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들57 기억하는 집과 기억의 중재자 # 기억하는 집## 12047년, 서울."이혼 신청이 접수되었습니다."법원 AI의 음성이 울려 퍼졌을 때, 민준은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그저 15년이라는 시간이 행정 처리 한 번으로 끝난다는 사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뿐이었다."아빠."딸 서연이 법원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스물두 살. 이제 법적으로 어느 쪽 부모를 선택할 필요도 없는 나이였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엄마는?""먼저 갔어. 할 말 없대."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혜와는 이미 2년 전부터 같은 집에 살면서도 거의 대화가 없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지쳐 있었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밖으로 나오자 거리의 전광판에 뉴스가 흘러나왔다.**"올해 혼인율 역대 최저... 2046년 대비 12% 추가.. 2025. 11. 30. 철학을 하지 않는 닭 2 철학을 하지 않는 닭2 % 이 이야기는 닭의 생리와 닭을 기르는 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1. 철학하지 않는 닭, 교촌2호 한 마을의 닭장에는 철학하지 않는 닭, 교촌2호가 있었습니다. 교촌 2호는 성격이 유순하고 몸이 약한 닭이어서 주변 닭들의 주목을 끌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는 닭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교촌 2호는 모든 게 서툴렀고 어리석은 일을 많이 했습니다. 눈치가 빠르고 사교성이 좋은 닭들은 다른 닭들이 하는 것을 보고 알아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잘 배웠습니다만 교촌 2호는 그렇지가 못했습니다. 예를 들어 교촌2호는 먹이를 먹기전에 물을 먼저 먹는 일을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 그를 보고 이웃 자리에 있던 닭이 괴상한 닭이라면서 소리를 질러 댔습니다. 자신은 평.. 2025. 1. 17. 철학을 하지 않는 닭 1부 1. 교촌3호의 하루 어느 닭공장에는 철학을 하지 않는 닭, 교촌3호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이 되자 닭우리에는 빛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교촌3호는 물을 마셨습니다. 그리고 먹이를 먹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닭우리에는 빛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교촌3호는 물을 마셨습니다. 그리고 먹이를 먹었습니다. 그 다음 날 아침이 되자 닭우리에는 빛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교촌3호는 물을 마셨습니다. 그리고 먹이를 먹었습니다. 교촌3호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아침에 문이 너무 일찍 열리는 날에는 하루 종일 졸리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더구나 어떤 날에는 빗소리가 천장에서 시끄럽게 나기까지해서 더 더욱 졸음이 왔습니다. 그것뿐이면 말을 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물도 어느 날에는 너무 적게 주어.. 2025. 1. 12. 제목 없는 이야기. 어느 지구를 닮은 행성에는 남자들과 여자들이 살고 있었다. 이 행성의 남자들은 모두 한가지 특징이 있었는데 그건 여자들이 다리를 보여주면 머리가 멍해지고 무조건 여자들의 명령에 복종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행성의 여자들은 모두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면서 남자들을 노예로 부리고 살았다. 이런 현실을 보고 노예처럼 사는 남자들을 불쌍하게 여긴 현숙은 이 남자들을 각성시켜서 진정한 인간적 동지로 공존하면서 살 수는 없는걸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큰 결심을 하게 된다. 바로 남자 앞에서 다리를 가리기로 한 것이다. 