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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키워드 여행

유럽여행을 준비하며

by 격암(강국진) 2014. 2. 6.

요즘 아내와 나는 돈쓰는 일에 바쁘다. 아직은 시간이 좀 남았지만 유럽에 가족여행을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유럽에 아이들과 함께 여행가 보고 싶었다는 말을 하던 아내는 진학하는 사이에 시간을 내서 아이들과 함께 유럽여행을 해보자는 나의 제안을 선뜻 수락했다. 그리고 그날 부터 유럽여행 공부에 바쁘다.  비행기며 호텔이며 기차며 예약할때마다 뭉텅이돈이 나가고 있다.





여행을 가기로 결정을 하기는 했으나 실상 이것이 어떤 여행이어야 하는지 뭘해야 하는지는 결정된 것이 없었다. 여행의 개념은 여행에 있어서 절대적인 중요성을 띈다. 만약 이 여행이 아내와 나만의 여행이었다면 런던이니 파리니 하는 대도시는 별로 관심이 가지 않는다. 내가 하고 싶은 여행은 적당한 공항에서 차를 빌려서 유럽을 한바퀴 렌트카로 도는 여행이다. 그렇게 여행하는 쪽이 싸고 또 책자에 나와 있지 않는 유럽을 볼수 있어서 더 마음에 든다. 계절이 더 좋은때라면 나는 캠핑도 해보고 싶다. 나는 꽤 괜찮은 곳인데 아무도 가본곳이 없는 그런 곳, 그런 곳이 좋다. 이미 너무 유명해져서 관광지가 되고만 곳은 아무래도 내키지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런던이나 파리나 로마같은 도시가 볼것이 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대도시의 관광은 사실 한번이면 족한 것같다. 아니 한번도 많을지 모른다. 자유여행 그리고 대도시가 아닌 지방의 여행이 내가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역사적 중요성을 가진 대도시를 그냥 넘기기는 어렵고 그러다보면 여행의 상당부분이 대도시 관광이 되고 마는 것을 피할수가 없는 것같다. 그래서 런던 파리 로마 관광을 짧게 채워넣고 겨우 스위스 관광몇일만 조금 다르게 하는 것으로 계획의 대충이 짜여졌다.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유럽여행책을 한권샀는데 그걸 보면서 나는 관광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한번 전에 느끼던 것을 느꼈다. 관광책자는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기는 하지만 동시에 어처구니 없이 쓸모없는 정보를 담고 있기도 하다는 것이다. 


한국사람으로서 생각해 보라. 한국 관광이란 곧 서울의 남산타워를 보는 것이라던가 한강을 보는 것이라던가 하고 누가 말한다면 그것에 큰 공감이 가는가. 제아무리 이태원이 어떻고 인사동이 어떻고 해도 우리는 뭔가 거기에서 찜찜함을 느낀다.


생각해 보면 이런 찜찜함을 어느 정도 대변해 주는 이론도 있다. 아주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관광온 사람들이 소비를 한다고 해도 결국 그 지역의 주요 소비층은 그 지역에서 늘상 사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그 지역에서 가장 괜찮은 식당이나 가장 괜찮은 볼거리는 사실은 현지인이 자주 찾는 곳이 아니겠는가. 소수의 관광객만이 거기에 갈뿐 정작 현지인들은 잘 가지 않는 그런 관광지는 세상에 얼마나 많은가. 그런 관광지는 비싸고 실속은 없는 곳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런데 여행책자라는게 아무래도 바로 그 실속없는 장소들을 나열하는 일이 되기가 쉽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라도 서울에 어디가 좋은지 잘 말할수 없는 사람이 많은 것이 현실이니 남의 나라의 관광책자를 쓰는 것이 어렵기도 하거니와 사람들마다의 취향이 달라서 애매한 의미로 평균적으로 인기있는 곳을 찾아서 책을 만들면 바로 앞에서 말한 비싸고 실속없는 정보의 집합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너무 대충 본것으로 여행책자가 만들어 진다. 실은 애정을 가지고 이름없는 지방소도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소개한 것이 더 깊은 인상을 줄수 있다. 동경의 오다이바의 야경을 본것 보다 이름없는 사이타마현의 어느 작은 꼬치집에서 밤에 한잔 한것이 훨씬 진한 일본의 냄새를 남겨줄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여행의 고수가 많은 부자나라의 여행관습에는 한곳에 집중해서 느긋하게 오래 하는 사람이 많다. 40일동안 45개국을 걸쳐 여행했다라는 것같은 걸 자랑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40일동안 어디 한곳에서 죽치고 현지인들과 어울려 살았다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같다. 적어도 한국사람들에 비하면 말이다. 


