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제별 글모음/세상보기

집사는 건 현명하고 주식 사는 건 도박이라는 주장

by 격암(강국진) 2025. 6. 11.

이재명 대통령이 여러번 말하고 있듯이 한국의 자본시장은 세계적 기준으로보면 비정상이다. 그 비정상을 잘 보여주는 것이 집사는 건 현명하고 주식 사는 건 도박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어떤 청년이 5억짜리 아파트를 사는데 빚을 3억을 내고 그 빚을 갚겠다면서 수십년동안 일할 거라고 말하면 나이든 어른들은 참 건실한 청년이라고 말한다. 그 보다 더 심한 경우도 많다. 한도까지 은행빚을 내고 전세까지 껴서 집을 사는 갭투자를 해도 잘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누구나 자기 집 한채쯤은 있어야 하며 집이 있으면 빚은 걱정할 것이 없다는 태도다. 그러니까 아파트나 집이라는 자산을 빼면 전재산이 마이너스인 사람들이 흔하다. 청년이 빚을 3억을 내도 부동산을 사기 위한 거였다면 잘했다고 한다. 하지만 주식에 대해서는 입장이 다르다. 어떤 청년이 자기 돈가지고 투자해도 그건 도박에 빠진 정신나간 짓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만약 누가 3억빚을 내서 주식에 집어넣었다고 한다면 그 청년 참 건실하네라고 말할 사람은 한국에 거의 없을 것이다. 

 

그거야 부동산과 주식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서둘러 말하기 전에 두가지 사실을 생각해 보자. 첫째로 매번 부동산 가격 상승이 나쁘다고 말하면서 전국민이 부동산을 영끌하는 것이 정말 옳은가? 지금 우리가 땅파먹고 사는 농업국가에 살고 있는가? 지금 우리는 2차 3차 산업이 발달해야 부자가 되는 나라에 살고 있는거 아닌가? 주식 시장의 발달은 기업이 돈을 조달하기 쉽게 한다. 그래서 미국에는 테슬라니 팔란티어니 하는 회사가 불과 10년만에 엄청난 규모로 커질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팔란티어같은 회사가 인재를 모으는 방식은 주식으로 인재를 유혹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빚나는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걸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 벤쳐가 크질 못한다. 인재들은 서둘러 대기업에 가서 말단 사원이 되기를 희망한다. 이래서는 한국의 혁신은 멈춰버릴 것이다.

 

주식 시장이 안정적으로 발달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아주 많다. 그 중의 하나는 부동산 가격의 비정상적인 상승을 막는 것이다. 투자할 곳이 따로 없으니까 모든 돈이 부동산으로 몰리는 것이다. 부동산 투자가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지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만들어 낼 힘도 분산될 수 밖에 없다.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또 다른 차이는 부동산과는 달리 주식은 지역에 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울릉도 사는 사람도 주식투자는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다. 하지만 태어나길 강남에 태어난 사람과 울릉도에 태어난 사람이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득보는 정도는 다를 것이다. 비싼 땅은 서울 강남이기 때문이다. 또 주식투자는 소액으로도 할 수 있지만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거액을 가져야 한다. 이러니 부자들의 놀이터일 뿐이다. 이런 장점은 더 이어질 수도 있지만 뒤집어 말하자면 주식 시장을 죽이고 부동산 시장을 지키면서 이득을 챙기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주식 시장 활성화 대책은 개혁정책인 셈이고 그래서 찬반론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오히려 두번째 사실에 주목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 두번째 사실이란 이 세상은 이제 점점 더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특히 AI가 발달하면서 더욱 더 그렇게 되었고 우리는 이제 10년 뒤를 예측하기 어렵다. 실은 5년뒤도 어렵다. 이런 세상에서 환금성이 떨어지는 부동산에 몰입하는 것이 정말 옳을까? 미국의 부호 일론 머스크가 부동산을 모두 팔아치우고 사는게 괜한 짓같은가? 부동산 투자에 이익이 달려 있는 사람들이 계속 나라를 이 모양으로 유지시키면 남들만 힘든게 아니라 자신도 망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이 없어서 자기 집에 산다고 해도 집이 한채다. 그런데 그 한채의 가격이 말했다 시피 전재산보다 큰 경우가 많다. 이건 차로 말하면 오늘 점심 먹기도 힘든 사람이 벤츠나 BMW타는 것과 비슷하다. 그걸 하루 렌트비로 생각하면 밥도 못먹으면서 렌트비로 거액을 지불하는 것과 같다. 이건 생각하면 당연한게 아니다. 특정한 조건에서만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니까 미래에도 당연할 것으로 생각하면 안된다. 실제로 우리는 우리 나라만 보니까 착각하기 쉽지만 잃어버린 30년을 이야기하는 일본의 청년들은 태어나서 집값이 오르는 것을 본 적이 거의 없다. 우리나라는 강남의 30평대 아파트라고 하면 가격이 딱 나오는 편이지만 일본은 같은 지역의 집이라도 그 집이 지어진지 얼마나 되었나에 따라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난다. 자동차처럼 소모품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회사에 입사해서 30년쯤 일한 후 그간 저축한 돈을 가지고 그간 납입한 연금을 가지고 먹고 살 수 없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모든 재산을 부동산처럼 환금하기 어려운 곳에 몰아넣으면 위험한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왜냐면 미래는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떤 직업을 가졌든 이제 이 직업을 가지게 되었으니 나는 앞으로 죽든 살든 이걸로 3-40년 계속 해야겠다고 말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지금 은행금리는 3%도 안되는데 체감으로는 이건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느낌이다. 실제로 10년전에는 8천원으로 먹던 회냉면이 요즘은 만이천원한다. 10년에 50%가 올랐다. 더 많이 비싸진 것들도 있는 것같다. 이런 시대에 어딘가에서 2% 이자받으면서 장기로 돈을 넣어두는게 좋을까? 

 

IT 산업의 발전은 주식 시장의 가치를 키우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집을 사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주식이나 코인을 사는 사람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 말은 주식처럼 빠르게 환금할 수 있는 자본시장이 규모가 커진다는 뜻이다. 지금도 이런데 IT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10년뒤가 되도 집을 계속 한달마다 사고 파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주식거래는 어떨까? 이미 초등학생도 주식거래를 할 수 있을 만큼 주식 매매는 쉽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주식 시장의 활성화는 한국 사회를 개혁하는데 있어서도 꼭 필요한 일이며 이미 늦은 바가 있다. 그리고 이것은 기술의 발전으로 세상이 지금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를 생각하면 훨씬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 이런 시대에 빚내서 집사는 것은 좋은 일이고 주식같은 것은 절대로 하면 안된다는 말을 반복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건 시대의 변화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어쩌면 주식투자는 도박일지 모른다. 그런데 우리는 도박에 익숙해져야만 살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오히려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고 팔도록 해야 한다. 청년들은 큰 돈도 없겠지만 그런 걸 하면서 자신의 욕심을 자제하고 세상에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세상에 등돌리고 도서관에서 책만 읽어서 될 때가 아니다. 그게 지금의 세상이고 미래에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우리는 노동자의 시대, 직장인의 시대에서 경영자, 창업자의 시대로 간다. 모두가 자신을 작은 사업체의 사장으로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옛날 방식으로 직장의 부속이 되어 열심히 일하면 뭐가 될거라는 것은 마치 조선시대의 노비가 열심히 일하면 주인이 잘 챙겨줄거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시대는 변했고 지금 이순간에도 더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걸 잘 보여주는 것중의 하나가 부동산 투자와 주식 투자의 명암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