그녀는 가장 먼저 그녀가 호감을 가지고 있는 명헌을 법원건물의 한 방으로 불렀다. 그리고 자리에 앉게 한 후 가지고 간 천으로 다리를 가렸다. 명헌은 잠시 당황하는 거 같.. 2023. 12. 12. 나쁜 꿈 : 26 (끝) 나쁜 꿈 26. 마지막 진실 (끝) 그건 낡고 촌스런 노란색 3인용 소파였다. 갑자기 나는 허름한 사무실의 소파에 앉아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죽지 않았다. 나는 또 시간을 건너뛴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나는 정말 하늘을 날았던 모양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사무실은 큰 데 사람은 하나밖에 없다. 옆쪽의 커다란 상황판에는 여러 개의 이름들이 써져 있고 그 밑으로 그들에 대한 정보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큰 사무실의 끝쪽에 있는 작고 지저분한 책상 앞에는 하나 밖에 없는 사람이 앉아서 뭔가를 쓰고 있었다. 그는 계속해서 뭔가를 고민하고 지우고 다시 쓰는 일을 반복한다. 그 사람의 책상 위에는 어울리지 않는 큰 이름표가 올려져 있었다. 마치 그것이 이 방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라는 것처럼. 그런데 그 이름이 내가.. 2018. 10. 18. 나쁜 꿈 : 25 나쁜 꿈 25. 어른은 아이를 살리기 위해 죽는다. 이치하라 하야토는 시골 출신이었다. 그는 소학교 6학년 때의 일을 잊지 못한다. 그는 시험시간에 커닝을 했는데 새로 부임한 한 여선생님에게 이것을 들켰던 것이다. 그녀의 이름은 미네마츠 카에데였다. 문제는 그가 언제나 최고 성적이었던 우등생이었는 데다가 그 작은 마을에서 대단한 위세를 자랑하던 지역 유지의 자식이었다는 데에 있었다. 누구도 전교에서 가장 똑똑한 걸로 유명했던 하야토가 커닝을 하리라고는 믿지 않았고 그를 적발한 젊은 여선생님이 착각을 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이치하라 집안의 위세를 아는 선생님들은 지나친 충성심으로 너도나도 자기가 하야토의 부모라도 되는 것처럼 미네마츠 선생을 조롱하는데 참여했다. 그들의 눈에는 이치하라 가문의 자랑이었으며.. 2018. 10. 15. 나쁜 꿈 : 23-24 나쁜 꿈 23. 토론회 1 왭니까? 나는 고심 끝에 사토와 칸나 그리고 하야토를 불러 내가 알고 있는 사실들을 설명해 주었다. 하야토는 그간에 내가 개인적으로 만났던 교도들 중의 하나였으며 사토와 함께 나를 구하러 진실 병원으로 달려온 사람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전직 자위대 대원이었던 그는 나를 무척이나 따랐다. 사토는 그간에 있었던 일에 대한 나의 설명을 묵묵히 듣고는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하루 만에 다른 두 사람과 다시 돌아와서 그가 나에게 던진 첫 번째 말은 하나의 질문이었다. 저는 교사님의 말씀을 믿습니다. 제가 교사님을 이렇게 위험한 시기에 블루문으로 모신 것 자체가 사실은 지나고 보니 전혀 저답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제가 그런 일을 하도록 조종되어질 수 있다는 것이 생각하면 .. 2018. 10. 8. 나쁜 꿈 : 21-22 나쁜 꿈 21. 교사의 메시지. 우리가 한 방향으로 똑바로 간다고 하자. 그래서 누군가를 만났다. 그럼 그 사람이 내 앞에 있었던 거지. 당연하지. 그런데 그 사람을 지나 똑바로 다시 갔더니 그 사람과 똑같아 보이는 사람이 또 나오는 거야. 그런데 아까 그 사람은 이미 지나쳤으니 이 사람은 그 사람과 같은 사람일 리가 없지. 따라서 설사 두 번째 만난 사람이 아까 그 사람이 자기라고 말해도 그건 믿을 수 없는 거짓말인 거지. 이건 논리적으로 확실한가? 이것 봐. 그건 좀 이상한데. 우리가 지구 같은 둥근 공위에 있다면 곧장 앞으로 가서 한 바퀴를 돌면 다시 같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는 거잖아? 바로 그거야. 논리라는 건 말이야. 항상 그 배경이 되는 것이 있고 나서야 존재하는 거라고. 우리가 같은 세계에.. 2018. 9. 26. 나쁜 꿈 : 18-20 나쁜 꿈 18. 진실 병원 1 아무도 없는 거리에서 아이 하나가 혼자 울고 있었다. 그 아이는 한 손에 로봇을 들고 있다. 아키히로다. 넘어졌었는지 로봇이 팔 하나가 없어져 버렸고 아키히로의 바지에는 구멍이 나있었다. 손에는 피가 난 상처가 보인다. 칸나는 어디에 있을까? 아키히로는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운다. 엄마를 찾는 듯 다급하게 주변을 둘러보지만 아무도 찾을 수가 없다. 엄마가 보이지 않자 아키히로는 더욱더 찢어질 듯한 다급한 소리를 내며 운다. 