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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전주 생활

11월의 제주

by 격암(강국진) 2020. 11. 22.

아내의 생일을 기념해서 제주도에 다녀왔습니다. 3박 4일의 일정으로 다녀온 이번 여행은 광주에서 제주를 왕복하는 평일비행기를 탔고 한 사람에 한 번 4만원을 할인해 주는 숙박대전 할인 쿠폰을 사용한 여행이었기 때문에 여러모로 할인을 받을 수 있었던 여행이었습니다. 그래서 호텔들이 5만원 이하거나 약간 넘었고 본래는 2박 3일쯤 갈까했는데 오후 비행기를 타고 가서 아침 비행기를 타고 오는 3박 4일로 일정이 바뀌었습니다. 

 

저는 사실 지나치게 상업화된 제주에 대해 안좋은 말을 최근에 많이 들었기 때문에 제주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로 가기로 한 건 국내여행중 비행기를 타고 갈만한 곳이 제주뿐이었기 때문입니다. 설사 그것이 30분도 안되는 시간이라도 말입니다. 저는 비행기를 타고 내리는 그 과정이 우리의 여행에게 어딘가 먼 곳으로 떠나는 느낌을 주는 것이 좋았습니다. 공항게이트에 서있으면 왠지 정말 먼 곳으로 가는 느낌이 드는 것이죠. 사실 생각하기에 따라 일본여행이나 제주여행이나 차이는 별로 없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내리면 이국적인 곳이 펼쳐지니까요. 여행을 다녀온 것은 사진으로 조금 남았지만 마음에 남은 느낌이 있다면 기록할까 하여 이 글을 작성해 봅니다. 참고가 되실 분들도 있으면 좋겠죠. 이건 그냥 개인적인 느낌이고 무슨 홍보를 해주려는 것은 아닙니다. 여행 자체는 비교하기 나름이겠지만 검소한 여행으로 호캉스같은 건 아니었습니다. 

 

광주에 가서 차를 주차하고 타면 비행기는 20분이 조금 넘어서 제주에 도착합니다. 거의 이제 이륙해서 좀 간다 싶으면 바로 착륙준비 안내가 온다는 느낌일 정도입니다. 당일의 기후상황이 별로라서 비행기가 많이 흔들렸습니다. 때문에 그건 반가웠습니다. 오랜만에 온 제주, 안 좋아졌다고 말을 들은 제주에 저는 아내와 그렇게 도착했습니다. 렌트는 2일만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제주에서 처음 탄 것은 택시였는데 이 택시 운전사분은 참 말이 많더군요. 모든 승객에게 그렇게 손자 아들 며느리 이야기를 모두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기분나빴다는 것은 아닙니다. 나름의 친절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후에도 택시를 탈때마다 심지어 공항셔틀을 타도 제주 운전사분들이 다 말이 많더군요. 그래서 이게 제주도 사람들 특징인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첫번째 호텔은 아주 가까운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나이 지긋한 택시운전사 분의 가정사를 채 다 듣지 못하고 첫번째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첫번째 호텔은 공항에서 멀지 않은 리젠트 마린이란 곳이었습니다. 제주항 옆의 방파제앞에 있는 호텔입니다. 이번에 묶은 호텔들은 다 깨끗하고 괜찮았습니다. 리젠트 마린에 숙박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이 호텔이 동문시장에서 가까웠다는 겁니다. 1킬로미터 정도입니다. 그래서 호텔에서 잠시 쉰 후에 우리는 동문시장 방향으로 걸으면서 산책겸 제주시 거리를 구경했습니다. 뜻밖에 거리가 참 번화하고 아름답더군요. 작은 개천에 걸려있는 다리들도 참 예뻐서 사진을 찍기 좋았습니다. 국내이면서도 이국적 느낌이 나는 제주 특유의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는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거리였습니다. 가는 길에는 흑돼지 거리라는 곳도 있어서 흑돼지 구이 가게전문인 곳도 있고 카페며 선물가게들도 많습니다. 버스킹으로 노래를 부르는 분도 있더군요.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그 거리를 걸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우리가 첫번째 식사를 한 곳은 오현돼지불백이라는 곳입니다. 동문시장을 지나 조금 더 가야있습니다. 여기서 1인분에 만사천원하는 낙지불고기와 한치 불고기를 시켜서 먹었는데 굉장히 맛있었습니다. 반찬도 더 달라고 하니 주시더군요. 그게 한국의 상식이긴 한데 우리가 더 달라고 해서 먹은 건 게장과 계란이었기 때문에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게장도 맛있었습니다. 하지만 혹시 이걸 보신분들때문에 추가로 게장달라고 하는 분들이 너무 늘어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이날 식사의 안 좋았던 점은 너무 배가 불러서 시장통에서 봤던 것들을 더 먹을 수가 없었던 거였습니다. 사실 그래도 먹었지만 먹어보고 싶은 것들이 가득한 동문시장이었습니다. 지난 여행에서도 재래시장에 가서 좋았는데 이번에도 좋았습니다. 재래시장이라지만 깨끗하고 가격이 저렴하며 볼거리가 많은 것이 요즘은 구경거리가 되는 것같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도 동문시장을 거쳐서 돌아왔는데 회를 파시는 분이 회한접시에 8천원에 가져가라고 하더군요. 두팩이면 만오천원! 배가 불렀지만 문어가 먹고 싶어 한 팩샀습니다. 맛있더군요. 그렇게 배가 불렀는데 돌아와 호텔방에서 맥주를 마시며 두팩을 사지 않을 것을 후회했습니다. 언제가 귤이 제철인지 모르겠으나 11월의 제주에는 감귤이 워낙 흔했습니다. 그래서 8천원주고 귤을 샀는데 이리저리 덤을 주다보니 5킬로짜리 박스에 귤이 하나 가득이더군요. 사실 처음에는 호텔에 가서 먹을 귤을 사는 것이었지만 그 박스는 집에 돌아오기전에 개방되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호텔에 가도 공짜로 귤을 주고 렌트를 해도 공짜로 귤을 주다 보니 그런 공짜 귤도 다 먹지 못해 따로 싸가지고 돌아올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11월의 제주에는 귤인심이 좋습니다. 싸다고 맛이 없지도 않습니다. 올해 먹어본 귤중에 제일 맛있었습니다.

