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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과학자의 시선84

프로이트와 마법의 시대 22.12.29 경영학자이자 저명한 작가인 피터 드러커는 1909년에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태어난 사람이다. 그가 성장한 때는 빈이 빛나던 시기의 말엽이었고 사람들은 세계 대전 이전의 유럽의 분위기를 그리워하고 그걸 유지하려고 하던 시기였기도 하다. 성인이 되자 이런 빈을 떠난 드러커는 이후 영국을 거쳐 미국에서 활동하게 된다. 그 덕분에 그는 19세기와 20세기의 차이를 생생하게 증언하는 자서전을 쓰게 된다. 이 자서전은 본인의 이야기이자 자기가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 중에는 빈에서 활동했던 프로이트에 대한 부분이 있다. 그는 프로이트를 현대의학의 시대에 존재하던 19세기 의학자들같은 존재로 그리고 있다. 말하자면 현대의학의 시대에 한의학을 하는 사람이랄까? 피터 드러커는 현대의학을 질병에는.. 2022. 12. 29.
법률가의 시각, 물리학자의 시각 22.11.23 오늘날에는 법조인이 정치에서 크게 힘을 쓰고 있다. 특히 지금의 정부는 검사의 정부라고 불릴 정도이며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변호사니 판검사 출신의 정치인을 너무나 많이 본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한가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법률가의 시각과 다른 분야에서 훈련받은 사람 예를 들어 과학자의 시각은 어떻게 다를까? 이에 대한 답이 한가지는 아니겠지만 여기에는 상당히 주목할만한 측면이 있다. 법은 사람들에게 질서를 강제하기 위한 시스템에 대한 것이거나 최소한의 윤리에 대한 것이다. 즉 법을 지킨다고 해도 모두가 윤리적인 것은 아니며 사회가 이건 정말 하지 말라고 하는 최소한의 경계를 정해 놓은 것이 법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법에 어떤 물질이 어느 이상 들어 있으면 식품판매가 안된다.. 2022. 11. 23.
철학이 먼저인가 과학이 먼저 인가? 2022.3.9 철학이 먼저인가 과학이 먼저인가? 무슨 자존심에 대한 질문같지만 이는 널리 퍼져있는 오류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생각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예를 들어 지금도 많은 철학책에 보면 흔히 나오는 이야기지만 사람들은 흔히 철학을 인간 사고의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것으로 여긴다. 나도 젊었을 때는 그렇게 알았다. 하지만 사실 인간의 문명이나 사고를 기초와 그 위에 서있는 건물로 생각하는 태도는 아주 널리 퍼져있지만 옳지 않다. 인간은 나아가 인간 사회와 문명은 그보다는 생명체에 가까운 유기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차차 말하겠지만 이것은 여러모로 중요한 문제다. 우리의 사고를 건축물로 생각하는 방식은 자연히 그 기초가 부실하면 전체 건물이 무너지기 때문에 일단 기초를 잘 다져야 한다는 .. 2022. 3. 9.
과학자의 관점, 성공한 사람의 관점 20.3.25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어떤 논리체계나 관점을 따른다. 그 관점이란 경험과 지식의 축척과 연결로 이뤄지는 것이며 우리는 종종 그것을 학문이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물리학적 관점으로 세계를 보거나, 역사학자의 관점으로 세계를 보거나, 예술적인 관점으로 세계를 보거나 미학적 관점으로 세계를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 말을 하다가 "사람들이 이런 상황에서는 화가 나기도 하잖습니까, 그러니까 밖으로 나오는 겁니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그냥 자명한 말이 아니라 일종의 심리학을 그 기반으로 하면서 사회적,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려고 하는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이 "한국은 과거에 농경사회였습니다. 그것이 한국이 가족예절을 강조하게 된 이유입니다"라고 말하면 그것은 역사학적 .. 2020. 3. 25.
정신의 탄생과 과학기술의 비가역성 19.10.18 나는 누구인가? 우리의 정신은 어떻게 발달했는가? 이런 질문에 대해 그럴 듯한 답을 찾는 한가지 방법은 한가지 가설을 세우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정신발달은 인류의 정신발달을 반복한다라고 하는 가설이다. 생물에 있어서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반복한다라는 말과 비슷하게 들리는 이 말은 엄밀하게 말하면 사실이 아닐 것이다. 사실 모든 사람은 서로 다르지 않는가? 하지만 이것이 일정부분이라도 진실을 포함한다면 우리는 역사적 기록에 대한 고찰을 통해 인류 정신의 발달을 이해하고 그것이 나라는 개인의 정신적 발달에 대해 중요한 통찰을 줄거라고 기대하게 된다. 그러니까 인류의 역사가 곧 천천히 변화하는 거대한 인간의 두뇌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되며 우리 스스로의 뇌와는 달리 역사는 그 안으로 기어들어.. 2019. 10. 18.
