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제별 글모음/과학자의 시선84

과학에 있어서의 존재와 인과론 17.3.29 여기 어떤 물질 X가 있다고 해보자. 이 물질은 존재하지만 이 우주에서 이 물질 X이외의 어떤 것과도 반응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그것은 질량도 없어서 중력도 작용하지 않고 빛도 영향을 주지 않아서 보이지 않으며 어떤 물질과 화학반응을 하는 일도 없다. 중력과 전자기력외의 핵력도 이 물질에는 적용이 안된다. 이것은 볼 수도 만질 수도 느낄 수도 없다. 이런 물질이 있다면 그 것이 존재한다는 것은 적어도 과학 안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이런 물질은 과학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과학적으로 말할 때 인과론은 뭔가가 존재한다는 현상의 핵심에 있다. 다시말해 뭔가가 인과론적으로 뭔가를 일어나게 만들기 때문에 우리는 그 뭔가에 이름을 주고 그것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이런 .. 2017. 3. 29.
법칙과 초기조건 17.3.21 우리는 우리가 어떤 것에 대해 뭔가를 알고 있다는 사실과 우리가 그것을 철저히 그리고 완전히 알고 있다는 사실을 종종 혼동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우리의 무지를 보는 것에 실패하고 오직 우리가 아는 것만을 전체로 느끼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한국인이나 미국인이라는 것을 안다는 것만으로 그 사람에 대해서는 더 이상 알 필요가 없으며 모든 것이 그러한 사실에서 설명된다고 생각하는 태도와 같다. 이럴 때 한국인이나 미국인이라는 특징 이외의 개인적 특징들은 사소한 것으로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져 버린다. 이와 관련된 한가지 중요한 예는 법칙과 초기조건의 관계일 것이다. 과학이 보편화된 시대에 과학적 방법에 대한 여러가지 반성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다수의 사람들은 과학적 설.. 2017. 3. 21.
체험과 삶의 방식으로서의 과학 16.10.21 일찌기 에리히 프롬이 지적한 것처럼 현대인들은 점점 더 많은 것을 명사화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말을 사랑한다라는 동사로 말하는 대신 당신에게 나의 사랑을 바친다던가, 당신은 내 마음을 빼앗아 버렸다라는 식으로 표현한다. 이 동사의 명사화는 어떤 행위나 관념을 객체화한다. 즉 그것은 그것을 행하는 사람과 독립하여 홀로 존재 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표현들 속에서 사랑은 이제 해나 달처럼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나와 상관없이 움직이기도 하고 변화하기도 하는 어떤 것이다. 일부러 찾고자 할 때 이렇게 하는 예들을 우리는 많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중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간과되기 쉬운 예는 과학을 명사화한 것이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예가 되는 이유는.. 2016. 10. 21.
확률과 우리가 받아 마땅한 보상 16.9.9 내가 사는 건물의 계단에는 소화기가 하나 놓여져 있다. 그리고 지은지 2년이 조금 넘은 이 건물에는 다행히도 불이 난 적이 없다. 그러니 그 소화기도 당연히 사용된 적이 없다. 그런데 만약 이 집에 계속 불이 나지 않는다고 해보자. 한 20년간 불이 나지 않는 것이다. 이렇다고 할 때 한번도 사용되지 않은 소화기는 돈의 낭비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 중의 한 극단에는 사용되지 않은 소화기는 가치가 없는 투자였다고 하는 주장이 있다. 그런 주장의 근거로 20년간 불이 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해 준다고 제시될 법하다. 그러나 이정도 상황에서는 그것이 극단적이고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소화기는 말하자면 보험같은 것이다. 건물의 가격과 소화기의 가격을 비교했.. 2016. 9. 9.
우연과 일관성의 문제 16.5.2 텔레비전을 틀었는데 전에 본 영화를 하고 있었다. 나는 흥미가 동해서 그 영화를 중간부터 한동안 봤는데 문득 내가 이걸 왜 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물론 나는 그 영화를 좋아해서다. 그러나 거기에는 그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는 우연의 힘이 크게 작동한다. 우선 나는 딱히 그 영화가 보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같은 시간을 써서 볼 수 있는 내가 좋아하는 다른 영화는 얼마든지 있었다. 또한 설사 그 영화를 본다고 해도 그 시간에 볼 필요도 없었다. 나는 언제나 그 영화를 찾아서 처음부터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그 영화를 본 이유는 그 영화가 우연히 틀었던 텔레비전에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내 의식적 선택이 아니라 어떤 우연이 나.. 2016. 5. 2.
