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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전주 생활

벌교와 보성 대한다원

by 격암(강국진) 2016. 7. 3.

나는 꼬막무침을 좋아한다. 그래서 일 것이다. 언제나 나는 꼬막으로 유명한 벌교에 가고 싶었다. 벌교는 작은 곳이다. 한때는 인구가 훨씬 더 많았다고 하지만 이제는 인구가 만오천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아침에 여수를 떠나 우리는 벌교로 향했다. 벌교에 도착해 보니 마침 도착한 곳이 재래시장 근처라 벌교의 재래시장을 구경했다. 







벌교에는 보성여관이라는 곳이 있다. 소설 태백산맥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는 이 일본식 건물의 여관은 요즘 손님을 받고 영업을 다시 하고 있다. 보성여관 근처의 건물들은 미화사업을 통해서 예쁘게 단장되어있었다. 






보성 여관은 아주 예쁘게 단장되어 있어서 내맘에 꼭 들었다. 하지만 그리 규모가 큰 편은 아니다. 입장료 천원을 내고 구경을 하게 되어 있는데 오늘은 문화의 날이라면서 입장료를 무료로 해주었다. 내부에는 카페도 있는데 시간상 커피를 마실 수는 없었다. 






1975년에는 4만 5천이던 인구가 지금은 만 오천으로 줄었다. 그러고 보면 시장터에도 노인들만 가득하다. 







보성 여관 둘러보기를 마치고 우리는 보성여관 앞의 국일 식당이라는 곳에 들어갔다. 아직 11시 밖에는 안되어 손님이라고는 우리 밖에 없다. 우리는 만원짜리 백반을 시켰다. 7천원짜리 백반에는 꼬막이 나오질 않는단다. 허리가 불편하신 주인이 음식을 나르기에 도와드렸더니 서비스로 꼬막 부침개를 주셨다.





푸짐한 밥상 잘먹었다고 하고 싶지만 솔직히 말해서 벌교의 꼬막 정식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나로서는 그냥 꼬막 무침이나 꼬막 부침개같은 것들을 각각 단품으로 몇천원식에 팔았으면 했다. 어차피 내 입맛에 맞지도 않고 너무 많아서 먹을 수도 없는 반찬을 상 가득히 깔아 놓는 것은 이 시대에 맞지 않는 것 아닐까. 차라리 된장찌개 하나 꼬막 무침 하나 백반 하나짜리 단촐한 식사라면 훨씬 더 만족스러울 것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꼬막을 먹으러 벌교로 온다. 그들보고 모두 꼬막 정식을 먹으라고 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더 단품으로 상품을 개발하면 오히려 팔기도 쉽고 많이들 먹을 것같은데 안타깝다. 


우리는 다음 일정으로 보성 대한 다원을 찾았다. 이번 여행뿐만 아니라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나는 항상 서둘러, 어설프게 개발한 것들을 보면서 오래 된 것에 대한 그리움에 빠져있었다. 대한 다원은 이런 나의 갈증을 속 시원히 풀어준 곳이다. 본래 대한 다원은 해방전에도 조선 최대의 차밭으로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전쟁으로 황폐화 된 것을 1957년 장영섭이 일대의 임야와 함께 사들여서 가꿔 왔다고 한다. 





전에도 나는 가끔 보성 차밭의 사진을 봤었지만 사실 그런 사진을 볼 때는 대한다원이 그저 평지에 차밭이 좀 펼쳐져 있는 곳인줄 알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근사한 수목원같은 규모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입장료가 4천원이지만 일단 들어가면 1천원을 내고 비싼 우전차를 마실 수 있기 때문에 입장료도 전혀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대한 다원을 보고 있으면 그때 그때 시류에 따라 이리저리 개발한 것과 오랜 시간을 들여서 하나 하나 가꿔 온 것과의 힘의 차이를 느끼게 된다. 차밭은 물론 나무며 산책길이 조성된 것이 단순히 돈을 들인다고 단기간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대한 다원은 마침 비가 촉촉히 내려서 마치 울창한 원시림에 들어 온 것같은 느낌을 주었다. 너무 아름답고 너무 좋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런 길이 모두에게 쉬운 길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대한 다원의 차밭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차밭 전망대나 바다 전망대까지 올라가서 내려오는 것은 상당한 체력이 든다. 너무 좋았기 때문에 어머니를 모시고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노인에게는 대개 무리일 것이다. 


전라남도 여행은 볼 것이 많아 좋았다. 요즘은 어딜가나 전국이 공사중이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여기저기 개발중이다. 아무쪼록 그 개발이 지역민에게나 타지역민에게나 모두 좋은 일이 되었으면 한다. 한탕주의같은 것을 피하고 진짜 가치를 추구해야 그렇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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