하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 나는 가슴이 아팠다. 그 손을 잡아주고 싶다. 얼른 가서 안아주고 내가 엄마를 찾아주겠다고 하고 싶다. 하지만 나는 어디에 있을까? 갑자기 앞이 어두워지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눈을 뜨기 어려울 만큼 밝아졌다. 나는 어느새.. 2018. 9. 18. 나쁜 꿈 : 15-17 나쁜 꿈 15. 메모를 남긴 남자 한 40대의 여성이 저 멀리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고 보면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 나는 그녀에게 정신을 집중했다. 그녀의 머릿속이 느껴진다. 어렵지만 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요령은 항상 같았다. 충격과 각인이다. 그녀의 마음을 읽는 것에서 멈추지 말고 그녀의 뇌를 건드리고 그 안에 아이디어를 심는 것이다. 마치 원래 자기의 생각이었던 것처럼. 충격과 각인. 충격과 각인을 반복해서 외우면서 나는 계속 같은 일을 시도했다. 처음에는 잘 안됐지만 결국은 성공했다. 나는 잠시 동안 버둥거린 끝에 그녀의 머릿속에 콜라가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집어넣을 수가 있었다. 결국 그녀는 지금의 그 생각이 스스로가 한 생각이라고 믿으며 풀밭에서 일어나서 콜라를 마시러 갔다.. 2018. 9. 14. 나쁜 꿈 13-14 나쁜 꿈 13. 권력에의 의지 굵은 주름이 얼굴에 가득한 60대의 사내 사토 카즈마는 엉엉 울었다. 역시. 신은 계셨던 거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 가끔 이 세상에 신이 계신 건지 의심할 때도 있었습니다. 교사님을 만나고 제 부족했던 마음에 대해서 크게 반성하게 됩니다. 나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토를 보면서 나는 처음으로 내가 가진 능력이 주는 권력의 달콤함을 느꼈다. 이제 이것은 단순히 흥미의 문제가 아니다. 이 능력은 달콤한 열매도 맺는다. ### 일본에 온 이래 나는 내가 살던 와코시에서 이리저리 드라이브를 다녔다. 그중에서 가장 여러 번 갔던 곳들은 요코하마나 가마쿠라 같은 곳들이었고 좀 더 멀리 갔을 때에는 이즈반도까지 달려가기도 했다. 이를 테면 우리는 가마쿠라에 가서 시내를 산책하고 맛.. 2018. 9. 9. 나쁜 꿈 : 11-12 나쁜 꿈 11. 아버지는 나에게 실망하지 않으셨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일제시대에 가난한 농부의 첫째 아들로 태어 났다. 할머니가 살아생전에 하신 말씀에 따르면 아버지는 소학교에 다닐 때는 다른 누구보다도 뛰어났다고 하지만 그게 과장인지 사실인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나는 내가 공부에 얼마간의 재능이 있어서 나중에 박사학위까지 했던 것으로보아 그게 어느 정도는 사실이 아니었을까 생각할 뿐이다. 하지만 그 재능이 있었다는 아버지는 소학교도 제대로 마칠 수가 없었다. 누구의 판단인지 몰라도 공부같은거 해봐야 소용없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같다. 그는 중학교도 안가고 집을 떠나 타지에 가서 심부름을 하면서 돈을 벌기 시작한다. 그렇게 살다가 그는 군대에 있을 때 운전을 배워서 택시 운전사가 되었다. 그는 일찍부터.. 2018. 9. 4. 나쁜 꿈 : 9-10 나쁜 꿈 9. 실연은 왜 아플까? 그녀가 멀어져 간다. 나는 그녀에게 손을 뻗어보지만 그녀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나는 텅 빈 집에 혼자 남았다. ### 실연은 아프다. 그런데 왜 아플까? 우리는 종종 애인과 헤어진 사람이나 이혼한 사람에게 세상에 남자나 여자는 많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연한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다. 좋은 의도를 가졌다는 것은 알지만 우리는 정말로 소중하고 하나뿐인 것을 잃은 사람에게는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최근에 아이가 죽은 부모에게 가서 세상에 애들은 많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이런 말은 지극히 위로에 서툴고 상황에 무감각한 사람이나 던지는 이야기다. 함부로 부주의하게 이런 말을 했다가는 오랜 친구를 잃어버릴 수 있다. 논.. 2018. 9. 2. 나쁜 꿈 : 7-8 나쁜 꿈 7. 