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 에세이들86 불확실성의 산책 11 (끝) 11. 이야기의 시작과 끝. 물리학자 슈뢰딩거는 1925년에 쓴 그의 에세이 길을 찾아서에서 현대 물리학의 기초에 있는 형이상학을 비판하며 우리는 새로운 믿음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철학자이자 수학자였던 화이트 헤드는 이 과학적 물질주의의 오류를 잘못놓여진 구체성의 오류라고 .. 2020. 3. 12. 불확실성의 산책 10 10. 인식하는 생명, 진화하는 생명. 우리는 유한한 시간에 유한한 자원을 동원해서 세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이럴 때 우리는 한가지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데 그것은 우리가 얻는 그 정보라는 것이 세상에 대한 것일 뿐만 아니라 우리 스스로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는 .. 2020. 3. 12. 불확실성의 산책 9 9. 생명과 복잡성 생명현상의 무경계성을 강조해서 내가 생명을 무슨 허깨비나 유령처럼 보이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뇌의 복잡성과 비선형성을 강조해서 내가 뇌를 흔히 말하는 것처럼 복잡한 컴퓨터 같은 것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물론 그것이 전부는 .. 2020. 3. 12. 불확실성의 산책 8 8. 복잡계로서의 생명 1990년, 나는 인공신경망에 대한 사이언스 잡지의 한 논문을 읽었다. 나는 그 논문을 매우 흥미롭게 읽은 나머지 물리학의 연구보다 인공신경망의 연구가 더욱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능을 가진 학습기계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 나아가 실제 뇌의 작동.. 2020. 3. 7. 불확실성의 산책 7 7. 나는 어디에 있는가. 앞에서 말했듯이 오늘날의 과학공동체는 애매하게 정의되는 것, 한정된 시간만 존재하는 것을 연구하는 일에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생명과 뇌의 연구다. 물론 20 세기 부터 생명연구가 폭발적으로 진보하고 양적인 증가를 보인 큰 이유는 유.. 2020. 3. 7. 불확실성의 산책 6 6. 과학적 사고의 해체 과학적으로 이해한 사실들로만 채워진 세계에는 가치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가치판단이 불가능하다. 물론 과학적으로 엄밀하게 사고하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는 없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거꾸로 현대사회에 적응하고 살기 힘들다. 사회전체가 엄밀한 과학적 기계적 논리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일에서 직장에서 하는 일, 세금을 내고,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고, 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모든 일에 이르기까지 사회 시스템은 우리에게 보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사고하고 표준적이고 상식적으로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 사실 과학적으로 엄밀하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 그러지 못한 사람들로 가득찬 사회는 불투명성이 가득하고 부패가 넘치기 쉬우며 원칙은 실종되기 쉽.. 2020. 3. 7. 불확실성의 산책 5 5. 지적인 행위와 불확실성 분류의 어려움 과학은 물론 지적인 행위다. 과학적 사고란 합리적이고 지적인 사고를 말한다. 그런데 지능을 가진다는 것은 뭘 말하는 것일까. 아무도 만족할 만한 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공학에는 기계학습이라는 분야가 있는데 이 부분을 공부하면 이런 질문에 대한 한가지 가능한 답을 얻게 된다. 기계학습이란 기계로 하여금 경험과 데이터에 근거하여 규칙을 찾아내게 하는 것이다. 통상의 프로그램이 모든 가능한 경우에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명령의 목록을 기계에게 제시해 주는 것이라면 기계학습은 기계가 과거에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상황에 까지 대처하도록 스스로 규칙을 찾아내고 일반화를 하게 하는 것이다. 마치 사람처럼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기계가 사람처럼 지능을 가지게 하는 것이 기계.. 2020. 3. 6. 불확실성의 산책 4 4. 이야기만들기로서의 과학 직업으로서의 과학이란 다른 많은 직업이 그렇듯이 돈을 버는 일이고 경쟁도 해야하는 일이며 논문쓰기와 데이터 분석과 계산, 프로그래밍, 서류작업같은 지루한 과정들로 채워져 있는 일이다. 그래서 별로 낭만적인 곳이 없다. 더구나 과학이란 앞에서 말했듯이 대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하는 공동작업이라 자기앞의 일들에 매달려서 전체를 생각할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과학도들은 아주 좁은 분야의 특정한 주제에 전문화되는 일이 흔하다. 그러나 그런 지루한 부분을 모두 날려버리고 고개를 좀 높이 들고 곰곰히 생각해 보면 과학이란 결국 소설을 쓰는 것처럼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이다. 과학과 문학의 차이는 관점에 따라서 매우 좁아진다. 다만 앞에서 말한 것처럼 과학은 객관적으로 관찰된.. 2020. 3. 6. 불확실성의 산책 3 3. 현대 과학의 두가지 특징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방법, 우리가 현재 빠져 있는 패러다임이 어떤 것인가를 보는 방법에는 여러가지 서로 다른 방법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다른 패러다임과 자기 패러다임과의 차이를 비교하는 것이다. 한국이 어떤 곳인지를 한국안에서 열심히 생각해서는 알기 어렵다. 한국이 아닌 외국에 가서 한국과 외국을 비교할 때 우리는 한국의 문화적 특징을 이해하고 아 이게 한국식이구나 하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따라서 많은 저자들이 현대과학의 특징을 설명하는 방식은 현대과학적인 패러다임이 널리 퍼지기 이전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서 그 과거의 패러다임을 살피고 사람들의 사고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해왔는가를 역사적으로 고찰하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토마스 .. 2020. 3. 6. 불확실성의 산책 2 2. 쿤의 패러다임 이론과 불확실성 모르는 것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우리가 뭘 모르는지 알고 있는 무지고 또하나는 우리가 뭘 모르는지 모르는 무지다. 