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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학교, AI 환경

무한한 발전이란 신화의 종말

by 격암(강국진) 2025. 4. 7.

근대화의 미래비전의 가장 분명한 특징중의 하나는 무한한 발전이다. 근대화이래 조악한 과학이론이 점점 더 정교하고 보편적인 과학이론으로 발전되어 가는 것과 같이 인간은 더 크고 복잡한 사회를 만들어서 더 많은 인간의 문제를 더 잘 풀 수 있게 될 수 있을 거라고 사람들은 믿어왔다. 이 발전에 대한 희망은 공산주의같은 사상에서도 뚜렷히 그 흔적을 본다. 즉 지금의 상태는 어떤 법칙에 따라 변화하여 미래에는 어떤 이상적인 국가를 출현시킬 것이라는 역사적 전망이다. 

 

그러나 점점 더 크고 복잡해지며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은 근대의 비전의 한계를 노출시켰다. 태어날 때의 인간은 수만년 아니 수십만년전의 인간과 차이가 없는데 세상의 복잡성은 점점 더 증가만 했기 때문이다. 복잡한 세상은 조작하기도 힘들고, 개혁하기는 더 힘들다. 이렇다고 할 때 유전적으로 보면 변화하지 않는 인간에 비해 점점 더 거대하고 복잡해 지는 세상은 인간을 상대적으로 점점 더 왜소하게 만들어 왔다. 본래는 더 큰 인간의 행복을 위한 것이었어야 할 발전이 점점 더 인간을 시스템에 억압되게 만드는 일이 되었고 인간의 한계때문에 무한한 발전이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은 점점 늘어만 간다. 그리고도 직장에서 근속하는 시간은 짧아져만 간다. 이런 추세가 계속될 수는 없다. 사람들이 40년쯤 공부하고 1년쯤 근무후 은퇴하는 세상이 가능할까? 

 

많은 사람들은 AI 기술의 발달을 물질적으로 파악하고 기술적 발달의 관점에서 파악한다. 즉 AI는 이제까지의 발전의 연장선상에서 일어나는 또다른 발전이라는 것이다. 또한 미래가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은 물질적 변화라는 것이다. 그같은 말이 틀린 것만은 아니지만 AI는 이제까지의 대부분의 기술과는 큰 차이가 있으며 인간의 내적인 변화에 우리는 더 많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같은 점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무한한 발전이라는 이상이 사라지는 일이다. AI 시대가 성숙하면 우리는 더이상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일직선으로 나열하고 과거보다 미래가 더 발전한 시대라는 시대파악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무한한 발전이라는 개념은 영원한 것이 아니라 근대화에 의해서 만들어 졌고 근대화가 끝나고 AI 시대가 시작되면 사라질 개념이다. 근대이전에는 무한한 발전이란 개념은 없었다. 그때는 세상은 본래 이런 곳으로 변화하지 않는 곳으로 파악되었다. 수천년전의 공자의 생각에 따라서 나라가 다스려 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때문이다. AI 시대가 성숙하면 다시한번 무한한 발전이란 개념은 사라질 것이다. 

 

그 이유는 AI란 기본적으로 인간이 이해해서 의도적으로 만들어 내는 과학이론이나 사회시스템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컴퓨터 최적화를 통해서 데이터속에서 찾아지는 지식이며 우리가 가지는 문제에 대한 해법이다. 근대의 시대에는 보편성과 절대적인 관점속에서 문제의식이 망각되었거나 그러기 쉬웠다. 즉 문제를 따질 것도 없이 사회 전체가 과학 전체가 발달하다보면 모든 문제들이 해결된다는 식이다.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발전이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보다 확실하게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 핵심적인 것이 된다. 즉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가 무엇인가가 확실해야 우리는 그것에 대한 답을 찾는다. 그리고 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인간의 내적인 요구이거나 환경적 특성이다. 예를 들어 행복이라는 것은 인간의 주관적이고 내적인 감정이다. 

 

그러니까 근대가 야만에서 문명화로 나아가는 일직선적인 시간관을 제시한다면 AI 시대는 그때 그때 내부적 요구나 환경적 요구에 의해서 발생하는 문제를 풀어가는 시간관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AI 시대의 시간관에서 과거는 미래보다 못하지 않다. 과거는 과거의 문제를 풀었고 미래는 미래의 문제를 풀 뿐이다. 이러한 시간관 속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앞으로 차차 더 좋아진다는 개념은 없다. 다만 주어진 문제를 얼마나 잘 풀 것인가하는 질문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 질문에 잘 대처하기 위해서 우리는 다시 자기성찰이라는 자기 내부의 관찰과 주변 환경의 관찰이 필요하다. 문제는 거기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래에 대한 전망은 AI가 만들어 내는 내적인 변화, 철학적이고 사고방식적인 변화가 아주 중요하며 그것을 우리는 지나치게 무시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AI 시대를 물질적으로만 파악한다. 더 빠른 연산, 더 효율적인 시스템, 더 편리한 서비스가 미래라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문자의 사용과 근대화를 생각하면 진짜 변화는 내적인 것이었다. 그 이전과 비교했을 때 사람들은 새로운 욕망을 가지게 되었고 새로운 것에 대해서 행복을 느끼게 되었다. 예를 들어 전근대 시대에는 대다수 사람들의 직업이 농부였지만 근대 시대는 풍년이라는 농부의 꿈을 이뤄주는 시대가 아니었다. 근대시대는 인간의 평등과 자유 그리고 민주주의같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무한한 발전이 인간의 꿈이었다. 인간의 물질적 풍요조차 전근대인이 상상하고 원할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이는 무엇보다 사람들의 욕망 즉 사고방식과 세상을 보는 관점같은 내적인 상태가 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내적인 변화가 새로운 시대를 빠르게 자리잡게 만들었다. 근대화가 농기계를 제공할수 있다고 해도 전근대의 농민이 원하는 효율적인 농기계를 제공하는 것으로는 근대화는 이룩되지 않는다. 그 농민은 아직 근대의 미래 비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근대화된 세상에서는 전체 인구의 몇퍼센트만이 농민으로 일하고 그러고도 비만이 사회적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근대화된 세상은 그런 농민이 아니라 근대화의 미래 비전을 이해하는 계몽주의자나 사회개혁가에 의해서 만들어 진 것이다. 

 

물론 당분간은 AI는 오히려 과거보다도 더 빠른 발전을 가져오는 기술이 될 것이다. 그 발전이란 바로 근대에서 AI 시대로의 전환이다. 이러한 변화속에서 시간은 분명히 방향성을 가진다. 하지만 AI 시대가 성숙하게 되면 무한한 발전은 과거의 신화가 될 것이다. 앞으로 사람들은 차차 영원한 발전이란 축복이고 이상인 동시에 저주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발전은 계속되어야 하고 어디론가 여기와는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는 강박때문에 우리는 자기 자신을 돌아볼 시간, 자기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가지지 못하면서 살고 있다. 그러한 강박은 문명적인 것으로 근대화된 사회는 사람들을 끝없는 발전의 과정속으로 들어가기를 강요한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했지만 AI 시대에는 과거와 미래 사이에 우열은 없다. 덜 발전된 시간에서 더 발전된 시간으로 가야하며 그렇지 못하면 시간 낭비를 한게 아니다. 우리는 다만 지금의 문제를 풀 뿐이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우리는 차차 변해갈 것이다. 그것이 어떤 절대적 기준에서 더 못한 것에서 더 나은 것으로 변화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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