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주 14번 올레길의 바닷길 부분을 걸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길을 걷고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던 패턴을 바꿔서 오늘은 아침을 느긋하게 보내고 오후에 길을 걸었다. 몇일간 걸었던 결과로 타들어 가며 통증을 주던 피부를 생각해서 다이소에 들려서 얼굴 가리개도 샀다.
집근처에 있는 만두전골집인 장인의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아닐지도 모르지만 나는 딱새우란 걸 처음먹어 보는데 딱새우가 국물이나 내는 거지 먹기에는 별로 먹을게 없는 새우였다. 하지만 만두전골은 전반적으로 맛있었다. 그만큼 가격도 하는 식사였지만.
점심 식사 후 202번 버스를 타고 한국통신 앞에서 내리니 제주 한림항이다. 여기가 제주 15번 올레길이 14번 올레길과 만나는 곳으로 14번 올레길의 바다길 부분은 한림항에서 부터 협재, 금능 해수욕장을 지나 월령포구까지 이어지고 거기서부터는 내륙으로 들어간다.
이 바닷길은 금능을 지나고 나서 부터는 길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의 바윗길이 한참을 이어진다. 재미있는 길이라고 할 수도 있고 평지라 체력이 많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노약자가 갈만한 길은 아니다. 바위를 밟으며 걷다보면 발목과 발바닥이 아파지는 그런 길이다. 노약자는 돌 사이에 다리가 끼기 딱 좋다. 다만 이 길의 중간에는 풍력 발전소가 있어서 풍력발전소를 가까이서 볼 수 있고, 길이 험한 만큼 한적하기도 해서 시끌벅적한 협재해수욕장보다 이 길을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법하다.
점심을 먹고 도착한 길의 초반에 있는 용수사는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화장실을 제공해 주는 고마운 곳이다. 우리는 귀여운 돌하루방이라던가, 처음보는 돌로된 정자따위를 보면서 천천히 길을 걸었다.



협재해수욕장에 도착하니 사방에서 중국말이 들린다. 중국관관객은 상당수가 여자였고 올레길을 걷는 우리와 달리 프릴이 달린 치마들을 입었다. 어디 단체로 관광온 모양이다. 협재해수욕장의 돌위에서 경치가 예쁘다며 소란을 떤다. 그렇다고 눈쌀이 찌푸러질 정도는 아니었다. 우리도 비슷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길에서 만난 기억나는 사람중에는 전기 바이크를 둘이서 타던 커플이 보인다. 여자가 운전하라고 하고는 남자가 가속기를 눌렀던 모양이다. 분위기 좋게 데이터 하다가 갑자기 여자가 남자에게 쌍욕을 날린다. 아내와 나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 커플과는 인연이 깊어서 나중에 숙소로 돌아오는 버스도 같이 탔다. 여행의 재미중의 하나는 다른 사람들을 보는 것이다. 한국인 노부부, 할머니 단체관광, 중국인 관광객, 백인 가족. 사람을 보는 일은 재미가 있다. 너무 노골적으로 보는 티를 낼 수는 없지만.
하지만 오늘 산책의 핵심은 사람도 아니고 협재나 금능 해수욕장이 아니며 하늘이었던 것같다. 아침에 비가 오고 나서인지 하늘에는 구름이 많았는데 그 구름이 탁트인 전망속에서 펼쳐지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우리는 걷기도 많이 걸었지만 이곳 저곳에 앉아서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크고 넓은 것을 보면 작은 고민이 줄어들 때가 있다. 바다에 이어 하늘을 잔뜩 바로본 오늘은 그만큼 우리의 잔고민이 줄어든 날이었을 까?
걷고 또 걷다 보니 해가 지는 6시가 되어서야 월령포구에 도착했다. 본래는 시간이 있으면 좀 더 걸어서 제주 맥주에 들러 맥주를 한잔할까 했는데 시간이 되질 않는다. 그래도 거의 2만보를 걸었다. 제주의 올레길은 밤에 대개 밤에 걸을만 하지 않다. 적어도 오늘 걸었던 구간에는 가로등도 없었으니까. 제주 맥주도 5시반이면 라스트 오더 시간이라고 하니 이래 저래 오늘은 인연이 아니다.
숙소로 돌아가는 202번버스를 다시 타니 오늘 걸었던 부분과 첫발 걸었던 부분들이 다시 지나간다. 15번 올레길과 14번 올레길의 바닷길을 합치니 무려 버스정거장으로 38개다. 버스 정거장 간의 거리가 짧기는 하다. 해가 지면 관광객들도 퇴근하듯이 버스를 탄다. 덕분에 성수기가 아닌데도 해지는 6시에 탄 버스는 사람으로 가득 차다 못해 정거장에 있는 사람을 다 태우지도 못할 정도였다. 컵에 담긴 음료수를 타고 타려다가 혼나는 사람, 뒤로 뛰어 들어서 버스를 타려다가 혼나는 사람도 있어서 약간 난리였다.
오늘 저녁은 어제 하나로마트에서 산 돼지고기를 숙소에서 구워먹는 것으로 해결했다. 하루 종일 본 하늘이 어른 거린다. 해가 질 때의 붉은 하늘도 멋있었는데 그런 모습은 사진으로는 잘 찍히지가 않는다. 제주의 하늘은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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