 

호텔방에 일찍 들어가는 것보다 바깥이 더 좋아보였습니다. 오는 길에 잠깐 벤치에 앉아서 쉬고 호텔 바로 앞의 바닷가 광장에 또 앉아서 쉬면서 제주의 밤을 보냈습니다. 그리고는 호텔밑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서 방에 가서 회와 함께 건배를 하며 아내의 생일 전날을 보냈습니다. 넓은 광장에 비어있는 농구대며 인라인을 타는 아이들을 보다보니 우리나라 참 부유해졌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어릴 때는 선진국이나 저렇게 산다고 생각하는 일상이 이미 우리나라의 일상이었습니다. 

 

 

둘째날에는 약간 피곤했지만 제주에서 요즘 제일 유명하다는 우진해장국을 먹으러 일찍 일어났습니다. 우진해장국도 호텔에서 1.5킬로정도였기 때문에 걸어서 갔는데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고 평일인데도 이미 대기줄이 꽤있었습니다. 우진해장국을 먹은 소감은 '맛있고 닭죽과 느낌이 비슷했다. 하지만 한번만 먹지 두번은 그다지 땡기지 않는다.' 정도였습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인 것같습니다. 추천 안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드시고 싶으면 일찍 가야 합니다. 한시간이상 기다려서 먹을 정도는 아닌 것같습니다. 

 

아침을 해결하고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렌트카 빌리는 곳으로 갔습니다. 저희가 이용한 회사는 빌리카라는 곳입니다. 간단한 사용후기를 남기면 제주도에 렌트카회사가 워낙 많지만 빌리카라는 곳은 시스템이 잘되어 있어 빌리고 반납하기가 쉽고 가격도 싸더군요. 제주도 렌트카 후기들도 무서운 말들이 많아서 걱정했는데 빌리카는 괜찮은 곳이었습니다. 셔틀버스는 어디나 있지만 여기 공항셔틀도 편하고 좋았습니다. 그리고 귤도 주더군요 ^^;;;. 

