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을 하지 않는 닭2
% 이 이야기는 닭의 생리와 닭을 기르는 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1. 철학하지 않는 닭, 교촌2호
한 마을의 닭장에는 철학하지 않는 닭, 교촌2호가 있었습니다. 교촌 2호는 성격이 유순하고 몸이 약한 닭이어서 주변 닭들의 주목을 끌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는 닭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교촌 2호는 모든 게 서툴렀고 어리석은 일을 많이 했습니다. 눈치가 빠르고 사교성이 좋은 닭들은 다른 닭들이 하는 것을 보고 알아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잘 배웠습니다만 교촌 2호는 그렇지가 못했습니다.
예를 들어 교촌2호는 먹이를 먹기전에 물을 먼저 먹는 일을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 그를 보고 이웃 자리에 있던 닭이 괴상한 닭이라면서 소리를 질러 댔습니다. 자신은 평생 먹이를 먹기 전에 물을 먼저 먹는 닭을 본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당황한 교촌2호가 반대쪽에 있는 닭에게 물었습니다.
‘원래 물은 먹이를 먹고 나서 먹는거던가?’
반대쪽에 있던 닭은 단호하고도 엄숙한 태도로 말했습니다.
‘당연하지 원래 물은 먹이를 먹고 나서 먹는거야.’
교촌2호는 괴상한 닭이 되기 싫었으므로 즉각 먹이와 물을 먹는 순서를 바꿨습니다. 그렇게 몇일이 지났습니다. 뭐든지 서투르고 어리석었던 교촌 2호는 가슴 속에서 들려오는 작은 질문의 소리를 계속 해서 느꼈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참지 못하고 그 옆의 닭에게 묻고 말았습니다.
‘이봐.’
‘뭘?’ 자신만만한 이웃닭이 귀찮다는 듯이 물었습니다.
‘미안한데. 그게 말이야. 왜 그런거지?’
‘뭐가?’
‘왜 물은 먹이를 먹고 나서 먹는거지? 물을 먹고 나서 먹이를 먹으면 왜 안되는 거지?’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자신만만한 이웃닭은 이렇게 웃긴 질문은 처음 듣는 다는 듯이 웃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이것봐. 그런 걸 질문이라고 해? 그건 원래 그런거야. 저 반대편 닭을 봐. 먹이를 먼저 먹지?’
확실히 그랬습니다. 그 닭은 먹이를 먼저 먹었습니다.
‘나도 먹이를 먼저 먹어. 모든 닭은 먹이를 먼저 먹는다구. 그건 원래 그렇게 되어 있는거야.’
‘왜?’
‘목이 막히잖아. 아니 그전에 반대로 먹으면 웃겨보이잖아?’
원래 그렇다라던가 웃겨보인다는 답을 되내이며 교촌2호는 지금 들은게 답이 되는건지 생각해 보고 있었습니다.
‘이것봐. 다들 그렇게 먹는데 너도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중요한거나 생각하라구, 먹이라던가 물이라던가 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 생각해. 넌 꼭 그렇게 괴상한 닭이 되고 싶은거야?’
하지만이라고 말하며 대화를 이어나가려는 교촌2호에게 거만한 닭은 날개를 휘저어 입을 다물게 했습니다. 더이상 너무 당연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하는 어리석은 닭과의 대화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확실히 그랬습니다. 다들 그렇게 먹는다니 그건 확실히 원래 그런게 틀림없었습니다. 더구나 먹이를 먼저 먹는다고 무슨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교촌2호는 다들 먹는대로 먹이를 먼저 먹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식이었습니다. 교촌2호는 서투르고 어리석어서 남들이 배우지 않아도 다 알고 있는 것들을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그래서 작은 것부터 하나 하나 배워야 했습니다. 교촌2호는 물먹는 순서 말고도 너무나 많은 것을 몰랐습니다. 예를 들어 닭의 우리중에는 입구에 빨간 문이 달린 우리가 있었는데 이런 우리가 원래 훌룡한 닭들이 들어가는 곳이라는 것도 몰랐습니다. 또한 물통이 세종류가 있어서 길고 좁은 물통, 둥그런 물통 그리고 정사각형 물통이 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오직 소수의 선택받은 닭만이 둥그런 물통을 가지게 된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교촌2호는 이렇게 아는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다른 닭들이 둥그런 물통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빨간 문이 달린 우리에 대해 이야기할때면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다른 닭들은 밤이고 낮이고 그 물통이나 빨간문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교촌2호는 그 중요성을 잘몰랐기에 그런게 아닌 다른 것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곤 했지만 그들은 달랐습니다. 그들은 그들이 가지고 싶은 멋진 것에 대해서만 말했습니다. 한 닭은 빨간문을 가진 우리에 살며 둥근 물통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닭이 뭐라고 한마디 하는 순간이면 다른 모든 닭들은 조용해 지면서 그 닭에게 존경심을 보였습니다.
