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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이해하기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by 격암(강국진) 2024. 7. 15.

나는 복잡한 환경의 문제 즉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문제가 현재 인류에게 닥친 거의 모든 문제의 뿌리에 있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솔직히 말하면 그 글을 쓰면서 나는 그러니까 복잡한 환경의 문제를 풀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와 같은 해결책에 대해서 말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했다. 나는 답보다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제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 금방 그러면 이렇게 해야겠네 하고 어떤 답으로 달려가는 것은 어려운 문제를 풀려고 할 때는 좋은 생각이 되지 못한다. 어려운 문제가 어려운 것은 대개 기존의 사고 방식으로는 안 풀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존의 사고 방식은 자꾸 우리로 하여금 진짜 답을 보지 못하게 하고 자질구레한 쪽에 집중하게 한다. 그것들만 중요하다고 말하려고 한다. 그래서 문제가 안풀리는 것이다. 우리는 쉽게 답을 말하기 전에 문제를 계속 곱씹으면서 문제 자체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복잡한 환경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세상의 예측 불가능한 정도가 더 심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세상에서 우리는 사는 것을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자전거가 달려나감에 따라 환경은 계속 바뀐다. 자전거를 타면서 어떤 고정된 계획에 따라서 타려고 하면 자전거는 넘어진다. 우리는 계속 해서 어떤 판단을 내리고 그 연속된 판단들이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목적지로 가게 해주고, 우리가 넘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일단 주변을 잘 살펴야 한다. 즉 데이터를 되도록 많이 그리고 잘 얻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판단을 하되 그 판단이 너무 늦어서도 안된다. 복잡한 환경에서는 오래 생각할 시간이 대개 없다. 그리고 실은 어떤 판단을 내려도 그게 아니라 다른 것을 선택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를 말하기 힘들다. 

 

그래서 복잡한 환경에서의 판단 즉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서의 판단은 첫째로 침착한 마음을 요구한다. 자전거가 벽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해도 서둘러 핸들을 꺽어버리면 벽에 부딪히기 전에 넘어질 것이다. 그리고 저 앞의 벽만 보고 있으면 자전거 바로 앞의 작은 돌을 보지 못할 수 있다. 코앞만 봐도 안되지만 저 멀리만 보다가 코앞을 놓쳐서도 안된다. 두루두루 필요한 것을 모두 살피는 마음을 가지려면 침착성이 필요하다. 어떤 문제를 보았을 때 이거 큰일이다라는 생각이 들면 우리의 시야는 온통 그것만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다. 집에 불이 났다고 해도 우리는 침착해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 있을 것이다. 

 

둘째로 쓸데없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 좋다는 일을 미리 다해둘 필요가 없다. 아니 그래서는 안된다. 상황은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문제들에 대해서 미리 생각하고 미리 그것에 대해 뭔가 행동을 취하는 일은 대개 문제를 더 만든다. 모든 선택과 행동은 해결책이 되기를 바라지만 동시에 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것들은 우리가 미리 예측하지 못한 미래를 만든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침착하게 있었으면 그나마 일이 좀 천천히 바뀔텐데 우리가 뭔가를 하면 상황이 더 빨리 바뀐다. 외줄타기를 하면 가장 먼저 해야하는 것은 몸을 흔들지 않는 것이다. 내 몸이 움직이면 줄이 움직이고 그러면 우리는 더 많이 몸을 움직이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자전거타기에서도 물론 같은 일이 있다. 우리는 종종 뭘 해결하겠다고 섣불리 움직여서 2차방정식 문제를 5차 10차 방정식 문제로 복잡하게 꼬아 버린다. 이렇게 되면 뭐가 뭔지 알 수 없어진다. 세상이 복잡해 지면 질 수록, 빨리 변하면 변할 수록 우리는 단순하게 살아야 한다.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세째로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야 한다. 그것은 문제를 단순하게 만드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하다. 우리가 어떤 결정을 하건 그것은 정답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최적화를 하는 것이다. 즉 우리에게 시간이 무한정있다면 우리는 더 좋은 답을 구할 수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우리는 손해도 감수해야 하고 리스크도 관리해야 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시험에서 100점맞듯 모든 문제에 대해서 최고의 답을 내려고 하는 대신에 내가 꼭 풀어야 할 문제, 시간을 두고 침착하게 대응해야 하는 문제를 골라야 한다. 그것들은 물론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중요하지 않은 것은 손해를 보는 위험이 있더라도 빠르게 처리해서 결론을 내버리는게 낮다. 1억짜리 문제는 1억만큼 고민하고 만원짜리 문제는 만원만큼 고민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그렇게 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1억짜리 문제는 순식간에 결론을 내고 만원짜리 문제는 오래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그 이유는 첫째로 우리가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세상이 우리를 그렇게 하라고 유혹하기 때문이다. 사기꾼의 기술중 첫번째는 사기를 칠 대상이 판단을 빨리 빨리 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우리에게 걸려오는 세일 전화는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이라면서 지금이 아니면 시간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우리는 자질구레한 것들이 우리의 정신과 에너지를 갉아먹게 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중요한 문제라면 주변사람들이 답답해 할 정도로 여러번 생각하고 시간을 쓸 필요가 있다. 남들이 답답해 해도 중요하다면 가질 수 있는 만큼 시간을 들여서 선택하라. 들으면 당연하지만 실천은 어렵다. 그래서 의지적으로 기억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은 이 모든 것들을 실천한 후에 행동의 순간이 오면 우리는 과감하고 빠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은 복잡하고 빨리 바뀌는데 우리가 결단을 너무 뒤로 미루면 그것 자체가 우리를 위험에 빠뜨린다. 그러니까 어떤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마감날짜를 정해둘 필요가 있다. 생각나는 대로 판단할 일도 아니지만 생각이 부실해 보인다고 해도 계속 뒤로 미뤄둘 문제가 아니다. 정답같은 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세상은 우리에게 정답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는다.

