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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이해하기47

객관화의 환상과 제도 개혁 15.5.15 장자의 천도편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제나라 환공이 성인의 말씀이 쓰여진 책을 읽고 있었는데 마루아래서 수레바퀴를 깍고 있던 윤편이 그 성인이 이미 죽고 없다는 말을 듣는다. 그러자 그 윤편이 말한다. “그렇다면 공께서 읽고 있는 것은 옛 사람의 찌거기군요.” 환공이 화가 나서 왜 그런가 물었더니 윤편이 이렇게 대답한다. 자기도 바퀴를 깍고 있는데 그 비결을 아들에게 가르칠 수가 없어서 여전히 이 늙은 나이에도 바퀴를 깍고 있다는 것이다. 성인도 분명히 자기가 체득한 것을 책에다 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성인의 책이란 옛사람의 찌거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최근에 나는 생태도시만들기라던가 자동차없는 도시를 만들자는 주장을 하는 책을 하나 읽었다. 그 책은 저자의 존경할만한 노력덕분.. 2015. 5. 15.
이해하기에 대한 생각 2015.2.26 인간은 이성적인 동물이라는 말은 우리가 사물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존재라는 말과 완전히가 아니면 거의 같은 말이다. 그런데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몇번이나 이 질문과 부딪힌 적이 있고 이에 대해 말한 적이 있지만 오늘은 그것을 좀 더 생각해 보기로 하자. 통상 우리가 뭔가를 이해했다라고 말할 때 우리가 뭘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그것은 우리가 이해의 대상으로 삼은 것에 대해 전보다 더 간결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해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지극히 간단한 것이거나 더 간단한 형태로 표현될 수 없을 때 우리는 거기에서 아무 것도 이해할 것이 없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간단한 형태라는 것도 여러가지 의미를 가진다. 예를 들어 1969123이라는 숫자를 보자. .. 2015. 2. 26.
객관도 없고 주관도 없는 글쓰기 2015.2.4 얼마전에 나를 찾아준 한 손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나는 다른 사람들의 글에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내가 쓰는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별로 좋게 평가되고 있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아주 많은 글이 있으니 내가 남의글들에 불만이 있다고 해도 그 이유가 하나일 리는 없다. 또 어떻게 모든 글에 불만일 것인가. 그러니 세상에는 내가 불만을 가지게 되는 글들이 있다고 해야 할 것이고 그 이유도 여러가지이지만 그중에 자꾸 반복되는 것이 이유가 있다고 해야 할 것인다. 나를 반복해서 찡그리게 만드는 것은 바로 객관적 글쓰기다. 나는 이것이 잘못되기 쉽고 실제로 종종 잘못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때로 객관적인 사실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글을 써야 한.. 2015. 2. 4.
나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 2014.10.3 어머니가 한번은 아내와 통화하시다가 일때문에 보건소에서 자주 만나는 어떤 직원에 대해 말했다고 한다. "그 사람은 사람은 착한데 머리가 좀 둔해." 나는 얼마전까지 어머니가 말씀하시던 것으로 보아 그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이 말을 의외라고 생각했다. 나이든 분들은 조금만 친절하게 대해주면 쉽게 넘어가는 일이 많아서 곤란하고 불안하다. 나는 이렇게 아내에게 말했다. 그 말을 하고 나서 생각하니 이 문제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무지와 관련하여 깊이 생각해 볼 가치가 있는 좋은 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몇몇 생각난 것들을 일부 적어 두기로 했다. 우리는 그 사람은 마음은 착한데 머리가 좀 둔하다라던가 그 사람은 참 사람은 똘똘한데 사람이 나빠같은 말을 하곤.. 2014. 10. 3.
나눠서 이해하기와 인과론 2012.11.18 과학의 세계에서는 물론 우리가 일상을 살면서도 자주 만나게 되는 익숙한 이해의 방식이 있다. 그것은 바로 문제를 나눠서 이해하고 인과를 따지는 환원주의다. 그런데 이것들은 널리 쓰이면서도 나름의 함정이 있어서 우리는 그로 인해 오류를 범하게 된다. 그것은 심지어 삶의 방식에서 조차 그럴 수 있다. 나눠서 이해하기 나눠서 이해한다는 것은 예를 들어 여기 어떤 여자가 있는데 그녀가 왜 남자들에게 인기가 좋은가를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우리는 일단 그녀의 눈을 보자,그녀의 목소리를 보자, 그녀의 직업을 보자 하는 식으로 그녀의 여러가지 특징들을 각각 고려한다. 그리고 그 각각의 요인들이 어떻게 남자들에게 보이는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게 질문을 나누는 것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경제학.. 2012. 11. 18.
