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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대학에 대하여

대학의 주인은 누구인가

by 격암(강국진) 2016. 8. 6.

내가 대학때의 일이다. 80년대의 끝이기는 했지만 학생운동은 여전히 존재해서 대학들마다 과연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까지의 자율권을 줄 수 있는가가지고 고민하곤 했었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한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그것은 대학의 주인은 누구인가 하는 것이었다. 같은 질문은 반복된다. 얼마전에 시작된 이화여대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인가보다.  평생교육 단과대학설립을 가지고 시작된 논란은 불신으로 번지고 결국 끝이 안난다. 여기서도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바로 대학의 주인은 누구인가하는 것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대학에 관련된 사람들은 다들 말만 번지르르하게 할뿐 실질적으로는 다 자기가 대학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것같다는 점이다. 대학은 기본적으로 직원, 교원 그리고 학생으로 이뤄져 있고 거기에 재단과 정부가 관여한다. 이 모든 사람들이 사실 자기가 대학의 몸통이라고 생각하는 것같다. 재단은 그렇다치고 정부가 주인행세 안한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우리나라는 입시라는 것을 통해서 대학에 정부가 관여할 뿐만 아니라 몇몇 대학은 총장을 뽑아도 정부가 인정안해줘서 총장없이 대학이 운영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보면 주인행세 안한다고 할 수도 없다. 대학은 하나인데 주인은 여럿이니 싸움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재단은 대학을 사유재산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즉 내가 내돈 내고 세워 운영하는 내 가게라는 식이다. 그러나 물론 이것은 진실과는 거리가 참 멀다. 적어도 존경받을 만한 대학이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어디에 있겠는가. 


대학교수들을 말하는 교원들은 대학이란 기본적으로 교수들의 집단과 같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즉 대학 교수들이 모여서 강의하고 연구하는 곳이 대학이라는 것이며 직원은 교수들을 돕는 것이고 학생들은 배우러 온 손님처럼 생각한다. 그러니 대학의 진짜 주인은 교수인 셈이다.


직원들은 말한다. 대학이란 기본적으로 그들의 직장이다. 물론 교원들에게도 이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은 종종 교원들을 임시직원처럼 생각한다. 즉 관리업무를 하는 그들이야 말로 대학의 진짜 주인이며 대학을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을 뽑아서 임시로 쓰는 사람들이 대학교수들이라는 것이다. 하물며 겨우 4년간 돈내고 배우러 온 학생들은 대학운영에 대해 말할 자격도 없는 존재들이다. 


이에 비하면 학생이 대학의 주인이라는 논리는 종종 다분히 형식적이다. 물론 우리는 학생이 왜 대학의 중심이며 주인인가에 대해 아름다운 말을 지어낼 수도 있지만 솔직히 말해 현실에서 그런 논리는 거의 통하지 않는다. 대학동창회에서 거액을 기부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학생말을 들어야 할 이유가 별로 없다. 그래서 이화여대 사태에서도 학생들은 미리 대화할 상대로도 취급되지 못한 것이다. 


나는 오히려 학생들이 우리가 대학의 주인이라는 주장을 완전히 철회하는 것이 왜 학생이 대학의 주인인가를 분명히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한다. 내가보기엔 교원들이나 직원들은 현실론 운운하면서 대학의 뻔한 현실을 무시하고 학생들과 졸업생들을 바보취급하고 있다. 그러니까 형이상학은 그만두고 형이하학으로 이야기해보자는 것이다.


학생들이 대학의 주인이 아니라면 학생들은 그럼 뭘까? 학생들은 대학의 고객이다. 대학은 졸업장을 팔고 있고 학생들은 그것을 구매하는 고객인 것이다. 이화여대 평생교육 단과대학설립의 진실은 오히려 이것을 받아들이고 말하면 더 분명해 진다. 졸업생들은 왜 그것에 대해 기분나빠하는가. 왜냐면 자신들이 구매하려고 하거나 이미 구매한 그 졸업장이 훨씬 헐값으로 시장에 나왔기 때문이다. 이화여대에 들어가서 졸업하기 위해서 많은 조건을 통과하고 자격증을 얻었는데 사회적으로 훨씬 자격이 안되는 것같은 사람들까지 나 이대나온 사람이라고 할 판이기 때문이다. 일단 그렇게 되면 이대를 졸업했다는 의미는 크게 훼손될테니 손해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한국 대학들에 관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은 결국 한국 대학의 가치는 대부분 그 대학에 들어가는 학생의 평균학력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교원이나 직원이 똑똑하다고 대학 이름이 빛나는게 아니다. 물론 서울대학교 교수들이 훌룡하기는 하지만 서울대와 소위 지잡대와의 사회적 평가에 비하면 교수들의 차이는 어찌보면 미미하다. 


