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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책 이야기104

돈 아이디의 테크놀로지의 몸을 읽고 미국의 철학자 돈 아이디가 2001년에 쓴 테크놀로지의 몸을 읽었다. 한국에서는 2015년에 출간된 이 책의 영어 제목은 bodies in technology로 테크놀로지에 있어서의 몸들 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더 적합했을 것같지만 지금의 제목도 틀리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이 책이 답하고자 하는 질문은 테크놀로지 (이하 그냥 기술이라고 하겠다.)를 통해 체현된 자아에 대한 감각이 어떻게 변형되었는가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술이 우리의 자아 감각을 바꿀 때 그 기술은 이미 우리의 자아의 일부로 통합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이런 의미에서 이 몸이란 기술이 만들거나 확장한 몸이니 기술의 몸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나는 혹은 우리는 누구인가? 가장 중요한 질문들 중의 하나인 이것은 우리가 우리를 어.. 2024. 2. 17.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것, 할 수 없는 것 출간소식 제가 쓴 새 책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것, 할 수 없는 것이 11월 말에 출판사 필로소픽에서 출간됩니다. 이미 교보를 비롯한 인터넷 서점에는 책 소개가 올라갔습니다. 주제는 물론 인공지능이지만 비교를 통해 이해를 추구하는 책인 만큼 과학이나 수학 분야의 이야기도 나오고 궁극적으로는 철학책으로 여겨져야 하는 책입니다. 우리 인간은 누구이고 새로운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책이라는 것이죠. 저 개인적으로는 제가 품었던 오랜 질문에 답하는 책이기도 하고 그 질문이란 합리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제 글에 관심있었던 분들은 한번 읽어보라고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목차 여는 글 1장 인공지능 패러다임 인공지능은 음악과 무엇이 다른가? 왜 인공지능 패러다임인가? ​ 2장 기호주의 인공지능과.. 2023. 11. 23.
월터 옹의 구술문화와 문자문화를 읽고 23.10.9 1982년에 출간된 월터 옹의 구술문화와 문자문화를 읽었다. 구술문화와 문자문화는 기본적으로 다르고 그것이 사람들의 사고에 있어서 큰 차이를 만든다는 것을 메인 메세지로 하는 이 책은 문자사용을 중요하게 생각하던 나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책이었다. 미디어의 이해를 쓴 마셜 맥클루언의 제자이기도 한 월터 옹은 맥클루언이 그렇게 했듯이 기본적으로 인간의 사고가 도구를 만드는 것이상으로 도구가 인간의 사고를 만들어 낸다는 관점을 가진다. 그리고 다른 어떤 기술적 발전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쓰기와 인쇄라는 기술의 출현이었다고 말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우리가 뭔가를 안다는 것은 생각해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그것을 기억하고 변형하는 등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안에 .. 2023. 10. 9.
휴버트 드레이퍼스의 인터넷의 철학을 읽고 23.5.9 미국 버클리대학의 교수였던 휴버트 드레이퍼스가 쓴 인터넷의 철학을 읽었다. 초판이 1999년에 집필되었고 그것을 2008년에 수정하여 2판을 내놓은 이 책은 인터넷을 통한 간접접촉에 대해서 강한 경고를 내놓고 있는 책이다. 그러니까 이 책이 주고 있는 1차적 메세지는 말하자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중독에서 벗어나서 직접 사람을 만나라는 말이 되겠다. 어찌보면 시시하다고도 할 수 있는 이 메세지는 그 시대에 의해서 만들어 진 면이 있다. 월드와이드웹 그러니까 인터넷의 출발초기에는 인터넷에 대한 기대가 너무나 강렬했고 세상에는 그것이 모든 직접적 접촉을 대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너무 높았던 것이다. 그래서 대학강의는 전부 온라인 강의로 대체되고 사람들이 얼굴을 맞대는 회의는 전부 화상 회의나 .. 2023. 5. 9.
조성익의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 실험을 읽고 23.1.25 요즘 한국에는 여러가지 재미있는 집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EBS에서 만드는 건축탐구 집같은 프로그램만 봐도 전에 비해 전국에 여러가지 집들이 더 많이 생겨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듭니다. 다양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런 가운데 우리의 주거문화도 발전하게 될테니까요. 하지만 이런 희망어린 시선과 함께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진정으로 주거문화의 발전이라고 할만한 변화는 아직 제대로 시작도 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면 위에서 말한 건축탐구 집에서 소개하는 집들은 거의 예외없이 도시의 협소주택이거나 외진 곳에 있는 전원주택이거나 아니면 건축비를 듣기가 무서울 정도의 무시무시하게 비싼 집들이기 때문입니다. 문화란 어떻게 딱 정의할 수 없는 것이지만 .. 2023. 1. 26.
