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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오늘의 질문

장자의 문제의식은 무엇인가.

by 격암(강국진) 2019. 5. 20.

오늘은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책 장자에 대해서 그 중에서도 특히 장자의 1편인 소요유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지금 우리가 장자라고 말하는 책은 기원 후 312년에 북송의 사람, 곽상이 정리한 것입니다. 그가 정리한 장자는 내편 7편, 외편 15편 잡편 11편으로 이뤄져 있는데 통설에 따르면 이 중에서 내편 7편만이 본래 장자가 쓴 것이고 그 이외의 글은 후대의 사람들이 쓴 것이 더해진 것이라고 말해 집니다. 




사마천의 사기에 따르면 장자는 그 이름이 장주로 기원전 2세기의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 시기는 전국시대이자 제자백가의 시대였는데 다시 말해서 사회적 혼란이 심한 가운데 여러 사상가들이 나타나서 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이것이다라고 주장하던 시대였다는 뜻입니다. 그 수많은 사상가 가운데 2천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여러 사람에게 공감을 주고 있는 사람이 바로 장자입니다. 


혼란스러운 세상 그리고 그 안에서 괴롭게 살아가는 사람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이에 대한 장자의 답은 뭘까요? 이게 오늘의 질문입니다. 


장자는 통상 어렵고 신비스런 책으로 여겨지는 일이 많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책의 시작부터 좀 황당한 이야기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내편중 1편에 해당하는 소요유는 붕이라는 새로 변하는 거대한 물고기 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이 물고기도 이 새도 너무나 엄청난 크기입니다. 크기가 수천리나 됩니다. 이렇게 붕으로 변한 물고기 곤은 북쪽의 깊은 바다에서 남쪽의 깊은 바다로 날아갑니다. 그리고 장자가 말하기를 매미와 비둘기 새끼는 이렇게 엄청난 거리를 날아가는 붕을 비웃는다고 합니다. 


장자가 본래 그렇지만 소요유에는 신인이니 지인이니 하는 초인적인 사람들도 자주 나옵니다. 이런 사람들은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거나 무한의 경지에서 논다고 말합니다. 불에 타도 죽지 않고 밥도 안 먹고 정신을 집중하는 것 만으로 병해를 막고 풍년을 불러 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자연히 무협소설이나 마블코믹스의 슈퍼히어로가 생각이 나죠. 그런데 장자는 진지한 철학서라고 여겨지니 자연히 뭔가 도통한 사람이나 이해할 수 있는 신비한 내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기 쉬운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장자가 황당한 이야기도 아니고 신비할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장자는 다시 장자를 하나의 질문과 답으로 재구성하고 나서 보면 굉장히 논리적이고 분명한 메세지를 가진 책입니다. 

그 질문은 물론 이것입니다. 이 세상과 우리의 삶이 가지는 문제들을 어떻게 하면 풀 수 있을까요? 


그리고 장자의 답은 이것입니다. 우리의 문제는 우리의 상상력의 빈곤에 있다는 것입니다. 


장자를 읽는 현대인들은 장자에 나오는 신인이니 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면 때로 이게 무슨 소리일까 싶지만 그래도 어쨌건 이런 신인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다르게 말하면 소위 도통한 사람이 되면 인생의 문제가 없어지고 자유로워진다니까 나도 도통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아 하늘도 날아다니고 추위나 더위도 무서워하지 않으며 풍년도 불러 올 수 있다니 그렇게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현대인들은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고 좋은 기계들이 있어서 추위나 더위를 무서워 하지 않습니다. 풍년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2천2백년전의 장자가 비행기를 생각해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신인을 이야기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조금 이따가 더 이야기하겠습니다만 어쨌건 문자 그대로 보면 우리는 문명의 발전덕분에 책에서 나오는 신인처럼 사는 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기에 도통한 사람이라면 걱정 근심이 없이 자유로워야 하는데 우리는 걱정과 근심이 많고 전혀 자유롭지 않으니까 스스로가 도통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번 옛날 사람을 생각해 봅시다. 그 사람들은 현대의 기준으로 보면 훨씬 더 작은 세계에 살았습니다. 물리적으로도 그랬지만 정신적으로 더욱 더 그랬으며 신용카드와 인터넷이 있는 현대와는 옛날은 전혀 다른 세상이었죠. 이제 우리가 그 세계로 날아간다고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물론 갑자기 그 옛날 사람들에게 현대 과학문명을 가르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옛날 사람들에 비하면 훨씬 더 자유롭고 훨씬 더 많은 것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겪어본 우리가 그들을 보면 무슨 말을 할까요?