일본의 초등학교 5층에서 창밖을 쳐다본다. 내가 방금 지나온 운동장이 보인다. 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강해지고 있는 나의 능력과 내게 생긴 변화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구 할 수도 있었던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있었다. 괴질에 걸린 사람들을 그들이 죽기 전에 그 장소에서 끌고 나오면 어떨까. 그러면 그들은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일까? 나는 이런 사실을 누구와 상담할 수 있을까? 나는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 나는 이제 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 마치 슈퍼맨 같다. 슈퍼맨? 그러고 보니 문득 나는 내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낀다. 숨을 깊게 들이쉬고 바닥에 정신을 집중해 본다. 몸무게를 거의 느끼지 못할 것같다. 조금만 더 집중하면 드디어 나는 날 수.. 2018. 8. 27. 나쁜 꿈 : 5-6 나쁜 꿈 5. 지극히 평범하고 흔한 저녁 그녀가 영어회화 수업의 내 옆 자리에 앉았다. 나는 예의상 책상을 조금 밀어서 자리를 넓혀준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그녀를 쳐다보았고 그녀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나는 종종 그렇게 하듯이 희미한 미소로 내가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그녀를 안심시키려고 한다. 다행히 그녀도 마찬가지로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볍게 숙인다. ###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날 무렵에는 유달리 나에게 여자를 소개해 주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건 아주 이상한 일은 아니었는데 나는 당시의 기준으로 결혼 적령기에 도달한 남자였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한국도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많고 실제로 혼자 사는 사람도 많으며 결혼적령기.. 2018. 8. 25. 나쁜 꿈 : 3-4 나쁜 꿈 3. 책 속에 답이 있다. 당신은 이제 곧 죽습니다. 죽고 싶지 않으면 나에게 와야 합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빨리 오세요. 추신 : 아이에게 공평한 아빠란 건 어떤 아빠일까요? 송병철. 나는 이 길지 않은 메모를 한동안 읽었다. 내용이 길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것은 부적절한 내용을 가지고 부적절한 장소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왜 여기에 있을까. 그건 출장차 가있던 보스톤의 한 호텔방에 있었던 일이다. 나는 다음날 세미나 발표를 하기로 초청되어 호텔방에서 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나를 근사하고 아늑한 호텔에 묵게 해 주었다. 나는 이제 하루 종일 내 발표의 마지막 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왠지 그 발표 준비에는 그다지 관심이 가질 않았다. 어차피 기본준비는 되어 있으니 대.. 2018. 8. 20. 나쁜 꿈 : 1-2 나쁜 꿈 1, 나쁜 꿈 : 어두운 우물 어두운 방에서 나는 자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얼굴없는 사내가 나를 흔들어 깨운다. 그는 이봐. 빨리 일어나. 모두가 알게 됐어라고 말한다. 나는 그를 보지만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 있다. 어떨떨한 나는 멍한 표정으로 이게 누굴까. 뭐가 알려졌다는 것일까를 생각한다. 멍하게 있는 나를 보면서 그 얼굴없는 사내가 말한다. 사람들이 우물에서 시체를 발견했다구. 우리가 죽인 그 사람 말이야. 시체? 우리가 죽인 그 사람? 어디선가 먼데서 개짖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즉각 그것이 추격자의 소리라는 것을 깨닫는다. 우물? 얼굴없는 사내가 말한다. 역시 넌 기억하지 못하는 군. 우린 말이야. 어릴때 관악산의 외딴 곳에서 한 사람을 죽였어. 너랑 나랑 그리고 .. 2018. 8. 19. 