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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 미친 짓이 되어가는 이유

by 격암(강국진) 2024. 8. 10.

결혼이나 출산에대해 나는 이제껏 일반적으로는 옳다 그르다를 말할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좋았던 걸로 말해왔다. 나는 이런 결론을 바꿀 생각은 없지만 이걸 좀 수정해야 할 필요는 느낀다. 그건 환경의 변화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의 불확실성이 커질 때 고정된 관계는 꼭 도움이 되는지 의심받게된다. 그래서 대가족이 무너지고 핵가족이 되었듯이 결혼 제도 자체가 위협받고 출산을 하기 어려워 진다는 점은 무시 될 수 없다. 

 

대학교때 만난 커플이 있다. 그걸 우리때는 흔히 캠퍼스커플이라고 해서 CC라고 불렀다. 그런데 CC는 생각보다 결혼까지 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왜냐면 환경의 변화때문이다. 캠퍼스에서 같이 공부할 때는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던 두 사람이었는데 졸업하고 취업을 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혹은 남자가 군대에 입대라도 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학교라는 공간이 아닌 사회라는 공간안에서 서로를 바라보자.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환경의 변화가 요즘은 훨씬 더 빨리 일어난다. 그래서 대가족 제도도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요즘은 결혼할 때 축의금 안받고 안주는 것을 원하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한다. 그들도 미래 환경이 변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집성촌에서 다같이 대를 이어 살 때는 축의금이라는 것이 큰 잔치때 서로 돕는 일이었는데 요즘에는 관계라는 것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직장 동료라던가 대학 동기라고 해서 결혼식에 참석해서 축의금내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이다. 친척도 서로 만나고 교류해야 친척이라서 직장동료나 이웃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 이러니 예전 관습에 따라서 일을 하면 요즘의 젊은이들은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다. 얼마전에 나는 취업한 후 몇개월만에 결혼하고 축의금을 받은 후 몇개월 후에 퇴사한 직원에 대해 비난하는 글을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취업기간이 점점 짧아지는 것이 추세인 가운데 더 많이 일어날 것이다. 

 

이런 환경의 변화가 점점 더 커지자 결혼제도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결혼 제도에는 많은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단점도 없지 않은데 그 단점의 가장 큰 부분이 바로 두 사람이 평생 같이 하기로 하는 것이 결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처럼 세상이 빨리 변하면 이상적인 부부도 언제까지 이상적으로 살기 힘들다. 사람들은 물론 이런 저런 부부생활의 지혜를 공유하면서 부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세상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문제가 점점 더 커져갈 때 그런 문제는 별거 아니고 사소한 조언만 들으면 해결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 언제나 옳을 수 있을까?

 

결혼도 다른 것과 같이 인간관계이고 그것은 환경의 변화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결혼하지 말라거나 그것이 해결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문제가 더 심각하기 때문에 이 문제는 해결해야 하는 것이며 만약 해결 불가능하다면 몇십년 후에는 결혼없이 아이를 낳는 풍조를 만들어야 하고 그것조차 실패한다면 지금의 출산률 낮은 걸 따질 때가 아닐 수도 있다. 많은 돈을 가졌기에 미래에 대해 불안감이 없는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아이를 낳을 용기가 드는 세상이 유지 가능한 것일까?

 

