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 에세이들86 철학이 있는 집 6 : 비밀 기지가 있는 집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가는 길이었다. 차창밖으로는 아파트들이 계속 지나가고 있었다. 바둑판처럼 균일하게 창이 난 건물이나 아래층 윗층 할 것없이 똑같이 생긴 건물 그리고 그런 건물들이 다시 복제되어 늘어선 모습이 보인다. 나는 원래도 아파트들을 싫어했지만 근간에는 아파트를 보면 우울해지고 화가 날 정도로 싫다. 내가 특히 싫어하는 것은 아파트가 가지는 그 균일성이다. 나는 바둑판처럼 균일하게 창이 난 건물이나 아래층 윗층 할 것없이 똑같이 생긴 건물 그리고 그런 건물들이 다시 복제되어 늘어서 있는 광경을 보는 것이 너무 싫다. 너무 싫어서 오래동안 그런 걸 보고 있으면 멀미가 날 것같은 기분이다. 한국의 아파트 사실 아파트라고 해서 한국의 아파트처럼 그 균일성이 극단적인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얼마전에.. 2016. 7. 20. 철학이 있는 집 5 : 가난한 방이 있는 집 집이란 거기에 사는 사람의 자아에 맞추는 옷과 같다. 집이 그 사람의 생활문화와 가치관에 대응해야 그 집이 편안하고 좋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TvN의 리틀빅히어로라는 방송에서 수납전문가 정경자를 소개해 준 일이 있었다. 방송에서는 정리를 못하는 사람의 집을 정리하는 것을 보여주었는데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은 집의 크기에 비해 정말 엄청나게 물건을 많이 가지고 있었으며 또 정리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의 집은 좋은 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단서를 주는 것같으면서도 동시에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허무하게 만든다. 이런 식으로 집을 쓴다면 집의 구조따위가 무슨 차이를 만들겠는가 하는 좌절때문이다. 정리하지 못한 짐이 많은 집 집이란 여러가지 가정과 철학을 근거로 지어진다. 집짓.. 2016. 7. 19. 철학이 있는 집 3 : 역사가 없는 집 사물의 의미는 서로간의 관계에서 나온다. 그리고 역사는 하나의 시간대와 또 다른 시간대간의 관계로서 대개 아주 중요하게 생각되어진다. 아인쉬타인이나 모짜르트가 쓰던 의자는 우리에게 다른 많은 의자보다 더 중요해 보인다. 오래된 향교에 가면 거기서 보는 것은 다 의미가 있어 .. 2016. 7. 11. 철학이 있는 집 2 : 집같은 인생, 인생같은 집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어떤 게 멋지고 좋은 삶인가. 우리는 그때 그때의 욕망을 따르면 되는가? 아니면 그저 주변 사람들이 사는 방식을 흉내내면서 살 뿐인가? 그도 아니면 전통에 따라서 살 뿐인가? 어떤 위대한 인물의 삶을 흉내낼 것인가? 아니면 어떤 추상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살아야 할 것인가? 우리는 살면서 많은 질문들을 만난다. 그리고 집에 대한 고민들도 이와 비슷하다. 그래서 집을 생각하다가 인생을 생각하고 인생을 생각하다가 집을 생각하면 서로가 서로에게 가르쳐 주는 바가 있다. 예를 들어 그때 그때의 욕망을 절제하지 않는다는 것은 현명한 짓이 아니다. 생각나는 대로, 원하는 대로 집에다 이런 저런 공간을 마구 만든다면 그 집은 전체적 조화를 잃을 뿐 아니라 관리가 힘들어 질 것이고 .. 2016. 7. 9. 