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쿠사츠온천.
쿠사츠 입구에 있는 길의 역. 정보를 얻고 쿠폰도 얻고 기념품도 파는 곳.
특이하게 유럽풍 기념품들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쿠사츠의 진가를 서양에 알린 의사 베르츠의 기념 박물관이 길의 역 기념품점 2층에 있네요.
온천물이 흘러가다 만든 연못, 그 뒤로 보이는 아담한 건물은 화장실^^
온천물이 고여만든 작은 웅덩이마다 이름팻말이 붙어 있는데
하나같이귀신이 어쩌고 하는 무서운 이름이에요.
오늘은 10도도 한참 넘는 포근한 날이지만
어제 내린 눈이 곳곳에 쌓여 있어 정취와 즐거움을 더해주었어요.
온천 중간중간에 조각들도 보이고 던져놓은 동전들도 있는 걸 보니
여기서도 많이들 기도를 올리나 봐요.
요런 조각도 군데군데 있어요. 일본도깨비가 한국도깨비보다 더 묵섭게 생겼어요.
뿔도 두 개고.
니시노카와하라공원의 핵심인 노천온천이 저끝에 보이네요.
강에다 벽을 쳐놓고 들어가느 온천이라는데 높지 않은 벽 위로 얼굴 내밀고 있는 아저씨도 있어요. --;;
요기는 니시노카와하라공원의 휴게소이자 안내소 같은 곳에
쿠사츠의 모형이 있네요.
요기 발 넣고 족탕 한번 하려고 했는데 어림도 없어요. 넘 뜨거워서. --;;
쿠사츠 마을 중심부에 있는 유비다케(湯畑) 원천수를 지표면과 목재를 거쳐 침전물을 걸러내고 수온을 조절하는 시설이라고 해요.
쿠사츠의 중심이면서 상징과도 같은 곳이지요.
팥이 든 빵인 만쥬를 파는 집. 특이하게도 만쥬에 옷을 입혀 튀긴
아게만쥬를 팔고 있었는데 인기가 아주 좋았어요.
손님이 많아 튀기자마자 없어지는 아게만쥬. 사진 좀 찍을게요 하니까
금방 튀겨서 예쁘게 놓았을 때 찍어야 하는데 하며 가게 아주머니가 더 아쉬워하셨어요.
쿠사츠 여행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저 유명하다는 말 한 마디만 믿고 왔던 지난번 여행 때는 마을 중심부의 유비다케만 둘러보고는 아이들과 같이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온천놀이터 '테르메테르메'에서 놀고는 원천으로 만든 온천은 맛만 보고 왔었다. 그러고는 쿠사츠 다 보았네 했었다. 그런데 바로 옆에 있는 니시노카와라공원을 둘러보지 않고 감히 쿠사츠를 보았노라 했다는 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이었는지 이번 여행으로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야말로 눈뜬 장님이었던 것이다. 이번에도 강가에 벽을 둘러치고 온천을 한다는 거 외에 특별한 뭐가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강에 직접 몸을 담그는 것도 근사한 추억이 될 것 같아 공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공원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온통 뿌연 연기 속에 싸여 있는 쿠사츠의 신비로운 모습에 연방 감탄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어제까지 내렸다는 눈이 곳곳에 쌓여 있고 그 속을 구비구비 연기를 뿌리며 흘러가는 온천물은 갖가지 신비로운 색깔의 웅덩이를 만들어 놓고 있었다. 귀신이니 지옥이니 하는 온갖 흉흉한 이름의 웅덩이 이름들도 이해가 되었다. 옛사람들이 이곳을 보고 뜨거운 불과 유황 연기에 둘러싸인 지옥의 모습을 연상했다는 것이 놀라울 것도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신비로운 광경이 천국의 그것이라고 해도 그 역시 이의를 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만큼 그 풍경 속을 걷는 우리의 마음은 들뜨고 즐거웠다.
그러나 막상 강가 노천온천에 몸을 담그고 싶다는 계획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웅덩이 하나에 족욕이라도 해 보려고 발을 넣었더니 발가락 하나도 채 다 못 넣고 꺼내야 할 만큼 뜨거웠기 때문이다. 웅덩이 중에는 조금 덜 뜨거워서 발바닥을 잠시 익힐 수 있는 곳은 있었지만 이런 온도라면 아이들이 강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결국 강가 온천은 또 한 번의 쿠사츠 여행을 위해 남겨놓은 즐거운 숙제가 되었다.
일본의 3대 온천으로 유명한 쿠사츠 온천. 동경에서 약 160킬로 정도 떨어져 있다는 지리적 어중간함 때문인지 한국 관광객들에게는 그리 알려져 있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일본 온천의 진면목을 보고 싶다는 누군가에게 자신있게 추천할 만한 명소의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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