이야기의 관점, 법칙의 관점 19.4.7 우리가 뭔가를 보는 관점에 따라 그것은 우리에게 전혀 다르게 보이게 된다. 이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어떤 것들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이런 것이 관점이라는 생각조차도 하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관점을 따르면서도 관점 따위가 존재한다는 생각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가 사색을 하고 글을 쓰는 한가지 이유는 바로 이런 숨겨진 관점들을 밝혀내고 기억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가 알아차리기 힘든 관점들에는 이야기의 관점과 법칙의 관점이 있다. 이야기의 관점에서는 물론 우리는 세상을 이야기로 파악한다. 이야기의 관점의 특징은 주인공이나 주인공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주인공의 체험을 간접적으로 느낌으로써 사물이나 세상을 파악한다. 즉 이야기는 주인공이 존재할 뿐만 .. 2019. 4. 7.
게리맨더링과 합리적 판단 18.11.8 미국의 메사추세츠주에서 1812년에 있었던 일이다. 당시의 주지사 게리는 공화당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재조정했다. 그러다보니 지도위의 선거구 모양은 기괴해 졌고 그 모습이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샐러맨더라는 전설적인 괴물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런 일을 게리맨더링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게리맨더링은 정치적으로 그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만 나는 그것이 정치를 넘어 합리적 판단이란 주제의 근원에 이르는 가르침을 주는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게리맨더링과 비슷하지만 좀 더 극단적이어서 사람들이 종종 농담으로 하는 말들이 있다. 그건 이런 것이다. 나는 나보다 뚱뚱한 사람중에서는 제일 날씬해. 나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인기가 좋아. 이런 말들은 언뜻 들으면 자기가 날씬하다던가 인.. 2018. 11. 8.
통계와 존재 그리고 생각의 오류 18.10.16 우리는 보통이라는 개념에 익숙하다. 그래서 누군가가 나는 보통사람이라고 말하면 그 의미를 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떤 집단을 대표하는 이름에도 익숙하다. 그래서 누군가가 인간이라고 말하면 우리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안다고 생각한다. 좀 더 딱딱하게 말하면 우리는 보통사람이라던가 인간이라는 것이 현실에 존재하는 실체라고 믿는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보통이라는 개념은 알고보면 아주 애매하다. 보통이란 여러 사람, 여러 개체가 있는 집단에 대해서 쓰는 개념이다. 즉 보통 사람, 보통 개, 보통 날씨 같은 것이다. 하지만 보통이란 말에는 통계적 가정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이 통계적 가정을 생각하다보면 우리는 우리가 심각한 사고의 오류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 2018. 10. 26.
첨단연구는 무엇으로 하는가. 18.6.14 최근 삼성에서 인공지능의 연구를 위해 두 유명 해외 과학자들을 부사장급으로 대우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 두 사람은 내가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나는 이 기사에 주목하게 되었는데 일단 삼성에서 인공지능을 연구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읽고 나자 내 생각은 다른 곳으로 흐르게 되었다. 그것은 어떤 분야의 연구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하는 것이다. 인력일까? 연구비일까? 시설일까? 뛰어난 지도자일까? 좀 낭만적으로 들릴지 몰라도 내가 생각하기에 어떤 분야의 연구가 꽃피우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열정이다. 즉 그런 연구를 해내겠다는 관심과 의지다. 이 열정의 문제는 냉정한 사업가나 투자가에게는 주관적이며 실체가 없어서 무시해야 할 것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연구의 경험이.. 2018. 6. 14.
오해하기 쉬운 코딩 교육 17.11.17 요즘 코딩교육이 인기가 좋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그런 교육을 실제로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 생각해 보자면 일단 그런 종류의 교육을 코딩 교육이라고 부른다는 것 자체가 뭔가 오해의 소지가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통계 물리학 그리고 뇌과학 연구와 관련해서 포트란이나 C 그리고 매트랩같은 언어로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만들고 사용해 왔다. 그리고 요즘은 R이란 걸 손에 익히고 있는 중이다. 이런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코딩이 중요하냐고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분명히 그렇다라고 말할 것이다. 코딩은 당신에게 자유를 준다. 즉 당신은 당신이 상상한 것을 실제로 수행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상상도 더 많이 하게 된다. 예를 들어 보자. .. 2017. 11. 17.
관찰자의 편견 17.11.14 아름다운 아가씨들은 세상을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세상 사람들이, 특히 남자들이 모두 다 다정하고 친절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도 자신이 약간의 특별대접을 받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못생긴 여자들이 덜 친절한 대접을 받는 것은 그들도 알고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나' 특별한 대접을 자신이 받고 있는지를 아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그들은 못생긴 사람으로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가끔 세상에는 흑인으로 분장하고 살아본 백인이라던가 다른 성으로 바꿔서 살아본 사람들이 나탄다. 그들은 언제나 그들이 상상한 것 이상으로 사람들의 태도 차이가 큰 것에 충격을 받는다. 이런 관찰자의 입장이 만드는 편견을 관찰자의 편견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세상에는 이런 관찰자의 편견들이 아주 많다.. 2017. 11. 14.
