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딥페이크 문제로 나라가 시끄럽다. 성적인 동영상에 아는 사람의 얼굴을 합성한 컨텐츠를 돌려보고 판매하는 일이 여러 사람에게 충격을 준 모양이다. 그 피해자가 수천명에 이른다고 하니 이런 일이 앞으로는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동영상이 거래되기 위해서는 결국 그런 장소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앞으로는 이런 종류의 범죄를 감찰하고 막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경찰관이 돌아다니는 거리에 바바리맨이 출몰하기는 어렵듯이 사이버 패트롤을 하는 부서가 있다면 이런 일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뭘 어떻게 근절해야 할지를 고민해야겠지만 지나치게 흥분하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딥페이크 범죄는 기술이 만들어 낸 새로운 종류의 범죄다. 이걸 과거의 단어들로 이거다 저거다 하고 단정지어서 지나치게 흥분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오히려 더 찾기 힘들게 만들 것이다.
문제의 해결이라는게 뭘까? 이미 존재하는 기술은 점점 더 쉬워지고 흔해질 것이다. 딥페이크기술이 누군가에게는 큰 충격일지 모르지만 사실 합성사진이라는 것에 익숙해져 있을 뿐 합성사진이 처음나왓을 때도 우리는 비슷한 문제를 이미 겪었다.
컴퓨터로 사진을 편집해서 얼굴을 갈아 끼울 수 있고 사진을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은 21세기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특히 유명 여자 배우들이나 모델들의 경우에는 포르노 사진같은 것에 사진을 합성당하는 일이 일어나고는 했다. 그리고 이런 사진 합성은 이제는 누구나 자기 집 컴퓨터로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래서 사진 합성이 이 사회의 근간을 흔들고 합성 사진이 범람하여 사람들이 모두 그것에 열광하지는 않는다. 이제 그런 합성사진은 신기하지도 않고 그러다 보니 하려는 사람도 오히려 몇십년전보다 없어진 것같다. 사진합성과 그 유포가 범죄가 아니라는 것이 아니다. 그게 그렇게 인기가 커지지도 않았고 통제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런 상상을 해보자. 합성사진이 만들어지던 몇십년전에 그것에 충격을 받은 언론이 이걸 대서 특필하고 이런 합성사진의 제조를 뿌리 뽑겠다면서 컴퓨터 사진 편집 기술의 해로움을 널리 부각시키는 것이다. 그런 일도 어느 정도는 필요했겠지만 너무 흥분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뻔하고 이게 그리 큰 일이 되지도 않을 것이다.
특히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한국 남성의 여성에 대한 인식이 천박하고 어쩌고 하는 식으로 보도하는 기사가 나오는 데 이걸 보면 난 한숨이 난다. 이런 편가르기와 싸움 부추키기는 올바르지 않다. 남자중의 일부가 저지르는 범죄를 한국 남성 전부로 보편화하는 일을 하자면 보나마나 여성중의 일부가 저지르는 범죄를 한국 여성 전부로 보편화하는 일이 벌어진다. 우리는 너무 쉽게 보편화하고 그 현실을 과장하지 말아야 한다.
이걸로 AI 기술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것도 한숨이 난다. 뭐든 적당히가 좋다. 위험을 경고하는 것은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왜냐면 세상에는 위험하지 않은게 단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딥페이크 기사가 최근에 워낙 많이 나오고 있어서 나는 그걸 보면 한국이 참 태평한 나라라는 생각조차 든다. 지금 이 나라에 생긴 문제 중에 가장 큰 문제가 이걸까? 경찰이 개입하면 현재 있는 법으로 이걸 처벌하거나 근절할 수 없나? 이거 다 명확히 명예훼손아닌가?
합성사진이 지금 인기가 없듯이 가짜 동영상의 인기도 금방 시들해 질 것이다. 합성사진 범죄가 지금도 있듯이 어느 정도는 페이크 동영상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의 해결이란 결국 이정도 일 수 밖에 없다. 괜히 문제를 과장해서 이 나라에는 단 하나의 페이크 동영상 범죄도 존재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상식적인 것처럼 여겨지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건 광기다. 기술이 존재하는 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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