후안 엔리케스의 무엇이 옳은가를 읽고 22.6.6 후안 엔리케스는 TED 강의들로 유명한 미래학자다. 그가 윤리에 대한 책을 썼다. 그러나 이 책의 의도와 결론은 결코 올바름을 가르쳐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모두가 낡은 윤리에 늘어붙어있는 자신을 깨닫고 우리에게 정말 맞는 윤리적 원칙을 찾아내고 수정하기를 바하는 것이다. 우리가 윤리에 대해서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이 있다면 그것은 모든 윤리는 모두 우리의 인식과 생활의 테두리에 의해서 생겨나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테두리는 결코 가만히 있지 않는다. 과거와 지금이 다르고 미래에는 더더욱 다를 것이다. 기술적 발전에 의해서 세상이 변해가는 속력이 더욱 빨라지고만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옳고 그른 것에 대해서 어떤 절대적인 근거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그.. 2022. 6. 6.
알프레드 밀리의 자유의지와 과학을 읽고 22.5.11 알프레드 밀리는 플로리다 주립대학교의 철학교수로 과학이 자유의지를 부정하는가라는 주제에 대해서 짧은 책을 썼다. 오늘은 그 책에 나오는 내용과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해 볼까 한다. 자유의지라는 것은 신기한 것이다. 여기 하나의 박스를 생각해 보자. 그 안에는 우리 자신을 포함한 온갖 것들이 들어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박스 안에서는 온갖 것들이 원인과 결과라는 연쇄를 이루며 일들을 만들어 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떻게 아냐고? 글쎄. 경험적으로 우리가 어떤 일을 봤을 때 그것의 원인이 되는 것들을 찾으면 언제나 원인이 있는 것같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우리가 원인과 결과를 이어주는 법칙이 있다고 믿으며 세상을 볼 때 세상은 훨씬 더 이해하기 쉬운 것이 된다. 예를 들어.. 2022. 5. 11.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를 읽고 21.8.15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를 읽었다. 데우스는 신을 말하며 하라리는 이 책에서 호모 사피엔스는 멸종하고 우리 중 일부만이 호모 사피엔스를 넘어 호모 데우스가 되는 미래를 이야기한다. 인간이란 무엇일까?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할까? 우리가 인간이하라던가 인간을 넘어 신이 된다는 날이 온다고 말하려면 우리는 이 질문에 답할 필요가 있다. 인본주의가 상식이 된 오늘날 우리는 인간은 이성이나 언어적 능력을 가졌기에 우리가 동물 이상이라고 말하는 것에 익숙하다. 이런 말에 따르면 인간이란 이성을 가지고 언어적 능력을 가진 존재를 말한다. 그렇기에 인간은 동물과는 다른 존재가 되어서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 우리는 인간보다 훨씬 무거운 코끼리나 훨씬 귀여운 개에게는 재산권이나 투표권을 허용하지 않고 .. 2021. 9. 15.
데니스 노블의 생명의 음악을 읽고 21.3.5 옥스포드 대학의 명예교수이며 가상 심장 분야의 선구자인 데니스 노블의 생명의 음악을 읽었다. 이 책은 2008년에 외국에서 처음 출간되었고 한국에서는 2009년에 출간되었는데 기본적으로 환원주의에 빠져 있는 세상에 대해 뭐가 문제인지를 설명하려고 쓰여졌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은유의 중요성과 위험성을 여러번 강조한다. 그도 그럴 것이 환원주의의 반대인 비환원주의 혹은 통합주의는 사물을 나누고 고립시키는 것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모든 것을 포함하는 진리를 말하려고 한다면 우리는 어떤 언어도 한계를 가진 것을 발견하게 된다. 따라서 모든 설명은 진리의 일부분만을 말하는 은유가 되며 이것이 옳으면 그 반대는 틀린 것이 되는 배중률식의 사고는 통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이 책은 환원주의도.. 2021. 3. 5.
자크 아탈리의 미래 대예측을 읽고 21.2.1 프랑스의 경제학자이고 유럽부흥은행의 설립에 관여했으며 지금은 컨설팅회사의 대표를 하고 있는 자크 아탈리가 쓴 미래 대예측을 읽었다. 이 책은 한국에는 2018년에 출간되었으나 본래 2016년에 나왔으며 그 이후의 15년 그러니까 2030년까지의 미래를 예측한 짧은 책이다. 출간 이후 이미 4-5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세계적 전염병의 창궐을 미리 경고하기도 한 사람중의 하나로 말할 수 있다. 오늘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을 기록해 두고 싶다. 이 책은 이백페이지가 조금 넘지만 방대한 자료조사를 근거로 미래를 자세히 수치적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예측들이 세세히 맞는가 틀린가 하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그런 예측속에서 아탈리가 본 큰 그림 즉 다가올 미래다. 아탈리는.. 2021. 2. 1.
