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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역사에 대한 생각15

대한민국의 반대말은 뭘까? 23.8.27 보름쯤 전 나는 지식과 비교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글의 핵심은 우리가 뭔가를 생각할 때 우리는 우리가 그것을 암묵적으로 무엇과 비교하고 있는 지 혹은 그것의 반대를 무엇으로 여기고 있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왜냐면 우리는 그걸 자주 잊어먹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있을 때 우리는 삶에 대해 무수히 많은 지식들을 나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지식은 우리가 무의식속에 가진 그 삶의 반대에 대한 생각에 의해서 제약되게 된다. 마음속에 친구나 형제에 대한 경쟁의식으로 가득 찬 사람은 삶이란 무엇인가를 말하다보면 결국 그것은 그 친구나 형제보다 더 잘 사는 것이 되고 마는 것이다. 집착은 우리의 눈을 가린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그런 집착.. 2023. 8. 27.
1900년 전후의 세계와 그 역사 22.5.21 최근 나는 양자론이 출현하는데 크게 기여한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의 전기를 읽고 있다. 그런데 이 플랑크가 오늘날 양자가설이라고 불리는 혁명적 주장을 발표한 것이 바로 딱 1900년의 일이었다. 1858년에 태어나 1947년까지 살았던 이 물리학자의 삶은 자연스럽게 19세기의 유럽과 1900년의 세계를 오늘날의 우리에게 보여주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걸 읽다보니 요즘의 우리가 역사라고 배우고 있는 것은 뭔가가 잘못되어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적어도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는 그 몸통이 정치적 집단들의 내부적 외부적 다툼에 대한 것이다.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나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같은 책들은 아예 역사서로 여겨지지 않거나 정통 역사학자에게는 심지어 금기시되기도 한다. 이.. 2022. 5. 21.
역사의 목적과 정신의 부재 2022.3.29 얼마전 나는 오랜만에 버틀란드 러셀이 쓴 서양 철학사의 서문을 다시 읽었다. 철학을 사회적 정치적 삶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보며 철학사를 서술하겠다는 이 책은 그 서문에서 짧게 서양철학사와 서양역사를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요약해서 전개하고 있다. 그런데 그걸 읽으면서 나는 새삼 한가지 깨닮음과 한가지 질문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한가지 깨닮음이란 역사쓰기는 그 역사쓰기의 대상이 되는 것이 시공을 초월하여 변하지 않고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한다는 것이다. 역사란 변화를 기술하는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래도 뭔가의 존재 자체를 전제해야 그것의 변화도 기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자기 자신의 역사를 기술한다면 그 역사의 대상이 되는 자기 자신이라는 것은 .. 2022. 3. 29.
역사와 자기 성찰 2021.8.7 정도의 문제일 뿐 우리는 모두 우물안 개구리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자기를 미화하는 환상에 빠지거나 반대로 남의 이야기에 빠져 자기를 비하하며 살고는 한다. 이런 환상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자기성찰이란 것을 하는데 이 일은 개인적 차원에서 할 때도 있고 집단적인 차원에서 할 때도 있다. 개인적 차원의 자기성찰의 결과는 자아발견이고 집단적 차원의 그것은 바로 역사다. 뒤집어 말하면 역사는 집단적으로 우리는 누구인가를 답하려는 노력이며 자아발견이란 자기 개인의 네러티브를 찾는 것이다. 이렇게 두 개의 차원에서 벌어지는 두 개의 노력을 같이 보면 우리는 개인적 자아발견에 대해서도 역사에 대해서도 배우게 되는 것이 있다. 역사가 무엇인지, 한국의 역사가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 자아발견이 무엇인지.. 2021. 8. 7.
정보의 수집과 보존으로서의 세계사 제이콥 브로노우스키가 쓴 책, 인간 등정의 발자취는 인간의 역사에 대한 고전적인 기술을 보여준다. 그것은 화석에 근거한 인류의 진화에서 철기의 발명이나 수학의 발전, 건축학의 발전등 여러 분야들이 어떻게 발전해서 오늘날의 현대문명을 아니 오늘날의 인간을 만들었는가를 다각적으로 나열하고 있다. 이것은 물론 흥미롭고 유익한 관점이지만 여기에는 나름의 단점이 있다. 우리는 이런 대단히 많은 분야에 대한 백과사전식 기술들로 부터 뭔가를 많이 배우는 것같으면서도 동시에 절망을 느끼게 된다. 정보의 양이 늘어날 수록 그런 정보들이 어떤 더 기초적인 관점과 통찰로 통합되어져야 할 것같다는 생각이 들며 그렇지 않을 때 오히려 편견만 만들 것같다. 예를 들어 그 책에서 수학이나 건축학에 대해 혹은 고고학에 대해 몇십페이.. 2021. 8. 5.
불쌍한 조선의 왕들 넷플릭스에 영화 사도가 있길래 이제야 보게 되었습니다만 저는 영화를 보는 내내 사실 좀 불편했습니다. 그 영화는 어떤 사실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내가 불편해 하는 조선에 대한 기본적 관점을 깔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조선이 왕국 혹은 봉건국가라는 생각입니다. 봉.. 2019. 10. 22.