둥근 물통을 가지고 빨간문을 가진 우리에 사는 닭이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라고 해서’ 다른 닭들은 조용히 그의 말을 들었습니다.
‘나라고 해서, 처음부터 둥근 물통과 빨간 문을 가졌던 것은 아닙니다. 많은 닭들이 저에게 묻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것들을 가질 수 있는지. 저는 욕심이 없고 자랑같은 걸 좋아하는 닭이 아니라서 솔직히 말해 주곤 하지요.’
‘목을 빳빳히 세우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어떤 닭을 보면 불쌍하기 짝이 없게 축 늘어진 목을 보여주곤 합니다. 그건 너무 비참한 모습이지요. 목을 빳빳히 세우는 것은 닭의 긍지이며 닭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일입니다. 물론 한시도 쉬지 않고 목을 빳빳히 세운 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근면과 성실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저는 그것을 했고, 그래서 이것들을 얻었습니다.
둥근 물통과 빨간 문의 닭이 그렇게 말할때면 다른 닭들은 그의 성공담을 잊지 않겠다는 듯, 목을 세운다, 목을 세운다라는 말을 반복해 말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모두들 목을 아주 빳빳히 세우고는 했습니다. 그러나 교촌2호가 보기엔 새로 빨간 문을 가진 우리로 옮겨가는 닭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교촌 2호는 사실 왜 둥그런 물통이 그렇게 중요한건지 둥근 물통을 가지고 빨간문이 있는 우리에 있는 닭은 뭐가 훌룡한 것인지 묻고 싶었습니다. 둥그런 물통과 빨간문을 가진 닭의 성공담에 따르자면 그 닭이 항상 목을 세우기때문에 그는 이런 존경과 권위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닭이 목을 세우건 말건 그게 왜 중요한지 교촌2호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질문하는 것은 너무나 어리석은 일이 될것이 틀림없었습니다. 교촌2호말고는 모든 닭이 그 이유를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철학을 하지 않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닭, 교촌 2호는 그저 조용히 살았습니다. 먹이를 먼저 먹고 문이나 물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둥근 물통과 빨간문을 가진 닭에게 공손히 굴었습니다. 성공한 닭이 되기 위해서 그처럼 성실하고 근면한 닭이 되어야 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매일 매일이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2. 존경할만한 닭은 어떻게 하면 될수 있는가.
그러던 어느날, 닭들은 그것을 알지 못했지만 닭장의 주인에게는 큰 일이 생겼습니다. 사람들이 닭튀김을 좋아하게 되어 닭이 잘 팔리자 양계장 주인은 돈을 빌려 닭장을 크게 새로 지었습니다. 그러나 어느날 티브이 방송에서 그 지역의 닭들에게 유행한다는 병에 대한 방송을 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 프로그램은 너무나 인기가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닭튀김을 미친듯이 먹던 유행은 거짓말처럼 꺼져 버렸습니다. 특히 교촌2호가 있던 지역의 양계장들이 타격이 심했습니다.
주인은 빚을 갚을 수가 없었고 양계장은 문을 닫았습니다. 교촌2호를 포함한 많은 닭들은 아주 싼값에 팔려나갔습니다. 닭들은 다른 지역으로 옮겨졌습니다. 만약 유행병이 문제라면 이 지역에서 닭을 사먹으나 다른 지역에서 닭을 사먹으나 마찬가지일테지만 소비자들은 그걸 몰랐습니다. 그냥 최종적으로 닭을 어디서 도살했는가만 신경쓰곤 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닭들이 싼값에 다른 지역으로 팔려나갔습니다. 물론 몰래 말입니다.
