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4.6
십년쯤 전의 일이던가 미국에서 핵무기에 대해 나눴던 대화가 생각이 난다. 핵무기를 가지면 국가안보를 보장받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고 주장하는 한 미국인 학생에게 나는 그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라고 설득해 보려고 애를 써 보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국가 안보란 반드시 무기의 총량으로 보장받는 것일 수 없다. 하물며 핵무기는 더더욱 큰 도움이 안되며 오히려 대부분의 국가에게 큰 재앙이 된다고 나는 믿는다. 그걸 이렇게 생각해 보자. 한국에서도 경찰들은 총을 가지고 다닐 수 있고 그 총은 치안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어떤 일반인이 길에서 총을 주웠다. 혹은 어떤 군인이 총을 들고 탈영했다. 이제 그 사람들은 국가권력이나 경찰들만큼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게 된 것일까?
어떤 의미에서는 그렇다. 총기가 거의 없는 우리나라에서 총한자루 들고 다니면서 협박한다면 그것은 강력한 위협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의할 것이다. 우연히 총을 주워서 그걸 들고 다니며 자신이 강한 사람인것처럼 거들먹거린 이 사람은 얼마지나지 않아 그 결말이 좋지 못할 것이라고. 그 사람이 미친 짓을 하자면야 사람 몇명 어쩌면 몇십명도 죽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일을 벌이면 결국 몰락은 더 빨리 오고 몰락을 피할 방법이 없다.
세계 지도에서도 마찬가지다. 핵무기가 그 국가에 도움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도움이 되려면 그에 걸맞는 강대한 다른 실력이 있어야 한다. 현대에서 국가의 실력이란 경제력이나 문화적 능력이지 대개 무력이 아니며 더구나 한번 사용하면 세계의 공적이 될 핵무기는 마치 파티장에 들어가면서 칼을 들고 들어가서는 우리 다 친하게 지내자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앞에서 말한 국가의 실력을 배양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
나는 세계의 경찰이라고 불리는 미국은 그야말로 경찰이고 한국같은 나라는 민간인이니까 미국에 순종하고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다른 실력이 충분하지 못한 가운데 핵무기 하나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으려고 하는 북한은 결국 그 종말이 한심한, 몰락하는 범죄자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그걸 쓰면 가루가 될것이고, 그걸 쓰지 않으면서 주변국에게 협박만 계속하면 점점 협박효과는 줄어들면서 더더욱 고립 될테니 말이다. 그 와중에 경제는 더 나빠지고 말이다. 핵은 마치 마약처럼 잠깐 효과를 주지만 길게보면 몸을 망치는 독이 된다. 국가안보도 망치는 것이다.
북한은 자신의 입장에서 보자면 오늘날의 현실에 대해 자신들이 억울하다고 할만한 많은 일들이 있다고 말할 것이다. 또한 더 중요한 것은 세계가 그들에게 문을 열라면서 제시한 조건은 대개 그들에게 불안한 것이고 불리한 것이라고 말할 법하다. 위험도에 차이는 있지만 한국도 FTA를 하는가 마는가 같은 문제로 싸움이 벌어졌으며 지금도 격론이 벌어지고 있고 그 효과가 있는지 혹은 참혹한 결말을 가져오는지에 대해 말이 많다. 그러나 언제 약한 나라들이 모든 조건이 좋은 상태에서 기회를 잡았던가. 본래 기득권은 항상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에서 경쟁하려고 한다. 그들로서는 급할게 없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어려움은 있다. 나는 집이 가난하다, 나는 태어나길 재능이 없었다, 나는 어머니가 없다, 나는 집안에 불화가 가득하다등등 여러가지로 우리는 어떤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그걸 한방에 해결하자고 칼이나 총을 들고 뛰어나가서 인생 역전에 성공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어려운 현재의 상황을 한탄하며 뭔가 한방에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때 우리는 결국 신용을 잃게 되고 나아가 범죄자가 되고 만다. 더더욱 헤어날수 없는 수렁에 빠지는 것이다.
진실은 자명하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래서 그것은 뚜렷하게 현실로 나타난다. 현실을 거부하고 환상에 헤매는 사람에게도 말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만들고 기뻐했지만 훗날의 역사가들은 그들이 저지른 결정적 실수가 핵무기 개발이었다고 평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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