예를 들어 노벨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만의 스승이기도 했던 경제학자 프랭크 나이트는 리스크와 불확정성을 구분하는데 이 구분은 바로 앞에서 말한 이 두가지 종류의 무지에 대한 구분이다. 대개 전자의 무지는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지 알 수 있어서 그다지 위험하지 않은 무지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그 무지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무지이기도 하다. 진정으로 위험한 무지는 자신이 뭘 모르는지를 모르는 무지, 자신이 뭘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무지다. 이런 무지는 진정으로 위험하지만 종종 자신이 뭘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무시되어 큰 위험을 만.. 2020. 3. 5. 불확실성의 산책 1 1. 불확실성과 과학 사람들은 종종 과학은 시공을 초월하는 자연의 법칙을 찾는 것이며 사물에 대한 확실한 설명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과학은 적어도 20세기이래로 점점 더 불확실성에 대한 것, 확률에 대한 것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가 과학적 시각이, 특히 고전과학적 시각이 어떤 특징을 가졌는가를 이야기하고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를 이야기하기 전에 현대과학이 불확실성과 어떤 관련을 가지고 있는지 그것이 왜 점점 더 중요해 지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자. 양자역학과 혼돈이론 과학에서 불확실성을 말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양자역학과 혼돈이론이다. 이것이 오늘날 불확실성이 점점 중요해지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지만 과학자들도 어떤 의미에서는 이미 정확히 예측하고 정확히 아는 것에 대해.. 2020. 3. 5. 불확실성의 산책 0 불확실성의 산책 들어가며 일본에 살았던 나는 동네 주택가를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 일본은 고층아파트가 별로 없다. 특히 동경을 벗어나 있는 우리 동네는 더욱 그렇다. 다만 끝없이 저층건물로된 주택가가 이어져 있을 뿐이다. 아파트 단지와는 달리 단독주택들은 모두 다른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집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또한 이따금 집들 사이로 나타나는 텃밭이라던가 전자상가나 카페, 제과점들 같은 것을 발견하는 것이 무척 즐겁다. 많은 집이며 가게는 내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뜻밖의 장소에 존재한다. 사람도 별로 없을 것 같은 골목에 멋진 유럽식 카페가 있다거나 중고차 판매소가 있다거나 하는 식이고 현대식 건물이 쭉 이어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아주 넓은 정원을 가진 옛날식 집이 나오는 식이다. 일본에서 귀.. 2020. 3. 5. 원근법과 우리 시대의 신성모독 2 2. 우리의 이론과 그 한계 원근법과 관련하여 우리가 기억해야할 또다른 사실은 세상이 그냥 있는 그대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에 대한 의식적인 혹은 무의식적인 이론이나 가정때문에 세상을 그렇게 보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사람이 크고 작게 보이는 앞의 착시의 예에서 이것을 지적한 바 있다. 우리의 이론이나 가정은 틀릴 수 있고 그 결과 어떤 시각적 신호에 대한 우리의 해석의 결과는 매우 엉뚱할 수 있다. 우리는 빛은 공간 속을 직진한다라고 생각하고 우리가 보는 세상은 세상에서 오는 빛에 의해 만들어 진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사실들도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아인쉬타인은 일반상대성 이론을 통해 빛은 중력에 의해서 휠수 있다는 것을 보였다. 게다가 우리가 보는 세상은 그냥 시각.. 2017. 4. 18. 원근법과 우리 시대의 신성모독 1 원근법과 우리 시대의 신성모독 1. 왜 원근법인가. 사진을 찍을 때 예뻐 보인다고 해서 굳이 정면과 45도 각도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그림을 그릴 때도 우리는 물론 멋지고 의미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하는 중요한 방법중의 하나는 2차원의 그림에 3차원의 공간감을 더해주는 원근법을 살리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비키니 섬의 세 스핑크스, 달리. 15세기초에 원근법의 수학적 원리를 발견한 것은 이탈리아의 건축가 필리포 브루넬레스키라고 한다. 공간속의 물체는 멀리 있을 수록 작아보이며 평행한 면이나 선들은 먼 곳에서 한 점으로 수렴하는 것같아 보이게 되는데 이것을 소실점이라고 한다. 소실점의 개념은 그리스인과 로마인에게도 알려져 있었으나 브루넬레스키에 의해서 재발견되었고 이후 마사.. 2017. 4. 16. 철학이 있는 집 4 : 기억과 의미가 있는 집 본 아이덴티티, 메멘토, 내 머리속의 지우개, 첫 키스만 50번째, 이터널 썬샤인, 럭키. 이 것들은 모두 기억에 문제가 생긴 주인공들을 가진 영화나 드라마다. 나라는 것은 어쩌면 나의 기억이라는 말과 거의 같은 말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기억상실을 주제로 하는 많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 2017. 2. 14. 철학이 있는 집 7 : 인간의 집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집에서 살았다. 문제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시대마다 나라마다 같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우리가 인간이란 신에게 복종하면서 살아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할 때 인간을 위한 집도 그것에 맞춰서 지어지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종교의 시대에는 그 안에 사는 사람을 가장 종교적으로 성실하고 훌룡한 인간으로 보이게 만드는 집이 좋은 집으로 여겨지게 될 것이다. 당대에는 인간이란 응당 이래야 한다거나 원래 이런 존재라고 생각했었기에 그런 집이 인간의 집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지고 우리의 생각이 달라지게 되면 그것들은 이제 인간을 위한 집이라기 보다는 신을 위한 집으로 보이게 된다. 이러한 사실을 생각하면 우리는 질문하게 된다. 우리는 과연 지금은 인간의 집에서 살고.. 2016. 7. 27. 이전 1 2 3 4 ···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