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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쓰고 읽기46

목적이 없는 철학 2022.3.17 나는 철학책을 틈틈히 읽는 과학도이다. 그런데 철학책을 읽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흔한 오류가 있다. 그 철학적 사색의 보편성에만 너무 주목하는 이 오류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어떤 사변 철학도 사회적 시대적 배경의 산물이지 시공을 초월하는 답이 아니다. 어떤 철학을 이 세상과 인간에 대한 절대적 진리처럼 생각하는 것은 마치 무슨 약에 쓰는 치료제인지도 모르고 약을 먹는 것과 같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젊었을 때의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잊고 있다. 그들은 철학을 마치 과학처럼 하나밖에 없는 세계를 비추는 거울로 생각한다. 물리학의 경우 3천년전이건 만년전이건 우리는 자연법칙이 다르지는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아는 물리학은 이런 의미에서 시공을 초월해.. 2022. 3. 17.
써둔 글이라는 자산이자 부채 몇달 전의 일이다. 어느 날 내 블로그에 접속할 수 없는 일이 있었다. 내 블로그에는 3천개정도의 글이 있는데 그걸 모두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몇일지나지 않아 블로그는 정상화되었지만 그 일은 내게 백업을 할 필요를 느끼게 해주었다. 문제는 단순한 백업도 쉽지는 않지만 그런 백업은 별 의미도 없다는데 있었다. 수천개의 글을 하드디스크에 저장해 놓고 잊어버리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옛 글을 읽고 소감을 말씀해 주시는 친철한 방문객들 덕분에 나는 가끔 내글을 다시 읽고는 한다. 댓글을 보고 나도 내가 무슨 글을 썼더라하는 마음으로 그 글을 다시 읽는 것이다. 그러나 물론 아주 많은 글들은 나를 포함하여 아무도 읽지 않은 채로 그저 올려져만 있다. 그런 글들을 하드디스크 안 어딘가에 처박아.. 2020. 10. 18.
글쓰기는 왜 절박한 일일까. 2019.6.13 행복은 흔히 주관적이라는 말을 듣는다. 그것은 한마디로 내 마음에 따른 것이라는 뜻인데 그걸 믿기란 힘드는 일이다. 행복이 내 맘대로라면 누구나 행복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대개 그런 말을 잊어버리고 다시 행복은 어떤 객관적 요소에 달린 것이라는 이론을 믿게 된다. 재산이라던가 직위라던가 어떤 명예같은 것에 행복이 있다고 믿게 되는 것이다. 사실 믿음은 주관적인 것이지만 그렇게 맘대로 되는 일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믿음의 근거나 기회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우리는 세상의 여러 종교들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며 심지어 무신론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아무렇게나 선택한다고 해서 그에 대한 믿음이 저절로 마구 솟아나지는 않는다. 또한 어쩌다 믿음이 생겼다고 해도 그것이 계속 그 자리에.. 2019. 6. 13.
유튜브 채널운영을 한달해본 소감 2018.12.11 요즘에는 유튜브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으로 유튜브 채널을 열어서 동영상을 올리기 시작해 봤기 때문이다. 그게 이제 한달이 되었다. 새 미디어는 나에게 새로운 요구를 한다. 그 요구가 내가 감당할만한 것이면 나와 그 미디어는 성공적으로 결합되게 된다. 블로그의 경우는 그랬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은 이제 내 생활의 중요한 일부분이 되어서 내 생각을 정돈하고 내게 어떤 의지할 구석이 되어 준다. 나는 내게 떠오르는 생각과 느낌들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는 사실이 안심이 된다. 나는 때로 블로그에 남아 있는 내 생각의 기록들을 다시 헤매면서 나를 다시 읽는다. 예를 들어 유독 암기에 약한 내가 독후감을 쓰지 않았더라면 내가 읽은 책들은 다 뒤죽박죽이 되고 말았을 것이.. 2018. 12. 11.
완벽하지 않아도 되는 독서 2018.11.18 우리는 대개 배우려는 자세로 독서를 한다. 그런데 때로 그 자세가 문제가 된다. 우리는 작가가 써놓은 것을 모두 다 기억하고 다 이해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가능하면 그 책을 다 암기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면 그것을 책을 잘 읽은 것으로 여기는 일이 보통이다. 다 소화하지 못해도 일단은 전부 집어넣으려고 한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은 후에 누군가가 사피엔스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라고 했을 때 그것을 기억하지 못했다면 불성실하게 책을 읽은 자신을 조금은 부끄럽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책을 읽다가 절반만 읽게 된다면 그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자세가 생기는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 우리는 책을 잘 읽으려고 하다가 오히려 독.. 2018. 11. 18.
