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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인공지능에 대한 글

무엇이 한국사회를 지켜주는가?

by 격암(강국진) 2022.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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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0

일찌기 과학혁명의 시대를 살면서 데카르트는 심신이원론이란 것을 주장했다. 그가 굳이 몸과 마음을 분리했던 것은 몸 즉 물질의 세계가 마음 즉 가치와 신앙의 세계를 침식해 들어오는 것을 막아내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심신이원론은 그냥 해보는 주장이 아니라 물질의 발달이 인간을 파괴하지 않게 하기 위한 보호책이었던 셈이다. 파괴적인 발전은 안정성과 내구성을 요구한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찾아보면 많지만 내가 아는 좋은 예에는 바로 DNA가 있다. 아직 유전자의 나선구조가 밝혀지지않았던 시대에 양자역학을 만든 과학자중의 하나인 어윈 쉬뢰딩거는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쓰면서 양자효과는 생명현상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지적한다. 왜냐면 양자효과때문에 분자들은 구조적 안정성을 가지게 되고 DNA의 안정성은 진화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DNA는 유전정보를 쉽게 잃어버렸을 것이며 모처럼 찾아진 진화의 성과도 순식간에 돌연변이들이 뒤덮어버렷을 것이다. 사실 이때문에 우리가 방사능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높은 에너지를 가진 방사능은 DNA의 안정성을 파괴하여 돌연변이를 만들고 결국 우리를 죽게한다.

 

이러한 예들은 그 각각이 생각할 거리를 주지만 여기서 던지고 싶은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지금 두 개의 큰 변화를 겪고 있거나 앞두고 있다. 하나는 인류사적인 것으로 인공지능이나 컴퓨터 통신등의 발달로 생겨난 변화다. 또 하나는 사회적이고 한국사적인 것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불과 70년만에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선진국중의 하나가 되었으며 지금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 두 개의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는 한국은 자명한 질문을 하나 가진다. 이런 변화속에서 무엇이 한국사회를 지켜 줄까? 무엇이 우리를 계속 인간일 수 있게 만들어 주나? 무엇이 우리가 이 변화를 지속할 수 있게 해주나?

 

우리는 그 답을 문화라는 단어에서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문화는 적어도 두 개의 특징을 가진다. 우선 문화라는 것은 본래 다수의 사람들이 뭔가에 공감하고 그걸 즐긴다는 뜻이다. 나 혼자 빈방에서 세계 누구도 못한 생각을 하고 희열에 젖는 다고 해도 그것이 문화는 아니다. 사회적 영향력이 없다. 데카르트가 심신이원론을 주장한 것보다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은 그 이론이 세상에 널리 퍼졌다는 것이다. 그것은 심신이원론이 가지는 효과를 그 당시의 사회가 원했기 때문일 것이다. 데카르트가 그걸 의도하지 않았어도 사회는 마음이라는 관념을 통해 과학과 신앙을 대중들에게 병존시킬 방법을 찾은 것이다.

 

문화의 또다른 특징은 그것이 하나의 시스템을 이루며 각각의 부분은 서로에게 의존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문화의 안정성을 만든다. 왜냐면 특정부분만을 바꾸려고 하면 다른 부분들이 반발하게 되기 떄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 생활문화의 핵심인 온돌을 생각해 보자. 온돌문화는 수천년의 지혜와 적응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가 실내에서 신발을 신지 않는 것도, 우리의 의복과 예절도 다 이 온돌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온돌은 작은 방으로 나뉘어 설치할 수 있어서 사생활이 잘 확보된다. 우리가 한옥을 보면서 온돌이 없는 대청마루부분을 요즘 주택의 데크 같은 것으로 여겨보라. 그럼 한옥은 그냥 초소형 집들을 데크로 연결시켜 놓은 것이 된다. 난방은 각자하고 말이다. 이게 당연한게 아니다. 대부분의 다른 나라는 집안에서 불을 피우기 때문에 이렇게 작은 집을 만들면 질식해서 죽는다. 난방을 하는 일본이나 서구의 전통주택이 커다란 것은 이래서다. 한반도에서는 방이 각자 나뉘어 질 수 있으니까 남녀칠세부동석이 가능했지만 서양은 그게 안되서 침대주변에 커튼을 쳐서 최소한의 프라이버시를 확보한 것이다.