인간을 이해하려는 노력들 2012.3.27 사람이 가진 가장 큰 욕망중의 하나는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 둘을 합치면 우리는 결국 인간을 이해를 하고 싶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인간을 이해하게 해주는 것은 뭐가 있을까? 따지고 보면 거의 모든 것이 인간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된다. 인간의 역사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우리에게 말해준다. 인간의 예술은 인간이 뭘 표현하고 싶어하는지를 말해준다. 심지어 동물을 연구하는 것도 인간에 대한 연구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건 에드먼즈 모리스의 털난 원숭이 같은 책을 보면 분명하다. 우리는 인간이 아닌 것을 연구함으로서 인간이 뭔지를 알게 되고 인간을 동물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바로봄으로써 인간이 가질 수 있는 편견을 제한할 수 있다. 문학이 인.. 2012. 3. 27.
공자,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2011.8.30 논어 위정편 17편에 보면 제자 자로에게 공자는 안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가르침을 내림니다. 그 가르침은 이렇습니다. 안다는 것은 아는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솔직해라 이런 뜻이죠. 그러나 별거 아닌 것같아 보이는 문장의 의미는 주어진 문맥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누가 누구에게 왜 그런 말을 했나에 따라 진짜 뜻은 전혀 달라질 수 있습니다. 2천년이상 전에 자로에게 그렇게 말한 공자의 참뜻이 무엇인가는 유학전문가도 아닌 제가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공자가 말한 이 유명한 문장을 읽고 저 나름의 문맥에서 이에 대해 몇마디 적어볼까 합니다. 인터넷을 보건,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건 제가 언제나 느끼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일.. 2011. 8. 30.
이해와 전문가의 도움 2011.7.19 우리는 종종 이런 저런 전문가들이 여러가지 일을 이해시켜 주는 현장을 목격합니다. 그들의 말은 종종 매우 매력적이고 그럴듯해서 듣고 있으면 나에게 아주 많은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실은 그것이 과연 도움인지 독인지는 그리 쉽게 판단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이 사회적으로 인기있고 존경받는 사람의 말이라고 할지라도 유명대학의 교수가 자기전공에 대해 말한 것이며 실험으로 검증된 사실들이며 세계의 석학이 보장한 사실들만 말했다고 할지라도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남녀간의 차이점이나 남녀간의 사랑에 대한 과학을 설명하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어떤 교수가 등장해서 여러가지 사실들을 늘어놓고 이야기하는데 그 교수가 과학적인 사람이며 명쾌한 논리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의 강의는 필연적으로.. 2011. 7. 19.
너무 쉬운 답들 : 금붕어, 아이 그리고 사랑의 문제 10.7.7 1. 엉터리 논증의 예에는 이런 것이 있다. 어항속의 금붕어앞에서 박수를 치니까 금붕어가 놀라서 도망간다. 이번에는 -좀 잔인하지만- 금붕어의 지느러미를 모두 떼어내고 박수를 치니까 금붕어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실험을 통해 우리는 '금붕어는 지느러미가 없으면 소리를 듣지 못한다'라는 결론을 얻는다. 이 논증 혹은 과학이 엉터리인 이유는 가능한한 다른 많은 가능성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너무 쉽게 답을 정해놓고 그것이 답이라고 믿어버리기 때문이다. 2. 아이가 겪는 경험적 사실에는 이런 것이 있다. 물컵을 깬다. 엄마가 화를 낸다. 곰인형을 떨어뜨린다. 엄마가 화를 내지 않는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물컵은 바닥에 떨어뜨리면 안되는 것이지만 곰인형은 그래도 되는 것이라는 것을 배운다... 2010. 7. 7.
'-는무엇인가'로 시작하는 말의 위험성 10.6.17 칼 포퍼는 말의 의미들을 따질 때 지성이 파탄나게 된다고 말한바 있다. 하나의 문장이 가지는 의미는 각각의 단어가 가지는 의미의 함수라고 생각하고 각각의 단어의 의미를 따지고 드는 식의 사고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의미의 엄밀성을 따지려고 하는 시도가 효율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뭐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거나 그런 식의 화법을 쓰는 사람을 많이 만난다. 특히 사회과학을 한다는 사람, 운동권쪽 사람, 진보주의자들 뭐 이런 사람들이 이런 화법을 많이 쓰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신자유주의란 무엇인가 혹은 사회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진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것에 대답을 하고 토론을 하는 식으로 사고를 전개해 나가는 것이다. 나는 칼포퍼의 지적에 공감하.. 2010. 6. 17.