아마도 자동차나 비행기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닐 겁니다. 당시에도 쓸 수 있는 기술만으로도 미신을 잊어버리고 협력을 하면 훨씬 더 잘 살 수 있는데 그렇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우리는 답답할 것입니다. 그들은 새로운 세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믿지 않고 지독하게도 사람은 원래 살던 대로 이렇게 사는 거라고 고집할 테니까요. 우리에게는 정말 무의미해 보이는 문제를 가지고 시시비비를 다투고 서로를 불행하게 만들겁니다. 예절이 어떻다던가 호칭이 어떻다던가 태생이 어떻다던가 하는 이야기를 가지고 말입니다. 


저는 우리가 결국 이 말을 하게 되기가 쉽다고 생각합니다. 


상상력을 좀 가져봐! 당신들은 왜 그렇게 좁은 세계에 갇혀서 벗어나질 못하는 거야!


라고 말입니다. 


말을 하다가 답답하면 우리도 수천리의 크기를 가진 거대한 새가 날아가는데 그걸 비웃는 매미와 새끼 비둘기 이야기를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제 말은 이게 장자의 답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장자의 첫 편인 소요유를 읽으면 여기에 애매하고 황당한 소리는 없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왜 하늘을 날아도 신인이나 지인이 아닌가를 이해하게 됩니다. 우리는 옛날 사람에 비하면 훨씬 더 많은 것을 가졌고 봤지만 여전히 상상력의 빈곤에 시달리며 괴로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앞에는 무한히 많은 가능성이 있는데 우리는 뭔가에 속박당해 있습니다.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믿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보면 못생겨서 고민하고 좋은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것을 고민하고 내 친구나 내 이웃보다 가난하거나 출세하지 못한 것을 고민합니다. 사회적으로 보면 엄청난 국방비를 쓰고 비극을 만들어 내면서도 북한과 남한으로 갈라져서 서로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이것과 관련해서는 유년기의 이야기가 좋은 참고가 됩니다. 사람은 누군가를 뭔가 때문에 미워하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일은 어렸을 때도 일어납니다. 그런데 더 많은 것을 가지고 더 많은 것을 보게 된 어른이 되어서 그 어렸을 때의 일을 생각하면 우리는 사실 그때는 왜 그게 그렇게 절박했는지 이해를 하기 어렵습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의 고통은 대개 그때 우리의 정신적 세계가 좁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친구와 혹은 가족과 같이 잘 지낼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던 겁니다. 좁아터진 정신세계안에서는 누군가가 뭔가를 가지면 내 것이 빼앗겨지는 수 밖에는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어른들은 흔히 아이들 싸움을 보고 시야가 좁다거나 상상력이 부족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아이들은 뭐가 가능한지를 종종 모르기 때문입니다. 역시 상상력이 부족한 것입니다. 


장자의 내편은 1편인 소요유로 시작해서 2편인 제물론 3편인 양생주로 이어집니다. 여기서 1편인 소요유는 논리와 사실을 따지기 전에 고개를 들고 좀 넓은 세상을 보라는 내용입니다. 고개를 들지 않고 좁은 세상에 갇혀 있는 것이 문제라는 겁니다. 2편인 제물론 이에 비하면 왜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들이며 구분이 허망한 것인가에 대해서 차분히 이야기합니다. 말하자면 논리적으로 개념들을 분쇄해 나가는 것입니다. 이후의 내용들은 이런 기본들을 우리의 개인적 삶과 사회에 적용하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도 장자는 이런게 좋은 정치라면서 이런 저런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좋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이데올로기 중독같은 것에 빠지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이데올로기 중독은 결국 우리를 다시 속박합니다. 그리고 그 속박이 우리를 불행하게 말합니다. 남의 눈이 아니라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상상력을 가져야 하죠. 남의 말만 외우는 것이 아니라 말입니다. 


뛰어난 사상가는 시대를 앞서 있습니다. 장자는 백년이나 천년뒤가 아니라 인간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무한의 상상력을 가진 경지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2천2백년이나 지난 지금도 장자의 이야기는 여전히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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