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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쓰고 읽기

유튜브 채널운영을 한달해본 소감

by 격암(강국진) 2018. 12. 11.

2018.12.11

요즘에는 유튜브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으로 유튜브 채널을 열어서 동영상을 올리기 시작해 봤기 때문이다. 그게 이제 한달이 되었다. 새 미디어는 나에게 새로운 요구를 한다. 그 요구가 내가 감당할만한 것이면 나와 그 미디어는 성공적으로 결합되게 된다. 블로그의 경우는 그랬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은 이제 내 생활의 중요한 일부분이 되어서 내 생각을 정돈하고 내게 어떤 의지할 구석이 되어 준다. 나는 내게 떠오르는 생각과 느낌들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는 사실이 안심이 된다. 나는 때로 블로그에 남아 있는 내 생각의 기록들을 다시 헤매면서 나를 다시 읽는다. 

 

예를 들어 유독 암기에 약한 내가 독후감을 쓰지 않았더라면 내가 읽은 책들은 다 뒤죽박죽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 쓸 것이 남았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독후감을 써서 블로그에 남기는데 그것이 이제는 꽤 많다. 세보지는 않았는데 백권에 가까울 것이다. 그 중에는 인터넷에 검색해봐도 독후감이 그렇게 많지 않은 책들도 있다. 블로그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써두기 어려웠을 것이고 내 생각은 모두 사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그 독후감들은 내 블로그의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 

 

나는 언젠가 글쓰기를 난초를 그리는 것에 비교한 적이 있다. 내가 난초를 그리는 화가는 아니지만 화가가 언젠가 난초를 그렸다고 해서 이제 다시는 난초를 그리지 않는 것은 아닌 것처럼 글쓰기는 내 생각과 영혼을 적는 일이다. 나는 이미 그것을 여러번 했지만 옛날에 했다고 해서 이제 다시 안하지는 않는다. 나는 다시 한자 한자 글을 쓰고 때로 내가 적은 글을 읽으면서 그 안에서 다시 나를 찾는다. 글을 써야 나는 다시 내가 누구인지를 기억해 내게 된다. 

 

블로그를 하는 덕분에 좋은 일도 많았다. 때로 내 블로그를 읽고 찾아 온 사람들을 만나는 일도 있었고 지역신문이나 월간지 같은 곳에 글을 쓴 적도 있었으며 따로 단행본으로 책으로 발간한 적도 있었다. 그 무엇보다 보람을 느끼는 일은 내 글을 읽고 공감하고 뭔가 자신의 생각을 정돈하는 일에 도움을 받았다고 말하는 사람을 발견하는 일이다. 나 자신을 위한 일인데 이 글들이 그런 일도 한다는 생각을 하면 나는 뭔가를 공짜로 얻은 느낌이라 기분이 아주 좋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을 나는 적어도 당분간은 관두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이제 내 블로그의 제목처럼 나를 지키는 공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열흘정도 글을 쓰지 못하는 일이 있으면 나는 정신이 흐려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뭔가 내가 정돈되지 못하고 세상에 휩쓸려 버린 느낌이랄까. 산책을 하는것과 숲에 가는 것 그리고 글을 쓰는 것이야 말로 진짜 나를 지키는 일이다. 내 블로그는 무슨 대박난 곳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곳도 아닌데 그 정도가 나에게는 적당하다는 느낌이다. 친구도 있지만 세상이 나를 너무 힘들게 하지는 않는다. 글을 일삼아 쓰는 것도 아니고 쓰면 보람도 느껴진다. 블로그라는 매체와 나는 이제 오랜 친구가 되어 적당한 거리와 균형을 이루고 있다. 

 

유튜브는 아직 그렇지 않다. 그리고 나는 그 균형을 찾으려고 애써보고 있다. 예를 들어 그것은 재미없는 일이거나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어서도 안되고 또 세상 사람이 아무도 관심갖지 않는 외로운 작업이 되어서도 안된다. 그래서는 억지 일이 되거나 보람없는 일이 될 뿐이다. 그래서는 즐길 수가 없다. 

