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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전주 생활

전주 농소마을의 집들

by 격암(강국진) 2016. 5. 26.

나는 거의 매일 아침마다 농소마을로 산책을 나간다. 농소마을은 단독주택으로 이뤄진 마을이다. 오늘은 사진기를 가지고 나가서 그곳의 집들을 찍었다.



요즘은 사람들이 점점 더 내 마음에 드는 집을 짓고 있다. 집짓는 것에 대해 많이 배우고 경험도 생기고 무엇보다 생각이 더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에 모악산 밑의 주택단지에 갔더니 그 집들이 매우 아름다운 것에 놀랐다. 한국사람은 언제나 그렇듯이 뭔가 하기 시작하면 빨리 배운다. 



집은 방이라는 공간이 단순히 합쳐진 것이 아니다.  방만 예쁘다고 좋은 집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개성과 주장 그리고 문화와 역사가 있는 집이 좋다. 어떤 집은 하품이 나올 만큼 상식의 감옥에 갇혀 있다. 



그렇다고 해서 꼭 기상천외한 집이 좋다는 뜻은 아니다. 작은 하나 하나에 생각과 고민이 들어간 집 그리고 전체적으로 어떤 이미지가 있는 집이 좋다. 역사란 고민의 축적이니 오래된 형식이라고 해서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좋다.  크고 비싸 보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작고 싸도 생각이 있어서 그렇게 만들었다면 오히려 훨씬 흥미롭다. 



나는 신비를 가진 집이 좋다. 다시 말해서 척보면 그 집의 모든 것이 보이는 집이 아니라 구불구불 휘어진 오솔길에서 코너를 돌면 새 풍경이 펼쳐지듯이 집의 구석 구석에 고민이 모여서 새로운 것이 있을 것같은 그런 집이다. 



반면에 그저 어떤 스타일의 흉내에 그치고 고민이 없는 집은 단순히 천막같다. 마치 음식은 그저 에너지이니 몸을 움직이게만 만든다면 뭘 먹든 상관없다는 주장처럼 집이란 그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같다. 왜 이게 여기에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없이 그냥 관습이니까 하는 식으로 공간을 만든 집은 보기에 좋지 않다.



마을은 단순히 집의 합이 아니다. 멋진 집들이 모여있다고 반드시 좋은 마을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아직 마을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파트를 혹평하는 사람인데 많은 경우 전국 여기저기 만들어진 주택단지는 아파트단지보다 더 나쁘다. 왜냐면 각자 자기 땅에 예쁜 집을 짓고 있을 뿐 마을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시간이 그런 부분을 해결해 주었지만 지금은 단시간에 주택단지가 조성되어 변화가 일어날 수가 없다. 그러니 전체 계획을 가지고 만드는 아파트 단지보다 오히려 못한 곳이 되기 쉬운 것이다. 



농소마을은 그런 면에서 비교적 괜찮은 곳이다. 나는 산책하기 좋은 마을이 좋은 마을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산책많이 하면 시끄러운 곳이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건 정도문제고 기본적으로는 산책을 하기 좋다는 것은 마을이 단순히 집들의 합이 아니라 나름의 구조와 개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농소마을도 먼저 지어진 집이 있고 나중에 지어진 집이 있다. 나는 최근에 만들어 진 하나의 골목을 좋아하는데 그곳은 집들이 상대적으로 작으면서도 예쁘게 정감있게 지어져 있다. 이 사진들중 마지막 열개 정도가 그곳에 대한 것이다. 농소마을이 앞으로 점점 더 괜찮은 곳으로 변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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