4. 또 다른 삶 (끝) 4. 또 다른 삶 뻐꾸기 밥솥은 어느 날 작동을 멈췄습니다. 현정은 수리를 문의했으나 그 모델은 벌써 나온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에 부품이 없어서 수리를 하기가 어렵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설사 수리를 한다고 해도 그 비용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그간에도 밥솥은 작동은 했습니다만 왠지 안전하지 않아 보인다는 지적을 받은지 오래되었습니다. 오랜동안 이 뻐꾸기 밥솥에 애정을 가져왔던 현정도 이제는 밥솥을 보내 줄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현정은 대학생일 때 이 밥솥을 샀습니다. 자취하는 가난한 대학생이었던 그녀는 밥솥을 구하러 매장에 갔습니다. 갈 때는 소박한 것을 생각하면서 갔지만 정작 매장에 들어서니 왠지 욕심이 생겨서 그녀도 당시에 인기있었던 뻐꾸기 밥솥을 사고 싶어졌습니다. 하지.. 2018. 4. 16. 3. 우물 안의 개구리 3. 우물안의 개구리 사실 조금씩이지만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것은 오븐들의 매출이었습니다. 오븐들은 전혀 알지 못했지만 한국에서 빵만들기가 인기가 생긴 것은, 그래서 사람들이 너도 나도 그걸 위해 오븐을 사기 시작한 것은 그렇게 오래된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한 인기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집에서 신선한 빵을 만들어 먹는 것을 보여준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멋진 배우의 외모와 그가 보여주는 집안의 인테리어를 따라하고 싶었습니다. 아침에는 직접 구운 식빵을 먹고 아이에게 케잌을 구워주는 부모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븐을 사들였습니다. 거품기와 반죽기도 사들였습니다. 서구식으로 사는 것이 세련된 것으로 보였기에 그들은 북유럽풍의 원목 탁자위에 갓 구운 빵을 올려 놓고는 사진을 찍.. 2018. 4. 16. 2. 내가 하는 일의 의미 2. 내가 하는 일의 의미 일단 밥이라는 것을 거부하지 않게 되자 설명서는 갑자기 훨씬 더 이해하기 쉬운 것으로 변했습니다. 설명서는 밥이란 단어로 가득 차 있었는데 뻐꾸기 밥솥은 그걸 열심히 무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가치가 없는 일이라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뻐꾸기 밥솥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그러자 밥을 만드는 것이 어떤 것인지 훨씬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더 잘 알게 되자 밥솥은 자기와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밥솥의 외로움은 크게 줄어 들었습니다. 밥솥은 이제 다른 친구들을 부러워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이전처럼은 아니었습니다. 비록 밥만들기가 빵만들기 같이 인정받고 있는 일은 아.. 2018. 4. 16. 1. 매장에 잘못 놓여진 밥솥 매장에 잘못 놓여진 밥솥 1. 매장에 잘못 놓여진 밥솥 어느 전자상가의 2층에는 오븐매장이 있었습니다. 이 매장에 있는 여러가지 오븐들은 반죽을 발효할 수 있고, 다양한 빵들을 구울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식빵을 만들 수 있고, 버터링 쿠키를 만들 수 있었으며 치즈를 잔뜩 넣은 스콘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매장에 놓여진 기계들이 으레 그렇듯 자기를 더 많이 파는 일에 익숙한 오븐들은 언제나 자기를 한껏 뽐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큰 용량을 가졌는가라던가, 자신의 계기판이 얼마나 보기 쉬운가를 말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전자렌지기능이라던가 토스트를 만드는 광파 기능을 자랑했습니다. 어떤 오븐들은 자신의 예쁜 얼굴을 자랑했습니다. 일단 자신을 사서 부엌의 한쪽에 설치하면 그 집은 완전히 새.. 2018. 4. 16. 쥐와 벌 7. 나는 반성하지 않는다. (끝) 7. 나는 반성하지 않는다. 오늘밤 거리의 풍경은 유달리 지독했다. 