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주제별 글모음/이해하기36

문자 문화는 퇴조할 것인가. 23.9.18 알쓸별잡이라는 프로그램에 출현한 김상욱교수는 구술문화와 문자문화라는 책을 소개하면서 현재 젊은이들을 보고 있으면 문자문화가 다시 구술문화로 돌아가고 있는 것같다라는 말을 합니다. 이는 더 생각해 볼만한 좋은 말이었습니다. 일단 프로그램에서 정리했듯이 논리란 문자문화와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문자라는 것을 써서 우리가 전체적 논리 구조를 보지 않으면 논리적으로 사고를 전개하기 힘듭니다. 긴 수학 증명을 모두 머릿속에서 할 수 없다는 것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문자로 기록된 자신이나 남의 사고를 읽고 그것을 기억하고 수정하면서 논리적 사고라는 것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수학에서 여러가지 증명들을 따라간 다음에는 수학 공식을 외워서 더욱 복잡한 계산도 해내는 .. 2023. 9. 18.
과학과 철학의 사이 23.9.14 철학과 자연의 거울을 쓴 리처드 로티는 이미 1979년에 모든 학문의 기초를 제공하는 분야로서의 철학이란 허구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가장 원천적이고 기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분야를 철학이라고 여긴다. 과학이나 기술이 아닌 그것의 배후에 있는 어떤 것을 생각하면 그것은 보통 철학이라고 여겨지게 되는 것이 이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과학이나 기술은 건물의 1층쯤이 되고 그것보다 더 깊은 곳을 파헤치면 그 밑의 영역으로 가게 되므로 그것은 자연히 철학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과학과 철학이 그런 것이 아니라 마치 서로 다른 곳에 있는 빌딩의 1층이라면 과학이나 기술의 근본을 생각하거나 과학과 관련되지만 과학이론은 아닌 것을 당연히 철학이라고 여기는 것은 옳지 않.. 2023. 9. 14.
상대주의라는 말의 함정 23.9.5 객관적 절대적 진리나 기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상대주의라는 말은 지나치게 단순하게, 따라서 지나치게 나쁘게 해석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절대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에는 순순히 동의하면서도 그것에서 벗어나는 일을 완전한 혼돈이나 윤리적 파국과 동일시 하고 그래서 상대주의를 사악한 일로 여기고는 한다. 이런 태도를 가지면 말을 어떻게 하든 우리는 다시 어떤 절대주의로 돌아가게 된다. 다만 그것을 공공연하게 말할 경우 반박당할 것이 두려워 위선적으로 행동할 뿐이며 따라서 이것은 쉽게 우리를 독단적으로 만든다. 생각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남의 생각은 어차피 무의미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절대가 없다는 말이 이 세상에는 어떠한 보편성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되지는 않는다. 다만.. 2023. 9. 5.
마음과 영혼 23.9.4 많은 사람들은 사람이 마음과 영혼을 가진 것을 당연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마음과 영혼이라는 개념들은 생각해 보면 어떤 목적이 있어서 만들어진 말일 뿐 근거가 있는 말들이 아니다. 다시 말해 사람이 마음과 영혼을 가졌다고 말하는 것은 어떤 분명한 효과가 있으며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진짜 이유일지, 진짜 답일지는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 효과란 무엇일까? 먼저 마음에 대해 말해보자면 그것은 마치 우리 몸속의 작은 인간같은 효과를 가지고 있다. 마음같은 단어를 통해서 우리는 우리의 몸을 마치 로보트나 자동차같은 것으로 여기고 그것을 우리 몸안의 어떤 작은 인간이 조종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왜 이런 생각이 필요하냐면 우리는 우리 몸이 우리 자신이 아닌 것은.. 2023. 9. 4.
과학자와 철학자 23.8.29 철학은 어떤 다른 학문보다 더 근원적인 것을 탐구하며 이런 의미에서 가장 엄밀한 학문이다. 철학은 과학보다 더 근원적인 것을 탐구한다. 이런 그릇된 주장은 오랜동안 널리 받아들여졌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문제의 큰 원인중 하나는 우리는 과학을 할 때도 우리가 과학 이전의 것 즉 형이상학적 가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출발점이 없는 사고란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 형이상학이란 과학이 아니라 철학의 영역이므로 우리는 철학의 전문가인 철학자가 형이상학을 만들면 그 위에 과학자가 과학을 쌓아올린다는 착각을 하기 쉽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철학자들은 물론 철학을 하지만 역사적으로 과학에 대한 철학은 오히려 거꾸로 만들어 졌다. 과학이 먼저 나오고 그 .. 2023. 8. 29.
