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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란 무엇인가?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를 보고

by 격암(강국진) 2019. 3. 5.

지난 주말에 방영된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사법농단이 국정농단을 만났을 때 편을 보면서 저는 우리나라의 적폐의 뿌리가 정말 깊고도 넓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 많이 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보수정권들의 정치공작이란 무리하고 어리석기 짝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북풍부터 시작해서 안기부와 경찰을 동원한 여론조작이나 사법농단같은 것을 보고 있으면 저렇게까지 무리해서 뭘 할 수 있는가, 그렇게 해서 뭐가 남기는 하는가하는 의혹을 가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박근혜 최순실 사건에서 국민들에게 충격을 줬던 것은 최순실이라는 여자의 초라함이었습니다. 물론 박근혜도 마찬가지이지만 어떻게 봐도 동네에서 친목계도 잘 운영하지 못할 것같은 여자가 나라를 좌지우지 했었다는 사실에 사람들의 입에서는 절로 이게 나라냐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적어도 이런 무리수는 두지 말았어야 하는거 아닐까요?



초기의 충격이 지나고 나면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은 이겁니다. 이렇게까지 허접한 사람들이 어떻게 한국이라는 나라를 지배할 수 가 있는가 하는 것이죠. 누가 봐도 해방이래 한국 사회의 주류세력은 지금의 한국의 보수세력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보수세력에게는 한마디로 말해서 한 국가의 주도세력이 가져야 할 품격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이 그럭저럭 권위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사법부와 언론과 경제계 그리고 교육계를 포함하는 모든 분야에서 인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지금의 한국의 현실은 바로 그 보수세력의 뿌리에 그 근원이 있습니다. 한국은 1950년대만 해도 정말 아무 것도 없는 가난하고 무식한 나라였으니까요.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이 대학교수가 되고 군인들은 구데타를 일으키고 기업가들은 평생 해본적이 없는것을 무대포와 뇌물로 밀어부쳐서 이뤄낸 역사였습니다. 정주영같은 사람의 옛날 이야기를 들으면 그런 말 많이 나오죠. 한국 화폐에 있는 거북선 그림으로 배를 만들 수 있다면서 배를 수주했다거나 하는 이야기 말입니다. 옛날에는 그런 이야기가 티비에서 영웅담으로 많이 묘사되고는 했습니다. 


그들이 영웅이라는 이야기는 분명 어느 정도는 사실일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박정희로 대변되는 보수 성향의 사람들이 한국 경제를 일으켜 세웠다는 주장에도 어느 정도는 진실이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민중의 관점에서 만들어 진 이야기와 충돌을 일으켜 왔습니다. 민중의 이야기에서 만들어진 민주의 이야기는 그 영웅담과 경제발전의 신화는 실은 그 주인공으로 말해지는 사람들의 미담이 아니라 거기서 뭉개지고 넘어가는 민중의 피와 땀이 주로 만들어 낸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한국 정치의 역사는 이 보수의 이야기와 민주의 이야기가 충돌하면서 벌어지는 드라마였습니다. 


우리나라가 친일파에 의해서 주도된 나라라는 것은 이제 널리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초대대통령 이승만은 점령군인 미국에 가깝다는 이유로 왕같은 권력을 휘둘렀고 일제시대의 친일파들이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을 핍박하는 것을 용인했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왜 독립운동을 하게 될까요? 독립운동을 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정치적이라는 뜻이며 그것은 나아가 철학적이라는 뜻입니다. 그것은 국가나 사회라는 틀이 나 개인의 삶에 목숨을 바치고 전재산을 바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고 믿는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그냥 코앞의 이익에 따라서 당시의 주류였던 일본제국주의에 충성하고 기꺼이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잊었을 것입니다. 돈이 되고 출세가 쉬워지니까요. 


그러니까 친일파가 독립운동의 역사를 부인한 역사란 어떻게 말하면 야만이 문명을 부인한 역사이며 무식한 인간들이 배운 인간들을 죽여 없앤 역사이며 공공의식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 공공의식을 가진 사람을 죽여없앤 역사라고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대한민국은 그런 사람들에 의해서 반세기 이상주도되어 왔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만든 회사며 대학이며 정부에서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을 상사로 두고서 니가 인생을 아냐며 이러니 저러니 하는 충고까지 들어가며 살아왔습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얼마전 화제가 되었던 땅콩회항 조현아같은 여자가 서비스정신이 어떠니 성실함이 어떠니 같은 이야기를 외치는 소리를 들으며 그 밑에서 부하직원으로 살아온 것이죠. 


저는 박사학위가 있습니다. 그 말을 굳이 하는 이유는 별거 아닌 그 학벌을 자랑하자는게 아니고 그런 제입장에서 보면 한국 대통령중에 진정으로 지적으로 보이는 것은 고졸인 김대중과 노무현 그리고 현재의 대통령인 문재인밖에는 없다는 말을 하기 위함이고 고졸이라고 해서 노무현을 학벌가지고 무시했던 보수 지지자들의 행위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함입니다. 그들은 진짜로 배운 사람의 언행을 모릅니다. 배운 사람에게는 글의 향기가 납니다. 독서를 하고 글을 쓰기 때문이죠. 전두환도 그렇지만 이명박 박근혜를 보면 무식하다고 느껴지는 건 이런 것때문입니다. 말한마디 한마디에서 풍기는 자기 생각의 향기가 없죠. 그게 진짜 무식한 겁니다.  