워낙 출산률이나 결혼 문제가 자주 사회적으로 논의되기 때문에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이야기해 왔다. 그리고 우리는 그 대책이 뭐가 되든 환경적 안정성이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인간은 유한한 능력을 가진 생물체이기 때문에 적응 능력이상으로 세상이 빨리 바뀌면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없다. 행복할 수도 없고 판단도 비이성적이 될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그러니까 우리는 전통을 유지하면서 보수적으로 세상을 바꾸지 말고 살아가자는 것만으로는 이에 대한 답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세상은 점점 더 빨리 바뀌고 있다. 이는 단순히 바꾸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게 아니라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다보니까 그렇게 된 것이다. 기아와 질병을 해결하고, 식량생산과 자원문제를 해결하고,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려고 하다보니까 그런 흐름이 생긴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사람들을 많이 죽인다고 해도 자동차 사용을 완전히 중지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죽을 것이다. 기후 변화가 걱정된다고 그러니까 지금부터 모든 화석연료 사용을 금지한다고 할 수 없다. 그건 경제적 재앙을 가져올 것이다. 세상이 점점 더 빨리 바뀌어 가는 것이 나쁘니까 이제부터는 변하지 말자는 전략을 강제적으로 따르려고 하면 같은 문제가 있을 것이다. 경쟁이 나쁘니까 이제부터는 경쟁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주장같은 말처럼 현실성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몇몇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문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따른다. 그것은 바로 단순하고 가볍게 사는 것이다. 단순하고 가볍다는 것이 경박하다던가 퇴폐적이라는 뜻이 아니다. 그 반대다. 미래를 예측하기가 어려울 때는 예측할 필요를 줄여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은 인간관계일 수도 있고, 직업적 야심일 수도 있고, 인생의 의미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결혼을 하겠다면 요즘에는 정말 그 결혼에 많은 것을 투자하겠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신부건 신랑이건 나는 내 배우자만 보고 사는 것은 지루하고 계속 사람들과 파티를 하고 사는게 좋다. 나는 여러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결혼을 다시 생각해 보라. 친구 많은 남편이나 친구 많은 부인은 요즘 세상에서는 배우자로 안 좋다. 요즘 세상에서는 의식적으로 부부가 더 많은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불행한 결혼이 되기 쉽다. 부부동반 모임으로 계속 다른 사람들과 만나서 파티하고 사는 게 좋아보이는가? 부부동반 모임이라도 그런 걸 즐기는 사람들은 문제가 되기 쉽다. 아이를 낳는다면 말할 것도 없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는 적응이 필요하다. 즉 우리는 우리 자신을 바꿔가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단지 적응하겠다는 이유로 뭐든지 바꿔가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괴물이 된 자기를 발견할 것이다. 그리고 모든 걸 다 바꾼다면 모든 것에서 의미가 사라질 것이다. 그러므로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그래도 무엇은 바꾸지 않을 것인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성공을 위해서라면 배우자도 자식도 버릴 거라는 사람이라면 결혼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런 말은 이런 형식으로 들으면 당연하게 들리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작고 큰 판단속에서 감춰진다. 직장일로 이사를 간다거나, 지친 피로를 풀기위해 휴식을 가진다거나, 야심을 위해 일에 매진한다거나 하는 가운데 요즘은 가족들끼리도 대화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까 계속 가족을 살피는 의식적인 노력을 할 사람이 아니면 자연스레 자신의 일을 위해 가족들을 버리는 사람이 되기 쉽다. 자신의 행동이 가족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제대로 판단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조선시대처럼 농경사회에 살고 있다면 이런 건 그리 따질 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한계까지 밀어부쳐지고 있는 세상에서 그래도 나는 결혼이 하고 싶고 아이가 낳고 싶다고 한다면 그게 정말 소중한 거라는 걸 잘 생각해 보고 해야 한다. 대학입시나 승진에 모든 걸 걸고 있는 사람은 주변을 둘러 보지 않는다. 그것은 생각보다 큰 일이 될 수 있다. 결혼이나 출산은 좋은 것이다. 장점이 많다. 하지만 공짜가 절대 아니다. 사람은 사놓고 창고에 던져둬도 그대로 존재하는 자전거 같은게 아니다. 계속 바라보고 소통할 게 아니라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고 나는 계속 바뀌어갈거라고 한다면 결혼따위는 하지 않는게 좋다.

 

하지만 그런 사람도 한가지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결혼이 꼭 인생의 답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 것도 지킬 것이 없고 그저 눈앞에 떠오르는 유혹에 따라 자기를 계속 바꿔가기만 한다면 당신은 순식간에 폐인이 될 수 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일 수록 자기를 지키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기를 완전히 잃어버리는 순간 당신은 스스로의 손으로 자기를 망치기 쉽다. 이런 의미에서 당신에게 의미를 줄 배우자와 자식이 있다는 것은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큰 가치가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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