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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인공지능에 대한 글

AI와 인문학

by 격암(강국진) 2023. 11. 22.

2023.11.22 

최근 open AI에서 챗GPT4-turbo를 발표하면서 소개한 GPTs가 화제다. 이 기능은 AI를 사용자의 자료와 개인화 전략에 따라서 새롭게 작동하는 AI로 만들 수 있게 해주고 나중에는 그것을 남들이 쓸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유튜브에 이미 올라온 예를 하나 들어보면 우리는 쇼펜하우어의 책들을 업로드해주고 쇼펜하우어가 심리상담을 하는 것처럼 심리상담을 해주는 챗봇을 만들어 달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림을 그려주는 AI처럼 이렇게 개량된 AI들은 아마도 당장은 그저 신기하기만 할 뿐 큰 쓸모를 찾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두 가지 점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AI가 문학작품이나 예술작품처럼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까지의 기계는 대개 전문가가 설계한 대로 작동하는 것이었다. 자동차를 사거나 티비를 사서 그것을 개인적으로 바꾼다고 해도 그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므로 모든 아반테는 아반테고 모든 LG 티비는 그저 LG 티비인 것이다. 

 

그런데 GPTs는 AI를 마치 문자처럼 보이게 만드는데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라. 문자를 누군가가 만들었겠지만 그 문자로 써지는 작품은 작가의 작품이지 문자를 만든 사람의 작품이 아니다. 문자로 작성된 문서나 글의 쓸모를 만들어 낸 사람은 작가이지 문자를 만들어 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모두가 한글로 글을 쓰고 있다고 해도 각각의 글은 그 글을 쓴 저자의 작품이 된다. 이것은 자동차를 약간 꾸미거나 가전제품을 약간 꾸미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AI가 기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사람들로 하여금 더 절실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AI는 문자처럼 작품을 만드는 기초 수단에 불과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개인화하여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은 AI를 기계가 아니라 인문학 작품처럼 보이게 만들고 AI에 관련된 저작권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할 것이다. 

 

두번째는 이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작품의 창작에 집중하게 할 거라는 사실이다. 말하자면 지금은 문자는 발명되었지만 세익스피어는 아직 없는 시대와 같다. AI를 통한 창작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AI를 써서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게 하는 것을 상상하지만 진정한 AI를 통한 창작은 AI 자체를 만드는 것일 수 있다. 그것은 이전에는 오직 공학자만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일반인들도 그렇게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AI의 창작이란 어떤 문제를 해결해 주는 도구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이제 공학적인 지식없이도 AI를 통해서 만들어 낼 수 있다. 말하자면 자율주행 AI를 공학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미리 상상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걸 상상해 볼 수 있다. 목표는 노인과 대화를 나눠주는 가장 친절한 친구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챗봇을 만드는 일은 위에서 소개한 쇼펜하우어 심리상담 챗봇의 경우에 이미 간단히 가능해 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말하는 것은 저렇게 급조한 챗봇이 낙서수준이라면 세익스피어 작품 수준의 챗봇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온갖 요소들을 조절해서 챗봇을 만들어야 할 것이고 그걸 테스트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궁극에서 우리는 '정말로 인간처럼 대화해 주는 친절한 챗봇'을 만들어 낼지 모른다. 누구나 감탄할 수 밖에 없는 AI 말이다. 그리고 그걸 이뤄내는데 있어서 핵심적인 부분은 더이상 기술이 아니라 그걸 만들어 내는 작가일 수 있다. 이것은 적절한 철학과 적절한 매너와 적절한 행동을 로봇에게 교육시키는 것과 같다. 다만 소프트웨어적으로 컴퓨터 안에서 이 일이 일어날 뿐이다. 그렇게 해서 앞으로 세상에 만들어질 수천만개의 챗봇중에서 고전으로 남을 만한 챗봇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마치 이제까지 쓰여진 수많은 소설중에서 고전소설로 남아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 문학작품처럼 말이다. 

 

지금 당장은 챗봇의 예를 들었지만 그건 당연히 상상할 수 있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모든 문제를 AI로 해결하려고 할 수 있다. 그건 언제나 성공적이지는 않겠지만 뜻밖에 이런 AI 창작을 통한 문제 해결은 이전에는 너무나 어렵거나 불가능해 보였던 문제를 간단히 해결하는 사례들을 만들 수 있다. 알바자리를 찾아주는 AI는 어떨까? 자동으로 투자를 해서 내 돈을 최대한 빨리 불려주는 AI는 어떨까? 회사경영이나 가게운영을 상담해주는 AI는 어떨까? 모든 요리를 해줄 수 있는 쉐프 AI는 어떨까?

 

문학작품을 쓰려면 문자가 필요하듯이 볼펜을 만들려면 잉크와 플라스틱과 펜촉과 인쇄기술이 필요할 것이고 그걸 볼펜 회사가 모두 발명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기초적인 재료나 도구가 사회적으로 흔해지면 우리는 그 재료나 도구를 써서 더 복잡한 도구를 그 기본재료에 대한 걱정없이 만드는 일을 하게 된다. 문학작품을 쓰기 위해 문자를 만들고 언어를 만드는 것은 아니듯이 말이다. 

 

그래서 AI의 발달을 보면 우리는 새로운 창작의 세계가 일반인들에게 열리는 것을 보게 된다. 창조의 기초재료가 쉽게 공급되는 시대이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있는 개인이라면 AI를 써서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도구를 이전보다 훨씬 쉽게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창작의 아주 작은 예가 바로 위에서 소개한 챗봇이다. 

 

나를 포함해서 현대인들은 이게 어떤 세상인지 아직 알 수가 없다. 약간 상상해 볼 수 있을 뿐이다. 스마트폰이나 메신저 프로그램같은 하나의 발명이 얼마나 세상을 바꿨는가를 생각할 때 새로운 창작의 영역이 열려서 그 안에서 어떤 대단한 것이 나올지는 미리 알 수 없다. 문자를 모르는 수렵채집인에게 시장이라던가 신용카드나 취업같은 말들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새로운 창작의 세계가 열리면 한층위에 또 한층 그리고 그 위에 또 한층으로 창작은 끊임없이 추상적이 되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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