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글모음/대학에 대하여34 취업학교가 된 대학과 시대의 희생자 요즘 대학은 취업학교가 된지 오래라고 합니다. 물론 정도의 문제이기는 하겠으며 40년전이라고 해서 대학진학에 있어서 취업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는 점차로 심해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먼저 대학의 이름보다는 과가 중요해졌습니다. 예전에는 과에 상관없이 서울대고 그 다음이 고대 연대라는 식으로 서열이 있어서 고등학생들은 정말 전혀 관심없는 과인데도 서울대라는 이유로 진학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요. 취업율이 좋으면 대학이름따위는 중요하지 않고 대표적인 것이 의대입니다. 이같은 변화는 사회적 변화가 빨라진 때문이기도 합니다. 즉 비지니스 환경이 워낙 빨리 변하니까 예전처럼 회사가 인재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전공과 상관없이 뽑아 놓고 천천히 일을 가르치면.. 2025. 1. 17. 한국에 존재하는 정신적 공백 한국은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이유로 아주 세계에 드문 기이한 나라다. 국민들의 수준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데 엘리트의 수준은 떨어지는 나라라는 점에서 그렇다. 여러분이 내가 자주 하는 이 말에 동의할지 안할지 모르지만 나는 이건 한국사회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다시 한번 정리해 볼 까한다. 이걸 생각해 보라. 우리가 아는 선진국이란 서유럽, 미국 그리고 일본 정도였다. 한국이 자타가 공인하는 선진국이 된게 사실이라면 한국은 제국주의를 거치지 않고, 식민지였던 곳이 선진국이 된 경우다. 우리는 우리가 이렇게 제국주의없이 식민지 시대를 겪고 불과 반세기 정도만에 후진국에서 선진국에 도달했다는 것의 특이함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앞에서 말하는 선진국들은 근대화에.. 2024. 12. 19. 대학은 누구의 것인가? 내가 학부에 다니던 1980년대의 끝자락에도 이 질문이 있었다. 대학은 누구의 것인가? 학생의 것인가? 교수의 것인가? 재단의 것인가? 교직원의 것인가? 각각의 주체는 쉽사리 대학을 자신의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을 비핵심적인 것으로 여긴다. 예를 들어 학생, 교수와 재단은 교직원을 대학의 주체로 생각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교직원은 대학은 그냥 자신의 직장이고 학생, 교수, 재단은 오히려 비핵심적인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있다. 결국 이 직장에서 계속 일하는 사람들은 자기라는 것이다. 재단은 대학을 자본주의 사회속의 한 기업과 다를 것이 없게 여긴다. 물론 일반 기업과는 다르지만 이라는 말을 붙이더라도 결국은 개인의 재산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학은 재단의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린다.. 2024. 11. 15. 틀을 깨는 교육 세상에는 이전과는 다른 교육을 한다는 곳들이 몇몇 있다. 최근 자료조사차 그런 곳들을 들러보았는데 어디나 과연 대단하군하는 인상을 주는 곳들이었다. 호의적인 기사와 그곳들을 소개하는 책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곳을 발견한 후 몇일이 지나고 나면 세상은 바뀐게 없는데 나는 번번이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드는 일이 반복되었다. 이건 비판이라기 보다는 그냥 느낌일 뿐이므로 직접 그런 곳이 어디인가를 말하지는 않겠지만 틀을 깨는 교육이라는게 참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왜냐면 틀을 깬다는 게 뭔가에 대한 확고한 아이디어를 가지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저 교수당 학생비를 확 낮췄다거나 학생 스스로 학습하는 자기주도형 학습이라거나 토론 세미나형 교육이라거나 문제 풀이 중심형 교육이라거나 하는 식만으로 틀.. 2024. 5. 22. 한국 대학은 인기때문에 망한다. 살다보면 인기가 무섭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때 지금 AI가 그런 것처럼 카오스연구가 인기였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에 관련한 논문을 썼지요. 그런데 이런 인기는 카오스 연구 그룹의 건강성을 해칩니다. 뜨네기들의 환장파티처럼 변하면서 장기적으로 그 분야를 건강하게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연구그룹이 와해되는 겁니다. 이런건 티비에 나와서 인기가 많아진 동네 맛집이 초심을 잃고 망하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지금의 AI 인기도 그래서 AI의 건전한 발전에 위협이 될 수 있으며 한류열풍이라는 것도 중국의 한한령에 힘입은 바 큽니다. 