철학이 있는 집 1 : 우리의 상식 내가 좋아하는 영화 중에 일본의 미타니 코기가 감독한 모두의 집이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집을 짓는 일에 여러 사람들이 끼어들면 전체의 계획이 얼마나 크게 왔다갔다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코믹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실 집을 지어 본 사람들의 후일담에는 언제나 자신의 상상과는 다르게 마구 흘러가 버리는 공사판에 대한 한탄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어떤 구조 변경이나 어떤 자재변경은 처음에는 별거 아닌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점점 커져서 집 전체를 지배하는 꼴이 되고 나중에는 어떻게 바꿀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화장실의 위치나 크기를 바꾸는 것에서 시작하여 자꾸 자꾸 디자인을 바꾸다가 보면 화장실때문에 집이 다 바뀌어 버리는 식의 변화도 가능하다. 공사가 진행됨에 따라 자기가 꿈꾸는 집을 짓고자.. 2016. 7. 7. 8. 여행의 끝 2 우리는 인간의 세계가 문자의 세계에서 전자매체의 세계로 교체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미 정보는 폭증하고 있고 인공지능같이 큰 데이터를 다루는 기술이 증가할 수록 그 증가속력은 더더욱 커질 것이다. 우리의 세계는 점점 더 기계가 직접 정보를 채집하고 그것을 가공하고 퍼뜨리는 세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리고 정보의 폭증은 위에서 말한 문제를 극도로 나쁘게 만든다. 우리의 세계가 우리의 인식과 지식의 결과라는 점에서 이것은 세계가 크게 바뀌는 것이다. 전자 매체의 세계란 어떤 것일까? 이렇게 생각해 보자. 만약 1960년대에 이미 유튜브와 구글 검색과 스마트폰이 있었다면 1960년대의 세계는 어땠을까? 베트남전쟁에 대해 한국인과 미국인이 요즘처럼 쉽게 사진과 동영상과 기사를 구할 수 있다면 어땠을까? .. 2016. 2. 29. 8. 여행의 끝 1 8. 여행의 끝 나는 현대인의 불안에서부터 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언제나 중요한 것은 질문이다. 질문이 없는 답은 무의미하며 언제나 답보다 질문이 더 중요하다. 오늘날 우리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애초에 문제가 없거나 우리가 가진 문제를 누군가가 이미 해결했다면 고민도 필요없을 것이다. 세상을 둘러보면 우리는 우리의 실수를 쉽게 발견한다. 한정된 지구 자원을 생각하면 무한대의 소비란 그 한계가 뻔한 약속인데도 마치 무한정 성장할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바보가 아닌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세계는 마치 그런 바보같은 생각을 믿는 것처럼 움직여 가는 것같다. 우리는 비슷한 경험을 다른 분야에서도 많이 한다. 교육문제나 노후대책문제도 그렇고 주거문제도 그렇다. 전반적인 경제정책에서도 그렇다.. 2016. 2. 29. 7. 인간이 할 수 있는 일 2 그렇다면 미래는 암울하기만 한 것인가. 나는 이제까지 미래에 대해 비교적 환상적이면서도 비관적인 이야기를 적었다. 그것은 기계의 발전이 얼마나 대단한가 그리고 얼마나 더 대단할 것인가라는 측면에서 환상적이지만 인간의 지위와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점에서 비관적으로 들리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너무 무서워할 것만은 없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발전을 과소평가해서도 안되지만 그걸 과대평가하는 것도 어리석다. 아이작 아쉬모프의 소설 200살을 맞은 사나이는 로보트가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살아가는 미래를 그린다. 그 로보트는 재산을 소유하기도 하고 예술적인 작품을 만들며 지극히 인간적인 희노애락을 가진다. 이런 인공지능이 가까운 시대에 출현할 것인가. 누구도 확실한 것은 모른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2016. 2. 26. 7. 인간이 할 수 있는 일 1 7. 인간이 할 수 있는 일 우리 시대에 인간은 불안하다. 그리고 적어도 한동안 앞으로 점점 더 그렇게 느끼게 될 것이다. 