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7.12
최근 피프티 피프티의 소송에 대해서 기사와 유튜브 컨텐츠가 많이 올라 오고 있습니다. 오늘 문득 생각해 보니 저도 그런 컨텐츠들을 계속 보고 있더군요. 저도 화가 난 모양입니다. 그래서 생각해 봤습니다. 나는 왜 피프티 피프티 사태에 화가 나는가?
이유의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소개 했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좀 더 크게 보면 한국음악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때문인 것같습니다. 사실 경제건 외교건 최근 좋은 소식을 들어 본 적이 정말 적습니다. 물가는 말도 안되게 오르는 일이 많아서 몇년전 가격과 비교하면 40%쯤 오른 것들도 있어 보입니다. 정부는 이게 한국 정부인지 조선 총독부인지 모르게 자기 파악이 안되는 일에 매진하고 있지요. 일본이 방사능수를 배출한다는 데 그걸 변명해주는 일에 한국정부가 왜 앞장을 서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한국의 미래에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하고 좋은 소식을 들려주는 것은 문화계였던 것같습니다. BTS때문에 빌보드 1등도 이제는 크게 화제가 되지 않지만 사실 BTS이전에는 빌보드 차트에 올라갔다는 것만 해도 황공해 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한국 가수가 전세계로 콘서트를 하러 다니고 뜨거운 환영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이는 한국 음악을 넘어서 한국 이라는 나라를 세계가 환영해 준다는 생각이 들어 행복한 일이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나타난 피프티 피프티의 큐피드 빌보드 1등 소식은 더더욱 기분 좋은 깜짝뉴스였죠. 중소기업이 제작하는 그룹도 세계 1등을 하는 나라가 되었고, 이렇게 새로운 싹들이 자꾸 나타난다면 미래는 더더욱 밝을 것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기분 좋음 이상으로 피프티 피프티 사태는 기분 나쁜 일이 되었습니다. 세상에 절대는 없으니 세부사항을 따지기 시작하면 소속사 사장인 어트랙트의 전홍준씨가 잘못한 일이 하나도 없을 수는 없겠죠. 피프티 피트티로서는 유혹과 불만을 느낄 수도 있는 상황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건 들어나는 정황으로 보면 초등학생의 투정이나 파렴치한의 변명으로밖에는 들리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관행과 법과 상식이 있습니다. 이것들이 언제나 100% 옳은건 아닙니다만 이걸 존중하지 않으면 무법천지가 되어서 모두가 고통받게 됩니다. 시스템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술먹고 운전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도 그걸 해서는 안되고 하면 처벌하는 법이 존재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중소기업이 신인 걸그룹에게 강남 숙소를 마련해 주고, 1집이 망해도 계속 투자해 주는데 빌보드 1등을 해도 활동도 안하고 CF도 거절해 가면서 뒤로는 상표권을 맘대로 등록하고 탈출할 생각을 한다는 건 정말 배신도 이런 배신이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들어난 것은 문제의 빌보드 1등 곡의 저작권은 피프티 피프티를 외주 관리한 안성일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죠. 1200만원 지불했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나오는 정황 하나 하나가 피프티 피프티나 안성일이 무슨 말을 해도 그건 초등학생의 투정이나 파렴치한의 변명일 뿐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문제는 이런 배신이 불신과 시스템의 붕괴로 갈 것이 걱정된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이미 중국출신의 연예인들에게 배신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정치문제를 만들고, 갑자기 중국으로 돈보고 떠나가버리는 행위를 하는 중국 본토 출신 연예인들이 있었죠. 그래서 한국은 중국의 시장이 크지만 중국인 멤버는 뽑지 않게 차차 변해왔습니다.
그런데 피프티 피프티 사태는 가수와 국적을 넘어 그냥 모든 사람들을 의심하게 만듭니다. 뭐든지 사업을 하건 정치를 하건 중요한 것은 신뢰입니다. 어떤 의미로 가장 돈에 관심없는 사람들이 있는 나라가 제일 부자가 됩니다. 그들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뭉칠 수 있기 때문에 모두가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계약도 하고 감시도 하지만 모든 것이 공식화될 수도 감시될 수도 없으니까 좋은 사업을 위해, 좋은 음악을 위해, 좋은 나라를 위해 서로를 믿고 언젠가 좋은 일이 있으면 그걸 함께 나눌 것을 믿어야 뭐든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걸 보여주는 한가지가 계약과 상식을 존중하는 것이죠.
피프티 피프티의 행동은 뭐라 변명이 안됩니다. 그냥 인간은 원래 욕심이 있다는 말로만 설명이 되지요. 이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인간이 이것에서 멈추면 앞에서 말했듯이 뭘 할 수가 없는 겁니다. 자기만 욕심이 있는 건 아니니까요. 파산의 위험을 무릅쓰고 나이든 전홍준대표가 노모의 돈까지 끌어다 쓰는 일을 하는 상황에서 어린 것들이 강남 아파트에 살고 한달에 몇천이나 하는 트레이닝비를 쓰면서 인간은 원래 욕심이 있다라고 말하는 건 사람을 믿는게 바보이며 인간은 그냥 짐승이라고 말하는 것밖에는 안됩니다.
인간은 짐승이라는 것을 수긍하면 한국음악도 없는 겁니다. 사업이란게 다 돈보고 하는 일이라지만 또 그것뿐이면 할 수 없는게 사업이니까요. 수익이란게 단기적으로 나기도 하고 장기적으로 나기도 하는 거라서 짐승처럼 코앞의 먹이에만 달려드는 식이라면 사업도 못하죠. 세계 1등할 수 있을 것같은 재능이 보여도 그건 가능성이고 지금 착취해서 돈을 버는 건 확실한 돈이라면 가수를 착취해서 푼돈버는게 관행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당장 옷벗으면 돈벌것 같으면 옷벗기는게 당연하다. 뭐 이런게 인간은 욕심이 있다. 인간은 짐승이다같은 말들을 계속 수긍하면 도달하는 도착지입니다.
지금 한국의 성공은 그런 욕심을 포기하고 달려 왔기에 이뤄낸 것입니다. 빅뱅도, BTS도, 블랙핑크도 다 유혹의 순간이 없었을 수가 없겠죠. 그래도 단순히 이득이니 돈이니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생각을 하면서 한국에 관행과 시스템을 겨우 만들어 온 결과 이제는 빌보드 차트 진입 정도는 크게 뉴스도 되지 않는 세상이 온 것입니다.
그걸 안성일과 피프피피프티가 박살이 나도록 짓밟아버렸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듣기로는 이 일에 분노하지 않는 사람들이 없다고 하더군요. 무엇보다 이 사기를 당한 전홍준씨에 대한 안타까움이겠습니다만 그걸 넘어 이것이 한국 음악 나아가 한국 사회 자체에 대한 공격으로 느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앞에서 말한 중국인 사태처럼 하나의 사건은 어떻게든 전례를 남기기 마련입니다. 이 일도 어떻게 해서든 재발되지 않도록 또 어떤 장치들이 등장하게 되겠지요. 그러나 장치야 어찌되건 아무쪼록 사람들의 믿음이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인간은 원래 짐승이야같은 식의 불신의 끝에 존재하는 것은 모두가 망하는 비참함 밖에 없으니까 말입니다. 특히 어린 가수들이 그렇겠죠. 저도 이런 저런 생각이 나서 답답한 끝에 몇자 적습니다. 저런 사람들은 공적인 황동을 한다는 소식이 더이상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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