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돈을 빌리는게 당연한 시대를 살고 있다. 그걸 정상으로 안다. 어떤게 정상인지는 아무리 이야기해도 결론나지 않는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게 정말 정상일까? 예를 들어 지금은 누구나 쓰고 있는 카드 결제도 사실은 돈을 빌리는 것이다. 돈을 써도 당장 그 돈을 내는게 아니라 한달정도 후에 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제 카드를 쓰는 것이 당연해졌다. 이건 정상일까?
연예인이 집을 사는데 전액 현금으로 냈다라는 기사가 종종 난다. 이게 기사가 될 정도의 사건인 것은 사실 한국에서는 의례 집을 사는데 돈을 빌리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물론 외국도 그렇다. 하지만 외국은 한국에 비해서 재산이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지 않고 주식처럼 환금이 빠른 투자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반해 한국 사람은 재산이라고 하면 의례 부동산이다. 그런데 그 부동산을 돈을 빌려서 사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이걸 합쳐서 생각해 보면 한국에서 아주 흔한 경제 상태에 있는 사람은 이렇다는 것이다.
그 사람의 재산보다 그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의 가격이 더 높다.
그러니까 집을 제외하고 나면 몇억씩 빚이 있는 경우가 흔하다. 그게 당연해졌다. 누가 집을 전액 현금으로 주고 사냐는 것이다. 그건 신문에 날 일이다. 정말 얼마 안되는 돈으로 융자에 융자를 해서 집을 사는 것을 우리는 이제 갭투자라고 부르는데 심지어 그 갭투자도 미친 사람이나 사기꾼이 하는게 아니라 너도 나도 하는 일이 되었다. 보통 사람도 몇억씩 빚이있지만 갭투자 하는 사람의 부채는 물론 그에 비할 수 없이 크다.
내가 대학에 다니던 80년대에는 학자금 대출같은 것이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학자금을 대출하는 일이 보통이 되었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도 잘 안되는데도 대학을 졸업한 단계에서 이미 빛이 수천만원이 있는 청년들이 흔히 있다고 한다. 이때문에 결혼을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남아 있는 학자금 대출때문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생겼다. 그러니까 사회속의 인생이 처음부터 마이너스인 셈이다.
물론 대학은 다녀야하고 누가 마이너스 인생을 살고 싶어서 사냐고 하겠지만 학자금 대출에는 어두운 면이 있다. 부동산 대출을 쉽게 하면 집값이 올라간다. 비슷한 일이 등록금에도 생긴다. 학자금 대출은 반드시 학생을 위한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 학자금 대출을 늘리면 일어나는 일이 등록금 인상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지난 몇십년동안 물가상승률을 능가하는 속도로 등록금이 비싸져왔다. 결국 돈은 은행에서 학생을 거쳐 대학으로 바로 간다. 남는 것은 큰 빚을 진 학생들 뿐이다.
나는 외국에서 십수년을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그건 내가 한국에 없었던 동안 전세금도 대출받는 일이 당연해졌다는 것이다. 집을 구하러 부동산에 가면 공인중계사가 당연하다는 듯이 전세금 대출 이야기를 한다. 전세금이 있어서 전세를 구한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는 투다. 어쩌면 요즘 젊은 사람들은 그럼 전세금을 대출받지 누가 전세금을 자기돈으로 내느냐 그런 몫돈이 있을 수가있느냐라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원래 이 나라가 그랬던 것은 아니다. 30년전에는 전세금을 대출 받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전세금 대출이 당연해 진 것은 현실적으로 지난 10년동안 일어난 일이다.