 

 

렌트카를 몰고 다시 호텔로 돌아가 맡긴 짐을 찾고 우리는 첫번째 장소로 떠났습니다. 그 장소는 새별오름. 억새로 유명한 곳입니다. 산이라기에는 좀 그렇고 작은 동산같은 곳인데 그 전체가 다 억새로 덮여있습니다. 가서 드는 생각은 억새밭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 이 억새를 태운다는 제주들불축제는 기회가 된다면 꼭 와보고 싶다는 것 그리고 참 바람이 엄청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곳에 오르는 것은 등산이라고 할만한 것은 아니나 제법 힘은 듭니다. 그리고 한 블로거가 왼쪽으로 가지 말고 오른쪽으로 돌라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양쪽을 비교해 보지는 못했지만 좋은 지적이었던 것같습니다. 바람이 세서 힘이 들고 정상에 오르면 정말 태풍급 바람이 불지만 억새밭이 참 아름다워서 가보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람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한바퀴 돌고 내려오면 무슨 모험을 하고 온 것같습니다. 아름답고 가끔 웃을 수 있으며 예쁜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곳이니 추천장소겠죠. 

 

이제까지는 동문시장이든 새별오름이든 이미 유명한 곳을 갔는데 일단 그렇게 하고 나자 우리는 비교적 사전정보가 없는 곳으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제주는 어딜가든 아름답습니다. 위에서도 제주시에서 새별오름으로 갔다라고 말했지만 그렇게 가기위해 달린 길 위의 풍경도 좋더군요. 그래서 해변에 있는 많은 포구중에 아무 곳이나 하나 찍었는데요. 그게 신도포구였습니다. 새별오름에서 신도포구로 가는 길도 좋았습니다. 넓은 초지나 밭이 나와서 여기는 좀 덜 관광지스럽다는 느낌이 들면 그게 더 반갑더군요. 

 

 

신도포구의 방파제 위에는 몇몇 외로운 낚시꾼들이 있었고 우리는 차를 세워두고 약간 바다구경을 했습니다. 아내가 제주바다는 물을 멍하니 바라보는 물멍을 때리기 좋은 곳이라고 하더군요. 거기서 본 한 낚시꾼은 엄청 큰 문어를 잡았더군요. 이런 곳에 저런 문어가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잠시 바다구경을 한 후 우리는 거기서 중문해수욕장 방향으로 해변도로를 달렸습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찾아보니 고산일과해안도로라고 이름도 있는 도로더군요. 천천히 바다를 보며 달리는 것이 좋았습니다. 비교적 사람이 적고 덜 알려진 곳을 달리는 것같아 더 좋았습니다. 여행이 끝나고 아내에게 물어보니 이번 제주여행에서 제일 좋았던 것이 해안도로 드라이브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길에는 차를 세워두고 구경하고 싶은 곳이 참 많더군요. 하지만 점심때도 너무 늦어질것같고 새별오름에서 걸어서 약간 피곤했기에 그냥 드라이브로 만족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기로 한 곳은 중문관광단지에 있는 색달식당과 바다2822라는 카페였습니다. 색달식당은 갈치찜과 구이로 유명한 곳이고 바다2822는 전망이 아주 좋습니다. 저희는 6만원짜리 갈치조림 2인분을 먹었습니다. 맛이 없는 것은 아니나 저는 그다지 깊은 인상을 받지는 못했는데 아내는 맛있게 먹었다고 하더군요. 바다2822는 커피가 좀 비쌉니다만 전망은 그 비싼 가격에 수긍하게 할만큼 좋습니다. 애초에 그런 곳에 가게가 있는게 신기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자리가 좋더군요. 

 

오름에 오르고 포구를 산책한 탓인지 점심먹고 차마시자 우리는 피곤해졌습니다. 그래서 두번째 날의 호텔에 체크인했습니다. 그 호텔은 함덕해수욕장 앞의 유탑유블레스 호텔이었습니다. 이 호텔이 이번 여행중에 숙박했던 호텔중 가장 비싼 호텔이었지만 사실 방으로만 보면 그다지 대단한 건 없었습니다. 그저 깨끗하고 잠잘만 하다는 거죠. 하지만 이 호텔은 풍경이 참좋습니다. 방에서 창밖 풍경이 안 좋더라도 옥상에는 꼭 올라가봐야 합니다. 자쿠지를 하는 층에 올라가서 내려다 보는 함덕 해수욕장은 믿을 수 없이 아름다웠습니다. 