 

과감하고 빠르게 결단하기 위해서는 자기를 믿어야 한다. 논리를 믿지 말고 자기를 믿어야 한다. 논리는 나의 일부일 뿐이다. 그러니까 주어진 시간동안 가능한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생각을 해보고 논리적으로 이것 저것 따지기도 해야 하지만 행동할 때는 오히려 그런 걸 치워버리고 나는 뭘 원하는가를 생각해서 직관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그 직관적 선택이나 임시방편적 선택은 논리적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미 논리가 반영된 것이다.

 

논리적 사고의 문제는 사실 그게 엉터리라는 것이다. 현실 속의 문제는 수학문제나 물리학 문제처럼 엄밀하게 인과론적으로 진행되고 정확하게 정의되는 경우가 없다. 수학에서는 1 + 1은 반드시 2이지만 현실에서는 A이면 B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의 확률적 추론은 몇단계를 거치고 나면 너무 어려워서 머릿속으로는 어차피 답이 잘 안나온다. 그리고 그렇게 단계단계 자세히 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러다 보면 큰 그림을 놓치게 된다. 아들이 공부를 안해서 이번 시험을 망칠 것같은데 꾸중을 해서 어떻게든 공부를 하게 해야 할까? 물론이다. 하지만 더 크게 보면 자기 맘대로 했더니 실패를 하는 경험을 한 결과 나중에는 더 잘될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떤 순간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더 좋은 교육인가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정해진게 아니며 미래의 내가 뭘 할까에도 달려있다. 끝에가면 논리적 판단이 아니라 직관적 판단이 필요한 것은 이런 가능한 수없는 문맥과 게임속에서 어떤 것에 비중을 둬서 선택을 해야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논리를 넘어서는 가치판단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측면들은 모두 우리가 확률통계 분야를 이해할 필요가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확률통계란 데이터가 주어졌을 때 그 부족한 데이터에 근거하여 전체를 추론하는 분야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미래에 대한 예측을 주어진 데이터로 한다. 혹은 국가에 대한 데이터들을 통해 현재 국가의 상태를 빠르게 추론한다. 이런 것을 하는 분야가 확률통계다. 그리고 AI는 확률통계의 한 방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확률통계 분야와 깊은 관계가 있다.  

 

위에서 말한 것들은 확률통계의 영역을 벗어나는 것이지만 확률통계의 언어로 말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침착한 마음을 가지고 충분한 시간을 가지라는 것은 확률추론의 가장 기초가 되는 데이터를 가능한 많이 그리고 가능한 치우침없이 얻으라는 말이다. 섯부른 행동이 재앙을 부른다는 것도 일단 행동이 행해지면 추론을 다시 해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왜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한 다른 관점의 이해를 가질 수 있다. 

 

자전거를 타면 걷는 것보다 편하고 목적지에 빨리 가지만 그 대신 넘어지면 더 위험하다. AI를 쓰는 것은 사장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 직원들을 부리듯 AI에게 이것저것 일을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장이 된다는 것이 무조건 좋기만 한 것이 아닌 것이 그것은 더 많은 책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시키는 일만 하면 월말에는 월급이 나오는 것과는 다르다. 하나의 섯부른 판단이 10년치 월급을 날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미래는 복잡한 환경속에서 더 많은 기회를 사람들에게 줄 것이다. 그러나 어떤 기계도 짐승이나 아기의 손에 들리면 흉기가 된다. 마찬가지로 미래 사회도 복잡한 환경의 문제를 이해하고 그에대해 공부하고 준비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위험한 것이 될 것이다. 이제 모두 사장이 된다고 하면 우리는 사장이니까 기뻐해야 할까? 그러면 그만큼의 책임과 능력이 필요하다. 그건 AI를 쓴다고 저절로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사는게 좋을까? 그게 안되니까 문제다. 이미 세상은 너무 복잡하고 빨리 변해서 모순이 자꾸 누적되고 있다. 예를 들어 높은 재정적자, 가계부채, 자살률과 실업률 그리고 낮은 출산율은 모두 이 복잡한 환경의 문제의 결과다. 결국 답은 교육에 있다. 우리는 노동자를 키우던 이제까지의 교육을 경영자 교육으로 바꿔야 한다. 시대에 맞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 그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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