아직 튀김용 닭으로 식당에 팔리기에는 너무 어렸던 닭, 교촌2호는 이렇게 해서 머나먼 곳으로 팔려나갔습니다. 그 여행은 적어도 당시의 교촌2호에게는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의 시련이었습니다. 먹이도 물도 원래 주어지던 대로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햇볕도 원래 들어오던 대로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닭들의 위치도 엉망이 되어, 교촌2호는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습니다. 덜덜 거리는 트럭의 진동은 닭들에게는 세계가 움직이는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교촌2호는 공포에 떨면서 빨리 세상이 정상이 되기를, 빨리 닭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그렇게 정신없었던 여행이 끝나고 교촌2호는 새로운 닭장에 집어넣어졌습니다. 모든 것이 낯설기는 했지만 최소한 덜덜거리지는 않았으며 물도 먹이도 주어졌습니다. 바람이 불거나 비를 맞지도 않았습니다. 교촌2호는 변한 환경속에서 어리석기만한 자기가 어떻게 살아갈런지 걱정이었지만 모든게 정신없기만 했던 여행이 끝난 것에 그저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새로운 닭장에 도착한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교촌2호는 먹이를 먹다가 자기를 보면서 괴상한 닭이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물도 먹지 않고 먹이부터 먹는 닭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흥. 다커서 들어온 놈은 꼴불견이라니까. 물도 먹지 않고 먹이를 먹는 닭이 어디있어. 예의범절이라고는 알지 못한다니까.’
교촌2호도 사실 그것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첫날부터 우리 속에는 물을 먼저 먹는 닭이 많았습니다. 그 반대로 하는 것은 오직 그와 같이 옛날 닭장에서 옮겨져온 닭들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불과 몇일이 되지 않아 거의 모두가 이젠 물부터 먹고 있었습니다. 교촌2호는 둔한 닭이라서 그저 습관대로 계속 먹이부터 먹고 있었던 것입니다.
교촌2호는 조심스레 이웃의 닭에게 물었습니다.
‘저. 왜 물부터 먹어야 하는 거지요? 제가 있던 곳에서는 전부 먹이부터 먹었거든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쳐다보던 그 이웃의 닭이 말했습니다.
‘그걸 질문이라고 해? 그게 예의니까 그렇지. 무식하게 물도 안먹고 먹이부터 먹는 닭이 어디있담?’
‘물부터 먹는게 예의가 있는 건 왜 그런건데요?’ 이제 교촌2호의 목소리는 점점 더 작아지고 있었습니다.
‘그건 원래 그런거야. 물부터 먹는게 깨끗하고 멋져보이잖아. 먹이부터 먹는건 원래 예의가 아니라고.’
교촌2호는 서둘러 옛날의 닭장에서 자기 옆에 있던 닭을 찾았습니다. 다행히 그 닭도 자기와 함께 이 곳으로 옮겨왔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옛 이웃의 답은 매우 뜻밖이었습니다. 겨우 찾아낸 그 옛 이웃은 교촌2호가 매우 부끄럽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이봐. 입닥치라구. 촌놈같은 소리 하지 말란말이야.’
‘하지만 전에는 물부터 먹으면 우스꽝스럽게 보인다고 했잖습니까?’
그 자신만만하던 닭은 이제 화가 난듯이 말했습니다.
‘내가 언제 그랬어. 난 안그랬지. 거기 닭들이 좀 그랬지. 자네도 알겠지만 거긴 사실 시골 촌놈들이나 있는 곳이었지. 촌놈들이 뭘 알겠어. 이봐. 그러니까 입 좀 닥치고 그냥 예의바르게 식사나 하라구.’
교촌2호는 다시 먹는 습관을 바꿨습니다. 이제 그는 다른 닭들이 하는 것처럼 예의바르게 물을 먹저 먹고 먹이를 먹게 되었습니다. 그는 더이상 이렇다 저렇다 다른 닭들에게 불평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먹이와 물을 먹는 상식에 대한 대화는 그에게 큰 충격이 되었습니다.
만약 그가 예의나 상식을 무시하는 불량한 닭이었다면 그래서 남들이 뭐라하던 적당히 살아가는 닭이었다면 그처럼 충격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내성적이고 온순한 닭이었습니다. 그는 최대한 존경할만한 좋은 닭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그는 상식이 부족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고 따라서 최대한 상식에 대해 주변의 현명한 닭에게 배웠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배운 상식을 성실하게 실천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훌룡한 닭이 되겠다는 마음자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교촌2호는 새로운 닭장으로 와서 한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저쪽 닭장에서 상식이었고 원래 그런 것이 이쪽 닭장에서는 상식이 아니며 원래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반대가 상식이었고 그 반대가 원래 그런 것이었습니다.