보편성과 특수성 2010.5.20 오늘은 다시 보편성과 특수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다. 어떤 분과 대화를 나눴는데 그분은 오늘날 한국사회가 가지는 정체성 문제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편론으로만 뭐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정체성을 말해주는 특수성을 인식하고 그걸 지키고 발전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대한민국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은 한국이고 미국은 미국이고 이것은 이것이며 저것은 저것이다. 즉 정체성은 뻔한 것이며 그냥 주어진 것이다라는 사고는 위험하다. 우리는 내가 누군지, 우리가 누군지를 능동적으로 발견하고 주장하며 지켜야 한다. 정체성은 나나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사실 세상의 것들은 대개 엄격하고 분명한 경계를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 2010. 5. 20.
보통사람이 합리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 2009.11.8 합리적으로 살아가기는 제게 지난 몇년간의 큰 생각할 주제중의 하나였습니다. 몇년간의 생각끝에 이 주제는 여러가지 방향으로 발전했습니다만 제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보통사람이 합리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은 많이 보고 많이 읽고 넓은 시야를 가지되 자신의 느낌을 소중히 하고 무엇보다 이 세상 모든 것이 결정지어 말할 수 없는 미지의 것이라는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너무 평범합니다. 초등학교때 들었던 말인 것같습니다. 그런데 이 평범한 교훈으로 돌아오는데 저는 40년이 걸렸습니다. 어린아이들은 자신의 느낌대로 행동하고 세상이 미지의 것이라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매순간 매일마다 전혀 다른 것을 배우고 보고 들으니까요. 더구나 본인이 조금씩 커가면서 세상은 또 달라집니다. 글자를.. 2009. 11. 8.
지식과 깨달음의 역사 9.11.4 지식이란 모두가 나눌 수 있는 것이며 자동차나 자전거처럼 그 원리를 알지 못해도 쓸 수 있는 것이다. 일식이 몇월몇일에 일어난다라는 것을 알면 일식을 예측하는 원리따위는 몰라도 일식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간단한 원리뿐만이 아니라 실은 복잡한 과학적 주장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보통 지혜니 깨달음이니 창의력이니 하고 부르는 것은 이와 다르다. 그것은 비약적 상상과 안착을 통해서만 얻을 수가 있다. 그래서 화이트헤드는 그의 책 과정과 현실에서 그것을 다음단계로 떠오르는 비행에 비유하였다. 언어로서 표현할 수 없는 것, 논리나 정의 이전에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의할수 있는 것, 말로 표현할수 있는 것 너머에 뭔가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을 느끼는 것은 진짜로 .. 2009. 11. 4.
유가와 노장, 합리주의와 회의론 그리고 한국 동양에서 어떤 사람이 명예나 돈을 가지려고 노력하다 지쳐있으면 흔히 노장사상이 동원된다. 노장사상은 세상만물이 단순하게 정의되지 않으며 인위적인 노력으로 어떤 성취를 이루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런 노력은 오히려 자기 몸과 마음을 피곤하게 만들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도와 하나가 되라고 하는데 이 도라는게 말하자면 거대한 질서고 정의되지 않는 진실이다. 반면에 누가 쳐져서 아무런 뜻이 없고 행동거지가 올바르지 않으면 우리는 유가사상을 동원한다. 유가사상은 인간의 도리가 무엇이고 인간이 해야할일이 무엇이며 세상을 나아가 개혁하라고 말하고 있다. 일단 공자가 그런 사람이다. 애매한 것은 논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최대한 명철하고 논리적으로 세상을 보려는 합리주의가 유가사상이다. 이러한 노장과 유가사상의 공존과 대.. 2009. 9. 6.
수학적 시각과 인문학적 시각에 대해서 현대수학과 과학은 완벽한 이데아의 세계만이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 플라톤적인 사고의 연장에서 태어났다. 서구 과학의 강점은 표준화와 엄밀성에서 나온다. 즉 1+1=2라는 수식은 언제 어디서나 참이다. 이렇게밀화되고 시공을 초월한 진리이기 때문에 우리는 지식을 쉽게 축적할수 있다. 우리가 여러개의 부품으로 로켓이나 컴퓨터 같은 복잡한 기계를 만든다고 생각해 보자. 하나의 부품만 고장나도 이 기계가 서버린다고 할때 각자의 부품이 매우 정밀하고 확실하지 않다면 이런 기계를 만들수 없을 것이다. 현대과학이나 수학은 이런 것이다. 작은 증거와 논리를 엄밀하게 갈고 닦아서 다른 사람도 가져다 쓸수 있게 만든다. 그래서 혼자힘으로는 이룩하기 어려운 엄청난 논리와 증거의 건축물을 현대수학이나 과학에서는 만들어 낼.. 2009. 6.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