물리학자와 철학자의 차이 23.8.14 최근 미국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책과 한국 철학자 김성환의 책을 연달아 참고할 일이 있었다. 두 책의 이름은 물리학 법칙의 성격과 17세기 자연철학이라는 책이었는데 두 책을 연달아 참고하다보니 물리학자와 철학자의 입장이 너무 극명하게 갈려서 그것에 대해 몇자 써보기로 한다. 이건 두 사람중의 누가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현대과학의 핵심이 뭔가하는 것이고, 그것에 대해서 물리학자와 철학자가 느끼는 것, 정확히 말하면 강조하는 것이 다르다는 점이다. 물리학자가 강조하는 것은 정확성이다. 예를 들어 뉴튼의 중력법칙은 그냥 무거운게 다른 걸 더 세게 잡아당긴다라는 것이 아니다. 이 중력법칙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고 무게에 비례한다는 정확한 수식으로 써질 수 있고 과학자들은 이걸.. 2023. 8. 14.
지식과 비교 23.8.12 우리는 언제나 비교에 의해서만 무언가에 대해서 알게 된다. 예를 들어 여기 강국진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여러분이 강국진을 여자와 비교할 때면 우리는 그에 대해 남자란 어떤 것인가를 중심으로 알게 될 것이다. 강국진을 고릴라와 비교한다면 우리는 인간이라는 종을 중심으로 그에 대해 알게 될 것이다. 강국진을 돌멩이와 비교한다면 우리는 생명이라는 것을 중심으로 그에 대해 알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대개 지식을 이러한 비교를 통해서 얻어낸다는 것을 잊는다. 그것도 아주 자주 그렇다. 그 이유는 우리가 그것을 무엇과 비교하고 있는지가 무의식의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모른다고 할 때에도 이미 그것이 뭔지를 거의 정확히 알고 있다는 가정속에서 시작한다. 그.. 2023. 8. 12.
좋은 설명과 나쁜 설명 23.6.15 나는 가끔 예전에 보던 논문이나 책을 다시 들여다 볼 때가 있습니다. 학부때 보던 일반물리학책이나 양자역학책을 다시 보는 것이죠. 수학책이나 다름없는 그런 책을 무슨 인문학 고전을 보듯 가끔씩 잠깐 보는 것은 저는 물리학을 전공했었기 때문에 그런 독서가 저에게 상쾌한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때로 저는 말만으로 써진 것보다 수식으로 써진 책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젊은 시절에 보던 책을 다시 보다보니 좋은 설명과 나쁜 설명에 대해 가지는 생각이 뒤바뀌는 것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과거의 저에게 좋은 설명이란 명쾌한 것이었습니다. 즉 짧고도 분명한데 아주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설명이라면 그것이야 말로 좋은 설명이라고 생각했으며 반면에 뭔가 두서가 없고, 논리적인.. 2023. 6. 15.
중요한 것이 신뢰인가 팩트인가? 23.5.1 예전부터 느끼던 일이다. 사람들은 너무 팩트가 중요하다는 말에 중독되어 있고 팩트를 따지는 것이 논리적이고 과학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신뢰이며 이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개인적 상황에 오면 그다지 어렵지 않게 납득되는 일이다. 그런데 사회적 판단을 한다던가, 자신이 익숙하지 않은 곳에 가면 우리는 그 팩트가 중요하다는 말에 금방 넘어가고 마는 것이다. 그럼 왜 팩트보다 신뢰가 더 중요할까? 가장 큰 이유는 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팩트들이 있으며 그것들의 의미는 수없이 많은 문맥속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걸 다르게 표현하면 홀로 존재하며 의미를 가지는 팩트는 없다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너무 시시하게 들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너무 난해한 말처럼 들리는 사.. 2023. 5. 1.
우리의 본질 22.11.5 우리는 누구인가? 이 세상은 어떤 곳인가? 이걸 생각하는데 있어서 본질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구체적인 뭔가의 본질이 뭔가를 묻기 전에 애초에 본질이란 것 자체가 뭔가를 좀 더 일반적인 차원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걸 지적하기 위해 두 개의 예를 들어 보자. 여기 도토리같은 씨앗이 있다고 하자 그리고 이 씨앗의 미래는 무엇인가라고 누가 묻는다고 하자. 그 씨앗이 어딘가에 심어져 싹이 트고 나무가 되었다면 이 씨앗의 미래는 그 나무인가?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다고 할 것이다. 우리는 살아있는 것에 대해서는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 살아있지 않은 것을 생각해 보자. 여기 한방울의 잉크가 있다. 그것이 만년필의 펜촉끝에서 .. 2022. 11. 5.
짧고 빠른 미디어의 시대가 만드는 착각 22.6.1 일찌기 마셜 맥루한은 그의 책 미디어의 이해에서 미디어가 메세지라는 말과 미디어는 육체의 연장이라는 말을 했다. 여기서 말하는 미디어란 사실상 우리가 쓰는 모든 도구들을 말하는데 문자라던가 자동차라던가 디카같은 것들이 모두 미디어라고 할 수 있다. 즉 인간의 기술은 인간의 육체를 연장시키고 그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단순히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신도 그것으로 인해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눈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세상보는 방식이 다르듯 다른 미디어의 시대를 살고, 다른 미디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다른 정신을 소유하게 된다. 그럼 우리는 요즘 어떤 미디어에 둘러 쌓여 있는가? 그 답이 무엇이든 그것들은 짧고 빠른 것이기 쉽다. 긴 기사를 읽기보다는 짧은 트위터의 글에 더 많이 반응하고.. 2022. 6. 1.
