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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전주 생활

전주에서 모델y로 쑥섬가기

by 격암(강국진) 2021. 9. 25.

오늘은 가벼운 주제로 최근에 한 드라이브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쑥섬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위치하고 나로우주센터가 있어서 유명한 나로섬의 앞에 위치한 작은 섬입니다. 한문으로 쑥 애자를 써서 애도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이 쑥섬 이야기를 들은 아내가 거기에 가보자고 해서 말나온김에 긴 드라이브 삼아 쑥섬에 다녀왔습니다. 

 

모델y의 100% 충전시 갈 수 있는 거리는 500km가 넘습니다. 에어컨도 안쓰면 더 가지만 현실적으로는 그정도지요. 쑥섬은 전주에서 200km정도 거리에 있기 때문에 왕복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쑥섬으로 들어가는 나로도항에는 전기차 충전소도 있기 때문에 DC 콤보 아댑터만 있었다면 더더욱 문제될 것이 없는 거리입니다만 안타깝게 아댑터가 없어서 완속충전소와 슈퍼차저만 사용해야 하는 저는 그 충전소를 쓸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전주에서 쑥섬으로 가는 길은 순천을 거쳐가고 순천에는 슈퍼차저가 고속도로 근처에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오고가는데 문제는 없는 길이었습니다. 

 

모델y를 사고 나서 장거리 운전은 훨씬 쉬운 일이 되었습니다. 첫째로 전기료가 쌉니다. 어디서 충전하느냐에 따라 가격차이가 있지만 휘발류가격과 비교하면 적어도 2분의 1 많게는 3분의 1이나 4분의 1의 연료비로 다니니까 차를 타면 탈 수록 돈을 번다는 느낌을 줍니다. 둘째로 고속도로비도 절반값입니다. 전주에서 쑥섬까지는 제대로 도로비를 내도 6천7백원밖에 나오지 않는데 그것의 절반이니 도로비는 4천원도 안하는 셈입니다. 마지막이자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이유는 오토파일럿 때문입니다. 신호등없는 고속도로를 타고 오토파일럿을 켜면 거의 운전하는 느낌이 없습니다. 게다가 오토파일럿이 일정속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차에 탄 사람이 흔들림이 없어서 훨씬 차를 탔다는 느낌이 없습니다. 이번 쑥섬가는 길도 매우 평탄했습니다. 전주에서 얼마지나지 않아 고속도로를 타니 다음번 차선 바꾸는 곳이 100km바깥이더군요. 그러니 넓은 창을 가진 모델y로 하늘 구름도 보고 옆의 숲구경도 하면서 우리는 고흥으로 달렸습니다.

 

저는 이번에 고흥에 처음 가보는데 고흥이나 나로섬의 분위기는 마치 외국에 온 것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전라도 특히 전라남도 해변쪽은 그런 곳이 많습니다. 부산과 서울에서 모두 멀다는 이유도 있고, 여러 섬들이 비교적 최근에 육지와 연결되었기 때문에 사람의 손길이 덜 닿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바다색깔도 흙색깔도 수도권지역과는 조금 달라서 이국적인 느낌이 나는 것이죠.  물론 지난번에 가보니 속초나 그 위의 DMZ전망대쪽도 좋았습니다만 전라남도의 해변도 참 좋은 것같습니다. 

 

쑥섬은 정말 작은 섬입니다. 현재 15가구 20명이 살고 있다는 쑥섬은 최근에야 수돗물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쑥섬호라는 작은 배가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나로항에서 몇분밖에 걸리지 않고 건너가는 곳이지만 배가 작아서 12명밖에는 탈 수 없기 때문에 주말에 사람이 많으면 항구에서 약간 기다려야 할지 모릅니다. 들어가는 배값은 2천원 그리고 입도비가 6천원입니다. 안내서가 비치되어 있는데 거기에는 천원짜리 쿠폰이 달려 있어서 섬에서 밥을 먹으면 천원 할인을 받습니다. 

 

 

쑥섬구경은 쑥썸해변과 쑥섬 정상을 통과하는 길을 산책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렇지만 쑥섬은 가볼만한 매력있는 장소였습니다. 쑥섬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첫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거기에 가는 길 자체입니다. 우리나라 거의 최남단에 위치한 섬이기 때문에 쑥섬에 가는 길 자체가 참 아름답고 2천원 내고 타는 배도 나름 먼 여행을 가는 것처럼 기분좋게 만듭니다. 

 

둘째는 이곳이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이 있는 곳이라는 점입니다. 바다 경치가 뛰어난곳은 많이 있지만 쑥섬에서 전망 좋은 곳에 앉아 있으면 깨끗한 주변환경과 어울려 세상으로 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물론 이미 알려진 곳이니 사람많은 주말에 오면 관광객이 너무 버글댈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들더군요. 나로항은 생각보다 번화한 곳이었습니다. 쑥섬은 가게도 하나 밖에 없는 작은 섬이지만 나로항앞에는 식당이며 호텔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쑥섬이 가진 세번째 매력은 꽃밭들입니다. 김상현, 고채훈 부부가 2000년부터 섬가꾸기를 해서 2016년부터 개방되었다고 하는 군요. 가보면 섬의 여기저기에 꽃밭이 아주 좋습니다. 특히 봄에 가면 수국이 아주 아름답다고 하는데요. 꼭 꽃이 절경이라기 보다는 여기저기 섬을 가꾸려는 노력을 많이 해서 예쁘게 섬을 다듬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사실 자본을 많이 들이면 뭘 못하겠냐만은 이곳은 그런 곳은 아니죠. 그래서 섬을 아끼는 사랑과 정성이 많이 느껴집니다. 

 

 

마지막으로 이것이 없었다면 아쉬울 뻔 했다고 느낀 쑥섬의 매력은 바로 쑥섬의 갈메기 카페입니다. 일단 이 카페는 내부 시설의 아름다음과 전망이 전국 어디에 내놔도 훌룡하다고 할 정도로 괜찮더군요. 물론 이보다 더 화려하고 대단한 곳이 왜 없겠습니까만 이곳은 시골의 허름한 카페도 아니고 주인들도 아주 친절하고 세련된 분들이셨습니다. 게다가 이름은 카페라서 커피도 팝니다만 수제햄버거나 비빔밥, 비빔국수같은 것을 파는 식당이기도 한데 나름 훌룡합니다. 천하에 없는 맛은 아니지만 세련된 음식들이고 가격도 그만하면 쌉니다. 저는 이 갈메기 카페가 쑥섬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카페 하나가 없으면 그냥 남해안의 경치좋은 섬인데 이 카페하나가 있어서 갑자기 제주도 부럽지 않은 세련된 관광지같은 느낌을 준달까요. 들어가 볼 다른 가게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쑥섬이 관대하고 친절하다고 느끼게 만들어 주는 가게였습니다. 

 

 

섬을 한바퀴도는 일은 아주 쉽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쉬운 길이 있는데 저희 부부가 좀 힘든 길로 간면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바퀴 돌고 나자 땀이 흘렀습니다. 기분좋게 드라이브하고 기분좋게 멋진 바다와 하늘을 보고 기분좋게 운동을 한 후에 우리는 서둘러 차로 향했습니다. 사실 쉬기에는 모델y같은 곳이 없습니다. 에어컨 세게 나오고 넷플릭스도 나오니까요. 차박을 할까 잠깐 생각했습니다만 이번에는 그냥 오기로 했습니다. 가려고 하면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살다보면 그렇게 자주 여행하게 되지는 않지요. 모처럼 길을 나선 보람이 있는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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