 

우리는 피곤한 김에 호텔에서 잠시 쉬었다가 저녁은 호텔의 바로 앞에 있는 수제버거집 버거307에서 맥주와 햄버거를 먹었습니다. 버거와 맥주 그리고 프라이를 함께 파는 세트를 시켜먹었는데 관광지 버거라는 느낌없이 맛있는 버거였습니다. 이 집에는 버거에 번호를 붙입니다. 예를 들어 치즈버거는 303이죠. 그런데 그걸 몰라서 저는 303만 두세트먹었습니다. 이 집에서 추천하는 버거는 307이니 언젠가는 307을 먹어보고 싶더군요. 이 버거집은 기념품 가게도 겸해서 아내는 기념품으로 냉장고에 붙이는 자석을 하나 샀습니다. 제주도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것이 아내의 희망사항이었는데 어느 정도는 그런 여행이었지만 호텔에서 쉬다가 바다를 보고 버거집에서 버거와 맥주를 마시는 시간이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버거 307, 추천하는 버거집입니다. 

 

유탑유블레스 호텔은 우리가 조식을 주문한 유일한 호텔이었습니다. 그래서 조식 부페를 다음날 먹었는데요. 이때는 참 기분좋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조금 비가 내리는가 싶더니 호텔 앞 바다에 무지개가 뜨더군요. 식당이 가득 차서 그 식당 옆의 카페 자리에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아침을 먹던 우리는 허겁지겁 무지개 구경하고 사진찍느라 바빴습니다. 무지개야 한두번 본게 아니지만 바다위에 뜬 무지개는 처음인 것같습니다. 바다표면에서 솟아오른 듯한 무지개가 신기했습니다. 함덕해수욕장은 해수욕할 시즌은 아니지만 산책하기에 좋은 곳입니다. 사실 요즘은 한국 어딜가도 해변가 정리를 잘해둬서 그렇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우리는 아침을 먹고 함덕 해수욕장 앞 선착장까지 산책을 했습니다. 그걸로 오전의 시간을 거의다 보내고는 오늘의 첫번째 일정인 비자림으로 향했습니다.

 

 

비자림은 비자나무숲이라고 해야겠죠. 하지만 비자나무만 있는 숲은 아니었습니다. 비가 약간 내리고 있어서 사람이 적을 줄 알았던 비자림은 그래도 사람이 꽤 많았습니다. 화장실을 찾는 저에게 지나가는 사람이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화장실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작은 친절이지만 그런 친절도 고맙더군요. 비자림은 그 내부에 화장실이 없어서 미리 화장실에 갔다가 가는 편이 좋습니다. 비자림은 일종의 원시림처럼 보였습니다. 걷는 길 이외의 장소는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는 것같은 숲이 펼쳐지고 비자나무 이외에도 여러가지 나무들이 있었습니다. 이 날은 많이 내리지는 않았지만 비가 오락가락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저는 그래서 더 좋았습니다. 촉촉한 숲에 들어가 보면 냄새도 더 좋고 비내리는 소리도 아주 듣기 좋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비자림의 길은 좁습니다. 그래서 만약 성수기에 사람이 많은 주말에 간다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냥 긴 줄 뒤에 서있는 것처럼 걷는다면 그다지 좋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좀 더 이름없는 숲에 가보는게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주를 드라이브하다보면 정말 이름없는 숲이며 들도 아름다운 곳이 많습니다. 이름이 있어도 워낙 여러장소가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 않는 곳도 있구요. 저는 젊었을 때 이후 제주도에 열번은 갔었을 겁니다. 정확한 숫자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좋건 나쁘건 제주는 한번도 같은 느낌을 주지 않더군요. 그만큼 제주에는 볼 것도 많고 시간에 따라 변하는 것도 많은 것같습니다. 또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 숙박하는 곳에 따라 다른 느낌을 주는 곳이 제주입니다. 

 

 

제주도에서 식사할 일이 몇번 남지 않아 이번에는 뭘 먹을까 하다가 우리는 보말죽을 선택했습니다. 지난 번에 제주에 갔을 때 보말칼국수를 아주 만족스럽게 먹었던 기억이 났기 때문입니다. 성산보말죽칼국수는 생긴 건 오래된 칼국수집같은데 들어가보면 기계로 주문을 받고 깨끗한 포스터 같은 것이 걸려있는 것이 위생면이나 시스템면에서 많이 노력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2인분세트를 시키면 칼국수와 죽 그리고 보말전을 줍니다. 가격은 2만4천원. 