사회 문제에 대한 글쓰기. 2018.7.23 나는 본래 물리학자다. 그래서인지 나는 사회과학같이 적어도 완전히 계량화되지 않은 분야의 책을 읽을 때 당혹감을 느낄 때가 있다. 사회과학이란 문학일까 과학일까?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것에 대해 기분 나빠할 사람이나 나의 무식한 용감함을 지적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특히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나 그렇게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그렇다. 이름이 사회과학이라는 것은 이미 과학이거나 과학이 되기를 지향한다는 뜻인데 그걸 과학이냐 문학이냐를 묻는다는 것은 사회과학에 대한 모욕으로 들릴 것이고 나는 그런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그 점을 피해서 순화시켜 말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우선 과학을 포함하는 개념인 학문과 문학을 포함하는 개념인 예술의 차이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학문과 예술의 차이는 .. 2018. 7. 23.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 글이라는 착시 2017.9.14 우리는 글을 읽는 것에 대해 종종 돈을 지불한다. 책을 사는 것이 대표적인 예지만 잡지나 신문을 구독하는 것도 그렇고 넓게 보면 광고가 붙은 블로그나 사이트를 방문하는 것도 그런 예일 것이다. 그런데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 글이라는 개념은 나름대로 문제가 많다. 글에 대해 돈을 지불한다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가 돈을 지불하는 행위에 대해 가지는 선입견이 우리로 하여금 잘못된 가치 판단을 하게 만드는 일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의 시작을 좋은 독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에서 시작해 보자. 나는 좋은 독서란 작가의 강연이나 연설을 듣는 것이 아니라 작가와 친구가 되고 작가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내가 왜 이렇게 생각하는가를 여기서 먼저 .. 2017. 9. 14.
우리는 왜 책을 읽지 않을까? 2017.9.1 우리는 책을 충분히 많이 읽지 않는다. 왜 그럴까? 사실 어느 정도 책을 읽어야 적정수준으로 책을 읽는 것인가하는 기준은 매우 주관적인 것이므로 이런 질문은 좀 무리가 있지만 그래도 우리의 독서 문화를 보면 개선의 여지가 많은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솔직히 말해서 책이나 글의 가치를 진심으로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어른들은 주로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말한다. 도서 시장은 아이들에게 독서 숙제를 내주려는 부모들에 의해 상당 부분 지배된다. 이것은 사실 역설적이다. 책의 가치를 진심으로 모두가 느낀다면 왜 어른들 스스로는 그다지 읽으려고 하지 않는 것인가. 이런 현실에 대해서는 몇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좌절이 그 이유가 될 수가 있다. 사람들은 이런 저런 책들을.. 2017. 9. 1.
과학적인 글쓰기, 문학적인 글쓰기 2017.5.18 우리는 대개 문과와 이과로 학문을 나누고 인문학과 과학을 각각 이야기 하듯이 글쓰기를 과학적인 글쓰기와 문학적인 글쓰기로 구분한다. 말하자면 픽션이 있고 논픽션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들에만 기초한 글쓰기를 과학적인 글쓰기로 이해하고 문학적인 글쓰기는 사실이 아닌 것이 들어가도 되는 판타지 혹은 환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첫째로 사실들 자체는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고 둘째로 우리는 사실들만으로 어떤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예를 들어보자. 당신은 어느 날 수학자인 친구를 만났다. 그런데 그 친구는 제타함수라는 이상한 이름을 가진 함수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럴 때 당신이 그 친구가 하는 말이 모두 사실인지를 확인하는 .. 2017. 5. 18.
나의 독서를 돌아보며 : 좋은 독서란 무엇인가. 2017.4.11 책읽기란 대개 미덕으로 칭송받는 일이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독서를 일종의 도덕적 의무처럼 여기며 자신의 독서량을 자랑하거나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어려운 책을 읽은 것을 자랑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나의 독서를 되돌아 보면 독서를 둘러싼 많은 이야기들이 적어도 조금은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내가 갑자기 독서가 쓸모없는 일이라거나 그것은 허영의 일종이라고 말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독서라는 것이 워낙에 사람에 따라, 또 여러가지 정황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좋은 독서라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오해가 있다. 지금와서 돌아보면 역시 나는 초등학교 시절에 책읽기를 제일 좋아했던 것같다. 고전소설에서 동화.. 2017. 4. 11.
좋은 글쓰기의 조건들 2017.2.1 요즘에는 막내때문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일이 많다. 어제는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막내가 국어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 내용을 보니 글쓰기의 방법에 대한 것이었는데 선생님은 화면속에서 마치 무슨 암기과목 내용설명하듯 글쓰기의 핵심은 이거다 저거다 나열하고 있었다. 그 말들은 틀린 것이라고 할 수는 없겠고 나는 막내를 혼란시킬 의도는 없으므로 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솔직히 지나치게 형식적인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그저 시험문제를 출제하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한 교육일뿐 오히려 저런 교육이 아이들이 글을 못쓰게 만들고 있는 것같아 보였다. 글을 쓰려는 의지나 욕망을 꺽어버리기만 하는 소리들뿐이니 말이다. 이 세상에는 글이란 이렇게 써야 한다는 주장이 많이 있다. 그런 .. 2017. 2. 1.