자기 옆에 살던 자신만만하고 존경스러워보이던 닭들은 도무지 기억력이라는게 없어보였습니다. 아니 그들이 기억하고 싶은대로 기억하는 것 같았습니다. 자신들이 했던 말이나 행동을 거꾸로 기억하고 이젠 이쪽에서 하는 대로가 당연한 일이라고 말하거나 저쪽 닭장은 하찮고 촌스러운 놈들이 모여있던 곳이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그가 존경하고 배우려고 하던 닭들, 자신만만하게 자신에게 상식을 가르쳐주던 닭들을 말입니다.
어쩌면 먹이와 물을 먹는 순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닭은 아무도 없는지도 모릅니다. 교촌2호처럼 스스로를 바보로 생각하는 닭이 사소한 것에서 틀릴까봐 자꾸 묻다보니 그런걸 따지기 시작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 먹이와 물을 먹는 순서에 있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존경할만한 닭이 되고 싶은데 그게 여기서 다르고 저기서 다르다면 어떤 상식에 따라야 진정으로 존경할만한 닭이 될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교촌2호는 스스로가 바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답을 알고 있는 주변의 자신만만한 닭에게 배우고자 했습니다. 누구보다 더 열심히 상식을 지키고 규칙을 지키면서 살고자 노력했습니다. 이제 그런 답이 믿을 수 없는 것이며 원래 그런 것이라는 것들이 일관성이 없는 것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교촌2호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도무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전혀 알 수 가 없었던 것입니다.
너무 큰 충격을 받은 나머지 교촌2호는 멍청하게 먹이를 쳐다보기만 했습니다. 다른 닭들이 먹이를 다 먹을 때까지도 자신의 물과 먹이를 먹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한 닭이 외쳤습니다.
‘병든 닭이다!’
먹이와 물을 먹지 않는 닭은 병든 닭이라고 불리고 재수없는 닭 취급을 당했습니다.
교촌2호는 느리게 다시 물과 먹이를 먹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많은 닭들은 교촌2호를 조금씩 외면하기 시작했습니다.
교촌2호는 혼란스럽고 억울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다른 닭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좋은 척하고 다른 닭들이 먹는대로 먹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가슴에 있는 의혹은 항상 그를 느리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이건 왜 그런걸까. 이건 다른 닭들은 어떻게 할까하고 눈치를 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닭들이 보기에,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교촌2호는 매우 매우 멍청하고 반응이 느린 닭이었습니다. 전에도 그랬지만 이제 더더욱 그렇게 되었습니다.
3. 닭장이란 무엇인가.
자신만만한 닭들은 교촌2호를 조롱하고 무시했습니다. 교촌2호는 날마다 더 괴로워졌고 날마다 더 먹이를 먹고 물을 마시는 것이 힘들어졌습니다. 날마다 더 많은 시간을 도대체 문제가 뭘까를 생각하면서 보냈습니다. 그는 조금씩 말라갔습니다. 주변 닭들은 이제 교촌2호가 죽을 병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굳게 믿게 되었습니다. 적어도 그가 멍청한 닭이라는 것을 의심하는 닭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닭장의 다른 닭들은 매우 자신만만했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확실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만만한 닭일수록 다른 닭들에게 존경을 받았습니다.
상식이란 것에 대해 의심하게 된 교촌2호는 다른 닭들과 비슷하게 행동을 하면서도 가슴한켠에 의심을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닭들은 추호의 의심도 없이, 옛날의 교촌2호가 그렇게 했던 것처럼, 자신만만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닭들을 쳐다보면서 그들이 그렇게 하는 게 옳다고 하면 그렇게 따라하곤 했습니다.
교촌2호는 항상 이러저러하게 하는게 원래 그렇다면 그 원래 그런 것은 누가 정하는것일까 하는 생각에 빠져서 지냈습니다. 다른 닭과 이야기하는 일은 점점 더 줄어들었습니다.
