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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와 잼보리의 꼭닮음

by 격암(강국진) 2023. 8. 10.

23.8.10

윤석렬 정권을 보내기가 참 힘들다. 무엇보다 무능력과 무공감한 그들을 보고 있자면 화가 자꾸 치밀어 오른다. 나는 아내에게 이건 마치 굳이 자기가 운전하겠다고 운전대를 잡고서는 운전을 안하는 사람을 보는 느낌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차는 절벽으로 뛰어 내리고 있는데 굳이 운전대는 양보하지 않고, 절벽도 보지 않는 것이다. 그들도 잼보리를 망치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굳이 그걸 망쳐서 뭐 그리 대단한 이익을 보겠는가. 하지만 그들이 잼보리를 망치는 것을 보고 그 이후에 터져나오는 그들의 대처를 보면 세월호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이전에는 이미 이태원 참사가 있었기는 하지만 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어떤 비극이 생기고 뭔가에 실패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다. 임진왜란때 조선인들이 험한 일을 당했다고 앞에 나가 죽을 때까지 싸운 이순신을 욕하는 일이 되어서는 안된다. 때로는 불가항력적인 일들이 벌어진다. 여기에는 실수나 태만도 포함된다. 어떻게 그렇게 수많은 일들을 하면서 실수도 안하고 긴장도 풀지 않고 살 수가 있겠는가. 문제는 실패가 벌어지는 과정과 실패한 후의 대처다. 

 

윤석렬은 이미 포기한지 오래라 보지도 않지만 나는 이번 우연히 여가부 장관의 후속 인터뷰를 보면서 평상시에 억누르고 있던 분노를 다시 터뜨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건 뻔뻔 이상의 태도였다. 국민들이 걱정하고 부끄러워하고 분노하는 것이 그녀에게 하나라도 전달되었다면 설사 그녀가 책임이 하나도 없고 그저 재수가 없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담당 최고 공무원으로서 국민들의 분노와 실망에 사과부터 하는 것이 정상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 표정이 없다. 심지어 잼보리 참가자들중에는 만족한 사람도 많다는 식의 대답도 한다. 이건 마치 같은 세상에 있는 사람이 아닌 사람을 보는 느낌이다.

 

나만 그렇게 느낀게 아니다. 기사를 찾아가 보면 댓글에 여가부 장관은 사이코 패스인 것같다는 댓글이 넘쳐난다. 나는 하도 기이하여 그녀가 뭐하던 사람인가를 찾아본다. 그런데 그녀의 이력에는 떡하니 국회의원도 있다. 이 나라의 정책을 만드는 사람, 이 나라를 정치적으로 이끈다는 리더중에는 저런 사람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화가 나는 걸 넘어서 무서울 정도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게 여가부장관만 그런게 아니다. 오송참사때도 충북도지사는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오송참사때도 그 자하차도가 침수될 것같으니 위험하다는 신고를 무시한 공무원들의 일처리가 두드러 졌다. 인터넷에는 이번 잼보리 참사를 두고 그걸 전라도 탓이니 문재인 탓이니 하는 소리도 있고 거기에 옳소를 외치는 보수 지지자들도 있다. 나는 더 화가 난다. 잼보리가 올림픽인가? 겨우 몇만명의 사람들이 텐트치고 노는 행사를 하는데 5년씩 공사하고 준비하고 그래야 하나? 인천의 록페스티발은 정부가 관여하지 않고 했는데 무시히 차뤄졌고 참가 연인원이 15만명이라고 들었다. 

 

나는 잼보리를 무시하는게 아니다. 그러나 100억짜리 부자도 부자이지만 1조짜리 부자에 비하면 가난한 것처럼 잼보리를 무슨 동계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처럼 생각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 아닌가. 국민들 중에 지난번 잼보리에 대해 관심가졌던 사람 있나? 내가 이걸 강조하는 이유는 이 참사의 직접적 책임을 찾자고 몇년전으로 가고 무슨 구조 분석하고 하는 일은 다 웃기는 일이라는 것이다. 천억이 넘는 예산을 들여서 아이들 캠핑 행사를 못하는데 뭔 변명이 그렇게 많나. 여가부가 명령권자면 여가부 책임이고 전라북도가 명령권자면 전라북도 책임이다. 그런데 예산은 대부분 중앙부처가 작년에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무슨 남탓인가? 

 

한국은 윤석렬 정권밑에서 겨우 아이들 캠핑 행사도 못하고, 이태원 거리 축제도 못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게 현실이다. 그리고 그 뒤의 변명과 대처를 보면 아이들을 태운 배가 가라앉는게 뻔히 보이는데 사람들과 언론들 통제만 할 뿐 뒤에서는 변명거리 만드느라 분주했던 박근혜 정권을 보게 된다. 무능력과 무감각말이다.

 

분노는 매일 생겨난다. 이 정권이 BTS 부를 수 없냐고 국방부에 문의했다는 식의 기사가 나는 것을 보면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이게 왜 잘못된건지를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고 특히 현정부와 현정권의 지지자들 중에 너무 많다. BTS가 공연하는게 무슨 딴따라 불러다가 생일파티하는 건줄 아나. 시간 많은 BTS가 잠깐 노래부르는게 그렇게 하찮은 일이라면 나라에 문제가 있을 때마다 돈이라면 썩어날정도로 많은 재벌들에게 돈좀 펑펑 쓰라고 하면 어떤가. 이런 주장의 바탕에서는 BTS도 결국 그저 딴따라고 연예인이며 하찮은 사람이라는 발상이 있다. 자기 생일에 머라이어 캐리나 부르면 안되겠냐고 말하는 것과 이게 뭐가 다른가. BTS는 한국 사람이니까 독재자들에게는 만만한가? 거기서 딱 한발만 나가면 박정희 술자리에 심수봉 부르듯 윤석렬 술자리에 블랙핑크 부르겠다는 발상이 나온다. 이게 어느 시대 발상인가? 지들이 뭔데. 

 

나는 이 모든 분노에도 불구하고 근원적 문제는 두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능력이 안되면서 높은 자리에 올라가겠다는 개인적 어리석음이고 또 하나는 그런 사람들을 지지하는 대중적 어리석음이다. 결국 어리석음이 문제다. 그런데 어리석음은 반드시 분노를 터뜨린다고 해결되는게 아니다. 정말 화가 나고 답답하지만 깨어있는 시민들이 하나라도 더 늘어서 몰상식한 사람들이 자신이 몰상식하다는 것을 알면서 사는 세상이 오게 만드는 수밖에 없다. 

 

지금 세상에는 온갖 갑질하는 사람, 무작위로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들 소식으로 가득하다. 그게 왜 그렇겠는가? 한국 정부이면서 일본 대신에 방사능 방수 변명만 하고 그런 변명을 해서 우리 나라 국익에 뭐가 도움이 되냐고 하면 답도 못하는 사람들이 나는 정상이라고 말하면서 돌아다니니까 그런거 아니겠는가. 일베따위의 사이트를 애국 사이트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정권도 잡으니 몰상식이 세상을 흔든다. 

 

분노만으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여가부장관의 무감정한 표정을 보고 있자면 무섭고 화가 난다. 그러니 이런 글이라도 써야 화가 풀린다. 도대체 언제나 이 나라는 다음 단계라는 것으로 나갈 것인지. 언제까지 봉건 왕조 식의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인지. 문제가 없는 시대는 결코 없겠지만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걸 보니 답답하기만 하다. 세월호, 이태원 참사, 오송 참사, 잼보리 파국 이 다음에는 또 뭔가. 이 정권 시작한게 아직 2년도 안되었다는 사실이 정말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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