글을 쓰는 힘의 원천 2015.10.11 사람마다 글을 쓰는 방식과 이유는 다를 것이다. 또 그 답이 하나뿐이어야 할 이유도 없다. 그래서 글이란 일반적으로 이런 힘으로 쓰는 것이다라고 나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 내가 글을 쓰는 힘의 원천은 질문이다. 즉 나는 뭔가를 아니까 그걸 설명하기 위해서 글을 쓴다기 보다는 나도 뭔가를 알고 싶어서, 나도 내가 손가락을 움직여 쓰게 될 글이 읽고 싶어서 글을 쓴다. 적어도 상당부분은 그런것 같고 그래서 나는 내가 내 글의 첫번째 독자라는 말을 하곤 한다. 내가 모르는 걸 어떻게 글로 쓰는가. 물론 아무 것도 모르거나 어렴풋한 인상이나 영감도 없이 글을 쓰지는 않는다. 다만 이건 이래서 이런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써보고 써보면서 앞뒤가 맞.. 2015. 10. 11.
도서관 읽기 2015.8.1 우리 동네에는 전북도청 도서관이 있다. 내가 종종 책을 빌리러 가는 도서관인데 어제는 피서차 도서관에서 머물면서 책을 좀 보기로 했다. 그간에는 신간 부분의 책들을 주로 훓어보곤했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그리 타율이 좋지 못하다. 어느 정도 골라서 책을 빌리긴 하지만 빌려간 책들이 종종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책들이 분류되어 나열되어 있는 서가로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어딜 가야 할 것인가. 스마트폰을 꺼내서 전부터 읽어보겠다고 적어두었던 책들의 목록을 다시 꺼낼 수도 있지만 오늘은 왠지 그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분류번호 000번으로 갔다. 처음은 철학일반이다. 그 서가 앞에 주저 앉아 보이는대로 책을 꺼내서 뒤적였다. 아는 책도 있지만 안읽은 책이 많고 .. 2015. 8. 1.
우화와 우리들의 세계 2015.7.23 우리 아이는 아무래도 외국에서 자랐으므로 한국어 책을 읽는 것이 어색하다. 그래서 나는 방학을 맞이하여 아이에게 책을 낭독하게 하고 있다. 그렇게 하고 나는 그 낭독을 듣는 것이다. 지금 낭독하고 있는 책은 꿈꾸는 책들의 도시라는 책이다. 이 책은 출판과 창작의 세계를 판타지로 그려낸 것인데 이 책을 다시 듣다보니 나는 판타지의 미덕을 하나 느끼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판타지의 세계이기 때문에 그 글을 읽는 독자가 그 세계가 이러저러하다는 것에 대해 저항감을 별로 느끼지 않는 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멀리 깊은 숲속에는 스파게티를 먹는 도깨비가 살았습니다. 그들은 매일 같이 더 많은 스파게티, 더 맛있는 스파게티를 먹는 일만 생각하고 살았습니다라고 글을 시작한다고 해보자. 그렇다고 할때.. 2015. 7. 23.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 2015. 4. 28. 우리는 대개 우리의 몸을 우리 자신의 일부로 여긴다. 자신의 팔다리와 내장기관을 마치 입고 있는 옷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반면에 우리의 소유물은 그렇지 않다. 우리 자신이 아니다. 그러나 사람사이에 차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팔하나쯤 없어져도 거뜬히 행복하게 사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아끼는 신발이 망가지거나 아끼는 자동차가 상처를 입으면 곧 죽을 것처럼 불행해 한다. 내 몸바깥에 것에 대해 신경쓰는 것은 반드시 속물근성을 가진 사람들만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집안이 반드시 단순해야 하고 잘 정돈되어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못할 때 그걸 견디기 힘들어 한다. 따라서 가난하고 단순하게 사는 사람도 내 주변이 반드시 이러저러해야 한다고 신경쓰고 .. 2015. 4. 28.
오늘날 우리는 뭘 써야 할 것인가. 2015.4.26 최근에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이라는 여행에세이를 읽고 있었을 때의 일이다. 보통은 훌룡한 이야기꾼으로 책은 유익하고 재미있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보통이 말하는 것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으로 자꾸 빠져들어갔다. 그것은 세부사항을 얼마나 쓰는가 하는 것에 대한 것이었다. 예를 들어 작가는 비행기가 뜬다라고 하지 않고 ‘A340기가 뉴욕을 향해 이륙한다. 스테인스 저수지 상공에서 보조 날개와 바퀴를 접는다.’ 라는 식으로 쓴다. 그저 거기에는 단층휴계소가 있었다라고 하지 않고 ‘유리와 빨간 벽돌로 지은 단층 휴계소는 밋밋한 넓은 평야를 가로지르는 런던과 맨체스터간 고속도로를 굽어보고 있다. 앞뜰에 내걸린 커다란 코팅 간판이 운전자들과 옆 들판의 양떼에게 달걀부침, 소시지 두개, 반도 .. 2015.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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