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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한국과 천년전의 한국

by 격암(강국진) 2011. 11. 1.

머릿말


박현이 쓴 한반도가 작아지게된 역사적 사건 21가지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어떻게 해서 한민족의 국가라는게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점점 작아지게 되었는가라는 것을 논하고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 그걸 읽다보면 재미있는 구절이 나온다. 


풍수지리의 핵심은 장풍과 득수라는 것이다. 장풍이란 내적기반이고 득수는 외적기반으로 장풍이 되었으나 득수가 되지 않으면 고립된 생명이 되고 득수는 되었으나 장풍이 되지 않았다면 주체성없이 남이 힘에 따라 흘러다니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풍수를 믿는 것도 아니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분명 지리라는 것은 그나라의 역사에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본은 태평양쪽에 있어서 서양과 더 빨리 접했음에 틀림없다. 삼국시대에도 백제는 바다를 통해서 고구려는 땅으로 대륙과 연결되어져 있었지만 신라는 고립된 섬과 같은 나라였다. 


우리 민족의 불운은 삼국을 자력으로 통일하지 못한 것인데 그것은 단순히 신라가 당나라와 연합했다는 결론이전에 내부적인 민족 통합이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우리가 신라와 백제와 고구려가 있으면 그들은 각자 싸우는 것이 당연하다라고만 파악한다면 거기에는 문제가 있다. 그 세나라가 서로 겨루면서도 당나라와 연합하는 것은 상상할수 없는 배신이라고 느꼈다면 역사는 달랐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지 못한 것을 이해하자면 사회적 지배철학인 불교등이 중국에서 유입된 것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종교와 이데올로기를 수입할때 자연스레 그 원류, 원조인 국가에 대해 합리성과 올바름을 가정하는 경향이 있다. 즉 민족적, 지역적으로 지배 이데올로기가 제대로 소화되고 창출되지 못한채 였기 때문에 삼국은 혼란에 빠져있었고 그래서 화합은 이뤄질 수 없었던 것이다. 나당연합군이 백제와 고구려를 망하게 한것은 이러한 것의 결과일뿐이다. 내가 없으니까 결국 외부세력에 망한다. 


오늘의 한국


이런 지리의 문제나 내부적 통합의 문제는 단순히 천년전의 역사만을 의미하지 않고 계속 크고 작은 규모로 반복되는 것같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는 과연 지배 이데올로기나 종교를 미국에서 수입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광화문거리를 채우고 성조기를 휘두르는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미국이 조국이고 한국사람이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왜냐면 미국이 나빠서가 아니라 미국과 한국이 접촉하면 각자의 이익이 있을수 있는 법인데 미국에 대해 어떤 것을 요구하는 모든 행위는 전부 반미요 빨갱이짓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순히 저소득층이나 교육이 덜된 사람들의 상황만도 아니다. 한국의 대학은 미국에서 유학하고 학위를 받은 사람들로 가득채워져 있다. 거대교회는 연일 반미세력, 종북세력을 색출해야 한다고 떠들어 대고 있는 판이다. 유명교회의 목사들은 대놓고 선거법위반 발언을 한다. 한국의 유력정치인은 미국 외교관에게 이명박은 뼈속까지 친미요 친일이라고 말한다. 


지금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한미FTA가 뭔가. 그것은 단순히 FTA는 무조건 나쁘다던가 좋다던가 하는 식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그런 원론적 반응은 사실 무의미하다. 왜냐면 우리는 수출을 해야 먹고 사는 나라인데다가 소통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는 결국 서울은 서울대로 살고 경상도는 경상도 대로 전라도는 전라도대로 살자는 식의 지역주의까지 확대할 수 있다. 경상도의 일을 경상도인의 뜻대로 처리하지 못하게 되었다 식의 논리를 펼수 있는 것이다. 


즉 FTA는 우리가 스스로를 지킬수 있는 사회적 내적 통합이 준비되었는가에 따라, 구체적으로 어떤 조약을 어떻게 맺었는가에 따라 할수도 있고 안할수도 있는 것이지 일률적으로 나쁜 것으로 이야기할것은 아니라는것이다. 물에 뛰어들어야 고기를 잡아 먹고 살것이지만 수영도 못하거나 심장이 너무 약해 들어가면 바로 죽을 것같으면 물론 물에 뛰어들 상황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본래 물은 나쁜 것이라는 주장만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물에 안들어가도 잘살수 있다라는 전제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금의 한국을 보면 과연 우리는 자기를 지킬 태세가 되어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답이 나온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소위 한나라당과 반한나라당의 대결은 정책이나 이념적인 차이, 지식과 사실의 차이가 아니다. 단지 불신의 문제고 국가적으로 국민통합의 정신이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결과다. 과연 당나라와 연합해서 고구려와 백제를 망하게 하고 그대신 영토를 온통 빼앗기고 만 신라가 오늘날 그대로 반복되고 있지 않다고 말할수 있을까. 


