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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오늘의 질문

유튜브 동영상 올리기를 해보고

by 격암(강국진) 2018. 11. 14.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특히 그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면 해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내가 유튜브 동영상을 만들어 보기로 했던 것은 그런 생각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어렵지 않다고 해도 뭐든 실제로 하면 어려운 면이 한두가지 있기 마련이고 그래서 그 새로움이 다 사라지기 전에 유튜버로서는 초짜에 불과하지만 몇가지 느낀  것과 방법들을 정리해 볼까 한다. 


일단 방법에 대해서 간단히 말하자면 유튜브에 가서 회원이 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회원가입을 하고 나면 핸드폰 본인 검증이 필요한데 그렇게 해야 15분보다 긴 동영상을 올릴 자격이 주어지게 된다. 동영상을 올리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 먼저 자기 채널을 만든다. 설정에 가서 채널을 만들기를 선택하면 자기 채널이 만들어 진다. 이건 블로그 만들기와 비슷한 개념이다. 내가 올리는 동영상들을 이 채널로 올리면 그 동영상들에는 그 채널이 이름으로 붙는다. 일단 채널을 만들고 거기에 올릴 동영상이 있다면 유튜브 맨 위의 십자가가 있는 영사기 아이콘을 눌러서 동영상 올리기를 선택하면 된다. 


기본적인 플랫폼 사용법을 알게 되면 문제는 컨텐츠다. 즉 동영상을 만드는 것인데 요즘은 스마트폰이 워낙 좋아서 동영상이나 녹음을 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런 줄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해보고는 약간 놀랐다. 나는 10년이나 15년전쯤에도 목소리를 녹음해서 블로그에 올리는 것을 시도해 본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유튜브와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녹음기를 써서 목소리를 녹음해서 블로그에 올려 본 것이다. 그렇게 하면 일단 음질이 아주 형편없다. 좋은 기기를 따로 사야한다. 게다가 녹음파일이 검색에 걸리게 되는 것도 아니니 어렵게 만든 녹음도 별 소용도 없었다. 그런데 스마트폰의 녹음품질도 꽤 훌룡했다. 물론 계속 하다보면 외부마이크로 더 좋은 소리를 얻고 싶어할 수도 있겠지만 스마트폰만으로도 왠만한 것은 충분해 보인다.


글만 쓰다가 멀티미디어 컨텐츠를 만들면서 새삼 드는 생각은 멀티미디어는 굉장히 조밀한 미디어라는 것이다. 글은 마치 가느다란 한줄기 실처럼 한자 한자 내 생각의 흐름을 적어 나갈 수 있다. 그리고 다 쓰고 나서 한자 한자 다시 읽으며 고칠 수도 있다. 독자는 글을 읽을 때는 필자가 쓴 그 생각의 실을 한줄 한줄 따라오게 된다. 반면에 멀티미디어 컨텐츠라는 것은 목소리는 물론 화면으로 정보를 시청자에게 폭격하듯 퍼붓는 것이기 때문에 좋게 말하면 강력하고 편리한 미디어고 나쁘게 말하면 훨씬 더 일방적인 미디어다. 


즉 생각과 소통의 여유가 없다. 글을 읽는 것은 필자와의 대화이며 따라서 글쓰기는 자기와 대화가 된다. 심지어 남의 글을 읽는 것도 자기 자신과의 대화가 되기도 한다. 즉 남이 쓴 것이라도 글을 읽을 때는 그 내용을 음미하면서 그 내용이 내 내부에 일으키는 변화까지도 살피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멀티미디어 컨텐츠는 그보다 훨씬 더 긴장감있게 단숨에 많은 것을 전달해야 하고 때문에 대화라기 보다는 일방적인 던지기가 되기 쉽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사색을 하면서 그렇게 할 수는 없다.


한문장의 글과 한문장의 말하기는 서로 다르다. 말하기는 호흡이나 어조를 통해서 문장이 가지는 내용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전달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아나운서나 진행자가 방송에서 그렇게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손석희나 문성근은 뉴스와 시사방송의 진행으로 유명한데 만약 텍스트를 누가 읽든 상관없다면 진행자가 뭐가 상관있을 것인가. 하지만 실제로는 진행자가 누구인가는 절대적인 중요성을 가진다. 