이민진의 파친코를 읽고 2021.1.26 최근 미국교포작가 이민진의 파친코를 소개하는 동영상을 여러번 보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 재일교포의 삶을 그린 소설 파친코를 읽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해서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며 의미도 있다. 좋은 책이니 추천할 만하다. 나는 먼저 이 책이 좋은 책이며 재미도 있어서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않는 책이라는 말을 강조하고 싶다. 그래야 내가 쓰는 말이 이 책의 비판으로 들려도 결론을 사람들이 잊지 않을테니까 그렇다. 이 책의 주인공은 일제시대에 부산에서 태어난 한 여성인 순자라고 해야 할 것이다. 즉 순자가 어떻게 태어났고 어떻게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으며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가를 기술하는 책이 이 책 파친코이며 파친코가 이 책의 제목이 된 것은 파친코를 하.. 2021. 1. 26.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를 읽고 20.5.28 전직 정치가이자 작가인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를 읽었다. 총 9장으로 이뤄진 이 책은 7개의 질문을 던지고 고금의 저술을 통해 그 답을 탐구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 질문들이란 다음과 같다. 1. 국가란 무엇인가? 2. 누가 다스려야 하는가? 3. 애국심은 고귀한 감정인가? 4. 혁명이냐 개량이냐? 5. 진보정치란 무엇인가? 6. 국가의 도덕적 이상은 무엇인가? 7. 정치인은 어떤 도덕법을 따라야 하는가? 그래서 국가란 무엇일까? 이 책에서 유시민이 이끌어 내는 결론은 바람직한 국가란 선을 행하는 공동체라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해 그것은 시민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을 기본으로는 하는 자유주의적 관점과 선의 추구를 내세우는 목적론적 관점의 조합일 때 가장 바람직하다고 주장된다. 그.. 2020. 5. 28.
최성호의 인간의 우주적 초라함과 삶의 부조리에 대하여를 읽고 20.2.22 제목 참 길다. 똑같이 필로소픽에서 나온 굿바이 카뮈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책과 주제와 내용이 상당히 깊게 연관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런 식으로 제목을 지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의 주제는 결국 인생의 의미찾기다. 그것이 허무한 일인가 아니면 절망할 필요가 없는 일인가에 대해 까뮈와 네이글이 한 생각을 중심으로 저자는 의견을 펼친다. 나는 이 책은 다른 무엇보다 그 주제를 이루는 질문으로 인해 언급하기로 했다. 이 저자나 까뮈나 네이글이 뭐하고 했는가 이전에 이런 질문에 대해 눈돌리지 않고 이따금 생각을 해보는 것은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생의 의미따위 찾아봐야 찾아지지 않는 것으로 결론지어져 있다고 그 결론만 기억하고 질문던지기를 잊어버리면 안된다. 뭔.. 2020. 2. 22.
체코대통령 바츨라프 하벨의 힘없는 자들의 힘을 읽고 19.11.30 1989년 소련의 위성국인 체코슬로바키아에서는 공산당체제가 대중에 의해 일거에 무너지는 벨벳혁명이 일어난다. 이후 체코슬로바키아의 초대대통령이 된 사람이 바츨라프 하벨이었다. 체코슬로바키아는 나중에 체고와 슬로바키아로 분리되게 되는데 그는 이중 체코의 대통령을 역임하기도 했다. 바츨라프 하벨은 극작가였지만 이른바 반체제 인사로 살았다. 그는 록그룹의 음악을 탄압하는 당국에 항의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는 77헌장에 참여한 지식인이었으며 이 책이 소개하는 글, 힘없는 자들의 힘을 쓴 것은 1978년의 일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책이 나온지 11년만에 체코슬로바키아의 체재는 무너진 것이다. 그가 이 책에서 힘없는 자들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란 서구에서 반체제인사로 불리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다.. 2019. 11. 30.
한국주거의 사회사를 읽고 19.11.27 한국주거가 일제시대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변해왔나를 다룬 책 한국주거의 사회사를 읽었습니다. 비교적 두꺼운 책이지만 흥미로운 사진과 자료들이 첨부되어 있었기에 재미있게 읽었으며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저도 평소에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 책의 결론부에서도 한국주거의 역사는 비극이라고 단정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로 우리의 역사는 가난때문에 그저 좋건 나쁘건 그저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공급에 매달리는 역사였고 둘째는 일본과 서구의 무차별적인 영향속에서 오랜 역사를 두고 적응하고 개발한 우리 전통의 주거 문화가 너무나도 많이 유실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우리 것이 남의 것보다 더 좋다던가 나쁘다던가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어가 영.. 2019. 11. 27.
마크 릴라의 난파된 정신을 읽고 19.10.9 분별없는 열정과 더 나은 진보를 상상하라를 쓴 마크 릴라의 신작 난파된 정신을 읽었습니다. 마크 릴라는 이 책은 역사적 진보에 대한 반동을 그 주제로 한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것이 그에 대한 체계적 논고라기 보다는 사례와 성찰을 제시한다고 말하고 있기도 합니다. 사실 이 책은 애초에 하나의 주제를 두고 써내려간 책이 아닙니다. 마크 릴라가 주로 뉴욕 서평에 썼던 글들을 모아 재구성해서 하나의 주제에 대한 책인 것처럼 만든 책입니다. 그러니까 적어도 이 글들을 처음 쓸 때는 반동에 대한 연구를 한다고 쓴 글들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자는 2015년에 두 명의 프랑스 저자들에 대한 서평을 쓰다가 이들이 자신이 전에 읽었던 다른 사람들과 같은 패턴을 보이는 것을 깨달았다고.. 2019. 10.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