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은 학원에 가질 않고 집에서 내가 직접 공부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고등학생인 큰 아이에게는 주로 수학을 그리고 중학생인 막내에게 수학과 영어를 가르쳤는데 그밖에도 주제가 등장하는대로 여러가지를 다 가르칩니다. 과학도 고등학교 영어도 가르치는 것이고 시험때에는 한문도 가르치기도 합니다.
막내는 날 닮아서인지 어학쪽에는 영 소질도 취미도 없다는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저도 중고등학교때 수학에 비해 영어공부를 아주 어렵게 했습니다. 그래서 한해 내내 영어를 이리저리 방법을 바꿔서 가르쳐 보았는데도 그 효과가 공들인만큼 나오지 않더군요. 그러다가 받아쓰기를 시켜보았는데 단순한 방법인데도 그 효과가 매우 우수했습니다.
공부하는 방법은 아무래도 실력수준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는데 중학생 그것도 실력이 그다지 좋지 못한 중학생은 영어 해석을 듣거나 문법 설명을 듣거나 혹은 단어를 외우는 일을 하는 것을 모두 다 싫어합니다. 그러니까 이래도 다 못외울테냐 하는 식으로 아주 여러번 설명을 해줘도 그야말로 한쪽귀로 들어가서 다른 쪽 귀로 나오는 식이더군요.
그런데 교과서 본문 문장들을 받아쓰기를 시키니까 생각보다 훨씬 더 수월하게 영어공부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일단 한문장을 읽고 그 안에 나오는 단어들을 공부하게 합니다. 그리고 칠판에 나가서 그 문장을 그대로 쓰게 합니다. 쓸 때는 문장을 외울 필요는 없고 제가 문장을 읽어줍니다. 그러니까 스펠링만 알면 문장을 쓸 수 있는 것이죠. 잘쓰고 있으면 가만히 있고 문장을 잘 기억하지 못하면 문장을 여러번 읽어줍니다. 그렇게 한 문장을 쓰면 그걸 두번쯤 반복한 후에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는 식입니다. 문장을 쓰고 있는 동안에는 해석을 들려주거나 숙어나 문법 내용을 반복해서 말해줍니다.
그렇게 해서 한 문단끝까지 도달하면 이번에는 한문장을 받아 쓰는게 아니라 한문단 전체를 받아쓰도록 합니다. 이쯤 되면 한문단을 줄줄 외우는 수준은 안되도 대충은 외우는 수준이 될수 있습니다. 약간만 더 반복하면 아예 외워서 전체 문단을 쓸수도 있습니다. 이걸 계속하면 본문 전체를 하게 됩니다. 여유가 있으면 본문 전부를 외워서 쓰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방법에는 적어도 두가지의 장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그냥 단어를 외우는 것보다 오히려 문장을 외우는 쪽이 쉽고 유익하다는 것입니다. 표현 전체를 외우는 것인데다가 단어를 문장 속에서 외우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잘 안 잊어버리게 됩니다.
두번째로는 문장의 세부사항에 대해 모두 이해하고 넘어가기 쉽다는 것이죠. 그냥 설명을 듣거나 읽는 것과 그 문장을 실제로 외워서 쓰는 것은 다릅니다. 문법적으로 약한 부분들이 받아쓰기를 하면서 들어나게 된달까요. 쓰면서 시제나 관사나 전치사 같은 것에 대해 제대로 생각하게 됩니다.
전 기적의 영어교육법따위는 모릅니다. 다만 받아쓰기라는 낡으면 낡은 방법이 실제로는 가장 효과있는 방법이라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과학과는 달리 어학공부란 그 역사가 아주 깁니다. 그 긴 역사속에서 받아쓰기라는 기본이 남아있는 것은 그만큼 효과가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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