한편 닭장에는 한가지 모든 닭들이 두려워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죽는 일이었습니다. 인간에게 잡혀가면 닭들은 죽게 됩니다. 모두들 그렇게 잡혀가는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잡혀가 죽는 일은 거만하고 존경받는 닭에게도, 초라하고 마른 병든 닭들에게도 모두 공평히 내려왔습니다. 모두들 죽는 것을 너무도 두려워했기 때문에 누가 선택되는가 누가 다음차례에 죽으러 갈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은 거의 금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차례 죽을 닭들이 선택되는 시간이 지나가고 나면 결국 닭들은 누가 없어졌는지, 누가 왜 그랬을까에 대해 한두마디 하곤 하는 것이었습니다. 누구도 그 이유를 잘 몰랐습니다. ‘저 닭은 어쩐지 이번엔 재수가 없을 것 같았어’라면서 주로 재수가 없어서 죽는다고 말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남은 닭들은 애써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죽음에 대한 생각을 머리 속에서 지웠습니다. 마치 아무도 죽지 않는 다는 듯이 물통이며 우리문의 색깔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교촌2호는 상식이라는 것에 대해 골몰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있는 이 닭장이라는 곳은 도대체 뭐하러 있는 것일까? 그들은 왜 우리에게 먹이를 주고 쉴 곳을 만들어 주는 것일까?’
문득 이 닭장이 온 세계가 아니며 이 세계에는 그가 있었던 다른 닭장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닭장 밖에는 물론 닭장이 아닌 곳도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이 닭장을 만들었을 것이었습니다. 그는 왜 이 닭장을 만들었을까. 그는 처음으로 닭장 밖의 세상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세계인 닭장과 그 바깥의 세계는 어떻게 연결된 것일까하고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교촌2호는 가슴이 멈추는 것같은 느낌에 빠졌습니다. 닭장이란 것과 상식이란 것에 대해 무시무시한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닭장은 닭을 잡아먹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닭장은 잡아먹기 좋은 닭을 만들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이 닭장 안에서 자연스럽고 원래 그런것처럼 보이는 것 즉 상식이란 것은 우리 닭이 최대한 빨리 잡아먹히기 좋은 상태에 빠지도록 만들어져 있는게 아닐까?’
교촌2호의 생각에 따르면 가장 상식적인 닭이란, 남이 만들어 낸 세계 안에 살면서 그 세계에 대해 전혀 의심하지 않는 닭이었습니다. 닭장을 만든 것은 기본적으로 그 안에 살고 있는 그 닭의 욕망과 의지가 아니라 그 닭장을 만든 누군가의 욕망과 의지, 다시말해 닭을 잡아먹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과 의지였습니다.
인간은 최대한 그들이 먹기좋은 형태로 닭을 만들려고 할 것이고 닭장은 그런 목적에 맞게 만들어져 있을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그러니까 물통이 더 커져서 닭들이 더 빨리 자란다면 그들은 기꺼이 더 큰 물통을 달것이며, 먹이를 먹지 않아서 마르는 닭이 없도록 닭장을 만들것입니다. 즉 닭장안에서 보통의 닭이란 잡아먹히기 위해 살고 있는 닭이기 때문에 이 닭장이라는 세계 안에서 자연스러운 행동, 상식적인 행동이란 결국 가장 잡아먹히기 좋은 행동이 되는 것입니다.
교촌2호는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소속되어 있는 세계에 대한 생각이 없이 우리가 그저 상식대로만 산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욕망과 의지에 따라 사는게 아니라 누군가 다른 존재의 욕망과 의지에 따라 살게 된다.’
존경할만한 닭이 되는 방법에 대해 무지했던 교촌2호는 이제 커다란 공포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교촌2호는 닭장 바깥이라는 곳이 닭장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생각이 열어젖힌 거대한 불확실성앞에서 교촌2호는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그날 교촌2호는 물도 먹이도 먹지 않았습니다. 다른 닭들이 병든 닭이라고 외치는 소리도 이젠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4. 교촌2호의 고민
결국 교촌2호는 다시 전처럼 먹이를 먹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식욕이 생겨서라기 보다는 그래야 한다는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교촌2호는 먹이를 절반정도만 먹고 나머지는 바깥으로 밀어내 버렸습니다. 먹이를 계속 남기면 병든 닭이라고 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닭장의 목적을 이해하게 되자 교촌2호는 누가 잡혀가서 죽는가에 대해 어느정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통통하게 살찐 닭들과 병들어 먹이를 먹지 않는 닭이었습니다. 이 닭장이라는 세계의 목적은 살찐 닭을 만들어 내는 것에 있기 때문에 닭이 살찌게 되면 그 닭은 잡아먹히게 됩니다. 거만하고 자랑스럽게 그들의 몸매를 자랑하고 윤기나는 깃털을 자랑하던 닭들, 스스로를 우등한 닭이라고 부르던 닭들은 실상 그들이 가장 잡아먹히기 좋은 상태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기민하고 똑똑했지만 그래도 그들 스스로가 닭장이라는 세계속에서 키워지는 존재라는 것을 알아차리지는 못했습니다.
