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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전주 생활

전주에 사는 사람의 생각 : 한국과 전주의 발견

by 격암(강국진) 2015. 2. 26.

2015.2.26

뭔가를 본다는 것은 관찰의 대상이 있고 또한 그것을 관찰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엄청나게 미인인 고릴라가 있어도 그것이 수컷 고릴라에게 보여지는 모습과 인간남성에게 보여지는 모습은 같을 수가 없다. 따라서 전주란 어떤 도시인가 한국이란 어떤 나라인가라는 질문은 누가 그것을 보는가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우리는 흔히 평생 전주에 살았던 사람이 전주를 제일 잘알거라고 말하고 그 말이 사실인 부분은 물론 반드시 있겠지만 사실은 전주에만 살았던 사람은 전주를 가장 모르는 사람일수도 있다. 왜냐면 그 사람은 전주가 아닌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주 아닌 것에 익숙한 나같은 이방인은 오히려 전주나 한국을 발견하기에 적합한 사람일수도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처음 전주를 방문했을 때 덕진공원의 연꽃이 아름답다고 느꼈다. 그래서 참 연꽃이 좋다고 말했더니 정작 전주의 택시운전사는 그런거 별거아니라고 어디가나 있는거라고 대답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에게 있어서 덕진공원의 연꽃은 그리 인상적이지도 고마운 것도 아닌 것이라는 느낌이있다. 최근에는 전주 한옥마을 주변이 너무 상업화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그 옆에 고층 아파트를 세울 계획이라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분명 그런 변화의 뒷편에는 무엇인 전주를 전주이게 하고 무엇이 소중한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해 잘 느끼지 못하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길고 긴 드라이브 끝에 부산을 거쳐서 전주에 들어온 첫날, 전주가 내게 보여준 것은 뭐였을까. 나는 마지막 방문에서는 마음씨 좋은 식당주인과 선생님덕에 전주 사람들은 참 좋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었다. 나는 내가 세입자로 들어가서 살게 된 집주인들도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으며 처음 들어가 본 집주변의 중국집이며 편의점의 사람들도 그렇게 느꼈다. 

 

하지만 좋다 나쁘다로 표현할만큼 모든 것이 단순하지는 않다. 전주에서의 첫날 내가 만난 사람들에게서 내가 느끼는 것은 비단 전주뿐만이 아니라 한국사람들 대부분에게서 느끼는 것이었다. 그것은 빨리 빨리 라는 조급함이랄까. 

 

주차장에서 차가 나올때나 골목에서 차가 밀릴 때 한국사람들은 마구 차를 밀어부친다는 느낌이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렇게 하면 차들이 서로 엉켜서 곤란해 지는데도 그래서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는데도 그냥 눈앞에 공간만 있으면 자꾸 밀고 들어오는오는 것이다.  

 

내가 이스라엘에 있을 무렵 이스라엘 사람들은 입만 열면 다른 사람들은 다 도둑이니 조심하라고 경고를 해줬다. 한국사람은 그정도는 아니지만 세상이 무섭다. 사람들이 무식하다같은 소리를 나에게 경고로 자주 해준다. 그것은 그들도 여유가 없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는 것이 피곤하다는 뜻일 것이다. 전주 한옥마을은 슬로시티로 선정되어 있다. 하지만 전주는 그렇게 슬로 하지는 않았다. 조금만 더 느리게 산다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내가 사는 다세대 건물의 바로 옆에는 여러가지 가게들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향차이나라는 중국집인데 우리 가족은 여기서 저녁을 먹었다. 세트메뉴가 있어서 1만7천원에 자장면과 짬뽕 그리고 탕수육과 콜라 한병을 먹었고 거기에 자장면 곱배기를 하나 추가로 시켰다. 자장면곱배기는 6천원이었다. 우리는 일단 그 양에 놀랐다. 아내와 딸은 자장면 곱배기 하나면 둘이서 식사를 할 것같았고 세트메뉴에 따라온 탕수육으로서는 양도 굉장히 많았다. 그리고 먹어본 음식들의 맛이 내가 먹어본 가장 훌룡한 중국집이라고 까지는 할수 없을지 몰라도 그런 편에 속하는 훌룡한 것이었다. 우리 가족은 단번에 기분이 좋아졌다. 집의 바로옆에 있는 중국집이 맛이 좋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나는 식사를 하면서 만약 우리가족의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 온다면 어디를 데려갈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자장면이나 탕수육을 사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일본의 라면도 실은 중국음식이다. 그래서 중화소바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 팔린다. 그러나 반백년의 시간동안 다양해진 라면은 그것을 더 이상 중국요리라는 이름으로 부를수 없게 변했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중국집의 대표음식인 자장면이나 탕수육이나 짬뽕은 한국의 음식이 되었다. 그러니까 한국음식으로서 그런 음식을 소개하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꺼려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엄청나게 먹고 먹어온 음식이다. 싸고 맛이 있다. 아마 내 외국인 친구들은 향차이나의 자장면 곱배기를 보면 그 맛과 양에 모두 놀라서 깊은 인상을 받을 것이다. 

