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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택시

by 격암(강국진) 2019. 3. 8.

세상은 점점 더 빠르게 연결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더 빠르고 따라서 더 싸게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졌는데 이에 따라 생겨나는 산업들을 우리는 공유경제산업이라고 부르곤 한다. 공유란 함께 나눈다는 뜻이니 그 말로만 보면 정보화하고는 상관이 없을 것같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이 어딘가에서 거의 공짜로 존재한다고 해도 그것이 나와 연결되어져야 쓸모가 생긴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보화는 공유경제의 핵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정보화가 만드는 직업의 변화는 이제 미래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코앞에 도달한 일이 되었다. 택시는 그 첫번째 경우중의 하나가 될 듯하다. 



누군가가 자기집을 기꺼이 호텔비보다 싸게 제공할 의사가 있는데 그 사람을 손님과 연결시켜주는 것이 에어비앤비고 누군가가 기꺼이 자기 차로 누군가를 태워줄 수 있는데 그 사람을 손님과 연결시켜 주는 것이 우버택시다. 전통적인 호텔과 택시는 이에 비하면 정보화 시대 이전의 모델에 근거해 있고 특히 택시는 정보화가 없던 시절의 사회현실에 근거한다. 


본래 택시의 모습이란 기본적으로 도시를 배회하면서 택시를 원하는 사람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데에는 돈과 시간과 연료비가 든다. 하지만 누구도 언제 어디서 누가 택시를 탈지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 하고 이것은 고스란히 비용의 개념으로 변해서 택시비에 반영되게 된다. 택시비는 택시 기사와 택시 회사의 수입은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하는가하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비용이면 택시를 기꺼이 탈 것인가하는 고객의 상황이 반영된다. 택시비가 너무 싸서 도저히 생활이 불가능하다면 택시사업이 존재할 수 없을 것이고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불편할 것이다. 즉 우리는 택시라는 직업을 유지시키기 위해서 그들에게 보장해 줘야 할 최소수준의 소득이 있다. 택시 이외에는 대안이 없는 곳에서는 손님은 비싸도 택시비를 지불할 것이다. 택시비에는 안전을 위한 요금도 들어가 있다. 택시를 타는 것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태워달라고 하는 히치하이킹이 아니다. 그래서 택시운전사는 등록증을 차에 붙이고 교육을 받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이 모두 돈을 요구한다. 


정보화는 택시를 둘러싼 환경을 모두 바꿨다. 안전문제 혹은 신용문제는 인터넷 상거래 초기부터 있던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거래 내역을 남기고 자기 기본연락처를 등록함으로써 최소한의 안전검증을 해왔다. 에어 비엔비나 우버 택시의 안전성에 대해서 불안감을 표하는 사람은 여전히 있지만 비슷한 말은 인터넷 상거래 전반에 다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본다면 그런 안전성 문제로 인해서 이런 공유경제산업이 주저앉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다시 말해 아직은 불안한 감이 있지만 안전성이 차차 개선되고 있으며 생각보다는 안전하고 편리하고 경제적인 면이 있어서 확대되는 것이 인터넷 상거래의 대세라는 것이다. 


정보화는 소위 콜택시라고 부르는 택시와 보통 택시와의 차이를 없앴다. 택시 기사로써는 핸드폰도 없던 시절이 진짜 택시 영업하기 좋은 때였다. 스마트폰의 시대에는 어디에 있는 사람이 택시를 원하는 가가 즉각적으로 포착될 수 있다. 네비가 보편화되기 전에는 그나마 택시기사가 길 찾기에서라도 전문성을 주장할 수 있을지 몰랐으나 네비가 편해진 오늘날 그런 전문성도 의미가 별로 없어졌다.  택시 기사가 해야 하는 일은 그래서 이제 그저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사람을 날라다 주는 것 뿐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네비가 말하는 대로 오른 쪽 왼 쪽으로 핸들을 돌리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오늘날에는 운전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당장 택시운전사로 일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길을 익히는 것도 손님을 찾는 것도 본래는 택시 운전사의 전문영역이었는데 그런게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런데도 택시운전사는 여전히 자기 택시의 번호판을 비싸게 판다. 그걸 퇴직금으로 여기는데 그 가격이 요즘은 거의 1억에 육박한다고 한다. 택시 운전이라는 직업의 장벽은 점점 사라지는 상황에서 그걸 할 수 있는 권리는 여전히 1억이나 하니 지금의 택시운전사들이 시위에 나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런 권리금은 미국에도 있는데 우버택시의 보편화이후 그 가격이 폭락했다고 한다. 