거리는 온통 촛불로 채워져 있고 사람들은 쥐를 잡자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텔레비젼이 중계해 주는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온 세상이 쥐만 본다는 느낌이 든다. 신경 쓸 다른 일들이 없는 것같다. 쥐는 이 모든 것들이 약간 희극적으로 보였다. 지금은 온 세상이 자신만 본다는 느낌이라서 쥐는 억울하고 귀찮았지만 한 때 쥐는 정확히 그 반대를 원했다. 쥐는 한 때 세상이 자신을 전혀 봐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참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고 싶었다. 세상이 나를 봐주지 않는다면 내가 그 세상의 발가락을 물어서라도 나를 보게 만들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쥐에게는 있었다. 쥐는 그런 면에서는 지나치게 성공했다. 이젠 관심이 지나치다. 왜 이렇.. 2017. 10. 26. 쥐와 벌 6. 아이들이 사라진 세상 6. 아이들이 사라진 세상 피리를 부는 사나이는 사라졌고 쥐의 마음은 다시 편안해 졌다. 언론은 쥐를 양산하는 메세지를 잘 보내고 있었고 세상은 어디나 모두 쥐들로 채워졌다. 그야말로 쥐의 제국은 번창했다. 오 위대한 쥐의 제국!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동영상이 하나 메일로 왔다. 그것은 쥐의 손녀가 유치원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에 대한 것이었다. 쥐는 흐뭇한 마음을 가지고 스크린위의 손녀를 쳐다보았다. 때마침 쥐의 사무실에 있던 영주쥐도 그 장면을 보게 되었다. 쥐의 부하중 많은 쥐들은 버림받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우둔한 영주쥐는 쥐를 따라와서 아직도 일하고 있었다. 스스로도 알고 있듯이 영주쥐는 결코 서울쥐나 이천쥐같은 재능이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영주쥐는 쥐에게 가장 충성스럽다는 .. 2017. 10. 24. 쥐와 벌 5. 피리를 부는 사나이 5. 피리를 부는 사나이. 쥐는 한 사람을 잊을 수 없다. 사람들은 그를 피리를 부는 사나이라고 불렀다. 그 별명은 매우 적절했는데 그는 자기처럼 쥐로 만들어진 사람들에게 다시 인간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의 피리소리에 모여든 사람들은 어느새 쥐의 저주들 혹은 쥐의 죄악들에서 풀려나고 있었다. 그들은 용기를 가졌고 더이상 두려움에 지지 않았다. 그들은 자잘한 분열때문에 선악을 잊고 싸우는 일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공동체를 잊지 않았다. 그들은 더이상 인간에게 충성하지 않았고 어떤 사상도 맹신하지 않았다. 그들은 계속해서 인간으로 남아있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과 남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더 이상 거짓말만 하고 듣는 생활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체념.. 2017. 10. 21. 쥐와 벌 4. 이중사고 4. 이중사고 노인은 그를 한 작업장의 책임자로 만들어 주었다. 쥐는 노인의 가르침을 금방 숙달했고 그가 이해한 것을 설교하기를 좋아했다. 쥐는 노인이 그렇게 했듯이 자신도 자기의 부하를 만들었고 그들에게 충성을 요구했으며 그 부하들에게는 그들의 부하를 만들 것을 권했다. 이 충성의 계단을 끝없이 늘릴 수가 있는가 하는 것이 이 사업의 기본이었다. 이것은 일종의 피라미드 사업이었기 때문에 피라미드는 계속 성장해야 했다. 성장이 멈춘 조직은 현상유지도 어려워진다. 사람들로하여금 열렬하게 충성의 피라미드에 뛰어들게 만들려면 쥐는 끊임없이 부하들을 고르고 그들을 교육해야 했다. 부하들을 충실한 쥐로 만드는 것은 이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건 보기와는 달리 일종의 교육사업이었고 종교사업이었다. 학습은 .. 2017. 10. 20. 쥐와 벌 3. 중요한 질문 3. 중요한 질문 하지만 물론 쥐의 이 모든 변화들이 한꺼번에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시궁창의 쥐가 한순간에 괴물이 되지는 않는다. 쥐는 그저 나름대로 자명해 보이는 한걸음 한걸음을 걸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발걸음 속에서 쥐는 자기 자신을 조금씩 발견했다. 그 한걸음 한걸음은 다른 식으로 말하면 세상이 그에게 던지는 질문이었다. 그는 그때마다 하나의 선택을 했고 그것은 자기가 누구인지에 대해 쥐가 세상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주는 답이 되었다. 