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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자료, 재미난 것들

[스크랩] 골프장 문제점

by 격암(강국진) 2012. 7. 12.

 

자연환경적 시각에서 본 골프장의 문제점


 

김정욱 교수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물포럼코리아 대표이사)


풀밭은 그 뿌리가 얕아서 흙과 흙에 있는 영향이 빗물에 금방 씻겨 가기 때문에 그것을 유지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지구상에서 풀밭이 생태학적으로 자연스럽게 유지될 수 있는 곳은 두 군데 밖에 없다. 한 곳은 툰드라같이 아주 추운 지역으로 이곳은 땅 밑이 얼어 있기 때문에 영양이 흘러 빠지지를 못하고 그대로 남아 있는 지역이다. 또 한군데는 미국의 중 서부나 호주의 초원지대같이 건조한 지역인데 비가 아주 조금씩 오기 때문에 영양이 도망가지를 못하고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다. 그래서 스코트랜드의 목동이 풀밭 위에다가 공을 놓고 발로 차든지 막대기로 때리든지 그것은 우리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같이 여름이 덥고 비가 많이 오는 곳에서는 풀밭은 되지 않는다. 풀 중에서도 가장 뿌리가 얕은 잔디는 더구나 안된다. 지난 여름에 영남지방에 내린 폭우는 그 강우량이 하루에 500밀리나 되는데 이것은 영국의 일년치 강우량과 맞먹는 바이며, 이런 비로는 흙과 영양이 씻겨가기 때문에 뿌리가 얕은 잔디밭은 우리나라에 되지를 않는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평지는 모두가 사람사는 곳 아니면 논밭이고 골프장을 만들 수 있는 곳은 경사진 구릉지밖에 남지 않았는데 경사진 곳에서는 흙의 유실이 크기 때문에 잔디밭은 더욱 안된다. 그래서 넓은 잔디밭은 가만두면 몇 년 안 지나서 다 죽어 없어지고 만다.

생태학적으로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심었기 때문에 잔디밭을 관리하는 데에는 엄청난 수고가 필요하다. 잡초가 항상 침범을 하는데 그것은 뽑아도 또나고 뽑아도 또난다. 또 흙도 유실되는데 덮어줘도 씻겨가고 또 덮어줘도 씻겨간다. 그리고 비료를 줘도 줘도 끝이없다. 그리고 화학비료로 억지로 키우다보니 약해서 농약을 계속치지 않으면 또 병들어 죽고 만다.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수고로 우리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