세상은 어떤 곳인지 점점 이해하기 힘들어지고 미래가 어떤 곳인지를 예측하는 일도 더 힘들어 진다. 이런 것은 다만 심리적인 문제가 아니다. 아이들의 교육이나 본인의 진로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미래에 대해 알 수 없어지는 만큼 우리가 치뤄야 할 댓가는 더 커진다. 국가적 규모나 지방자치의 규모에서 어떤 정책을 실시하는데 예측이 비참하게 틀리다면 치뤄야 할 댓가는 너무 엄청나고 그것은 다시 세금의 형태로 개인들에게 돌아온다. 이 세계가 이해할 수 없는 곳일 수록 노인들은 더 많은 노후 자금이 필요하고 사람들은 더 많은 교육비와 보험비와 상담료가 필요하다. 이 모든 것들은 우리가 예.. 2016. 2. 26. 6. 문자의 마음을 넘어서 2 그럼 전자매체란 무엇인가. 그것은 기계에 의해 기록되고 기계에 저장되며 기계에 의해 해독 가공되는 매체다. 이 중에서 정보가 기계에 의해 해독 가공되는 시대는 아직 제대로 오지 않았다. 그것은 본격적 인공지능의 시대다. 인공지능의 시대야 말로 본격적 정보폭팔의 시대일 것이다. 그러나 이미 문자시대와 지금 시대와의 차이는 확연하다. 지금 이순간에도 세계의 수없이 많은 스마트폰은 여러가지 사진이며 동영상을 찍어서 웹으로 올리고 있고 그것은 또 검색되어 저장되고 있다. 앞에서 문자의 특성을 이야기할 때 이미 이 내용을 느낀 사람이 있었겠지만 전자 매체는 문자와 전혀 다르다. 전자 매체의 가장 큰 특징은 그것이 인간에 의해 기록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자매체는 인간의 재능이나 교육을 별로 요구하지 않는.. 2016. 2. 23. 6. 문자의 마음을 넘어서 1 6. 문자의 마음을 넘어서 인간은 태어나는 것 이상으로 만들어진다. 인간은 계속해서 마모되고 붕괴하며 동시에 재구축된다. 그러한 과정은 인간의 유한한 기억과 인식능력의 한계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매일 매일의 체험속에서 옛 기억과 옛 개념이 새로운 기억과 새로운 개념으로 교체되면서 재탄생된다. 인간은 느끼고 기억하고 이해할 수 있는 만큼만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답할 수 있다. 그런데 인간에게는 몇천년전에 놀라운 일이 생겼다. 인간이 문자라는 매체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인간은 문자를 쓰기 전에도 음성이나 표정, 몸짓 심지어 그림이나 조각같은 것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고 기록을 남겼지만 문자는 그 모든 것과 너무 달랐다. 일단 문자는 음성과는 달리 정보를 저장한다. 게다가 그림보다 작고 단순.. 2016. 2. 23. 5. 그래보이는 것과 그런 것의 사이에서 2 이런 분리와 무능이 극명하게 들어나게 되는 곳이 바로 과학과 인문학의 분열이다. 스노의 두 문화에 대한 강연이외에도 월슨의 통섭이라던가 브로노우스키의 인간을 묻는다, 퍼시그의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등 수없이 많은 강연과 책들이 20세기 내내 이 문제를 지적하고 파고 들었다. 그들은 곧 과학이 인문학을 흡수 통합할 것이라고 말하거나 두개의 지식은 서로 다른 형태로 동등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어떤 일원론적인 철학으로 이 분열은 봉합되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분열의 원천적 해법이 무엇인가를 제처두고라도 우리의 일상에서 보면 결국 지식의 기초가 점점 더 개인의 일상과 분리되어 멀어져 간다는 것이 그 문제의 시초라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애초에 서구에서 낭만주의적 반항이 일어난 것도 이때문이.. 2016. 2. 20. 5. 그래보이는 것과 그런 것의 사이에서 1 5. 그래보이는 것과 그런 것의 사이에서 예뻐 보이는 것과 진짜로 예쁜 것, 똑똑해 보이는 것과 진짜로 똑똑한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어떤 것이 진짜 중요할까? 