현정부는 너무나 친미적이다. 그 지지자들도 미국은 너무 믿고 한국은 너무 안믿는 경향이 있으며 진보나 반한나라당 사람들을 너무나 쉽게 빨갱이나 친북주의자쯤으로 단순화한다. 반한나라당 사람들도 한나라당 지지자와 한나라당 정치가들만 없으면 이나라가 잘될거라고 믿는 사람이 많아 보이지만 한나라당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같다. 즉 미국을 끌어들여서 노동자와 진보세력을 모두 무력하게 만든다면 -과연 미국이 그런 나라인가는 둘째문제다- 그게 승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것같다. 귀찮은 제약을 끊고 무한대의 권력을 회사들이나 재벌이 휘두르게 되면 그게 승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기묘한 것인데 많은 한나라당의 지지자는 저소득층으로 그들은 영리병원이라던가 복지확대 실패같은 것이 그들에게 불리한데도 그렇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모든 사회악은 빨갱이와 종북주의자들이 만들고 있다는 이데올로기에 그들이 강하게 세뇌 되었다고 밖에는 해석할수 없다. 


득수는 해결되는가.


이런 상황에서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네티즌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하고 나는 생각한다. 남북으로 나라가 갈린 이래 진짜 섬보다도 더욱 섬처럼 고립되어 득수가 되지 못하고 작은 나라로만 존재하던 한국에 변화가 일게 된것은 그 지리적 상황이 인터넷으로 인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세상에는 현해탄도 황해도 태평양도 없다. 인터넷은 지리적 상황이란 것을 크게 완화하고 전세계에 있는 한인네트워크가 온갖 정보를 한국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드디어 지리적 고립을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막연히 미국이 좋다, 일본이 좋다, 독일이나 프랑스가 좋다고 하는 주장에 대해 현지에서 소식을 전해준다. 전같으면 말도 안되는 번역과 잘못된 인용으로 외국의 사례를 왜곡할수 있었지만 네티즌에 의해 그것은 바뀌게 된다. 그리고 많은 환상이 깨어진다. 


말하자면 한국은 인터넷의 시대에 들어와서야 비로서 외국을 제대로 만나기 시작했다고 할수 있다. 막연한 동경과 우상화가 아닌 내부의 눈으로 바라본 외국이 한국에 바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진정한 진보란 이렇게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제대로 가진 사람들이지 결코 반미던 친미던 무슨 마르크스 책같은 걸 읽고 그걸 성경처럼 생각하고 세계를 보거나 특정한 지역에 얽매인 진보가 아니다. 사실 이 세상에 지금 심각한 문제가 없는 나라는 하나도 없으며 문명의 존폐를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시대다. 외국을 제대로 만난다는 것, 즉 한국아닌 것을 제대로 만난다는 것은 한국이란 무엇인가를 이해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이다. 


아직도 먼 국민통합


문제는 이같은 방식으로 득수의 문제는 해결되었으나 아직도 이념적, 정체성적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채 한국 내부에서는 여러가지 칼날이 날아다닌다는 것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해도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어느 특정한 세력이 모든 것을 망쳤다면서 그들에 대한 원망과 미움을 버리지 못한다. 그것은 마치 한국 안에 이슬람, 불교, 기독교, 힌두교도가 돌아다니면서 종교적 분쟁을 벌이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한나라당과 반한나라당간의 분열은 말할 것도 없으며 노빠니 유빠니 하면서 노무현에 대한 원한을 품고 있는 사람도 많고, 반대로 진보정당에 대해 분노하거나 민주당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약간의 불씨면 싸움은 쉽게 타오를 준비가 되어 있다. 나꼼수에 대한 비판도 건전한 비판식은 아니다. 비아냥에 가까운 소리가 나온다. 그런데 나꼼수도 포용할 수 없으면서 어떻게 국민통합을 이룬다는 것일까. 


천년전, 신라는 당과 연합했고 우리민족은 많은 것을 잃었다. 훨씬 거대했던 민족이 쪼그라들었다. 이제 한번더 그런 일이 있으면 나라라고 부를수도 없을 만큼 우리는 작아질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국민통합이다. 우리 친하게 지내자 라는 식의 구호가 아니라 우리의 시각으로 우리의 가슴으로 우리의 문제를 보는 것이다. 실천과 이념적 정리 모두가 다 필요하다. 


박원순과 안철수가 유명인이 된 것은 그들이 친미도 반미도 진보도 아니고 실용주의적으로 실천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박원순이 나섰기 때문에 야권은 선거전중에 전같으면 있을 수 없었던 연대를 보여주었다. 이것은 뒤집으면 기성정치세력들이 통합에 있어서 철학적, 정체성적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중동이야 말할것도 없지만 한겨례와 경향이 나꼼수처럼 뜨지 못하는 이유는 기계적 중립만을 표방하면서 사상적으로 매우 무력한 것이 그들이기 때문이다. 자기 주장이 거의 없다. 그저 법잘지킵시다류의 모범생이 되려고 한다. 그러다보면 이명박을 한번 비판했으면 노무현도 한번 비판하는것이 공평하다는 식의 단순 중립을 추구하게 되기 쉽다. 그러나 그런 것으론 안된다. 자기 의견이 확고히 있어야 한다. 나꼼수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젠 역사를 반복하지 말고 대한민국을 제대로 확립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우리의 관습, 미국 나아가 세계적 문명의 비판 같은 것에 대해 심각히 고민해야 할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사람은 호칭에 목숨을 건다. 왜 그래야 하는가. 왜 불필요한 권위가 한국에 이렇게 많은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안에서 원효의 화쟁론같은 것이 튀어나와야 대한민국은 진짜로 제대로 서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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