 

따라서 한국 이외의 나라에서는 바닥난방이 보편적이 아니지만 한국에서 주거문화를 개량한다면서 바닥난방을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길이다. 왜냐면 한국의 여러 생활문화가 이미 거기에 적응되어 얽혀있는데 그걸 포기하는 순간 온갖 문제가 발생해서 우리는 다시 원시시대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결국 무비판적으로 서구 문물이나 일본 문물을 통째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렇게 다수의 사람들이 공유하고, 그 자체가 하나의 시스템을 이뤄서 안정적으로 과거로부터의 정보를 대물림하는 문화는 한국을 한국답게 만드는 것이다. 적어도 이제까지는 그랬다. 이렇게 한국인을 한국 답게 만드는 것에는 한국어와 한글이 있고, 온돌이 있다. 한국 음식도 있다. 한국의 효 문화도 한국인을 한국인답게 만드는 중요한 것이다. 가족간의 정이 없는 나라가 어디있겠는가 만은 한국의 그것은 각별했고 그것이 한국을 지금의 부자나라로 만든 것이다. 가장 문맹률이 낮고 가장 학구열이 높은 나라였기에 고급 인력이 많았고 한국이 발전한 것이다. 외국에서 살아본 사람들은 슈퍼며 은행같은 곳에서 일하는 외국 사람들이 얼마나 느리고 비효율적인지를 자주 불평한다. 한국인의 근면성과 똑똑함은 세계적이다. 한국처럼 문맹률이 낮은 나라도 없다.

 

그러나 지금은 이 문화라는 것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정보화 디지털화가 문화의 핵심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모든 문화컨텐츠는 전자적으로 기록되고 분석되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문화는 더 많은 사람에게 도달할 수 있으며 더욱 빨리 진화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우리 문화의 핵심을 구성하는 유전자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문화가 실물의 세계를 떠나 정보화되기 시작했다.

 

지극히 다행인 것은 요즘 한국이 문화적으로 인기가 좋고 활발하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많은 문화컨텐츠가 만들어지고 있다. 새로운 사극도 만들어 지고, 한국의 음식문화도 기록되어지고 연구되어진다. 한복이 점점 인기를 얻어 생활한복같은 것도 널리 입기 시작한다고 한다. 사라져만 가던 한옥들도 이제 다시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하고 있다. 전에는 전주의 한옥마을이 유명했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서울의 북촌도 은평한옥마을도 인기를 얻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것들이 문화적으로 인기를 얻는 것 이상으로 그것들이 정보화되어 기록되고 대조되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한국 사회의 영혼은 멀지 않은 장래에 물질세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베이스의 세계에 있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모든 한옥들이 전부 3D 가상 체험으로 방문할 수 있는 곳이 된다면 그곳에야 말로 한옥의 영혼이 깃들 것이다. 한국의 산하가 모두 기록되어 저장된다면 그것이 한국 산하의 영혼이 깃든 곳이 될 것이다.

 

이 말이 현실에 존재하는 물질세계가 안 중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물질과 정보의 관계는 점차로 역전될 수 밖에 없다. 물질은 정보를 만들어 내는 가장 원천이지만 누적된 정보의 양이 무한대로 증가함에 따라 단순히 물질만 있는 것은 거의 의미가 없어진다. 게다가 누적된 정보의 양이 커지면 그 정보는 힘을 발휘해서 이번에는 물질을 바꾼다. 이렇게 되면 정보가 물질의 그림자가 아니라 물질이 정보의 그림자가 된다.

 

BTS의 인기는 물질이 아니라 관념이다. 불교문화도 엄격히 말하면 관념이다. 파전에 동동주를 먹는 문화도 엄격히 말하면 관념이다. 세상은 그저 땅이고 산일 뿐이다. 하지만 이런 관념들이 덧씌워질 때 물질의 의미가 달라지고, 심지어 그 물질을 바꾸게 된다.