우리는 표면적으로 혹은 직관적으로 이러저러해 보이는 것과 진짜로 이러저러한 것을 구분하는 습관이 있다. 이러한 습관은 지동설 같은 추상적 이론들이 더 진실이더라는 경험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즉 혼란스러운 감각 자료의 너머에는 진실이 되는 원리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지구는 우리 감각에 움직이는 것같지 않다. 태양은 하늘을 가로 질러 움직이는 것같다. 하지만 세계를 잘 살피면 우리는 실제로는 지구가 태양 주변을 돌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혼란스럽고 주관적인 우리의 감각과 판단 너머에는 객관적이고 유일한 진리의 세계가 존재한다. 우리는 이렇게 믿는.. 2016. 2. 20. 4. 다원화 시대의 자기 찾기 2 우리는 어떻게 스스로 만든 세계에 갇히게 되는가. 우리가 누구인가를 답하려고 할 때에 빠지기 쉬운 함정 아니 빠질 수 밖에 없는 함정은 몇몇 자명해 보이는 명제를 절대적으로 믿고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앞에서 말했던 인간은 이익을 추구하는 존재다같은 말이 그렇다. 일단 그런 가정들 몇개인가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나면 우리는 어느새 자기에 대한 또렷한 인식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더 큰 진짜 세계의 관점으로 보면 자기를 잃어버린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누구인지를 답하는데 있어서 내 시각, 내 인식과정은 끼어들 틈이 없다. 내가 존재하는 세계는 대개는 타인에 의해서 만들어졌지만 견고하기 짝이 없다. 우리는 남의 눈으로 자기를 보고 나는 이러저러한 사람일 수 밖에는 .. 2016. 2. 15. 4. 다원화 시대의 자기 찾기 1 4. 다원화 시대의 자기 찾기 우리는 누구인가? 계몽의 꿈의 시대에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방법은 과학적 진리찾기와 비슷해 지기 쉽다. 즉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답은 마치 자연의 법칙들처럼 시공을 초월하여 하나밖에 없는 이 객관적 세계에 존재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 견해에 따르면 나의 정체성은 나의 외부에 존재하는 것으로 예를 들어 어딘가에 있는 비밀의 책이나 창고안에 혹은 은행계좌의 숫자나 책상위에 놓은 명패위에 나의 생사여부와 상관없이 존재한다. 다시 말해 내가 설사 스스로가 왕의 적법한 후계자라는 것을 몰라도 나의 혈통이 그러하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식이다. 내가 누구인가 하는 것은 나 말고 전 세계가 모두 사라진다고 해도 사실상 변하지 않는다. 여기서 조심해야 하는 것은 바로 .. 2016. 2. 15. 3. 인간의 가치 3. 인간의 가치 유년기의 실종이라는 책에서 닐 포스트만은 어린이 혹은 유년기라는 개념은 읽고 쓰기라는 개념이 보편화되면서 생겨났다고 주장한다. 그전에도 물론 강자와 약자라는 구분은 있었겠지만 아이와 어른이라는 구분은 없었다는 것이다. 아이는 말하자면 그저 작은 어른이었다. 그런데 읽고 쓰기가 보편화되고 그것을 배우는 학교에 다니는 일이 보편화되면서 세상에는 읽고 쓸 줄 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구분 혹은 기초 교육과정을 마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구분이 생겼다. 너무 어려서 아직 기초 교육과정도 마치지 못한 어린 아이들은 좀 더 나이든 어른들과는 달리 아직 정상적인 시민으로 취급받을 수 없는 존재로 여겨졌다. 그들은 모르는 게 너무 많고 따라서 그들의 의견은 제한적인 가치만 있으며 그들은 .. 2016. 2. 5.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