저는 보수정치인들이나 언론이 노무현의 언행을 가지고 품격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에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품격이란 자신이 알맹이가 없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권위를 높이려고 하는 행위를 주로 말하는 것이죠. 결국 보수 세력이 유독 노무현에게 그다지도 극렬반항했던 이유는 조직도 학벌도 다 껍데기로 버리고 인간으로 혼자 서면 그들이 추악하고 천박하다는 사실이 가장 잘 보여졌기 때문입니다. 조현아같은 여자가 사장이나 이사대접만 받으면서 살다가 어느 날 그런 직함같은 걸 무시하고 평등하게 행동하는 여자 앞에서 선 겁니다. 그러면 자신은 자기 철학도 없고, 아무 능력도 없다는 사실이 들어 나는 것이죠. 그들의 능력이란 결국 조직에서 인맥에서 나오는 것이니까요. 대통령 노무현의 탈권위는 그들에게는 옷을 벗고 알몸이 되라는 주장처럼 들렸을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반세기를 넘게 한국을 지배해 오면서 자신들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들의 친인척중심으로 심복중심으로 한국에 권력의 피라미드를 쌓습니다. 당연히 그들은 사법부를 장악하고 공무원사회를 장악하고 교육재단들을 장악합니다. 이건 책이라고는 만화책도 잘 안읽는 사람이 출판사 사장으로 앉아서 책의 출판을 좌지우지 하는 거나 같습니다. 그런 출판사가 가치있고 품격있는 책을 출판하기 어렵겠죠. 지금의 한국의 현실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런 현실은 앞에서 말했던 무식한자가 배운자를 탈락시키는 일, 공공의식이 없는 자가 공공의식이 있는자를 탈락시키는 일이 계속 반복되어져 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국에는 일부 기득권이 있고 그 기득권 일부만 적폐이며 대부분에 해당하는 민중 혹은 국민은 순결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는 이런 사회의 관행에 찌들어 있으며 그래서 우리 안의 적폐의 뿌리는 아주 깊습니다. 이번에 한유총이 그걸 보여줬죠. 국가지원예산금 투명하게 쓰자니까 유치원생까지 볼모로 삼아서 극한투쟁을 합니다. 태극기부대의 수준이 한유총의 수준이고 박사모의 수준입니다. 그게 한국의 민낯입니다. 


한국에는 절차따위는 무시하고 살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민주정권이 들어서서 절차대로 살자고 하면 반항을 하면서 정당한 절차대로 개혁을 하라고 합니다. 대개 그런 사람들은 나말고 다른 사람들만 절차를 지키라고 합니다. 민주세력은 번번히 바보같이 당합니다. 절차대로 나를 체포하라는 항변을 하는 범죄자들은 실은 뿌리 깊은 적폐때문에 그 절차를 제대로 못지키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처벌하려고 상벌위원회를 구성하면 그 위원회의 위원이 처벌받아야 할 사람이 되는 일이 벌어지니까요. 사법부가 지금 그러고 있고 광주진상 위원회를 꾸미려는 정치권에서의 일만해도 그렇습니다. 절차와 관행을 무기로 해서 한국 전체의 적폐들은 바로 그 절차를 지키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 결과 몇천원 훔친 사람은 중형이고 몇천억 훔친 사람들은 무죄가 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드루킹같은 잡범에게 나라가 흔들리고 10년넘게 재판해도 뭐하나 증거를 내놓지 못하는 김부선에게 나라가 흔들립니다. 반면에 강원랜드 청탁사건같은 것은 그냥 넘어가지요. 삼성 바이오 분식회계 사건같은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21세기 한국은 1950년대식으로 운영이 안된다는 겁니다. 최순실이 잘 보여줬듯이 말입니다. 절차를 무시하고 뭐든지 대충하려는 보수도 문제고 본질주의적으로 절차따지면서 현실을 보지 않은 비실용주의적인 진보도 문제입니다. 지금의 대법원장은 절차를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스스로 자기를 심판하고 절차를 세우라고 기다리면서 자신의 힘은 쓰지 않고 있지요. 김명수같은 사람이 개혁을 맡으면 촛불혁명이 백번일어나도 아무 것도 안될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실용주의적으로 창의적으로 사고 하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물론 말은 쉽지만 이게 쉬운 일은 아니죠. 그래도 한국도 이제 해방된지 반세기가 훨씬 넘었습니다. 낡은 방식이 통하지 않는 다는 사실도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유한국당을 태극기부대가 장악했다는 말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진저리를 칩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드디어 한국에도 질서라는 것이, 절차라는 것이 현실적이고 실용적으로 자리잡는 순간이 오리라고 믿습니다. 그것은 한반도 평화의 순간, 냉전 질서가 사라지는 순간일지도 모르죠. 그때가 오기전에는 우리는 아직도 해방되지 못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친일파가 만들고 냉전구도가 지켜온 우리 안의 적폐가 우리를 일제의 혼란안에 머물도록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때가 되면 3.1 운동때처럼 대한독립만세라도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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