한국의 자학적 영웅 서사 하루는 고려시대에 대한 사극을 보다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 왕건이 나오는 그 드라마에서 왕건은 그다지 멋지게 나오고 있지 않았다. 권위가 있어보이지도 그렇다고 인간적으로 매력적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왕건이 정말로 멋지게 나오는 스토리가 있을까 생각해 보면 개.. 2019. 10. 1.
역사와 객관성 요즘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역사 이야기가 트위터에 가득하다. 그런데 역사 이야기가 나오다보니 역사는 엄정하게 증명된 사실에만 근거해서 써야 한다같은 이야기가 아직도 돌아다니는 것을 본다. 이런 시각은 많은 사람에게 당연한 것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이 아니다. 물론 .. 2015. 10. 15.
이야기 부시기로서의 역사 이야기 부시기로서의 역사 역사를 이야기하면 대개는 이야기 만들기로서의 역사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우리가 역사를 말한다는 것은 적극적으로 어떠한 정보를 걸러내어 하나의 패턴을 보고 그것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과학사라고 하.. 2013. 6. 27.
김용옥의 동아시아 30년사를 다시 보고 지난 밤에는 동아시아 30년사에 대한 김용옥의 강의를 유튜브에서 다시 한번 봤다. (http://www.youtube.com/watch?v=R8z4CUFT2uc) 기억력이 별로인 나는 전에 본거라도 다시 재미있게 본다. 재미있었기에 여기 기록으로 남겨 본다. 김용옥의 강의는 유익하지만 나는 이번에는 좀 비판적인 시각으로 봤다. 긍정을 일.. 2011. 9. 30.
역사라는 이론과 나를 지키기 얼마전에는 역사에 대해 우리가 할수 없는 말(http://blog.daum.net/irepublic/7888058)이라는 글을 썼지만 아직도 역사라는 것에 대해 뭔가 마음에 남아있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제가 쓴 글들을 다시 보면서 생각을 좀 정리해 보았습니다. 역사성의 중요성 역사라고 하지 않고 역사성이라고 부른 것은 우리가 보.. 2011. 9. 19.
역사에 대해 우리가 할수 없는 말 역사에 대해 말할때 우리는 종종 인과론적인 태도를 취한다. 즉 A가 있었기 때문에 B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견해에 따르면 역사의 기술이란 하나의 인과론적 고리를 연결시켜놓은 것이다. 고대시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마치 도미노에서 하나의 나뭇조각이 다음번 나무조각을 쓰러뜨리듯이 인.. 2011. 6. 23.
전통적 인간형의 발전적 계승에 대하여 09.12.1 머릿말 이 시대 한국의 최대과제는 차세대 산업의 발굴도 아니고 취업이나 교육문제도 아니다. 한국의 위기는 가치판단의 붕괴에서 온다. 우리는 가치판단의 문제로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루고 있다. 한국은 이제 가난한 개발도상국가가 아니다. 우리는 이제 복사를 통해, 남이 내린 가치판단을 단순히 따라해서 전진할 수 없다. 다른 선진국과 우리와의 차이가 작아질 수록 우리의 변화방향은 오히려 그들과는 달라져야만 한다. 차이가 클 때는 선진국의 보편적 상황을 우리 것으로 만드는 것이 발전일 수 있으나 차이가 작아지면 한국의 역사, 지리, 정치, 자원등에 있어서의 특수성이 부각되어야만 한다. 다시 말해 선진국사이에서 한국만의 고유한 자리를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또다른 미국이나 일본이나 영국은 되려고 해.. 2009. 12. 1.
이덕일의 강의를 보고 머릿말 KBS에서 이덕일의 한국사 그들이 숨긴 진실이란 제목의 강의방송을 했다. 이덕일은 20권이상의 책을 저술하였으며 대단한 인기 작가이며 역사학자이다. 이덕일은 기존의 사학계주류를 조선시대 노론으로 부터 이어지는 사람들의 후예로 정의한다. 그들은 식민사학을 잇는 사람들이라고 말을 .. 2009. 11. 17.
한국을 보는 방식 2009.8.1 오늘은 한 철학교수의 강의를 녹음한 것을 들었다. 그는 그리스에서 왜 철학이 시작되었는가를 설명하면서 그리스의 환경 특히 항해술이 발전하는 환경을 강조하고 있었다. 나는 그 교수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나름대로 매우 재미있게 들었지만 한가지 생각이 머리에 떠올라서 강의에 집중하는데 조금 방해를 받았다. 나는 과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과학을 전공한 사람과 인문계 사람과 종종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역사와 사회적 관계를 중시하는 태도다. 물론 과학의 역사, 수학의 역사 그리고 세계의 유명한 과학자들이 정치적인 변화와 어떻게 연관되었는가 하는 문제따위는 매우 중요하고 재미있는 주제다. 예를 들어 보어나 아인쉬타인이나 하이델베르크 같은 사람의 개인적 성격은 물론 정치성.. 2009. 8.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