노파와의 일이 있은 이후 쥐는 당당해 졌다. 그는 보다 단호한 태도로 세상을 살았다. 어떻게 세상을 사는가에 대해 확신을 하면 할 수록 사람은 더 단호한 태도를 취하기 마련이다. 그는 한 때 규칙을 지키는 올바른 사람이 되고자 했지만 이제 쥐는 세상을 시장의 관.. 2017. 10. 19. 쥐와 벌 2. 악은 어떻게 생존하는가 2. 악은 어떻게 생존하는가. “우리가 남입니까 여러분!” 지역선거철 이었다. 한 정당의 후보는 길가는 사람들을 향해 강하게 외치고 있었다. “우리가 남입니까 여러분!” 그는 몇마디 다른 말을 하는 듯하더니 다시 같은 말을 반복한다. 이 말은 사실 매우 효과적이면서도 매우 기괴한 말이었다. 왜냐면 이 말을 뒤집으면 누군가는 남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후보자를 뽑지 않고 다른 후보자를 뽑으면 그 사람은 남이고 따라서 그것은 마치 외세에 정복당하는 식민지가 되는 꼴이라는 뜻인 것이다. 다른 후보라고 해서 외국인이거나 외계인인 것도 아니며 이 후보라고 해서 개인적으로 이 지역구 사람들과 다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 후보라고 해서 언제부터 ‘우리’였다는 말인가? 그러나 이런 말은 기괴하.. 2017. 10. 18. 쥐와 벌 1. 악의 탄생 쥐와 벌 (쥐들의 제국)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이 현실의 누군가와 비슷하다면 그것은 우연입니다. 이 소설은 픽션입니다. 1. 악의 탄생 쇼생크 탈출이란 영화가 있다. 그 영화속에서 한 부패한 교도소 소장은 죄수 중 하나인 주인공을 착취한다. 그러나 그 주인공은 교도소를 기적적으로 탈출하고 소장의 악의 제국은 무너지고 만다. 소장은 그를 잡으려고 경찰이 몰려오자 스스로에게 총을 쏴서 자살하고 만다. 쥐는 언제나 하나의 권력시기가 끝나갈 때면 그 소장을 떠올리곤 했다. 시장의 임기가 끝나가는 지금, 그는 그 소장과 비슷한 처지에 있었다. 이제 그는 권력을 잃을 것이고 그의 몰락을 예감한 수 많은 적들이 그를 향해 달려 올 것이다. 어쩌면 지금이라도 저 문이 열리면 누군가가 들어와 쥐에게 체포영장을 내밀지.. 2017. 10. 4. 두 남자 가게를 열다 (6) 실패한 혁명가 철주가 생각을 정리하는 것은 꽤 오래 걸렸다. 이윽고 철진은 고개를 들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면 저는 자기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제 버릇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주제가 나오던 저는 어떤 이론이나 일반론으로 달아납니다. 나 자신이라고 하는 어떤 특별한 한 경우에 대해서는 애매모호해 지는 것이죠.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를 내가 뭘 좋아하는가의 문제로 말하기 보다는 어떤 절대적인 틀안에서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는 객관적인 문제로 자꾸 만드는 버릇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전에는 그런 생각을 별로 해본적이 없었는데 철진형이랑 이야기하면서 어렴풋이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야기가 자꾸 미끄러진다는 느낌이랄까요.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서 나 .. 2015. 1. 11. 두 남자 가게를 열다 (5) 21세기의 가게들 “중요한 것은 일관성입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자기 혼자만의 환상에 빠지게 되지 않을까?” “만약 주변의 모든 것을 무시하고 혼자만의 공간에 처박힌다면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즉 자신의 무지와 세상의 불확실성을 인정한다면, 다르게 말해서 항상 재미있는 것을 추구하고 미지의 것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면 그렇지 않을 겁니다. 끊임없는 세상의 혼란이 우리를 변하게 하고 다른 세계로 나아갈 길을 열어주겠죠. 오히려 걱정해야 하는 것은 그 반대입니다. 지나친 세상의 혼란이 우리로 하여금 자기를 지킬 수 없게 하기가 더 쉽습니다. 우리는 최소한의 일관성을 지키지도 못하는 내적인 혼란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일관성을 잃는 다는 것은 자기 존재 자체가 흔들린다.. 2015. 1. 11.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