 

우리가족은 식사를 하고 동네마트에 갔다. 멀지 않은 곳에 롯데마트가 있기는 하지만 피곤한 우리는 거기까지 갈 기력은 이미 없었다. 마트의 점원은 일본식 접대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좀 퉁명스럽게 느껴졌지만 기본적으로 불친절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동네마트의 물건들에는 가격표가 대부분 없었다. 그래서 물건을 사면서도 이게 얼마인지 알수가 없었고 여러가지 물건을 사다보니 나중에는 뭐에 얼마를 쓰는 것인지도 알수가 없었다. 심지어 점원도 바코드 리더기로 찍어봐야 가격을 안다고 말하는 것이다. 쇼핑을 마치고 영수증을 검토한 아내의 말에 따르면 마트의 물건들은 상당수가 비싼 가격이었다고 한다. 당장 급해서 집어든 후라이팬 하나의 가격이 거의 2만원이었다는 사실에 아내는 놀랐고 샴푸같은 것도 인터넷에서 사면 훨씬 싸게 살수 있다고 말했다. 아내의 반응으로 봐서 그 마트는 우리 가족의 단골이 되기는 좀 무리한 것같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고급스럽게 생긴 커피숍하나와 가맥집이라고 써진 가게를 지나왔다. 가맥집은 내가 알기로 가게맥주집이라고 해서 저렴한 술집인데 가게안을 언뜻 들여다보니 사람으로 가득했다. 반면에 고급스런 가구를 들여다놓고 허니브레드와 커피 한잔에 9천원에 판다고 하는 커피숍에는 사람하나 없었다. 허니브레드와 커피한잔의 가치가 정말 자장면 두그릇보다 더 높은 것일까? 손님들의 숫자가 그 답을 말해주고 있는 것같다. 

 

핸드폰 충전때문에 들린 편의점에는 택배물건들이 잔뜩 쌓여있었다. 내가 사는 이곳은 4층정도의 원룸건물이 천세대 이상 늘어진 원룸촌이다. 원룸촌이라고는 하지만 원룸만 있는 것은 아니고 투룸이나 쓰리룸 그리고 내가 사는 주인세대같은 집들도 건물마다있다. 그런데 혼자사는 사람은 택배를 오면 받기가 어려우니까 편의점에서 대신 받아주는 서비스를 한다고 한다. 

 

원룸건물들은 대부분 엘리베이터가 없다. 그래서 나는 여기서 배달음식을 시키면 정말 4층까지 가져다 주는 건지 궁금했다. 물어본 결과 아주 당연히 가져다 준다고 하는 말에 나는 놀랐다. 이스라엘도 미국도 일본도 모두 배달음식이 없던 나라며 한국도 대개는 아파트같이 엘리베이터가 있는 환경이니까 그랬던 것이다. 전주 신시가지의 배달꾼들은 아마도 다리가 엄청 튼튼해야 할 것같다. 매일매일 엄청나게 많은 계단을 오르내려야 할 것이다.  

 

오늘은 이런 저런 다른 일이 많았다. 대화한 사람도 있지만 길에서 본 아주머니며 동사무소직원이며 편의점이나 중국집 주인들에 대한 인상도 나름 흔적을 남겼다. 그러나 그 모든대해 다 쓰기는 좀 어렵다. 차차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다. 

 

사실은 글을 쓸 시간도 없어서 새벽에 눈이 떠진 김에 무작정 자판을 두들기기로 했다. 나는 앞으로 전주를 여러번 보게 될 것이지만 전주의 첫날에 대해 간단히 써두지 않으면 첫인상이라는 것도 잊혀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글을 쓰다보니 전주의 아침이 밝아 온다. 나는 아직 전주와 한국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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