반직관적인 확률계산 17.11.12 논리적인 추론이란 이따금 우리의 직관과는 전혀 반대일 수 있다. 그걸 보여주는 예를 하나 소개해 보겠다. 어느 마을에서 범죄가 일어났다. 그런데 범죄현장을 조사한 결과 이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이인조인데 둘중의 한 사람은 아주 드문 희귀병을 가지고 있었다. 이 희귀병을 가진 사람은 전체 인구중 천명중 한명밖에 없다. 이때 경찰은 철수라는 사람을 용의자로 검거하고 이 사람이 이 희귀병을 가졌는가를 테스트한다. 그 테스트 결과는 이 사람이 희귀병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때 확률계산에 서툴렀던 형사는 생각한다. 어차피 두 명중의 한 사람은 희귀병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테스트 결과는 범죄 현장이 보여주는 사실과 모순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철수가 희귀병이 없다는 사실은 대단한 증거는 아.. 2017. 11. 12.
베이지안 확률 문제 1 17.11.7 최근 베이지안 이론은 다시 내 생각을 자극하고 있다. 나는 요즘 베이지안 이론에 대한 두개의 비디오를 찾아서 봤는데 생각을 정리할 겸해서 그 일부를 여기에 소개할까 한다. 첫번째 비디오는 베이지안 공식에 따라서 계산한 확률이 얼마나 우리의 통상적인 생각과 다른가를 알려준다. 작가가 말하는 예는 이렇다. 여기 천 명중 한 명정도만 걸리는 희귀병이 있다. 그런데 당신이 병원에 가서 테스트를 해보니 그 테스트는 당신이 그 병에 걸렸다는 결과를 말해 줬다. 당황한 당신은 이 테스트가 얼마나 정확한가를 의사에게 묻는다. 그러자 의사는 대답한다. "이 테스트는 병에 걸린 사람의 경우 99% 확률로 병에 걸렸다고 말하고 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의 경우1%의 확률로 병에 걸렸다고 말하는 정확성을 가지고 있.. 2017. 11. 7.
우리가 무시하는 결정의 고통 17.8.23 결혼하기 직전의 일이다. 아내와 나는 가재도구를 사려고 쇼핑에 나갔다. 살 것은 많았고 중요한 것들이기도 했으며 결정은 한없이 느려서 나는 매우 피곤해졌고 우리는 다투게 되었다. 사실 내가 아는 유부남들은 여자와 쇼핑가서 싸운 이야기에 전혀 놀라지 않는다. 워낙 흔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흔한 이야기에 대해 충분히 진지하고 깊게 생각해 보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결정이 고통스럽다는 것을 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결정으로 인한 고통을 의학적 심리학적 실체로 심각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것으로 처리한다. 우리는 스스로가 결정으로 인해 쉽게 고통받을 수 있다는 것을 부인하고 타인이 어떤 결정 과정에 참여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을 자주 잊어버.. 2017. 8. 23.
믿음과 증명 그리고 합리적 판단 17.7.28 모든 결정이나 주장에는 믿음과 증명이 함께 존재할 수 밖에 없으며 우리는 물론 믿음도 증명도 다 소중히 해야 한다. 우리는 대개 이런 말에 쉽게 동의한다. 하지만 믿음에 너무 빠지는 사람은 증명을 무시하기 쉽고 증명에 빠지는 사람은 믿음을 무시하기 쉽다. 이때문에 믿음도 증명도 소중하다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우리가 합리적이 될 수는 없다. 먼저 믿음에 너무 기울어진 사람들을 생각해 보자. 세상에는 증명이 아닌 것 혹은 아주 유치하거나 일관성이 없는 주장을 증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과학이 틀리면 종교가 옳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진화론에 우리가 의심할 만한 부분이 있다면 역시 사람은 신이 창조한 것이 된다는 식인 것이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것은 마치 답이 .. 2017. 7. 28.
확률이론과 인생 17.6.19 우리는 종종 나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라는 말을 한다. 그것은 달리 말하면 인생에 대한 기대가 어긋나서 자신이 선택한 것을 후회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가 뭔가를 후회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인생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가지는 한가지 태도는 그것을 선물상자처럼 인식하는 것이다. 당신은 산더미처럼 쌓인 선물상자들 앞에 서있다. 그리고 그 상자안에 뭐가 들었는지를 모르는 채 그 중의 하나를 선택한다. 당신은 아마도 그것을 열기 전에 그 안에 든 것이 무엇일까를 예측할 것이다. 그리고 이윽고 그 상자가 열렸을 때 그것이 기대보다 좋지 않으면 당신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할지도 모른다. 당신은 나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기대하고 후회한다는 것은 단순한.. 2017. 6.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