 

요즘 한국에서 넷플릭스가 화제고 인기다. 넷플릭스는 데이터베이스화의 한가지 사례를 보여준다. 검색을 해보면 엄청난 양의 드라마와 영화가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이전처럼 그냥 한해 인기있고 사라지는게아니다. 한국의 고전 소설을 데이터 베이스화해서 누구나 읽게 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한국의 고전 영화나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이런 디지털화 데이터 베이스화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 것이다. 그것은 겨우 SNS를 한다던가 하는 수준의 것이 아니다. 현실의 문화는 사이버 공간의 문화를 만들어 내는 기본 재료역할을 할 것이고 사이버 공간에 우리는 다시 거대한 문화를 쌓아 올릴 것이다. 옛것에 기반했겠지만 새로운 게임을 만들 것이다. 왜냐면 소통의 속력이 그쪽이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개혁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암호화폐의 인기이전에도 공유경제의 바람이 불었었다. 우버택시니 에어비앤비니 하는 서비스는 모두 그 본질이 정보화에 있다. 어떤 자원이 어디에 있으며 그것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모을 것인가. 다시 말해 이 새로운 게임에 사람들이 어떻게 참여하게 만들 것인가가 그 핵심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현실의 교통문화나 주거문화가 그 배경이 될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은 예전부터 계를 했었는데 기술이 발달하면 정부허락이 없어도 은행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왜 우리가 누군가가 불로소득을 얻게 해줘야 하는가?

 

지금 미국을 대표하는 회사들은 대부분 공장을 돌린다기 보다는 제품을 개발하거나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주로 정보처리를 그 핵심으로 하는 회사들이다. 애플도 자기가 공장을 돌려서 제품을 생산하는게 아니다. 애플의 정신을 가진 IT기기들을 개발하는 것이다. 테슬라는 좀 예외적이지만 테슬라도 그 핵심적 경쟁력은 자율주행과 OTA 서비스같은 소프트웨어에서 나온다. 아마존도 정보처리를 그 핵심으로 한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아직 미국처럼 패권국가는 아니지만 특이한 사례다. 검색시장도 워드 시장도 메신저 시장도 외국에 완전히 내주지 않았다. 또한 자국의 영화나 드라마를 외국에 파는 몇 안되는 나라중의 하나다. 한국은 먹방이나 프로 게이머처럼 웹튠처럼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세계에 뿌리는 나라다. 그리고 요 몇년 코로나가 심한 기간동안 한국의 문화적 능력은 급격히 팽창했다. 20년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고 지금도 사실 매우 어려워서 그렇게 꼭 될거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트위터처럼 카톡이나 라인같은 한국 서비스가 전세계적으로 쓰이는 것을 상상하는 것이 이제는 완전히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한국을 지키는 것은 한국 문화다. 하지만 이제 정보화의 시대에서 문화경쟁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모든 것은 디지털 컨텐츠화 되어야 하고 그걸 기반으로 우리는 사이버 공간안에 새로운 문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 문화 공간이 가지는 문화적 정체성은 우리를 지켜줄 것이고 나아가 한국을 지켜줄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그렇게 하는데 실패하는 문화권은 점차로 잊혀질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해보자면 넷플릭스에 만개의 한국 드라마가 있는데 일본 드라마가 열개 정도밖에 없는 시대가 온다면 일본 문화는 잊혀진 것이다. 트위터 대화 분량의 90%가 한국 이야기만 하고 있다면 한국 이외의 나라는 소멸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이 방면에서 우리는 지금 꽤 성공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도전자인데다가 형편없는 분야도 많다. 우리는 여전히 몽테뉴보다 조선의 선비들이 더 낳설다. 해방이후 70년간 수없이 많은 사극을 만들었지만 그것이 정말 제대로 고증하고 만든 것일까? 우리는 고려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게 없다. 아니 우리의 역사자체가 부실한 것같다. 우리의 음식문화는 빠르게 발전하고 정리되고 있지만 이제 겨우 시작이다. 우리가 데이터 베이스화해야 하고 그 위에 발전시켜야 할 것은 많이 남아 있다. 그리고 그것이 언젠가 한국사회를 지키는 큰 기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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