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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인공지능에 대한 글

인공지능의 시대는 블루컬러의 시대라는 착각

by 격암(강국진) 2023. 12. 26.

나는 최근 몇번이나 인공지능이 대체하지 못하는 직업은 손으로 하는 작업들이며 따라서 화이트 컬러 직종은 인공지능에 의해 빠르게 대체될 것이고 블루컬러 작업이 미래의 인간일이 될 거라는 예측에 대해 읽게 된 것같다. 그런데 이런 예측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다. 이런 예측은 인공지능의 시대가 와도 선진국은 크게 바뀔 것이지만 인간노동에 의존하는 빈민국은 바뀔 것이 없어서 선진국이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거라는 주장과 비슷하다. 

 

이런 걸 생각해 보자. 몇백년전에는 농사나 유목일이 대부분의 사람들의 직업이었다. 그리고 기계화의 시대, 과학 기술의 시대가 왔다. 그런데 그 몇백년전에 누군가가 미래 과학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트렉터같은 농기계가 나와서 수백 수천명이 할 일을 대신해 주게 될 것이라고 그는 예측한다. 그런데 그가 만약 그래서 미래에는 모든 사람들이 이런 농기계를 써서 편하게 농사를 지을 것이며 기계의 영향을 받지 않는 장인들 즉 후일 인간문화재로 불릴 사람들만은 이 기계화를 피해 수공업을 유지할 것이라서 그들이야 말로 미래의 중심이라고 한다면 옳을까? 

 

물론 옳지 않다. 실제의 역사는 이랬다. 예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농사를 지었는데 지금은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이 농사를 짓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몇백년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일을 직업으로 삼아서 살고 있다. 물론 지금도 인간문화재로 여겨지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고 그들은 기계로 양산되지 못하는 것을 생산하는 일을 한다. 하지만 지금의 세계가 기계화를 피할 수 있던 사람들이 세상의 주류가 되는 세계라고 예측한 사람들은 엄청나게 틀렸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일, 할 수 없는 일을 따진 후에 할 수 없는 일에 종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우리는 종종 목격한다. 이 말은 무조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대개 완전히 틀렸거나 위에서 묘사한 착각을 만들어 낸다. 인공지능으로부터 도망가서 인공지능이 전혀 바꾸지 않는 세상에서 살아야 미래가 있다는 착각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인공지능으로부터 가장 먼 가난한 나라 사람들은 인공지능으로 인한 변화에 안전한데 선진국 노동자들이 오히려 큰 일이라는 식의 어처구니 없는 착각을 만든다. 

 

미래에는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인공지능 로봇이 요즘 인간들이 하는 일을 거의 다 대신하거나 생산성을 크게 올릴 것이라고 누군가가 말한다면 나는 그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건 미래에 대해 말할 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앞의 예를 잘 생각해 보면 그건 말하자면 과거의 누군가가 농업의 미래를 고민하는 것과 비슷하다. 지금 농업이 안 중요한 것은아니지만 전체 경제에서 농업은 작은 부분이다. 현재는 과거의 미래인데 현재는 농업이 아닌 부분에 의해 주도되어지고 있다. 

 

그러니까 진짜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에 의해서 지금까지 없었던 것이 생겨날 것인데 그것이 무엇이고 우리는 어떻게 그것을 발달시킬 수 있으며 그것에 동참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세상이 상업과 공업의 세계가 되어가는데 농사를 트렉터로지을 수 있다고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된다. 

 

인공지능이 어떤 미래를 만들까? 이것은 누구도 확실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할 수 없는 것이며 적어도 몇줄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우리는 인공지능이 어떤 성질을 가진 것인지를 이해하고 이제까지의 방식과 이것이 뭐가 다른가를 고민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주목하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미래는 블루컬러의 시대이니 타일공이나 공사장 인부가 되는 것이 미래라고 하는 주장에 눈을 파는 것은 미래는 인간문화재가 되는 것이라고 믿는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대에 더 뒤쳐지게 될 것이다. 이건 완전히 잘못된 진단이다.  미래의 핵심은 지금 없는 것이다. 지금 있는 것이 미래에 바뀌어서 핵심이 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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