 

고맙게 한끼 해결하면서 제주 여행의 마지막을 결정했습니다. 성산보말죽칼국수가 신산포구 앞이므로 해변도로를 따라 느리게 시계 반대방향으로 느리게 드라이브 하면 섭지코지가 나오게 됩니다. 그래서 섭지코지를 구경하고 마지막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이 드라이브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이번 여행에는 딱히 길게 고민하고 선택하지 않아도 모든 게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당히 느긋하게 여행을 하고 있는데도 사람이 드문 곳이 나오면 그곳에 멈춰서 반나절쯤 더 느긋해지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로 그렇게 할 때도 몇십분밖에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죠. 

 

 

섭지코지는 저도 여러번 들었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지만 정작 저와 아내는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가보니 이국적이라는 제주도의 풍경중에서도 가장 이국적이고 스펙타클한 풍경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내의 소감은 어디 영국같은 먼 곳에 온 것같다는 거였습니다. 섭지코지는 성산일출봉과 함께 제주도에서 가장 동쪽에 튀어나와 있는 곳입니다. 말하자면 제주가 화산때문에 생긴 섬이니 가장 마지막으로 바다에 흘러들어간 용암이 만든 경치일 겁니다. 그래서 인지 해변 풍경이 뭔가 거대한 알이 반쯤 열린 것처럼 되어 있는 곳도 있고 기다랗고 좁은 바위가 바다에 꽂혀있는 것같은 곳도 있습니다. 다음번에 가도 섭지코지는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그래도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해변가 드라이브였습니다. 섭지코지 일정을 마치고 우리는 다시 해변도로를 최대한 많이 돌았습니다. 몇번은 너무 골목길로 들어가서 나오기 곤란해 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현지인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관광지는 관광지라서 좋지만 그냥 일반 동네에 들어가는 것도 저에게는 흥미로운 일이더군요. 이렇게 차를 몰면서 우리는 천천히 이번 여행의 마지막 호텔인 제주 그라벨호텔로 향했습니다. 

 

이 호텔은 그저 공항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잡은 호텔로 방은 가장 좋았지만 위치때문인지 가격은 가장 저렴했습니다. 그리고 11월인데도 옥상 풀을 열어둔 유일한 호텔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호텔은 주변에 산책할 곳이나 들려볼 가게가 있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대충 둘러본 바로는 그렇습니다. 

 

 

이 호텔에서 우리는 전에 해보지 못한 것을 하나했습니다. 해피밀 시간에 특별주문을 받는다고 해서 룸서비스로 치맥세트를 시켜본 겁니다. 요즘이 비수기여서 그런지 저렴한 가격에 캔도 아니고 유리잔에 따른 생맥주를 방으로 가져다 주더군요. 우리는 치맥과 함께 오랜만에 인디아나 존스 3를 다시 보면서 제주의 마지막 밤을 보냈습니다. 뜨거운 물에 목욕을 하고 싶었지만 우리가 묵는 방은 저렴한 곳이라서 욕조가 없던 것이 유일한 아쉬움이었습니다. 하지만 호텔방 치맥도 해볼만 하더군요. 

 

이렇게 여행은 끝났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기름채워서 차를 돌려주고 비행기를 타자 비행기는 불과 30분도 안돼서 다시 우리를 광주공항으로 돌려놓았습니다. 제주에 가기 직전 광주공항앞에 있는 섬진강변을 걸으며 여기 참 갈대가 좋다고, 비행기 소리만 아니면 정말 대단히 멋진 곳이라고 말하던 때가 방금 전인 것같았는데 순식간에 여행에 끝났더군요. 

 

이번에 본 제주는 인심도 좋았고 음식도 맛있었고 호텔도 좋았습니다. 다소 너무 개발이 많이 된 것같다는 느낌을 실제로 받을 때도 있었습니다. 역시 제주는 전부다 좋았지만 뭐랄까 덜 관광지 스러운 곳에 갈때 진짜 좋았거든요. 사람북적이는 곳을 싫어하는 제 개인적 취향이 그렇습니다. 그래도 제주는 생각보다 크고 여전히 많은 곳들이 힐링을 줄 수 있는 곳으로 남아있는 것같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좋은 곳으로 계속 남아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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