그래서 멀티미디어 컨텐츠를 만드는 것은 훨씬 더 단거리 달리기와 같다는 느낌을 나는 받았다. 즉 모든 기력을 짜내서 단숨에 짧은 시간내에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한줄 쓰고 생각하고 또 한줄 쓰고 다시 생각하는 글쓰기같을 수는 없다. 말하다가 중간에 멈추기도 쉽지 않다. 녹음기는 그냥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며 글쓰기보다 멀티미디어는 멈췄다가 거기서 부터 다시 시작하기가 어려운 미디어다. 중간에 멈추면 대개 그걸로 그만이다. 


유튜브는 라디오가 아니라 동영상 사이트다. 그래서 소리뿐만 아니라 영상도 필요한데 그걸 하는 제일 쉬운 방법은 말하는 사람을 찍는 것이지만 그건 아직 내가 제대로 시도해 보지 못했다. 잘생긴 얼굴도 아니니 쉽다고 하는 그 부분이 솔직히 쉽지도 않지만 아직은 음성 미디어도 익숙하지 않은데 거기에 영상 미디어까지 더하려면 연습과 구상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맥컴퓨터에서 무료로 주는 IMOVIE 프로그램을 써서 음성파일을 동영상으로 변환했다. 그 프로그램을 쓰면 음성파일과 그림파일을 결합해서 동영상으로 쉽게 만들수 있다. 그러니까 어떤 그래프를 화면에 보여주고 싶으면 그 그래프 그림파일을 구한다음에 적절한 시간대에 그 그림을 놓아주면 된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은 몇개의 음성파일이나 동영상을 하나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따라서 녹음을 할 때 한번에 다하지 않아도 된다. 녹음을 하다보면 사실 발음이 샌다던가 다음번에 말할 문장이 떠오르지 않아서 당황하여 녹음이 실패할 때가 있는데 15분이나 30분쯤 되는 녹음을 한번에 다 하기는 어려우므로 몇개로 자르는 것이 좋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멀티미디어 컨텐츠는 단거리 달리기와 같아서 3분간 동안 아주 많은 것을 말할 수도 있고 그저 헛소리만 늘어놓을 수도 있다. 생각의 정리없이는 녹음이 되질 않는다.


이런 기술적인 문제들도 다 해결된 것은 아니고 따라서 파고들자면 끝이 없지만 그걸 전부 어느 정도 극복했다고 치면 최후의 최후에 남는 것은 결국 다시 내용이다. 즉 뭘 가지고 동영상을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이다. 


내 경우에는 내가 10년간 블로그를 하면서 써둔 글들이 있으므로 그걸 동영상 컨텐츠의 기반으로 삼아 보기로 했다. 하지만 글을 낭독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글과 멀티미디어는 다르다. 글은 스스로 생각하는 거라면 멀티미디어는 시청자가 내용을 놓치지 않도록 키워드를 던져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나는 녹음을 해보면서 내가 조금은 젊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노인은 아니지만 글쓰기를 할 때는 느릿해도 별로 상관이 없었는데 녹음은 그래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뭔가가 다급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새로운 매체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것은 우리에게 감춰져 있었던 혹은 눌려서 억압되어 있었던 어떤 면을 살려내는 효과가 있는 것같다. 나는 과학도라서 그런지 사소한 기술적인 것을 배우고 노는 것이 그 자체로 재미가 있었다. 예를 들어 나는 내 채널의 이름을 오늘의 질문으로 했는데 그걸 그림파일로 만들어서 채널의 프로파일에 넣었으면 했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그런 그림파일을 만들 수 있을까? 내가 찾은 꼼수는 파워포인트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거기서 오늘의 질문이라는 글자를 쓰고 그 글박스를 그림으로 저장하는 기능을 사용하면 프로파일용 그림파일이 만들어 진다.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그래프를 조합하여 하나의 그림파일로 만들고 싶다면 그것도 같은 방식으로 파워포인트에서 할 수 있다. 전문가가 보면 우스운 일이겠지만 나같은 초보는 이런 것도 즐겁다. 문제를 해결하는 즐거움이다. 



글쓰기는 나를 돌아보는 방식이다. 그에 비하면 멀티미디어 제작은 나를 자극하고 살아있게 만드는 효과가 있는 것같다. 세상이 좋아져서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으니 그걸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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