다른 닭들은 뭔가의 이유로 우리가 속한 세계의 목적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닭들이었습니다. 닭장에서 먹이를 먹지 않고 살이 찔 가능성이 없는 닭들은 결국 포기되고 잡혀가게 됩니다. 그들은 닭장이라는 세계가 좋아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서 남는 것은 지나치게 우등한 닭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병약하지도 반항하지도 않는 닭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물론 그들도 약간의 시간차만 있을 뿐 닭장에서 태어나 자라고 결국 죽을 운명에 있다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처음 닭장의 목적에 대해 생각이 떠올랐던 때에는 너무도 당황스럽고 공포스러웠지만 이제 그 공포가 좀 가라앉고 나자 교촌2호의 머릿속에는 다른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바닥을 보니 벌레가 기어다닙니다. 닭은 본래 저런 벌레를 먹기도 합니다. 닭을 먹는 인간이 사악한 존재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생각해보니 누군가가 누군가를 먹는다는 이유로 그를 사악하다고 할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인간이 닭을 먹듯이 닭도 다른 것들을 먹기 때문입니다.
인간과 닭의 관계는 닭과 벌레의 관계와 다를게 없었습니다. 다만 닭장속의 닭에게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닭이 인간과 일종의 강력한 약속관계에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교촌2호는 이 닭장으로 옮겨올 때의 무서웠던 그 여행을 생각해 봤습니다. 바깥은 무서운 곳이었습니다. 닭장 안처럼 평온하지 않았습니다. 인간은 닭에게 먹을 것을 주고 비와 바람을, 그리고 다른 위험을 피할 닭장을 줍니다. 그리고 인간에게 닭은 먹이가 되는것입니다. 이것이 인간과 닭사이의 약속인 것입니다. 인간과 닭은 합하여 하나의 공동체라고 할수 있는 세계를 이루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 문제가 되는 것이 있다면 대부분의, 교촌2호가 아는한도 내에서는 그 자신을 제외한 모든 닭들이, 그 약속의 결과와 의미를 모른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닭들 중에는 날마다 먹이와 물을 가져다 주고 닭장이 구멍이 나면 수선도 해주는 인간들을 그저 멍청하거나 고마운 하인같은 존재쯤으로 알고 있는 닭들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인간들을 위해 살을 찌우면서, 먹이를 날라다주는 인간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 불쌍하게 생각하기조차 했습니다. 하지만 닭장이 왜 이렇게 생겼어야 하는지, 왜 수면시간은 이정도로 정해져있고, 왜 이런 먹이를 먹어야하며, 왜 이런 우리에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진짜로 알고 있는 것은 인간뿐이었습니다. 닭들은 그들의 세계인 닭장이 왜 그렇게 생겼어야 하는지에 대해 무지했습니다. 그들은 그 닭장이 닭장바깥의 세계와 어떻게 연결되는가와 같은 것에 대해서는 더욱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이것이 하나의 약속이나 계약으로 만들어진 세계라면 매우 무지한 계약으로 만들어진 세계인 셈입니다.
고개를 들어 닭장바깥을 봅니다. 교촌2호는 자신이 어떻게해야 이 닭장에서 벗어날수 있는지도 모를뿐 아니라 저 닭장바깥에서 살아가는 것이 가능이나 한지도 알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이 닭장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저 바깥에 가는 순간 바로 죽어버릴지 모르며 따라서 닭장을 벗어난다는 것은 더 빠르게 그리고 더 고통스럽게 죽는 것이 될지도 몰랐습니다.
교촌2호는 어쩌면 이 많은 닭중의 얼마간은 자신처럼 닭장의 목적에 대해 깨달은 닭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확실하게는 아니더라도 어렴풋이 알게된 닭은 분명히 있을것이었습니다. 그 자신이 대단히 똑똑한, 특별한 닭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닭들도 단지 교촌2호가 지금 느끼는 것을 느꼈을 것입니다.