중국이 한국 컨텐츠를 계속 소비해 줬더라면 중국자본때문에 한국 컨텐츠 시장이 왜곡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넷플릭스의 자본에 기대어 .. 2024. 2. 21. 무전공 대학입학이란 바보같은 생각이다. 요즘 교육부가 대학생 입학자의 25%를 무전공으로 받게 하겠다고 해서 화제다. 반대에 부딪혀서 잠깐 물러서기도 하지만 포기는 하지 않는 모양이고 명분은 융합 인재를 육성한다고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무전공 대학 입학이란 건 비인기학과를 죽이는 일이 아니라도 바보같은 생각이다. 사람들이 대학에 가서 뭘 배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내가 젊었던 30년전에도 흔했다. 그때도 벌써 대학교수들이 어떤 컬리큘럼을 짜서 뭘 가르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서 확신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뭘 가르치던 대학이라는 곳이 제공할 수 있는 한가지는 있었다. 그건 바로 고등학교때까지 만날 수 없거나 만나기 힘들었던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다. 우선 학생은 특정한 전공을 가진 교수를 만난다. 그게 아니더라도 공통의 전공을.. 2024. 2. 7. 명절에 만난 대학생들과 대학의 현실 23.1.24 명절이라서 친인척을 만나다 보니 한국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는 조카들과 그리고 회사에서 근무하는 형님과 이야기 할 일이 있었습니다. 얼마전에 대학의 몰락은 가장 짧게는 인구구조의 문제지만 좀 더 멀리 보면 연구와 교육기능을 모두 담당하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더 길게 보면 대학이 세속화된 것이 대학 몰락의 근본원인이며 결국 대학은 평준화되어야 한다고 저는 글을 썻지요. 그러고 나서 나눈 대화였는지라 몇몇 부분들은 알고는 있었지만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그 중에서 제가 다시 주목하게 된 것은 명문대 서열이 중요하지 않고 학과 이름이 중요하다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기업은 점점 더 인재를 데려다가 교육을 시켜서 장기간 일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당장 실무.. 2023. 1. 24. 대학의 세속화와 몰락 23.1.20 지방대가 몰락하고 있다는 뉴스가 요즘 많이 나온다. 물리학, 수학, 철학등 기초학문이지만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학과가 없어지고 학과들은 통폐합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대학교수들이 직위를 잃게 되는 일이 생기고 있다고 한다. 남쪽지방부터 벚꽃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없어질거라는 기사가 뜨는가 하면 대학교수들이 고등학교에 가서 세일즈를 하는 것도 모자라서 친인척 아이들을 동원해서 대학에 등록했다가 자퇴하는 편법을 쓰는 일도 있다고 한다. 대학 입학생수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아마도 이를 두고 인구구조에 따른 것 즉 저출산의 결과라고 말할 사람은 많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당연하고 올바른 진단이기는 하다. 그러나 조금 더 뒤로 물러나 보면 지방대의 몰락은 여러가지 다른 측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우선.. 2023. 1. 20. 대학공부는 고등학교와 뭐가 다를까? 19.3.11 큰 딸이 이번에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일본에 유학가기로 했기 때문에 이제야 입시가 끝났고 다행히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만 지긋지긋한 대학입시공부가 이제 끝났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딸은 물론 저도 기뻤습니다. 사실 입시공부란 가장 실용적인 목적으로 하는 공부인 동시에 가장 쓸데없어 보이는 공부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고생해서 들어간 대학의 공부란 이제까지의 고등학교공부와는 뭐가 다를까요? 저는 물리학과 출신이기 때문에 이공계 중심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만 어느 정도는 대학모두에 적용되는 공통된 것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의 공부가 고등학교의 그것과 뭐가 다를까를 생각해 보면 우리는 그것을 가르치는 사람, 그것을 가르치는 .. 2019. 3. 11. 수능을 망친 고3들에게 수능이 끝났습니다. 