나는 스위스 몽트뢰같은 곳에 대한 방문기를 적은 사람들이 아 정말 좋더라 이런 곳에서 일주일씩 머무를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라고 말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압도적 다수는 또다른 좋은 곳을 향해 가느라고 어떤 한장소에서 한나절을 보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다음에는 꼭이라고 다짐하지만 여러 글을 통해 보았을때 그들은 다음번에도 더 많은 곳을 가려는 욕심, 더 많은 것을 하려는 욕심을 버리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우리 여행도 최대한 작은 것이 더 많은 것을 보게 해 준다는 원칙을 지키려고 했지만 여러 제약조건에 걸리니 트레킹을 한다던가 하는 시간이 잘 나질 않는다. 그래도 나름 이런 저런 고민을 해보고 있는데 생각해 보면 참 사치스러운 고민이다. 아마 여행의 즐거움의 절반은 여행을 가는 것보다 이렇게 계획세우고 돈쓰는 사치를 즐기는 재미가 아닌가 한다. 


우리 아이들은 이스라엘과 미국에서 산적도 있기 때문에 몸은 이미 유럽을 거쳐온 적이 있지만 워낙 어릴때의 일이라 기억에 남은게 없다. 그래서 일본에서 자란 나머지 다른 나라에는 통 관심이 없는 아이들에게 유럽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일이 필요했다. 그리고 우리 부부의 감성에도 좀 기름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여러가지 영화를 보기로 했다. 런던을 대표하는 영화는 여러가지가 있다. 아참 우리 아이들은 아직 우리가 유럽여행을 간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래서 왜 해리포터 시리즈를 새삼 다시 보는가를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특히 막내를 위해서다. 그래야 런던 해리포터 스튜디오를 아이들이 더 잘 즐길것이 아닌가. 아내와 나는 영국의 셜록이라는 티비 드라마를 보았다. 


프랑스 파리를 위해서는 가기전에 포겟파리스나 비포선셋을 다시 볼까 싶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니까 비포선셋을 다시 한번 보는것에 나는 아무 반대가 없다. 아이들과는 라따뚜이를 이미 보았다. 노틀담의 꼽추를 보여주자는 의견도 있지만 아이들이 재미있어할지 모르겠다. 





스위스를 대표하는 영화는 뭘까. 노스페이스라는 산악영화가 있기는 한데 정작 아이들까지 통할만한 영화는 아직 찾아지지가 않았다. 로마도 마찬가지로 고민이었는데 낡기는 하지만 로마의 휴일을 찾아서 본 결과 매우 만족스러웠다. 로마의 휴일은 아직도 그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은 오드리헵번의 영화다. 1953년에 나온 흑백영화인데 보다 보니 지금도 매우 재미있고 왜 사람들이 오드리햅번을 아직도 말하는지 알수 있는 영화였다. 





여행은 몸으로 하는 것 이상으로 머리로 하는 것이다. 가기전에 머리로 해서 준비를 하고 어디를 갈까를 결정한다. 상상력이 필요하다. 가서도 결국 우리는 우리의 머리안에 든것에 주로 영향을 받아서 현지를 즐긴다. 그렇지 않다면 좋은 곳 다 내버리고 굳이 프레디 머큐리 동상이 있는 곳에 가서 사진찍는 일을 너도 나도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여행공부를 해야하는데 즐거우면서 좀 귀찮기도 하고 그렇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급한 것만 정해지면 느긋하게 즐길수 있는 속력으로 일을 처리할까 한다. 아. 그리고 한국 여행을 하고 싶은 외국인에게 이거다라고 추천할수 있는 한국영화가 있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좀 답이 없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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