첫째는 수질오염이다. 골프장은 비만 그치면 곧바로 골프를 칠 수 있을 정도로 물이 잘 빠져야 한다. 용인에서 산사태로 인하여 사람들이 죽던 날에도 높은 사람들은 골프를 쳤다는 보도에서도 볼 수 있듯이 배수가 얼마나 잘 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 치는 비료와 농약은 비만 오면 곧바로 지하로 침투한다. 이것은 곧 지하수와 하천의 오염으로 연결된 제주도 같이 물이 잘 빠지는 곳에서는 감귤농장에서 마저도 농약오염 때문에 지하수를 마실 수가 없는데 하물며 그 넓은 골프장에서의 오염은 말 안해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이다. 골프 장에서 비온 후에 유출되는 물을 받도록 연못을 만든다고는 하나 연못에 받을 수 있도록 유출되는 물은 일부분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지하로 침투하고 만다. 그리고 유출수를 14일간 받아둘 수 있는 연못을 만들라고 규정되어 있으나 그 14일간이라는 것도 어떤 강도의 비가 내렸을 때를 기준으로 하느냐가 문제이다. 여름에 비가 많이 올 때의 물을 14일간 받아둔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잔디밭으로는 비료와 농약을 치지 않더라도 수질을 관리하기가 어렵다. 토양과 토양의 영양소가 쉽게 유실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산에 있는 저수지들을 보면 대개가 부영양화가 일어나서 시퍼렇게 되어 있다. 그 저수지들의 상류에 사람도 없고 논 밭이 없어도 그렇다. 그 이유는 산림이 훼손되어 있기 때문이다. 울창한 산림이 없이는 땅의 영양소를 보관할 수가 없고 따라서 깨끗한 물을 구할 수가 없다. 수정 같고 거울 같이 맑은 물을 얻기 위해서는 울창한 산림이 있어야지 잔디로서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잔디밭으로는 홍수와 가뭄을 조절할 수가 없다. 나무가 있어서 낙엽이 떨어져 썩으면 거기에는 흙을 푸석푸석하게 하는 성분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뿌리에 흡수되기까지 토양생물들이 활동하면서 흙을 스폰지처럼 만들어 물을 저장하게 된다. 그러나 골프장에서는 뿌리가 얕고 그 뿌리 아래로는 영양이 남아 있지를 못하고 토양생물의 활동이 없기 때문에 물을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그리고 흙입자를 얽어 줄 뿌리가 없기 때문에 비가 많이 와서 물이 차게 되면 사태가 일어나게 되어 있다. 일제시대에 저수지를 많이 만든 이유는 한국사람들이 이뻐서 농사 잘 짓고 물 잘 마시라고 그런 것이 아니라 일본이 나무 베어가고 난 뒤에 물이 말랐기 때문이다.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산에 나무가 좋아서 홍수도 가뭄도 없는 나라 라고 알려졌던 우리나라가 지금은 그 큰 인공호수들을 많이 만들어 두고도 해마다 홍수와 가뭄이 끊이지 않는다. 일본에는 우리나라에서 처럼 큰 인공호수가 없다. 작은 저수지들 뿐이다. 그러면서도 우리같은 홍수와 가뭄피해가 없다. 그 이유도 우리가 산림이 빈약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잔디가 전혀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적당히 나무 사이나 숲 사이에 낙엽이 떨어져서 영양이 항상 공급되도 그리고 잔디에서 다 못받고 유실되는 영양은 그 아래에서 또 흡수할 수 있는 나무나 숲이 있는 그러한 곳에 잔디밭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나무 사이에는 잔디나 풀을 가꾸어야 한다. 그러나 무분별한 골프장은 땅을 망친다. 골프장 자리는 결국 땅이 척박하게 되어서 나중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땅이 되고 만다. 이 지구상에는 우리나라 같이 덥고 비가 많은 지역에 억지로 초지를 만들었다가 실패한 나라들이 아프리카와 중남미에 수도 없이 많이 있다. 그 땅들은 지금 완전한 황무지로 변해 있다. 특히 아프리카는 지금 거의 전 대륙이 사막으로 변화하고 있다. 백여년 전만해도 타잔이 나무타고 다닐 정도로 울창한 밀림이던 아프리카가 그 짧은 기간 동안에 사막이 되어 버린 이유는 밀림을 베고 초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초지는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조금만 무리하게 목축을 해도 땅은 망하고 만다. 중앙아시아와 중동과 미국의 남서부 등도 모두 초지에 목축하다가 사막이 된 땅들이다.

산림은 기후조절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첫째 산림은 공기 중의 습도를 조절한다. 단위 면적당 수증기 생산량은 바다보다 산림이 두배 정도 더 크다. 전 지구적으로 보면 지구 면적의 70%를 차지하는 바다에서의 수증기 생산량이 85%이고 지구면적의 6%밖에 차지하지 않는 삼림에서의 수증기 생산량이 15%이다. 육지에서의 습도는 주로 육지에서 발생한 수증기로 충당되기 때문에 나무가 없으면 습도가 떨어지게 되어 있다. 서울의 습도가 주위의 다른 지역보다 10% 정도 떨어지는 이유는 서울에 나무가 적기 때문이 아닌가 짐작된다. 수증기는 기체 중에서 가장 비열이 크기 때문에 기온의 변화가 크지 않도록 조절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나무의 증산 작용 자체도 기온을 조절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습도가 높으면 무덥덥해서 좋지 않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실은 습도가 낮은 것이 문제이다. 나무가 없고 습도가 떨어지는 사우디나 인도 같은 곳은 온도가 쉽게 5-60도까지 올라가서 타는 듯이 뜨거울 뿐만 아니라 또 추을 때는 매우 추워서 온도의 변화도 크다. 반면에 나무가 많은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는 기온이 30도 근처에서 맴돌 뿐이다. 그리고 나무가 있어야 내륙에서는 비가 내린다. 비는 저기압 때에 상승기류가 생기고 이 기류가 찬 고공에서 응결하여 구름이 되어 내린다. 그렇기 때문에 나무가 없어서 습도가 낮으면 아무리 저기압이 형성되어 상승기류가 있어도 구름이 생길 수가 없게 되어 있다. 그리고 나무가 없이는 저기압 자체가 잘 형성되지도 않기 때문에 내륙에서는 비가 오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아프리카 대륙의 많은 지역에서 관찰이 되고 있다. 중국의 길림성에서도 지난 100여년간 삼림이 줄어듦과 동시에 강우량도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통계가 나오고 있 다. 잔디로서는 전혀 나무와 같은 활발한 증산작용을 기대할 수 없다.

출처 : 도랑살리기 전도사 최충식 환경이야기
글쓴이 : 계룡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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