전세금이란 엄격히 말해서 집주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전세란 내가 집주인에게 돈을 빌려주고 집주인은 집을 나에게 빌려주는 두 개의 임대를 한꺼번에 하는 것이며 따라서 집주인만 뭔가를 누구에게 빌려주고 있는게 아니다. 그런데 한국은 전세금도 대출로 받는게 당연해 졌다. 이러면 갭투자를 하기가 너무 쉬워진다.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 남은 부분은 전세금으로 메꾸는게 갭투자인데 그 전세금의 출처조차 알고 보면 은행대출이라면 결국 은행이 그 집의 대부분을 소유한 셈이다. 예전에는 이렇지는 않았다.
전세금이 없어서 월세를 사는 집없는 사람들을 돕는 일이 전세금 대출일까?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전세금 대출은 당연히 집값을 올린다. 집값이 올라가면 전세값도 올라간다. 전세금 대출은 은행에서 세입자를 거치고 결국 집주인에게 간다. 이렇게 빚잔치가 벌어지면서 집값이 올라가고 빚진 사람들만 남는다. 전세값이 올라가는 것이 집없는 사람들을 돕는 일이 될 수가 있을까?
국가 정책이 이 글의 핵심은 아니다. 문제는 개인적으로 돈을 빌리는 게 이렇게 당연해져도 되는가 하는 것이다. 통장에 돈없어도 카드쓰는게 당연해지고, 교육비도 돈을 빌려서 하는게 당연해 지고, 전세도 돈을 빌려서 하는게 당연해지고 집을 사는 것도 돈을 빌려서 하는게 당연해 졌다.
돈을 빌려서 살고 있으면 사람들은 자신들이 부자인줄 알기 쉽다. 은행빛이 수억이라도 일단 우리 집 시세가 오르고 있으며 그 집의 가격이 얼마인가를 생각하면 자신은 부자라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융자를 해서 생긴 돈이라도 일단 통장에 그 돈이 있으면 부자가 된 것같다. 복권맞은 사람이 돈을 펑펑 쓰는 것처럼 돈을 빌리면 그 돈을 펑펑 쓰게 된다. 그럴 수 있으니까. 미래에 그 돈을 갚을 계획은 이미 서 있으니까. 부동산에 알아보니 우리집시세가 올라갔다고 하면 고기라도 구워먹는다. 아직 집을 팔아서 돈을 벌지 않았지만 미리 쓰는 것이다.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돈을 빌리는 이유가 어쩔 수 없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돈은 빌리지 말아야 한다. 돈을 빌리는 것은 쉬운 길이다. 물론 돈빌리기가 언제나 쉽지만은 않지만 돈을 빌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해도 그 돈을 빌리지 않으면 바보라고 해도 돈은 안빌리는게 좋다. 말했듯이 사람은 금방 통장의 돈에 익숙해진다. 그러니까 돈을 빌렸다고 해도 돈이 있으면 부자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 살게 된다. 긴장감이 없어지고 돈에 아둥바둥하지 않게 된다. 원룸에서 살아도 살 수 있는 사람이 굳이 3룸에 가서 살게 된다. 1억씩 3억씩 뭔가에 투자할 돈이 없는데도 빌린 돈을 통크게 투자해서 날리는 일도 벌어진다. 서민적으로 먹고 마시면 몇십만원도 큰 돈인데 돈이 돈처럼 보이지 않아서 억이 별거 아니게 보이게 된다. 알고보면 가난한데 가난하지 않은 척하면서 살게 된다.
하지만 빚은 무서운 것이고 인생은 좋을 때도 있지만 나쁠 때도 있기마련이다. 아이들이 있으면 특히 지출을 줄이기가 어렵다. 어느 정도 수준에서 먹고 사는 것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그 수준을 내릴 수가 없다. 빚으로 쌓아올린 생활수준을 끌어내릴 수가 없는 것이다. 어른들도 사실 정도차가 있을 뿐 마찬가지다. 돈 빌리는 일에 익숙해져서는 안된다. 가난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 유명한 일론 머스크도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가난해도 자신은 괜찮은가부터 확인했다고 한다. 돈없어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다. 돈으로 지탱하는 행복은 위태롭다. 특히 빌린 돈이면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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