‘이 세계는 결국 나의 목숨을 요구하지만 저 바깥이라고 해서 반드시 행복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나는 닭장내에서 광신적으로 우수한 닭이되려고 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반항아가 되어서 닭장주인에게 죽음을 당할 짓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약간 더 살아남고 그러다가 죽는 것 그것이 결국 닭이 산다는 것이 아닐까?’
교촌2호는 이제 닭장바깥을 쳐다보면서 사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닭장바깥을 생각한다는 것은 닭장의 상식으로 볼때 존경할만한 모든 것을 버리는 일이었습니다. 결국 닭장안의 닭들이 생각하는 상식이란 닭장안의 일들에 대한 것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그들이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특별한 색깔의 우리도 역시 우리에 불과하며 그 목적은 결국 닭을 가두고 살을 찌우게 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교촌2호는 이제 자기가 매우 부자유한 닭이라고 느꼈습니다. 이 닭장에 들어올때는 들어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며 닭장에 있는 것이 부자유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생각이 바뀐 것이었습니다. 한마리의 닭은 오직 그 닭이 무엇에 대해 부자유한가를 알고 있을 때에만 자신의 자유를 논할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속한 세계가 어떻게 만들어져있는가를 생각한 끝에 스스로가 얼마나 부자유스러운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교촌2호가 원한다고 한들 교촌2호는 어떻게 닭장바깥으로 갈수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또한 삶에 대한 체념이 무겁게 그의 발을 붙잡고도 있었습니다. 그냥 이렇게 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이렇게 살수 없다는 생각과 날마다 싸움을 벌였습니다. 교촌2호는 계속 닭장바깥을 쳐다보면서 살았습니다.
5.
교촌2호는 우리문을 발로 툭툭 밀어대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딱히 문을 열겠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다만 그렇게 하면서 바깥을 쳐다보면서 교촌2호는 생각에 잠겨있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교촌2호는 작은 병아리를 보게 되었습니다.
모두들 닭장 안에서 살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즉 모두들 그리 넓지 않은 세계속에서 살고 있었지만 작은 병아리는 특히나 작은 세계속에 있었습니다. 병아리는 아직 친구도 많지 않고 알고 있는 닭도 없었으며 기억하고 있는 것도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안녕 병아리야.’교촌2호가 말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예쁜 병아리는 정신없이 뭔가를 바닥에서 집어먹으려고 하면서도 교촌2호의 인사를 받아주었습니다.
병아리는 자신이 어렸을때의 모습을 생각나게 해주었습니다. 뭐든지 서툴던 어린 병아리였던 교촌2호의 모습을 말입니다. 저 어린 병아리도 존경할만한 닭이 되고 싶어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병아리는 이 닭장에서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가. 저 확신에 찬 뚱뚱한 닭이 될것인가 아니면 나같은 닭이 될것인가.
교촌2호는 문득 자신이 병아리를 아주 오랬동안 그리고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저 병아리를 바라보는 자신의 마음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큰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병아리를 바라봄으로써 자신의 마음이 크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만약 그가 그저 평범한 다른 닭과 같았다면 그는 병아리를 그저 귀찮은 존재로 생각하거나 건강한 병아리니까 크고 멋진 닭으로 자라나겠구나하고 대견하게 생각하고 말았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교촌2호는 다행히도 혹은 불행히도 이 닭장은 닭이 사는 곳인 동시에 죽는 곳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저 병아리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 한편으로 걱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렇게 예쁘고 밝은 병아리가 언젠가 그저 고기가 되어 인간에게 먹힐거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가슴아픈 일이었습니다.