4차 산업혁명과 우리의 불안 16.3.8 얼마전의 세계 다보스회의에서 다가오는 혁명적 패러다임변화의 이름으로 4차산업혁명이라는 것이 토의의 주된 주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러가지 기사도 나오고 다큐들도 방송되고 있습니다. 블로거들도 여러가지 이야기를 쏟아 내고 있더군요. 그런데 이런 논의들을 보면 혁명이란 단어를 썼기 때문인지 어떤 초조함이나 흥분따위가 깊게 깔려 있습니다. 미래로 가는 길이 열렸으니 그리로 뛰어가자는 흥분이나 혹은 우리는 늦었으니 모든 것을, 그것도 빨리 바꿔야 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티비 방송에 나와서 청와대관료가 그렇게 말하는 장면이 방송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4차산업혁명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실업문제같은 것을 걱정하고 내가 시대에 뒤지는 것은 아닌가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표정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 2016. 3. 8.
흉내내는 원숭이와 자유로운 인간 16.1.15 원숭이를 모욕하는 일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은 많은 경우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가 아니라 흉내내는 원숭이에 그치고 만다. 사람들은 인간문명의 수천년 역사 속에서 이 문제와 싸워 왔다. 우리는 이 문제때문에 서로에 대해 혹은 자신에 대해 오해하고 실망하고 그리고 그것을 극복해 보려고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한다. 예를 들어 전부 다가 아니라면 거의 모든 글로 써진 것, 말해진 것은 시간적, 공간적, 사회적 보편성을 가정하고 추구한다. 다시 말해서 시간과 무관하게 참이거나 적어도 상당한 기간 동안 진리라고 주장되어지고 특정한 장소에서만 진리인 것이 아니라 프랑스나 한국전체 혹은 우주 전체에서 진리라고 주장되어지며 나에게만 참인 것이 아니라 모든 한국인이나 모든 인류에게 다 참이라고 주장되어 .. 2016. 1. 5.
과학에 대한 대중적 오해 15.12.6 최근에 읽은 피셔의 과학한다는 것도 그렇고 리처드 도킨스의 무지개를 풀며 같은 책도 과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중적 오해를 풀려고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 대중적 오해는 그 깊이가 깊어서 실로 많은 사람들이 과학에 대해 착각하고 있으며 이중에는 마땅히 지적인 사람들이라고 취급되어야 할 인문 학자들이나 존경받을 만한 예술가들도 있다. 도킨스는 그래서 과학을 저질의 어떤 것으로 대체하고 그것을 선전하려고 하는 과학 선전 프로그램같은 것을 많이 봤다면서 그래서는 안된다고 비판한다. 과학에 대한 오해가 뭔지를 말로 하기는 간단하고 쉽다. 그것은 과학을 인간의 일부, 인간적인 활동의 일부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대립되는 어떤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예술이나 철학은 과학과는 다른 .. 2015. 12. 6.
당신의 스마트폰은 안녕하십니까. 15.11.9 몇천년전의 이집트에서도 나이 많은 세대는 요즘 젊은 것들은 문제라고 했다. 우리가 가끔 듣는 말이다. 이 말은 흔히 나이 든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에 대해 걱정하지만 별 문제가 없다라고 말하기위해 인용된다. 사실 사람은 여러가지 방식으로 살 수가 있으며 어떤 방식이 반드시 더 고상하거나 더 우수하거나 하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그런 것은 적어도 주어진 상황이 어떤 상황인가에 대해 많은 전제를 깔고 나서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뭐가 좋은가 혹은 옳은가에 대한 절대적 기준을 포기하고 나서도 우리는 최소한 두가지는 논할 수가 있다. 하나는 기술적 사회적 환경이 어떻게 우리를 바꾸는가 하는 것이고 또하나는 사람들이 사는 방식의 다양성이다. 이 두가지 주제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이 주제들이 .. 2015. 11. 9.
미래상상 : 자동차없는 도시 15.11.6 자동차의 발전에 대해서 읽었던 글들중에서 새삼 인상이 남는 구절이 있었다. 그것은 도시 인구집중때문에 마차가 문제가 되기 시작하자 자동차가 대중화되기 시작했다는 말이었다. 뉴욕같은 대도시에서 마차는 느리고 부피가 크고 말똥같은 문제를 일으킨다. 생각해 보라 현대의 도시에 집집마다 마차를 한대씩 가지려고 한다면 어떨까를. 마차가 많이 다니는 길은 말똥으로 뒤덮힐 것이다. 마차는 앞에 말을 달아야 하니까 마굿간이 따로 필요하다. 말은 생명체이니 석달쯤 안타고 내버려 둬도 되는 것이 아니다. 말을 돌봐주는 마부가 없으면 놔두고 출장도 못간다. 그에 비하면 자동차는 부피를 덜 차지하고 손도 덜간다. 그런데 요즘 보면 역사가 반복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자동차가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 한다. 어디를 .. 2015. 11. 6.
미래상상, 영화 이후의 매체 15.10.28 얼마전에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하나 써볼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래서 이것저것 미래를 상상했는데 그 중의 일부는 영화 이후의 매체가 무엇일까 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동영상, 영화, 티브이에 익숙하지만 사실 영화는 착시를 이용한 매체로 그것이 대중화되기 전까지는 매우 신기한 것이었다. 영화이전에는 사진이 그랬다. 사람들은 그림을 그렸지만 사진술이라는 것이 등장하자 세상은 사진이라는 새로운 매체로 인해 크게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젠 누가 그린 그림보다도 더 정확한 그림을 아무 훈련이 없는 사람들이 만들어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사진과 영화로 끝일까? 미래에는 또 새로운 것이 나타날까? 나타난다면 그것은 무엇이고 언제 나타날까?.. 2015. 10. 28.