택시 운전사가 아닌 사람들은 왜 일반시민들이 그런 근거없는 것때문에 피해를 봐야 하냐고 말할 수도 있으며 그것도 분명 진실의 일부다. 하지만 사실 한국에 근거없는게 이거 하나뿐인가. 우리나라의 가게들은 권리금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것도 법적인 근거는 없어서 가끔 목숨건 싸움이 벌어지고는 한다. 우리나라에 수술하는 간호사가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것도 물론 법적인 근거는 없다. 그리고 언제나 법위에서 돌아다니는 것은 재벌들 아닌가. 우리나라에서 법대로 상속하는 사람, 법대로 자식들 취직시키는 재벌들이 얼마나 있을 것인가. 그런데 택시 운전사에게만 그건 근거없는 관행이었으니 물러나라라고 단순히 말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 


그러나 택시운전의 장벽은 심지어 지금도 더 내려가고 있다. 쏘카같은 공유경제 차량이 도시 전역에 흩어져 있고 그걸 찾기가 아주 쉽다면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은 택시를 타지 않고 단기렌탈형식으로 차를 빌릴 것이다. 미국에서는 전기 스쿠터 공유가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중국에서는 공유 자전거가 인기가 있었다. 이런 공유 서비스가 늘어날 수록 기존의 택시 손님은 줄어들 것이다. 이것은 택시기사에게 최저소득수준을 보장해 주기가 점점 더 힘들어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물론 우리는 자율운전기술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은 이 기술이 멀다고만 생각하지만 멀면 얼마나 멀겠는가? 엘론 머스크가 말하듯 올해 말이면 자율주행자동차가 세상에 출현하지는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말이 나오기 시작한다는 것은 5년 10년이면 거의 자율운전하는 것과 같은 자동차가 흔해질 거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때쯤에는 사람들은 안전문제로 누군지도 모르는 택시운전사의 차를 타느니 다소 문제가 있어도 자율주행택시에 타겠다고 할지도 모른다. 자율주행택시에는 최저임금을 보장해 줘야할 기사가 없으니까 말이다. 24시간 근무를 시켜도 아무 문제가 없다. 


보다 중요한 것은 오히려 버스다. 운전이 점점 쉬워지고 안전해 지면 버스도 달라질 것이다. 전기로 가는 자율주행버스는 기사가 없고 연료비가 싸며 매연도 내뿜지 않는다. 그래서 경제성을 따져보면 지금의 버스노선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 말은 훨씬 더 많은 버스노선이 채산성을 맞추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러니 이것도 택시탈 일을 많이 줄일 것이다. 


택시운전이라는 직업은 사라지고 있다. 택시 운전사의 주장만 듣자면 사회가 발전하지 못할 것이고 냉혹하게 법만 따지자고 한다면 종국에는 엄청난 사람들이 대책없이 몰릴 것이다. 말했듯이 택시운전만 문제가 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까운 시일에 차례차례 다른 직업들도 사라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그래서 택시운전은 앞으로 정보화와 인공지능의 발달로 직업들이 사라질 때 그것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하는 점을 고민하고 연구해야 할 첫번째 사례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여기에 정답은 없다. 다만 택시운전은 사라져 간다는 현실만이 풀어야 할 숙제로 확실히 존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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