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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과학자의 시선

미래상상 : 자동차없는 도시

by 격암(강국진) 2015. 11. 6.

15.11.6

자동차의 발전에 대해서 읽었던 글들중에서 새삼 인상이 남는 구절이 있었다. 그것은 도시 인구집중때문에 마차가 문제가 되기 시작하자 자동차가 대중화되기 시작했다는 말이었다. 뉴욕같은 대도시에서 마차는 느리고 부피가 크고 말똥같은 문제를 일으킨다. 생각해 보라 현대의 도시에 집집마다 마차를 한대씩 가지려고 한다면 어떨까를. 마차가 많이 다니는 길은 말똥으로 뒤덮힐 것이다. 마차는 앞에 말을 달아야 하니까 마굿간이 따로 필요하다. 말은 생명체이니 석달쯤 안타고 내버려 둬도 되는 것이 아니다. 말을 돌봐주는 마부가 없으면 놔두고 출장도 못간다. 그에 비하면 자동차는 부피를 덜 차지하고 손도 덜간다. 

 

그런데 요즘 보면 역사가 반복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자동차가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 한다. 어디를 가나 차로 넘쳐난다. 도로에서 골목에 이르기까지 차가 넘쳐나니 교통체증은 일상적이다. 자동차 매연의 문제도 크다. 자동차가 인간의 공간을 차지해 버려서 생활의 질을 떨어뜨린다. 때문에 자동차 없는 거리를 만들려는 시도가 여기저기서 이뤄지고 있다. 한옥마을 같은 곳은 주말이면 차가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 2013년에는 수원행궁동에서 한달간 차없는 지역을 시범운영해보기도 했다. 

 

공기나 공간은 공공재다. 그러니까 모두가 각자의 욕심을 채우겠다면서 공기를 더럽게 하거나 공간을 차지하기 시작하면 모두가 불편해 진다.  물론 자동차를 안좋은 것으로 말하는 것은 일방적인 주장이다. 나만해도 차가 있다. 하지만 차없는 거리에 가보면 사람들은 대개 해방감을 느끼며 차가 어떻게 사람들을 왜소한 것으로 만들었나를 느끼게 된다. 

 

자동차는 누워있는 엘리베이터 같은 것이다. 즉 타고 내리는 곳 사이를 연결해 주는데 그 중간의 지점들에 대해서는 우리가 분리되게 된다. 우리는 그곳을 창밖으로 보지만 그것은 그 거리를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통과하는 것과는 매우 다르다. 자동차는 우리를 바깥과 분리 시킨다. 그렇게 해서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서 멀어진다. 사람들이 서로에게서 멀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공간의 상업적 가치도 떨어진다는 말이다. 차가 많아질수록 골목상권은 죽어버리고 큰 쇼핑몰이 그것을 대체하게 된다. 그것은 마치 온국민이 대량생산을 한 똑같은 옷을 사입는 세상이나 같다. 그것이 효율적일때도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고용이 줄고 경제활동의 기회가 줄어서 결국 다수의 사람들이 마트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는 미래이기도 하다. 

 

차를 멈추고 차없는 도로를 걸어보면 거기에서 쉴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을 볼 수도 있고 여러가지 행사를 벌일 수도 있다. 갑자기 세계가 2배로 넓어진다. 그간 얼마나 많은 공간을 자동차가 차지했는가 하는 것에 우리는 놀라게 된다. 우리는 한블록만한 감옥에 갇혀 살다가 갑자기 거대한 광장에 살게 된다. 공기오염문제가 심각한 중국에서 자동차 운행을 한동안 억지로 멈추게 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 결과 공기는 금방 좋아졌단다. 거꾸로 말하면 우리는 자동차가 내뿜는 매연이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고 산다는 말이다. 그저 익숙할 뿐이다. 앞으로 저소득국가의 사람들이 자동차를 더 많이 쓰게 되면 자동차 매연의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하게 느껴질 것이다. 

 

문제는 대안이다. 이런 현실에 대한 대안은 있을까. 그리고 그것은 우리에게서 얼마나 먼가. 싱가포르에서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의 학장을 맡고 있는 키쇼어 마부바니는 싱가포르가 자동차 없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인터뷰 기사는 여기). 그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자동차 없는 도시는 대중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고 자동차를 공유하는 도시다. 자동차를 아예 안타는게 아니라 자동차를 공유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자동차의 댓수를 줄이는 것이다. 

 

자동차가 없는 도시는 불편해서 모두가 불행할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나는 이미 자동차가 없는 마을이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것은 바로 고층빌딩이다. 고층빌딩 안에는 수직으로 난 길이 있다. 사람들이 그 길을 각자 자기가 산 기계를 타고 오르내리지 않는다. 그들은 모두 엘리베이터라는 대중교통을 사용한다. 그 엘리베이터를 움직이는 비용은 건물의 세입자들이 낸 돈으로 지불된다. 말하자면 고층빌딩이란 사람들이 세금을 내서 대중교통을 무료로 운영하는 마을이라고 할 수가 있다. 나는 고층빌딩에서 엘리베이터를 철거하고 그 길을 각자 오르내리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을 들어본 적이 없다. 차가 없으면 장사를 못한다고? 빌딩안에도 매점도 있고 식당도 있다. 그들도 다 장사하고 잘 산다. 

 

그러나 고층빌딩 안에서만 살아가는 미래는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하늘이 보이는 마을에서 살고 싶다.  고층빌딩의 예를 수평적 마을에 적용한다면 주차빌딩이나 외부로 가는 대중교통 정거장으로 이어지는 전기차가 엘리베이터 운영하듯이 움직이는 마을일 것이다. 엘리베이터 타듯이 스위치를 누르면 전기차가 내 앞으로 오는 것이다. 자기 차를 타려면 불편하게 전기차를 타고 멀리 주차장까지 가야 하는 이런 마을은 인기가 없을거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세금도 더 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실상 나는 이런 마을이 있으면 거기에 살고 싶다.

 

이런 마을에서는 길이 온전히 인간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시 길가에 평상을 놓고 여름을 나기도 하는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도 안심하고 바깥에서 떠들것이고 사람들이 바깥에 많이 나오니 재미있는 가게도 많이 생길 것이다. 우리는 자동차 매연과 소음으로 부터 벗어날 수 있다. 익숙해지니까 참는 것이지 자동차 소음이 우리를 얼마나 긴장하고 살게 하는가. 집과 집들이 이어질 것이다. 마을의 설계 자체가 달라질수 있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곳은 한옥들 사이로 좁다란 골목이 있는 부분이다. 물론 거기는 차가 못다닌다. 좁은데 그 길을 걸으면 참 좋다. 느긋해 진다. 우리는 자동차가 다닌 다는 것을 전제로 해서 길을 넓혀 놓은 구조에 익숙하다. 그래서 집과 집 사이가 차 두대가 지날정도로 넓은 곳이 많다. 차가 없는 마을이라면 그렇게 넓은 길은 필요없을 것이다. 따라서 공간을 절약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절약된 공간을 비용으로 해서 차없는 마을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이미 전국에 외부로 부터 차단된 고층빌딩 아파트단지들이 있다. 그 단지 내부는 어느 정도 차없는 도시와 비슷하다. 사람들은 그 바깥으로 거의 나가지 않고 그 안에서 쇼핑하고 그 안에서 산책하고 운동하면서 살기도 한다. 우리가 차없는 마을, 차없는 도시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우리가 그런 곳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하면 우리는 그런 곳에 갇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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