물론 이 문제는 계란과 달걀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완전히 그렇지 만도 않다. 예를 들어보자 만약 서울대가 정책적으로 성적 상위 50%이상이 되는 사람은 앞으로 들어갈 수 없는 대학이 된다고 하자. 입학생 성적으로 보면 완전히 하류 대학이 되는 것이다. 그래도 서울대가 사람들의 관심을 지금처럼 받을 것같은가? 서울대 교수와 직원이 지금 그대로 있어도 절대 그럴 수 없다. 오래가지 않아 대학재정이 나빠져서 망할 것이다. 반면에 지방에 있는 대학중의 하나를 뽑아서 그 대학에는 매년 전국의 학생중 성적 0.1%안에 들어가는 학생들이 모두 간다고 해보자. 그 대학은 금새 좋은 교수와 직원을 뽑고도 남을 정도로 자원이 넘치게 될 것이다. 


물론 이것도 대학의 현실을 매우 단순화 한것이며 사람들이 대학을 선택하고 평가하는 기준은 이것보다는 더 복잡하다. 그러나 뭐가 몸통이냐를 지적하는데 있어서 내가 위에서 쓴 것은 과장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총장이니 직원이니 하는 사람들중에 고맙게도 엄청난 고생하고 사교육비 들여서 들어와준 학생들을 학교정책에 대해서 발언권도 없을 정도의 사람, 마치 그냥 지나가는 사람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면 그들은 착각을 해도 아주 크게 착각하는 것이다. 좋은 직원은 말할 것도 없고 좋은 교수조차도 좋은 학생뽑는 것보다 훨씬 쉽다. 총장 바꿔서 대학 성적순위에서 100등쯤하는 학교가 10등쯤으로 바뀔 수 있을 것같은가? 반면에 바보같은 총장이 극단적 정책으로 10등쯤 하는 대학을 100등바깥으로 만드는일은 상대적으로 훨씬 쉬워 보인다. 착각하는 교직원들이 있으면 곤란하다. 지나가는 존재에 불과한 것은 바로 당신들이다. 


사실 직원이나 교수가 대학을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간다면 그것은 그저 이력서의 약간의 변화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과연 서울대나 이대나온 것과 네일아트전공 직업학교 나온 것과 같은 대접을 받는가? 그게 정말 그렇다면 뭐하러 매년 엄청난 사교육비를 들여서 학생들이 입시전쟁을 치루는가. 


학생들을 제대로 주인으로 대접해 주지 않는 대학은 사기를 치고 있는 것이다. 그 많은 학생들이 그 많은 시간과 에너지와 돈을 들여서 대학생이 된다. 그들이 고객이라도 사기고 주인이라면 당연히 주인대접을 해줘야 한다. 


이제 나도 대학생이 아니고 기성세대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대학생들의 식견이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관점을 가지는 직원들이나 교수들의 관점에 대해 전혀 근거가 없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개혁이나 대학의 운영에 대해 지나치게 학생들에게 간섭받을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혀 말이 안되는 주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기성세대는 희생은 학생들만 하라고 하고 대학은 우리꺼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말 학생들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으며 학생들이 반대하는 개혁은 아름다운 대학의 이상을 이룩하기 위한 것일까? 학생들의 행동을 기득권 수호라고 말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기득권수호가 아닌가? 좋은 대학이라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결국 시민사회에 도움이 되니까 사회적으로 대우받고 지원받을 가치가 있는 것이다. 대학생들도 시민들인데 그들의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대학이 왜 사회적으로 지원받아야 할까. 시민들이 무슨 노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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