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전주 생활

사람이 도시의 자산이다.

by 격암(강국진) 2015. 5. 5.

15.5.5

오늘은 어린이날로 휴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가족과 함께 어벤져스를 극장에 가서 보고 왔습니다. 어벤저스는 서울의 모습이 나온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한 영화였는데 저는 생각보다 서울장면이 아주 길게 나온다는 사실에 우선 놀랐고 둘째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본 관객에게 서울에 대한 인상을 거의 남기지 못할 거라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그 이유는 아무리 길다고 해도 액션 장면에서 배경으로 나오는 도시의 모습은 그야말로 거의 아무런 인상도 남기지 않기 쉽기 때문입니다. 옛날이건 오늘이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입니다. 그래서 어떤 장소가 기억에 남고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서는 인간과의 연관성을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사람이 도시의 자산이고 인간의 향기가 도시의 재산인 시대인 것입니다.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인간이라면 지긋지긋하리 많은데 이게 무슨 자산인가라고 할지 모릅니다. 그래서 사람이 도시의 자산이라는 말은 사람의 향기가 도시의 자산이라는 말로 수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육체적으로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사람이 느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건 아마도 우리가 유전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질일 것입니다. 사람은 다른 사람이 뭘하는 가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뭔가가 다른 사람의 관심이나 행동의 흔적을 가지고 있을 때 우리는 그것에 더 많은 관심과 애착을 가지게 됩니다. 또 마찬가지 이유로 어떤 것들을 흉내를 낸다고 해도 우리는 그 안에서 진정한 관심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입니다.

 

따라서 외국의 멋진 카페거리를 그대로 흉내낸다거나 멋진 동상이나 분수를 만든다거나 집안을 멋진 골동품 가구로 꾸미는 것도 단지 돈만 들인다고 되는 일은 아닙니다. 세상에는 감수성이 메말라서 그게 뭐건 비싼 브랜드가 붙어만 있으면 무조건 좋은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관심이 없어지는 사람도 있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기 떄문입니다.

 

사실 우리는 대개 그런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멋진 매너를 가진 사람인척 행동해도 우리는 대개 쉽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 봅니다. 엄청나게 준비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기 자신은 탄로가 나게 됩니다. 오직 많은 준비를 하고 짧은 시간동안 연기를 하는 경우에나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를 잠시 속이는게 가능해 지는 것이죠. 가짜는 쉽게 티가 납니다. 

 

어떻게 그런가. 그것은 우리의 여러 행동들이나 모습들이 서로 연결되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평상시에는 청바지나 입던 여자가 갑자기 하늘하늘한 드레스를 입으면 그런 옷을 보살피는 능력이 있을 수가 없지요. 걷는 모습, 앉는 모습, 팔다리를 올리고 내리는 모습에서 아 이사람이 지금 안입던 옷을 입었구나 하는 것이 티가 납니다. 

 

가게를 하나 열어도 아 이사람이 이 방면에 깊은 관심이 있구나 하는 것이 그 가게의 여기저기에 나타납니다. 그저 남이 조언해 주는대로 비싼 인테리어를 했다고 해도 여기 저기에서 주인이 정말 이런 인테리어의 의미를 알고 있는가 하는 것은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남이 해준 대로 하는 가게는 마치 빵과 커피라면 질색인 사람이 하는 카페처럼 느껴집니다. 반면에 오랜 동안 자기의 호떡에 자부심을 가지고 장사를 해온 인기호떡집은 비록 그집이 허름해도 거기에 주인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런 호떡집이나 만두집에서 흘러나오는 향기나 수증기가 흩날리는 모습이 그 동네나 그 도시 전체를 기억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어벤져스에 단 2-3초만이라도 서울 거리를 행복하게 걷는 시민들이 나왔다던가 , 남산에서 내려다본 서울 광경이 나왔다던가 했으면 서울은 다르게 기억될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서울 홍보영화가 아닌 어벤져스에서 그런 일까지 신경써줄 필요는 없었겠지요. 그러나 그런 면이 너무 많이 빠져 있는 것이 어벤져스라는 영화의 단점으로 느껴졌습니다. 어차피 판타지 만화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오히려 인간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베트맨 영화도 스파이더맨 영화도 명작으로 남을 때도 있는 것이죠. 

 

전주 생활도 이제 몇달이 되갑니다만 사실 도시로 운전을 하러 나갈 때마다 짜증이 납니다. 차선변경을 하려고 깜빡이를 넣으면 차가 끼어들수 있도록 속력을 늦춰주는게 아니라 오히려 급가속을 해서 레이싱을 하는 것처럼 상황을 만드는 그런 일들때문입니다. 제가 사는 집은 새집입니다. 집안의 가구들도 새것이지요. 그뿐만 아니라 제가 사는 신시가지자체가 전주에서는 새로이 개발된 곳입니다. 그러다보니 가구에도 집에도 거리에도 동네에도 아직 사람의 손때가 제대로 뭍지 않았습니다. 어딜가나 새 가게요 새 집이 있습니다. 그게 나쁘지만은 않지만 인간이 그리워질 때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직까지 가보지 못한 곳이 많습니다만 전주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곳은 삼천마실길입니다. 시간과 인간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가짜는 티가 나가 쉽습니다. 진짜는 아름답고 추천할만 합니다. 그런데 모두 돈을 벌자고 흉내만 내는 경우가 너무 많은 것같습니다. 

 

세상에 사람은 많습니다만 사람이 그립습니다. 사람이 보물입니다. 

 

 

 

 

 

'여행 > 전주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주에서 자전거 타기  (0) 2015.05.22
전주와 와코시의 자동차.  (0) 2015.05.14
전주 능안마을의 모습 (삼천 마실길)  (0) 2015.04.22
전주 한옥마을의 바쁜 삶  (0) 2015.03.30
곰소항 나들이  (0) 2015.03.2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