그간 고생많이 하셨는데 기대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참좋았겠습니다만 많은 입시생들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할 것이며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입니다. 사실 제 딸도 이번에 수능을 치뤘습니다. 그리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 점수를 받아서 장래 걱정을 더 많이 하.. 2017. 11. 26. 대학 개혁 시급하다. 17.9.30 7월의 한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2017년 2사분기 현재 한국 실업자의 수는 108만 2천명이며 그중의 50.5%가 대졸이상의 학력을 가졌다고 한다. 통계가 만들어진 이래 최초로 대졸이상의 학력을 가진 실업자의 비중이 고졸미만의 실업자의 수보다 많아진 것이다. 기사는 이런 현상을 만들어 낸 주요원인으로 5-60대의 취업을 꼽고 있었다. 대졸자가 많은 20대 청년의 실업율이 역대최고수준인 가운데 상대적으로 대졸자가 적은 50-60대의 취업율이 올라가면서 실업자중 대졸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의 비중이 올라갔다는 것이다. 비싼 등록금을 냈지만 취업이 안되는 것이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미국대학도 졸업생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실업자이거나 대학졸업장이 필요없는 직종에서 일하고 있다. 이때문에 .. 2017. 9. 30. 대학과 전공 어떻게 정해야 하는가 17.9.10 입시철이 다가 오고 있다. 고등학생들은 수시 전형 응모를 준비하는 계절이며 이 시기는 오늘날의 대학에 있는 혼란이 더 뼈져리게 느끼지는 시기인 것같다. 아는 사람은 다 알만한 이야기이며 처음하는 이야기도 아니지만 그 혼란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잠깐 써볼까 한다. 이 문제의 기원을 앤서니 크론먼은 교육의 종말이라는 책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 19세기의 독일과 남북전쟁 이후의 미국이 대학을 개혁한 이래 전세계 모든 대학은 변화해 왔다. 그 이전의 대학은 자세히 전문화되지 않았고 대학은 취업을 위한 지식을 배우기 보다는 전인교육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는 곳이었다. 그런데 앞에서 말한 대학의 개혁이래 대학은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고 보관하는 장소가 되었고 그러기 위해서 전문화된 장소가 되었다. 결과.. 2017. 9. 10. 대학과 아파트 한국의 대학과 아파트는 공통점이 있다. 무엇보다 이 둘은 한국인의 삶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두가지 요소다. 오늘날에는 중고등학교는 물론 초등학교 시절부터 아이들이 대학입시를 준비한다. 학원을 다니면서 공부할 것이 없으면 선행학습이라도 한다. 많은 사람들의 삶이 아주 어린 시.. 2017. 9. 3. 인공지능시대의 교육과 삶 : 송천마을신문 원고 인공지능시대의 교육과 삶 :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 앞으로 사회는 질적으로 완전히 달라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변화속에서 그 기본적 구조와 내용이 실은 오랜 옛날에 결정된 교육은 점점 오늘날의 사회현실과 큰 괴리를 가지게 되고 있다. 때문에 학생들은 더욱 더 많이 학업으로 인해서 무의미하게 괴로움을 받고 망쳐지기 까지 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시대에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이란 어떤 것일까?기성 교육의 핵심은 하나의 지식 시스템의 전달이다. 우리는학생이 초중고와 대학교를 거치면서 이 시스템을 흡수하기를 원한다. 우리는 시스템을 분류하여 각각의 과목에전문 선생님을 두고 학생의 머리에 하나라도 더 많은 지식을 집어넣고자 노력한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모든사람이 같은 지식시스템을 머리에 집어넣을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새.. 2017. 7. 25. 21세기 교육에서의 평등의 중요성 21세기 교육에서의 평등의 중요성. 말콤 글래드웰은 그의 책 아웃라이어에서 괌에 추락한 대한항공의 여객기 사고를 분석하면서 어떻게 사고가 거의 일어나기 어려운 항공기가 의사소통의 실패로 추락하게 되는지를 설명한다. 위계질서와 권위를 강조하는 문화는 기장과 부기장 그리고 .. 2017. 3. 18. 학벌과 4차산업혁명 그리고 서구의 대학 어제는 우연히 학벌과 4차산업혁명이라는 글에 달린 댓글을 보게되었습니다. 제 블로그에 달린 댓글이 아니라서 보지 못하고 있던 글인데 그 댓글은 제가 쓴 글이 유교적 교육이 무너지고 대학이 선 예로 4차산업혁명이 학벌을 무력화시킨다고 했지만 서구에서 대학의 역사는 천년이 넘.. 2017. 3. 10.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