병아리를 생각하는 그의 마음은 갑자기 오랜동안 그가 기다려왔던 문제에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그는 이제까지 가능하다면 이 닭장을 벗어나서 닭장바깥의 세상이란 것을 알아야 할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그냥 주어진 대로의 삶을 살아야 할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왔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오로지 그의 문제였습니다. 문제는 나의 삶이었고 나의 선택이었고 나의 욕망이었으며 나의 행복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오로지 나의 문제일때 그는 영원히 이쪽이냐 저쪽이냐하는 선택을 내리지 못한채 결국 지금 있는 이대로 살게 될것만 같았습니다. 결국 닭장의 목적따위는 잊어버리고 죽으러 갈 뿐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병아리를 생각하는 마음이 생겨나자 갑자기 그는 닭장바깥이라는 문제가 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병아리가 있을 것이며 그들은 자라나서는 또 닭장속의 닭들로 죽어갈터였습니다. 만약 그도 그런 닭중의 하나가 된다면 그런 현실은 변할 가능성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만약 그가 바깥으로 나가서 닭장바깥의 세상이란 것을 조금이라도 더 알게 된다면, 그렇게 해서 거기서도 살아남을수 있다면 그건 작건 크건 세상에 대해, 저 병아리에 대해 뭔가를 의미하게 될수도 있는 것이었습니다. 어차피 닭장안의 닭으로서의 삶이란 그다지 대단할 것이 없는 삶이라고 교촌2호는 생각했습니다. 그걸 포기하는 것이 엄청나게 아쉬울 것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고난을 무릅쓰고 바깥세상을 탐구할 이유도 또 크게 느껴지지않았던 것입니다.
병아리를 한참 쳐다보던 교촌2호는 병아리에게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병아리야 안녕. 항상 뭘 어떻게 하면 잘하는 것일까를 생각해서 선택하렴. 선택은 중요한 거니까.’
그리고 교촌2호는 말이 없어졌습니다. 움직이지도 않아서 마치 나무로 만든 닭이 된 것 같았습니다. 물도 먹이도 더이상 먹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이 왔습니다. 교촌2호는 여전히 물도 먹이도 먹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자꾸 지나갔습니다. 교촌2호는 마르고 말라가다가 어느날 옆으로 쓰러져 버렸습니다. 주변의 닭들은 병든 닭이라는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닭장의 주인이 들어왔습니다. 그는 우리안에 바싹 마른 닭하나가 죽어서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자 투덜거렸습니다.
‘어. 이게 뭐야. 이런 제길. 병이라도 생겼나. 재수가 없네. 닭들이 이렇게 자꾸 죽으면 어떡하지.’
닭장의 주인은 교촌2호를 우리에서 꺼내어 들고 나갔습니다. 다른 닭들은 재수없는 닭하나가 급기야는 죽어버렸다면서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닭장주인은 닭장 뒤편의 건물뒤로 돌아가서는 뚜껑이 있는 큰 구덩이에 교촌2호를 던져넣었습니다. 교촌2호는 다른 쓰레기들 위로 떨어졌습니다. 닭장주인은 뚜껑을 대충 덮고 닭장으로 돌아갔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밤이 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아침이 왔습니다. 닭장 속의 닭들과 닭장 주인은 여느 날과같은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물을 마시고 먹이를 먹고 살을 찌웠습니다. 그들은 이미 별로 존경할만하지 않았고 질문하고 생각하기 좋아했던 괴상한 닭은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닭장주인은 시장에 내다팔 닭들을 골라내고 병든 닭이 없는지 살폈습니다. 쓰레기통이 열려있는 것을 보고 고양이들이 또 설쳐댄 모양이라며 닭장 주인은 투덜거렸습니다.
교촌2호는 그시간에 숲 속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교촌2호는 오랜간 닭장의 바깥쪽을 쳐다본 결과 한가지 결론을 내려두고 있었습니다. 만약 닭장을 벗어날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쓸모없는 닭 즉 병들어 죽은 닭이 되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병들어 죽은 닭을 주인이 어떻게 할지는 알수 없었습니다. 어쩌면 개에게 먹이로 줄지도 모르고 죽은 닭이라면서 목을 부러뜨릴지도 몰랐습니다.
그러나 교촌2호는 닭장을 벗어나기 위해 가장 존경받지 못하는 닭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가장 존경받을 만한 닭이 되고 싶었던 교촌2호는 이제 정반대의 결심을 하게 된것 입니다. 그렇게 되자 주인은 그를 쓰레기통에 내다버렸습니다. 죽은 척하고 있었던 교촌2호는 힘들게 쓰레기통에서 나와서 가까운 숲으로 도망갔습니다. 철학을 하지 않는 닭, 교촌2호는 닭장을 벗어나기로 했습니다. 교촌2호는 철학을 하는 닭이 되었습니다.
숲은 상쾌한 동시에 무서운 곳이었습니다. 교촌2호는 바위위에서 앞쪽에 뭐가 있는가를 둘러보았습니다. 세상은 넓고 넓었습니다. 교촌2호는 이제 자유를 얻었습니다. 앞으로는 교촌2호라는 이름대신 뭔가 다른 이름으로 스스로를 불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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