1의 힘 15.10.28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했을 때 해야 했던 것은 도량형의 통일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사회의 기초에는 '1은 1이다'라는 것이 있다. 만약 인간이 그저 가족단위정도에서만 살아간다면 도량형의 통일같은 것은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 것은 직접적인 대면과 체험의 공유를 통해서 그리고 원숭이 집단에 우두머리의 원숭이가 있듯 누군가가 우두머리의 자리에 앉아서 해결될 일이다. 그러나 수백명이상의 사람들을 연결하여 하나의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는 여기서 1인 것은 저기서도 1이다라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모든 사람들이 곰은 곰이고 사과하나는 사과하나로 인식을 해야 소통이 가능하고 물건을 주고 받는 것이 가능해 진다. 황제로서는 그래야 내가 세금을 제대로 거두는지 아닌지를 알 수 .. 2015. 10. 28.
노벨상으로 가는 길 15.10.8 또 노벨상의 시절이 돌아왔다. 그리고 우리는 왜 한국은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가라고 묻는다. 그런데 나는 한국이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것이 놀랍지 않을 뿐더러 어느정도는 누가 이 정도 시기에 노벨상을 받을까봐 걱정된다. 지금 누가 노벨상을 받는다면 그 사람은 개인적으로도 불행해지고 한국의 학문적 발전에 해를 끼치기 딱좋을 것이다. 아직도 후진국 근성에 젖어있는 한국에서 노벨상 수상자라는 이름에는 과도하게 부풀려진 권위가 붙어있다. 만약 수상자가 나오면 거기서 나오는 영향력을 이용해 먹고자 수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손을 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뒤를 돌아보면 결국 우리는 그 정도 밖에 안된다. 그래서 노벨상이 안 나오는 것이다. 우리는 때로 어떤 것을 이루고 싶을 때 그것을 잊어버려야 한다.. 2015. 10. 8.
수학이란 무엇인가 15.6.23 저녁때의 일이다. 저녁을 먹다가 중학생인 막내가 나에게 루트니 제곱이니 세제곱이니 하는 것은 뭐에 쓰이는가 하는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했다. 한두마디로 대답을 해주다가 결국 질문의 핵심이 되는 것은 수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되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에 내가 아이에게 해준 답은 이렇다. "수학의 시작은 단순화다. 예를 들어서 둥근 컵을 보자. 이 컵의 주둥이는 원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원이 아니다. 수학에서 말하는 진짜 원은 현실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자세히 보면 어딘가 진짜 원보다는 찌그러져 있다. 그렇지만 이 컵의 주둥이가 원이다라고 말하는 것에는 장점이 있다. 실제보다 단순화했기 때문에 분석하기 쉬워진다. 우리는 현실세계의 모양에 대해서는 분석할 수 없지만 .. 2015. 6. 23.
지식과 체험2 15.3.9 나는 법칙과 지식은 다른 모든 것이 그렇듯이 어떤 근본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핵심적으로 인간의 의지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라고 지식과 체험이라는 글에서 썼다. 그리고 나서 보니 지식이나 법칙 혹은 형식을 만들어 내는 존재로서의 인간의 중요성에 대해 몇마디 더 정리해 보는 것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식이나 법칙은 일종의 형식이다. 예를 들어 땅의 어딘가에 선을 긋고 여기는 서울 저기는 경기도 하고 구분을 하는 것이다. 그러한 구분을 만들어 내게 하는 원천은 형식 이전의 체험이며 나는 우리가 지식의 극한에 이를수록 이 지식이라는 형식이 놓치는 것이 점점 더 치명적인 오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했던 것이다. 지식이나 형식이란 일종의 요약과 같은 것이다. 수없이 많은 사과를 먹.. 2015. 3. 9.
지식과 체험 15.2.28 우리는 오늘날 정보가 폭증하고 과학에 종사하는 사람의 수가 급증한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여러가지 종말론이나 극적인 긍정론을 내놓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과학이나 기술이 극도로 위험해 지는 미래를 상상하거나 반대로 그것들이 천국과 같은 미래를 만들어 내는 것을 상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질문의 답이 무엇인가를 묻기전에 우리는 그 질문 자체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다시 말해 과학이나 기술이 어떤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인가를 묻는다는 것은 과연 가장 중요하고 올바른 질문일까? 예를 들어 종교나 예술이 어떻게 미래를 바꿔갈 것인가에 대해 마찬가지로 긍정론자와 부정론자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과학이나 기술이 종교나 예술보다 더 중요해 보이는 시대에 우리는.. 2015. 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