 

나는 지난 한달동안 총 9개의 동영상을 오늘의 질문이라는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그리고 이제 30명의 구독자가 생겼다. 이 채널의 제목은 내가 글쓰는 방식을 그대로 따랐다. 나는 질문을 던지고 답하기를 좋아한다. 좋은 질문을 찾고 좋은 답을 찾는 것은 바로 과학자들이 논문을 쓰는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아직 이 멀티미디어 매체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동영상을 만들고 올리는 일이 블로그를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지는 않다. 나는 우선 어떤 주제를 이야기할까를 선택한다. 지금까지의 내 경험에 따르면 그것은 15분미만의 시간에 말할 수 있는 분량이어야 한다.  그 이상은 만들기도 어렵고 듣는 사람도 집중력이 지속되기 어렵다. 나는 간단히 내용을 정리한 목록을 몇줄 분량으로 만들고 파워포인트에서 그것을 설명하는 슬라이드를 몇장 만든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는 떠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동영상 제작을 아주 잘하는 것을 보는데 나는 사실 아직 그런 걸 하는 방식에 익숙하지 않다. 꿈을 너무 크게 가지면 동영상 제작이 너무 번거로워지고 그렇게 되면 작업이 즐거워지지 못하고 내게 너무 부담이 된다. 사실 동영상을 올려도 그게 무슨 대히트작이 될 것도 아니니 지나치게 에너지와 시간의 투자가 많으면 그런 작업은 즐거울 수가 없다. 유튜버로 큰 돈을 버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지만 그거야 애초에 상업성있는 컨텐츠를 상업적으로 만드는 사람의 일이니 보통 사람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있을 수 없다. 작업을 즐길 수 있어야 하는 것이 기본 조건이다.

 

나는 파워포인트로 만든 것을 그림화상으로 저장하고 그것을 맥의 아이무비라는 기본프로그램에서 동영상으로 만드는 방식을 쓴다. 화면은 그렇게 만들고 거기에 소리 파일을 더해서 동영상으로 하는 것인데 소리파일의 제작도 아주 원시적이고 간편한 방식이다. 바로 핸드폰의 녹음기를 쓰는 것 뿐이다. 

 

즉 화면을 보고 핸드폰에 말을 하면 그것이 녹음이 되고 그걸 드롭박스로 보내면 컴퓨터에 그 파일이 오게 된다. 나는 그걸 앞에서 말한 슬라이드와 합친다. 물론 그림화상이 아니라 동영상 파일이 따로 있으면 그걸 쓸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는 나는 아직 그런 걸 시도하지 않고 있다. 이 방식도 이제야 겨우 적응이 되어서 약간 깔끔한 모양이 되었다. 

 

이렇게 동영상을 만들고 유튜브에 올려 보니 나는 두가지를 느낀다. 하나는 유튜브가 참 편리하다는 것이다. 나는 이왕 만들어져 있는 강의영상이니 이걸 아프리카나 팟빵에도 올려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훨씬 복잡하고 요구하는 정보가 많아서 거의 포기하다가 팟빵은 몇개의 파일을 올렸다. 역시 오늘의 질문이 이름이다. 하지만 아프리카tv는 안하고 말았다. 왜 주민등록에 본인확인까지 해야 하고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보안프로그램까지 깔아야 하는지 유튜브와 자연히 비교가 된다. 

 

또하나는 블로그에 비해 유튜브는 훨씬 더 실시간 구독정보를 자세히 알려 준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구독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유튜브는 나에게 메일을 보낸다. 동영상 하나를 가지고 누가 좋아요를 눌렀다 정도가 아니라 몇명이 봤고 평균시청지속시간이 얼마며 유튜브 자체에서 동영상을 봤는지 외부링크에서 동영상을 봤는지도 알려 준다. 온갖 통계가 나오다 보니 나는 자연스레 마치 주식투자한 사람이 주식그래프를 보는 것처럼 그것을 보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런 정보를 무시하게 되는 과정도 내가 유튜브에 적응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아직은 신기해서 쳐다보게 된다. 

 

내게는 아직 이렇게 짧은 프로그램들을 만들 아이디어가 더 있지만 블로그처럼 내 생활과 유튜브가 균형을 이루게 될 수 있을런지는 잘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 나는 몇가지 트릭을 더 배우게 될 것이고 어쩌면 이렇게 목소리만 공개하는게 아니라 남들이 하는 것처럼 얼굴까지 보이는 강의를 시도해 볼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질문에 올리는 내용도 단순독후감에서 과학적인 내용 그리고 좀 더 시사적이거나 인문적인 내용까지 여러모로 시도해 보고 있다. 하지만 블로그나 글쓰기처럼 이런 동영상 만들기도 남에게 보여주기 이전에 나 자신에게 남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일이 자리를 잡으려면 아직 멀었다. 아직은 좀 아슬아슬하지만 새로운 매체가 나에게 새로운 즐거움과 새로운 기회를 줄 수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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