생각의 차원 22.5.28 옛 글을 읽다가 새삼 다시 배운 것이 있다. 그건 우리가 말의 함정에 빠져서 세상을 1차원으로 보기 쉽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 선거철이라서 진보니 보수니 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보통 극좌-진보-중도진보-중도보수-보수-극우 뭐 이런식의 나열을 하고 나는 진보와 중도진보를 지지한다던가 보수와 극우를 지지한다던가 하는 식의 태도를 취하기 쉽다. 이러한 사고가 1차원 사고다. 즉 0점에서 100점까지처럼 하나의 점수로 사람들이나 정당을 나열하고 대충 이정도가 내 취향이라는 식으로 어느 부근을 찍는다. 그런데 이런 사고는 당연히 아주 많은 경우 엉터리이다. 아마 실생활에서는 거의 다 엉터리일 것이다. 과학이나 수학처럼 다른 조건들을 정확히 측정하고 조정하는 상황이 .. 2022. 5. 28.
다시 보편성과 특수성 22.4.2 나는 이전에 정체성이라는 측면에서 보편성과 특수성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오늘은 조금은 다른 측면에서 이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볼까 한다. 그것은 이해와 예측이라는 측면에서다. 우리는 먼저 학문적인 분야나 사회적인 토론은 보편의 차원에서 다뤄지기 마련이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뭔가를 이해하고 뭔가의 미래를 예측하려면 우선 우리는 그 이해와 예측의 대상이 되는 그 뭔가를 정의할 필요가 있다. 나는 그래서 정체성이라는 측면에 대해 이전에 말한 것이다. 하지만 이해와 예측이라는 측면에 대해서는 말할 것이 남았으며 나는 이런 측면에서의 보편과 특수의 혼동이 우리의 삶을 어지럽게 만들고 있다고 믿는다. 말했듯이 우리는 이해와 예측을 위해 보편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런 걸 생각해 보자... 2022. 4. 2.
패러다임이란 말은 왜 놀라운 말인가? 2022.3.14 당신이 어느 방에 앉아 있다고 해보자. 당신은 당신의 소파 앞쪽의 벽에 시계가 걸려 있는 것을 본다. 그 하얀 벽에는 시계밖에는 없는데 그 시계는 소리도 없이 시계침을 돌리고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세계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당신은 잠에서 깨어나고 당신이 보았던 그 시계가 있는 방은 실제가 아니라 꿈의 일부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패러다임이라는 말은 오늘날 아주 흔해진 말이지만 생각해 보면 매우 충격적인 개념이다. 왜냐면 우리가 보고 듣는 것 즉 우리가 아는 것이 사실은 사실이 아닐 수 있다라는 것을 주장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패러다임이라는 말이 우리에게 주장하는 것은 우리가 어떤 패러다임의 안에 있을 때 우리는 그 패러다임이 보여주는 것만 보게 되고 그 패러다임을 넘어서 세.. 2022. 3. 14.
세상은 바뀌었을까 아닐까? 2022.2.20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바뀌어 온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사이에서는 극단적인 두 개의 말이 오고가는 것같다. 하나는 방금 말한 것처럼 한국은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는 주장이고 또 하나는 그건 겉보기만 그럴뿐 본질적으로 세상은 바뀐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세상은 바뀌었을까 아닐까? 세상은 정말 예전보다 살기 좋아졌을까? 여기에는 뻔한 답이 있는 것같다. 반박할 수 없고 논리적이며 자기 방어적이기도 한 주장은 그냥 세상에는 바뀐 것도 있고 바뀌지 않은 것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뻔한 답은 왠지 뒷맛이 쓰다. 왜 그런지 생각해 보기 위해 조금 이야기를 돌려 비슷한 질문을 던져 보자.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누구나 초등학교에 다니던 어린 소년 소.. 2022. 2. 20.
수학과 언어 그리고 철학 22.2.16 일찌기 수학자이자 철학자였던 화이트헤드는 하나 이상의 언어를 익히는 것이 철학을 배우는데 중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거기서 그가 말한 언어는 한국어나 프랑스어같은 일상어를 말하는 것이었지만 우리는 수학도 하나의 언어로 여겨서 수학을 배우는 것이 철학을 배우는데 중요하다고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언어가 우리 안에서 뭘 하는 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일상어에는 단어들이 있다. 이 단어들이 조합되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적 정신적 세계를 묘사하게 된다. 그렇다면 수학에도 단어라는 게 있을까? 수학에도 정의라던가 공리같은 것이 있다. 선이나 점이라던가 임의의 두 선을 지나는 직선은 하나 뿐이다같은 기하학의 공리가 그렇다. 하지만 이것이 수학의 단어.. 2022. 2. 16.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